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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253화 (253/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53화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의 얼굴을 보며 안타까워합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왜 기를 죽이냐며 버럭합니다!]

둘 다 열받게 하지 말고 사라지도록.

지금 내 낯짝은 무척 허름할 것이다.

이유를 묻는다면, 오늘이 대망의 아체대 전날이기 때문이다.

띠링!

[자애로운 교주는 신도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누가 넘어지기라도 했나본데.

아체대가 가까워질수록, 멤버들은 연습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멤버들은 단체로 계주 연습을 진행하러 나갔고, 숙소엔 나뿐이었다.

몸뚱어리가 무척 허름해지고 있다만, 아체대가 끝나면 자연스레 해결될 일이니 상관없다.

허기짐에 바나나를 뜯어 먹고 있을 무렵, 단톡방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사진)]

넘어진 모양인지 자신의 무릎을 껴안고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 최승하의 사진이었다.

딱 봐도 칭찬해 달라는 거군.

나에게 보낼 목적으로 신유하나 차윤재를 붙잡고 찍어달라고 했다에 모든 걸 걸겠다.

[(사진)]

뒤이어 도착한 사진은 잔뜩 흔들려 형체조차 온전하지 않은…….

그래, 최승하로 추정되는 인영이 달리는 뒷모습이었다.

[넘어져도 달리는 모습이라고 전해달라고 하십니다]

차윤재가 보낸 걸로 추정되는 메시지에, 나는 손가락을 움직였다.

[적당히 하고 들어와라]

[다치지 말고]

트랙 한 바퀴를 돌고 확인했는지, 약간의 텀을 두고 최승하에게서 답장이 도착했다.

[메시지에서 영혼이 없어서 더 아파지는 것 같은데?]

[(드러눕는 이모티콘)]

내게 메시지가 뜨는 순간, 통증이 반감됐을 텐데 말이다.

게다가 제대로 된 낙법으로 넘어졌는지, 무릎도 피 한 방울 없더라.

장난칠 시간에 숙소에나 들어오라고 답장하려는 순간, 최승하가 제 발을 저렸다.

[사실 별로 안 아파욯ㅎㅎ]

[ㅇㅇ]

[와~ 단답 봐~~ 저 이제 연습하러 갈게요 형 먼저 자요]

뒤이어 늦게까지 하다 가겠다는 멤버들의 메시지가 연이어 떠올랐다.

아주 열심히들이군.

내가 메달, 메달, 노래를 부른 것도 한몫했지만.

이 녀석들에게 가장 불을 지핀 건 이거다.

나는 잠시 과거를 회상했다.

- 너희 그거 아냐.

- ……??

- 아체대는 메달 개수로 팬덤의 서열이 갈려…….

참고로, 처음부터 끝까지 헛소리였다.

하지만 순진한 녀석들은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 메달…… 열심히 해야겠다. 우리만의 경기가 아니었구나.

- 와아, 이거 대충은 못 하겠는데요? 갑자기 열정이 막 오는데?

- 저도! 체육엔, 자신 없지만……  노력해 볼게요!

- 형님 말씀을 들으니 자극이 옵니다! 원래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지만, 그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형들, 이럴 게 아니라 당장 연습하러 가는 게 좋겠어요. 허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물론 양궁이나 육상, 수영 같은 아체대의 인기 종목에서 우월한 점수를 뽐내면 화제야 된다.

좋은 성적을 낸 그룹의 팬덤은 으쓱하기도 하겠지.

그렇다고 성적으로 팬덤 간의 기싸움이 심화되진 않는다.

물론 예외는 있다.

원체 사이가 나쁜 팬덤이 한 경기에서 만난다면 기싸움으로 전쟁판이 벌어지니까.

하지만 나는 생존이 걸린 미션을 성공해 내야만 했다.

그런고로, 양심 없는 선택을 했다.

헛소리를 진지하게 이어갔다는 뜻이다.

- 그래, 좋은 태도들이다. 스위치들 기가 죽는 꼴은 볼 수 없지.

- ……!!

원래도 부지런하던 멤버들은, 이날을 기점으로 미친 듯이 연습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은 나도 흐뭇했지.

어?

아주 흐뭇했어.

근데 날이 가면 갈수록 안 쑤신 데가 없다.

안 그래도 쓰레기 같은 체력이 더더욱 걸레짝이 되어가고 있었다.

스스로 무덤을 팠다고 할 수 있겠다.

자승자박이 따로 없군.

물론 충돌을 겪은 내 입장에서야 간지러운 수준이다만.

나는 고요한 숙소에서, 눈을 감았다.

