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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256화 (256/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56화

우당탕, 소리와 함께 일어나려던 한영의 몸이 다시 한번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 선배님, 괜찮으세요?”

기이한 일이 연속으로 일어난 탓에 멘탈이 제대로 갈린 듯 보이는 한영이 외쳤다.

“오, 오지 마!”

“저는 그냥 손만 잡아드리려 했던 건데…….”

내가 억울하다는 낯짝을 하자, 한영이 작게 중얼댔다.

“……네가 민 거 아냐?”

“애초에 저는 계속 선배님 앞에 있었는데요.”

나는 추한 꼴로 넘어져 있는 한영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었다.

“혼자 넘어지신 건 선배님이시고.”

이 자식 입장에선 귀신이 곡할 노릇일 테다.

민 사람도 없는데, 두 번이나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고꾸라졌으니까.

“오늘따라 운이 안 좋으신데.”

나는 싱긋 웃으며 어딘가를 가리켰다.

우리의 옆에 위치한 자판기였다.

“저것까지 넘어지면 정말 큰일이겠어요. 그러니까 얼른 일어나세요, 선배님.”

재차 내민 손을 거절하며 스스로 일어난 한영이 짧은 욕설을 뱉으며 내 어깻죽지를 강하게 밀쳤다.

“아야.”

순식간에 밀린 나는 눈을 데굴 굴렸다.

“선배님, 저 치셨어요?”

“……내가 언제!”

“아픈데?”

나는 트레이닝복을 오른쪽 어깨까지 훅 걷었다.

“보이세요?”

오른쪽 쇄골 위가 벌겠다.

눈깔을 굴려 그것을 바라본 나는 흠, 소리를 내며 말을 이었다.

“다쳤잖아요.”

“그건, 실수로…….”

“실수로요?”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다가갔다.

“선배님은 사람을 실수로 치세요? 하긴, 고의로도 다치게 하려던 분인데 뭔들 못 하실까.”

“……!”

“근데요.”

나는 눈을 사르르 접어 웃었다.

“그럼, 저도 실수해도 되나요?”

“그게 무슨-”

나는 대답을 듣기도 전에 주먹을 한영의 명치에 꽂았다.

“……허어억!”

“에고, 손이 미끄러졌네.”

“……!”

“제가 힘이 없는 편이라 아프진 않으셨을 텐데…… 음, 아프신가요?”

“이, 이, 이 또라이 새끼가! 그걸 말이라고!”

당연히 안다.

내가 아무리 체력이 없고 힘이 없대도, 온 힘을 실은 주먹이 꽂혔으니 꽤 아플 거다.

자신의 복부를 움켜쥐고 있던 한영이 이내 몸을 확인하려는 듯, 트레이닝복 안에 입은 반팔 티셔츠 밑단을 잡았다.

어림도 없지.

나는 맑은 얼굴로 다가가 축복을 되뇌었다.

“너, 너, 이 새끼, 진짜 뒈졌어. 내가 맞은 거 다…….”

욕설을 내뱉으며 자신의 반팔 티셔츠를 걷어 올린 한영이 멈칫했다.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피부를 마주한 것이다.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약한 편이라고요.”

이쯤 되니 한영은 꿈이라도 꾸고 있는 것 같다는 얼굴이었다.

눈앞의 나는 정신 나간 또라이쯤으로 보이겠지.

나는 만면에 미소를 띤 채로 발걸음을 뗐다.

한 걸음 다가갈 때마다, 한 걸음 뒷걸음질 치던 한영이 벽에 다다른 것도 그 무렵이었다.

나는 팔을 들어 올려 느릿하게 달랑거렸다.

품이 큰 트레이닝복의 소매가 자연스레 흘러 내려가며, 스마트 워치가 매어진 손목이 드러났다.

내가 누구한테 배운 거거든.

“……?”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에 ‘녹음’을 속닥이자, 한영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가시기 시작했다.

“아체대라니…… 너무 좋은 장소에요. 제가 어디에 찌른대도, 제3자가 몰래 녹음한 걸로 보이기 딱 좋잖아요. 그렇죠?”

“허, 내가 쫄 줄 알아? 불어! 불어봐 이 개X끼야. 네가 한 짓도 있는데!”

“예상보다 순진하시네요. 아니면 많이 당황하셨나.”

나는 관자놀이 부근에 손가락을 대고 휘적 원을 그었다.

“제 대가리가 회까닥하지 않은 이상, 그럴 일은 없죠.”

“……!”

“당연히 선배님이 막말하신 것만 편집할 거거든요.”

