소설리스트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249화 (249/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49화

[교주의 신성(SS)]

: 떠오르는 신성(新星)의 자격을 갖춘 자.

교주의 권한으로 지배력이 250% 상승합니다!

포교 활동을 통해 신도를 모을 수 있습니다!

체력을 일부 소모하여 신도들에게 자비를 베풀 수 있습니다.

신도의 수에 따라, 당신의 영향력이 거세집니다!

특성이 요구했던 충분한 숙면을 취하자, 한 줄의 문구가 추가됐다.

체력을 일부 소모해 자비를 베풀 수 있다는 문구.

[다수의 성좌가 이건 ■작 ■■이 ■■■ 수 ■는 ■■이라며 ■■리를 ■입니다!]

게다가 눈을 떠 특성을 파악한 뒤부터, 말도 안 된다느니 하는 성좌들의 메시지가 떠오르더니 곧바로 필터링되고 있다.

저쪽도 내가 이 특성을 얻은 게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인데, 미안하지만 나도 이게 믿기지 않는다.

나는 눈깔을 굴려 옆에 앉은 차윤재를 응시했다.

그리고 자연스레 팔뚝을 가져다 댔다.

대강 계산하기로, 5초 이상 접촉하면 이런 메시지가 떠오른다.

[자비(慈悲)의 손길이 베풀어집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는.

“오늘따라 컨디션이 유난히 좋습니다! 낮잠을 자서 그런 것일까요?”

낮잠은 잘 자지 않지만,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차윤재가 조잘댔다.

“흠.”

……이건 마치, 내가 축복의 히든 특성을 사용했을 때 같지 않은가.

사실 이미 확신 단계다.

차이점은 포인트가 소모되지 않는다는 것.

[당신에게 축복을!]을 발동시킬 땐, 포인트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 자비의 손길이라는 건, 포인트가 소모되지 않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의 자비로움을 모두가 주목합니다!]

[12포인트가 적립됩니다!]

오히려 자비로움이 칭송되며 포인트가 적립되기까지 한다.

“음.”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그거로군.

내가 걸어 다니는 축복이 된 것이다.

확실히 체력이 조금 빨리는 것 같다만…… 원래 거지 같았던 체력이라서 별다를 게 없다고나 할까.

그리고 추가로 알아낸 게 있다.

이 자비의 효과는 딱 기력 충전, 체력 회복의 간단한 범위라는 것.

- 아야!

- 승하 형님! 괜찮으십니까? 그러게 칼질도 서투시면서 왜 과일을 쥐십니까!

- 으음, 괜찮아! 피 한 방울밖에 안 나. 그리고 윤재가 호 해주면 멎을지도?

- 으으! 가만히 계십시오! 밴드 가져오겠습니다!

마침 실험 케이스가 생겨 곧바로 최승하와 접촉해 보았으나,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다.

메시지도 떠오르지 않았고.

더 높은 수준의 치유, 그러니까 상처를 아물게 한다든가 하는 건 [당신에게 축복을!]을 사용해야 한다는 뜻.

하지만 내가 평소에 축복으로 많이 사용하던 범위는 멤버들의 긴장을 없애고, 체력을 회복시켜 주는 자잘한 범위였으니 가성비가 좋다.

주판이 탁탁 두드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온 결론은 이것이었다.

‘이득이군.’

이렇게 쉽게 골드 벌이를 할 수 있다니.

남과 닿는 건 여전히 꺼림칙하지만, 잠깐의 접촉 정도야.

나는 내 팔에 매달린 최승하에게 말을 건넸다.

“떨어져.”

“어어? 방금까진 아무 말도 안 하더니?”

그야, 포인트가 적립되니까.

봐라.

[축하합니다!]

[당신의 자비로움을 모두가 주목합니다!]

[12포인트가 적립됩니다!]

받을 걸 받아냈으니, 이제.

나는 최승하가 붙어 있는 오른쪽 팔을 거세게 탈탈 털어내기 시작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이득만 취하려는 당신의 행동을 지적합니다!]

나만의 이득이라니, 이건 윈윈이다.

나는 포인트를 얻고, 다른 녀석들은 피로가 사라지고.

음음.