……잠이나 자야지.

[자애로운 교주는 신도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또 어떤 놈이야.

* * *

“아야!”

발을 헛디뎌 넘어진 차윤재가 곧바로 벌떡 일어났다.

“윤재야, 하루 전인데 쉬엄쉬엄해. 먼저 숙소 들어갈래?”

“아닙니다! 어쩐 일인지는 몰라도…… 신기하게 아프지 않습니다!”

숙소에 홀로 찌그러져 있는 어떤 이의 덕이라는 걸 알 리 없는 차윤재가 해맑게 웃었다.

“메달! 따야 하지 않겠습니까? 재밌기도 하고요!”

그 옆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던 한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위치들의 어깨가 올라갔으면 좋겠어요.”

“나도, 그래……!”

“으음, 우리 릴레이 계주 연습해 볼까?”

“오오! 승하 형님,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 * *

“…….”

아침은 밝는구나.

나는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을 끄며, 창밖을 내다봤다.

“후우.”

새벽 3시.

아직 어두컴컴한 새벽하늘을 바라본 나는 칙칙한 낯짝으로 기지개를 켰다.

팬덤 내 분위기는 로 정상화시켰다.

오늘의 관건은, 대중적인 이미지.

사고로 점철된 라이트온에 대한 이미지를 바꾼다.

그리고.

……메달 점수 777점.

어떻게든 채워서, 살아남는다.

나는 비장한 낯짝으로 멤버들을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 * *

“아체대 누가 감?”

“안녕하세요! 누입니다!”

“안녕하세요! 가입니다!”

사이좋게 ‘누’와 ‘가’를 맡은 곽덕배와 근돌이 침을 꿀꺽 삼켰다.

“개같이 떨린다…….”

“우리가 해냄.”

아체대의 한정된 방청 인원!

치열한 경쟁!

그 경쟁 속에서 곽덕배와 근돌은 자리를 쟁취해 낸 것이다!

둘은 스태프의 지시에 따라 지정된 자리에 착석했다.

“이번에 경쟁률 미쳤었지.”

그렇다.

아체대는 사고 이후, 팬덤의 참여가 가능한 첫 번째 스케줄이었다.

“사실 그거 아니어도 아체대 경쟁률은 매해 미치긴 해.”

“욕을 그렇게 처먹는데 폐지가 안 되는 이유가 있다…….”

“오타쿠 선정 애증의 프로그램 1순위.”

“오늘 수영에 누구 나올까? 최승하? 류인? 근육 얼마나 쩔까. 설마 안 나오려나?”

“안 나오면 오타쿠 봉기 일어나는 거지.”

곽덕배의 말에, 근돌이 고개를 저었다.

“봉기 수준이겠냐고. 일단 내가 MBS 창 부수러 간다. 진심이야…….”

“진짜 오타쿠 같다…….”

“곽덕배한테 이런 말 들을 때마다 진짜 자존심 상해.”

“하…… 해온이 양궁 나와줬으면 좋겠다.”

“각자 지 하고 싶은 말만 하기 레전드다.”

피식댄 근돌이 주변을 둘러보며 속닥였다.

“근데…… MH 일 이번에 잘하던데?”

“그건 말이야. 명훈이가…….”

곽덕배의 얼굴이 아련해졌다.

끝말이 이어지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명훈이의 노망설은 스위치 팬덤에서 기정사실화였기 때문이다.

물론 장난이었지만, 말도 안 되게 좋아진 일 처리를 보고 이런 생각이 드는 걸 어쩌겠는가!

- 아니 진심 일 처리 1티어 수준인데;;

- 현수막 디자인 공모받고 공모 참여한 팬들한테 깊티 뿌린 것부터가 ㄹㅇ임

아체대엔 팬덤별로 대형 현수막이 붙는다.

관중석, 그러니까 팬석 앞에 말이다!

그리고 그 대형 현수막은 유구한 전통이 있다.

“그거 보통은 팬이 제작하고, 제작비도 팬이 부담하지 않나?”

그렇다.

아체대의 현수막은 오타쿠를 만만하게 보는 적폐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라, 팬들의 지갑에서 나가는 게 일반적이다.

회사에서 부담하는 경우보다 그런 경우가 훨씬 많으니까.

“뭐, 회사에서 내는 경우가 없진 않으니까…… 근데 공모에 참여한 팬들한테 깊티 뿌리는 건 우리가 처음 아니냐? 미치겠네 내가 알던 명훈이가 아닌데.”

“그런 듯. 나도 감탄했어. 설마 행선실세 짓 아님?”

“어이! 그건 너무 나갔지!”