내가 ‘저 편집 나름 잘해요’를 덧붙이며 방긋 웃자, 놈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너, 너 이 씹……!”

“상상해보니까 정말 좋은 그림이겠네요.”

나는 몸을 잘게 떨고 있는 한영을 보며 픽 웃었다.

“그리고 선배님, 찾아보니까…… 아직 계약 기간 안 끝난 CF 있으시더라고요? 작은 회사였는데. 어디였더라.”

“……!”

“본인의 논란으로 지장 생기면 위약금 물어야 하는 것도 알고 계시죠? 계약도 끝나가는데, 정말 안타까운 일이에요.”

이 새끼가 아무리 모지리여도 이건 알아들었을 것이다.

아무리 소규모의 광고여도, 위약금은 최소 몇 배에 달하는 게 현실.

정산도 제대로 받지 못했을 페이즈의 입장에선 귀신보다도 무서울걸.

“걱정 마세요. 선배님이 하시기에 달렸죠. 뭐, 보는 사람 없으니 무릎이라도 꿇으시든가.”

내 말과 동시에 한영의 낯짝에 분노와 수치가 새겨졌다.

본인이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받았으니 말이다.

그 순간.

나는 낮아진 한영의 몸을 보며 작게 웃었다.

“어쩌면 이렇게 예상을 벗어나질 않으시는지.”

질리게도, 이런 류는 뻔하거든.

자신의 손익을 따져보고, 꼬리를 마는 것이다.

나는 한영의 어깨에 붙은 먼지를 툭툭 털어내며 속삭였다.

“선배님, 이제 뭘 하셔야 할지 감이 오시나요?”

* * *

그리고 그 시각.

팬덤석엔 미묘한 긴장이 흐르기 시작했다.

아체대의 묘미이자, 팬덤 간의 기싸움을 극심하게 부추기는 역조공 점심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만약 이게 평균 이하라면?

- 올해도 프랜차이즈 샌드위치 하나 ㄷㄷ 망돌의 꾸준한 기개! 심지어 성의도 없음!

- 김밥헤븐 이용권 주는 그룹이 올해 넷씩이나 된다면서요? 김밥헤븐 받아본 당사자로서 이것만큼 개 같은 게 없음^^ 가게는 한정되어 있고 빠는 많고! 쫄쫄 굶는 사람 속출함 안 주느니만 못한 역조공 1순위

- 옆 팬덤은 점심 쩌네 ㅠ 비교하게 됨

- 올해 아체대 점심 역조공 ㅎㅌㅊ 그룹 정리해 놓은 글 개웃김 우열을 가릴 수가 없음 (링크)

온갖 팬덤에게 조롱당하는 건 기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체대의 도시락 역조공은 유구하게 이어져 온 전통이기 때문에,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 오르내리며 비교되고 품평된다.

어디가 잘났느니, 어디가 못났느니, 하면서 말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아체대 현장엔 긴장감이 감돌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스위치 팬덤석만은 예외였다.

이들은 도시락이고 나발이고 혼수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성큼 다가온 수영 탓이었다.

“근돌아, 제발 정신 차려!”

“나 혹시 코피 안 나?”

“여기 오타쿠 새끼 진짜 죽어요!”

“……수영은 방청 없다는 게 말이 돼? 그 개쩌는 걸 단체컷으로 봐야 한다니 이게 말이 되냐고.”

초췌한 얼굴의 근돌이 중얼거리다가 멈칫했다.

“잠깐만 떠올리니까 또 피가 쏠리는데.”

“아니, 미쳤나 봐! 진짜 코피 나는 게 실화야?”

곽덕배는 황급히 티슈를 건넸다.

“아니, 너는 뭔데 피가 안 멈추고 계속 나는 건…….”

챙겨온 티슈를 빠르게 뽑으며 중얼거리던 곽덕배는 근돌의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 눈을 돌렸다.

그런 곽덕배의 입이 빠르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라, 라, 라, 라이.”

곽덕배의 입에선 차마 이어지지 못한 음절만이 연속해서 튀어나왔다.

* * *

- 실시간 라이트온 단체로 팬석 넘어옴

- 야 얘네 진짜 잘생겼다 와꾸는 탑티어 ㅇㅈ이다 옆의 옆 팬석까지 다 시선 집중시킴 (사진)

아체대에 참여한 타팬덤의 인증으로 스위치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 지금 현장 스위치들은 라이트온 얼굴 직관하느라 후기 안 올리는 거냐고 (대충 부러워서 우는 짤)

- 눈물 흘리고 있음 같은 스위치인데 왜 난 집구석에서 전 부치고 있는 거임? 진짜 전부 치고 싶다…

└ 라임 죽인다 당신에게 주어지는 합격 목걸이

그리고 그 시각.