“손가락 베이자마자 쏜살같이 튀어와서 걱정해 줄 땐 언제고! 지금은 옷에 붙은 먼지처럼 떼어내고!”

차마 실험을 위한 것이었다는 걸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나는 입을 꽉 다물었다.

양심이 찔리는군.

“그은데~ 이상하단 말이지.”

억울함을 주장하던 최승하의 눈썹이 까딱여진 건 그 무렵이었다.

“왜 형이랑 붙어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지?”

당연하다.

지금 나는 걸어 다니는 축복이니까.

“착각.”

“착각이 아닌 것 같은데. 음!”

곧바로 튀어나온 대답에, 최승하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설마 의심하기 시작하는 건가?

하긴, 이 녀석은 눈치가 굉장히 빠른 편이니…….

“형은 그거구나!”

최승하의 얼굴이 심각해졌고, 나도 덩달아 심각해졌다.

그게 뭔데.

“승하의 비타민~ 으악.”

최승하의 얼굴에 소파 쿠션을 던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쓸데없이 긴장했군.

“근데, 형.”

소파에 누운 채로 팔을 뻗은 최승하가 내 옷자락을 붙잡았다.

“……진짜 괜찮은 거 맞아요?”

이 녀석들은 내가 아체대 출연을 강행시켰다는 걸 알지 못한다.

그러니 그렇게 강하게 만류했겠지. 특히 최승하는 끝까지 반대했었고.

하지만 내 의지가 워낙 확고했던데다가, 몸까지 멀쩡하니 어쩌겠는가.

내 고집이 이길 수밖에 없지.

하지만 어느 정도의 타협은 봤다.

출연은 하되, 위험 종목에 출전하지 않는 것으로.

그래서 앉아서 키보드만 두드리는 e스포츠와, 서서 시위만 당기는 양궁.

두 종목에 출전하기로 했다.

어차피 내 본래 목적은 아체대에 멀쩡한 낯짝을 내미는 거였지, 종목을 여럿 나가야겠다는 욕심은 없었거든.

바로 그 순간이었다.

띠링!

“……!”

곧장 시선을 올린 내 안색이 급속도로 흐려지기 시작했다.

이 정신 나간 새끼들아.

[메달을 휩쓸어 주목을 이끌어보자!]

아이돌 체육 대회에서 메달 점수 777점을 넘으세요!

금메달 → 200점

은메달 → 100점

동메달 → 50점

(*본인이 얻어내지 않은 메달도 카운팅됩니다.)

성공 시 ▶ 스탯 업 쿠폰 증정

실패 시 ▶ 랜덤 페널티

“음.”

이해했다.

아체대에선 종목별로 시상을 진행한다.

그러니까…….

777점을 넘으려면 적어도 메달 4개를 따야한다는 거지.

이것도 금메달 4개 기준이다.

메달의 색상이 다양해지면, 개수도 늘어나겠지.

나는 빠르게 대가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출된 결론은.

정말.

……답이 없다는 것이다.

작년 아체대에선 블랙보이즈가 메달 6개를 휩쓸어가는 기염을 토했다.

당연히 MVP도 블랙보이즈였고 말이다.

팬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블랙보이즈는 아체대와 연말에 상탈하는 재미로 그룹 활동한다는 말이 떠돌 정도니까 말 다 했다.

순간, 대기실에서조차 근육 펌핑을 하던 블랙보이즈가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그래.

그 인간들은 딸 만하지.

그 인간들이 안 따면 누가 메달 따냐고.

빠르게 납득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었다.

주르륵……!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X됐다.

라이트온은 6명이다.

과연 이 인원이 그만한 메달을 딸 수 있을까?

게다가 여섯 명 중 하나인, 나.

그렇다.

성해온은 쓸모가 없다.

이 거지 같은 체력으로 메달에 기여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보는데.

설령 골드로 돈지랄을 해서 템빨로 무장한대도, 내게 배정된 종목은 단 두 가지였다.

아체대는 이미 종목의 픽스를 한참 전에 마친 상태.

기권으로 빠질 수는 있어도, 내가 다른 종목에 추가적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는 뜻이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자네는 할 수 있다며 응원합니다!]

“…….”

혈압을 끌어올리는 메시지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만큼, 내 대가리에선 사이렌이 울리고 있었다.

……이걸 어쩐다?