곽덕배가 폭소했다.

“아무리 해온이어도 그럴 리가!”

* * *

그럴 리가 있다.

아체대의 대기실.

성해온이 스마트폰의 스크롤을 내렸다.

- 공모 참여했는데 보낸 메일로 카페 기프티콘 날라옴 ㅠㅠ 뭐야? 진짜 대충 해서 냈는데 깜짝 놀람

- 와 생각지도 못했는데 되게 기분 좋은 아이디어다 그치 공모 참여하는 것도 다 시간 들여서 하는 건데, 이렇게 참여자 전원한테 깊티 선물이라니

- 똑똑하게 일 잘하네 ㅋㅋㅋ

- 나도 공모 넣을걸 엉엉엉

“음.”

다행히 반응이 나쁘지 않군.

팬덤의 크기가 아무리 커도, 이런 공모에 참여해 주시는 팬은 극소수다.

그리 부담이 될 일도 아니란 소리다.

그리고.

애초에 노동력이나 아이디어를 빼냈으면, 그에 대해 작게라도 보답하는 게 당연하지.

모니터링을 이어가던 순간이었다.

드르륵-!

대기실의 문이 열렸고, 들어온 스태프가 지정된 의상을 건넸다.

“이걸로 환복해 주시면 되고요. 30분 뒤에 집합이니까…….”

문밖으로 고개를 빼낸 스태프가 음향팀에게 소리쳤다.

“음향팀! 라이트온 봐주세요! 여기 체크 안 하셨잖아요!”

정신없어 보이시는군.

하긴, 웬만한 아이돌의 총출동 수준이니 머릿수만 해도 얼마겠나.

나는 단체 트레이닝복을 받아 들었다.

그룹별로 색이 다른 의상.

참고로 우리의 색상은…….

“큭, 푸하하! 아, 어떡해요!”

멤버들이 환복을 마치고 나오기 무섭게, 최승하가 눈물을 흘릴 기세로 웃어젖혔다.

“다들 너무 귀여워!”

“승하 형도 귀여우신데요.”

덤덤하게 말한 한수현이 최승하를 빤히 응시했다.

“그리고 승하 형, 어딘가 이상하지 않으신가요?”

“응?”

“저희 사이즈가 바뀐 것 같은데요.”

“어라? 진짜네.”

최승하는 발목이 크게 드러날 정도로 짧았고, 한수현은 남의 걸 뺏어 입은 것처럼 허름했다.

“제가 먼저 들어가서 벗겠습니다.”

한수현이 등을 돌린 순간이었다.

터업!

나는 녀석의 손목을 붙잡았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또 무슨 양심 없는 짓을 할 셈이냐며 눈을 질끈 감습니다!]

이건 찍어야지.

이걸 안 찍으면 대체 뭘 찍는단 말인가.

* * *

아체대가 개최되는 경기장.

수십 그룹이 인기순으로 정렬했다.

센터엔 1.5군급의 아이돌이 섰다.

아, 참고로 밀리어스는 신인 때를 제외하고 아체대에 참여하지 않는다. 아쉬울 게 없다 이거지.

나는 주변을 빠르게 둘러봤다.

양쪽 끄트머리는 인지도 없는 무명 아이돌.

그리고 라이트온은 나름 괜찮은 자리였다.

감개가 무량하군.

몇 개월 전만 했어도, 저 끄트머리에 박혀 있었을 텐데 말이다.

휘이익!

휘슬 소리와 함께, 모든 인영이 동시에 헛둘헛둘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의 처음을 장식하는 스트레칭의 시간이다.

참고로 여기서 대충대충 하면, 온갖 직캠과 프로그램에서 잘라낸 영상으로 얻어맞기 십상이니 주의하도록 하자.

나는 눈깔에 최대한의 생기를 걸친 채 스트레칭을 이어갔다.

* * *

그리고 그 시각.

라이트온의 등장과 함께, 팬덤 석에 앉은 스위치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포, 포, 포도알들 아냐?”

“진지하게 성해온 지금 블루베리의 환생 아님?”

“미쳤다 톤그로가 하나도 없어.”

“시력이 올라가는데 이게 맞아?”

“야. 진짜 잘생겼다…….”

색색의 트레이닝복을 입은 그룹들 사이에서, 라이트온의 컬러는 보라색이었다.

라이트온의 정신 나간 비주얼에 스위치들은 온갖 주접을 떨기 바빴다.

그리고 그 순간.

성해온이 정확히 스위치 팬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순식간에 팬덤석에 열기가 가득차기 시작했다.

아체대의 본격적인 서막이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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