라이트온 팬석은 초토화 상태였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스위치.”

나는 아련하게 눈깔을 깔며 자수했다.

“저, 게임 너무 못했죠. 열심히 연습했는데, 아쉬웠어요.”

“아니야아아아아아악!”

“못하긴 뭐가 못해애액!”

“얼굴이 잘해!”

“프로 게이머(?) 해온이 프로게이머(?)”

“프로게이머요? 스위치가 그렇다면 그런 거죠.”

내가 푸핫 웃으며 입을 열자, 류인이 말을 이었다.

“오늘 새벽부터 와주셨다고 들었는데, 춥진 않으셨어요?”

“안 추워!”

“너네 얼굴 보니까 따뜻해!”

“더, 더워!”

“하하! 더우시다고요? 방금 누가 덥다고 하셨는데.”

류인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벗지 마세요. 감기 걸려요. 오늘 날이 추워요.”

“류인이가 벗어주면 따뜻할 것 같아!”

“방금 어떤 스위치가 류인 형님에게 벗어달라 하셨습니다! 똑똑히 들었습니다!”

정곡을 찔린 스위치가 입을 다물었고, 최승하가 씨익 입매를 올렸다.

“와~ 여러분, 류인 형 수영 보셨어요?”

“……승하야!”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류인이 말릴 새도 없이, 봤어, 당연하지, 최고야, 등등의 메시지가 섞인 함성이 우레와 같이 터져 나왔다.

참고로 찍어놓은 수영 영상은 아체대 방영 다음 날에 업로드될 예정이다.

마음 같아서는 수영 종목이 시작됨과 동시에 올리고 싶었으나, MBS 측에서 혹시 모를 스포일러를 방지하고자 출연진들에게 제재를 때렸거든.

하지만 전광판으로 중계된 수영 장면만으로도, 스위치들은 흥분 상태였다.

“그쵸? 우리 형 멋졌죠~!”

“맞습니다! 형님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말로요!”

“저는 진짜! 넋 놓고, 봤어요……!”

“류인 형, 얼굴이 붉어지셨어요.”

멤버들이 한마디씩 얹었고, 나 역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류인이야 뭐, 믿고 봤죠. 잘할 줄 알았거든요.”

나는 달콤이에게 칭찬을 건네며, 곧바로 팬들과 시선을 마주했다.

“스위치, 저희도 여기서 점심 먹어도 될까요?”

* * *

성해온의 발언과 동시에.

사아아-

현장에 있는 모든 스위치가 얼어붙었다.

팬석으로 넘어와 도시락을 건네주는 아이돌은 종종 있다.

하지만 자신 몫의 식사를 팬석에서 먹고 가는 기행을 부리는 아이돌은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반응은 지극히 정상적이었다.

좋아하는 아이돌과 식사할 수 있는 기회!

믿기지 않는 현실에 얼어붙은 팬들이 입조차 떼지 못하던 순간이었다.

“형님, 스위치들이 불편해하시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 표정이 좋지 않으신데요……!”

성해온에게 속닥이는 차윤재의 대화를 기가 막히게 캐치한 스위치들이 단합하여 차윤재를 뜯어말리기 시작했다.

“아니야아아악! 나, 난 좋으면 얼굴이 원래 험악해져!”

“하나도 안 불편해! 완전 우리 집이야!”

“스위치들이 좋다면 저도 좋습니다! 식사하고 싶습니다!”

눈이 동그래진 차윤재가 고개를 끄덕였고, 그 옆에 선 성해온이 눈을 접어 웃었다.

“저희도 스위치랑 같이 식사하고 싶었거든요. 좋다.”

아체대에서 뜬금없이 벌어진 정신 나간 상황.

팬사인회도, 하이터치회도 아닌!

- 질투의 누아르 하트 생성 중임

- 이게 말이 되냐? 이게 말이 되냐? 이게 말이 되냐? 이게 말이 되냐?

- 지금 타팬들 사이에서도 애들 난리 남 ㅋㅋㅋㅋㅋㅋ

아체대 역사상, 초유의 사태!

팬과 아이돌의 식사 자리에 모든 팬덤이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제되고 있는 그룹, 라이트온의 일원.

성해온의 낯짝은 빠르게 메말라 가기 시작했다.

그렇다.

[자비(慈悲)의 손길이 베풀어집니다.]

팬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주면서, 자연스럽게 발동 조건이 채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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