* * *

어쩌긴 어째.

다른 녀석들을 굴리면 되는 거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양심 있게 살아줄 수는 없는 거냐 간절히 묻습니다!]

미션을 받은 다음 날 아침.

고요한 식탁 위, 내 목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이번 아체대 MVP, 우리가 먹어보는 건 어떨까.”

잠깐의 정적이 흘렀고, 멤버들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 형님, 분명 저번엔 쉬엄쉬엄해도 된다고 하지 않으셨, 읍!”

나는 예리한 질문을 하려 하는 차윤재의 입에 식빵을 꽂았다.

그거야 미션 받기 전이고.

양쪽 볼이 볼록 튀어나온 차윤재가 경악했다.

“형밈! 이게 무승 지십니까!”

“딸기 잼 발랐는데, 취향에 맞아?”

“저는 재믈 바르지 안씁니다!”

“맛있을걸. 그치, 류인아.”

“……쿨럭!”

달콤이를 부정하고 싶은 것인지, 잼 따위 바르지 않은 생식빵을 먹던 달콤이가 물을 벌컥 들이켰다.

나는 녀석의 손에 들린 식빵을 빼앗아 잼을 두껍게 발랐다.

그리고 다시 손에 쥐여주며 싱긋 웃었다.

더 입맛에 맞을 거야, 달콤아.

움찔……!

넓은 어깨가 파르르 떨렸고, 나는 인자하게 미소지었다.

달콤이라는 거, 방송에서 불지 말까 진지하게 고민되는군.

반응이 이렇게 재밌는데다가, 협…… 아니, 부탁할 때도 좋고.

팀 내에서 체력 A+을 가지고 있는 최승하와 류인.

내가 보기엔 이 녀석들이 메달의 희망이다.

체력 스탯과 운동 능력이 완전 비례하진 않겠지만, 커다란 상관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나가는 김에 메달 따고 싶어요. 재밌을 것 같아!”

“오오! 형님은 열정이 넘치십니다!”

“그것보단 신기해서? 우리 아체대 처음 나가니까~”

최승하, 이 녀석은 알아서 메달을 가져올 것 같으니 패스.

관건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달콤이다.

“류인아.”

“……어?”

불길함을 느낀 류인이 시선을 슬쩍 피했다.

“자신 있어?”

“그…….”

“자신 있을 것 같은데.”

“못 하진 않을 텐데, 잘할지는…….”

“뭐라고?”

“음…….”

“에이~ 류인 형님은 너무 겸손하십니다! 운동 잘하시지 않습니까!”

타이밍 좋게 차윤재가 끼어들었고, 나는 류인과 눈을 마주쳤다.

싱긋…….

그리고 입 모양으로 ‘달콤아’를 외치자, 류인의 동공이 이리저리 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서슬 퍼런 눈깔을 눈꺼풀로 덮으며 운을 뗐다.

“뭐라고?”

“해온아. 지금 생각해 보니까 나 자신 있는 것 같아.”

* * *

오늘부터 본격적인 아체대 연습의 시작이다.

이른 시간에 기상한 멤버들이 피곤한 얼굴로 거실에 늘어져 있었다.

그리고 나는 주방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영양제와 커다란 생수통을 옆구리에 끼웠다.

평소에 멤버들과 별다른 스킨십이 없는데, 갑자기 닿으면 수상하잖아?

고작 연습 가는데 파이팅하자고 제안하기도 뭐하고.

나는 거실을 돌아다니며, 멤버들의 입에 영양제와 물을 욱여넣기 시작했다.

일정 시간을 접촉하자, 역시나 메시지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당신의 자비로움을 모두가 주목합니다!]

[10포인트가 적립됩니다!]

아주 쏠쏠하게 수급되는군.

나는 자본주의의 미소를 지으며 다음 타자에게 향했다.

날 마주한 한수현이 손을 절레 저었다.

“해온 형, 저는 오늘 그다지 피곤하지 않아서 영양제는 괜찮, 으븝.”

[축하합니다!]

[당신의 자비로움을 모두가 주목합니다!]

[12포인트가 적립됩니다!]

쌓이는 잔고를 보고 있자니, 입매가 꿈틀거렸다.

이거, 생각보다 좋은 특성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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