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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257화 (257/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57화

띠링!

[자비(慈悲)의 손길이 베풀어집니다.]

띠링!

[자비(慈悲)의 손길이 베풀어집니다.]

아니.

일단 포인트가 쌓이니 좋기야 한데.

돌겠네.

[축하합니다!]

[한층 더 자애로운 교주가 되었습니다!]

[27포인트가 적립됩니다!]

나는 허름해진 낯짝으로 눈을 껌뻑였다.

이건 오늘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팬들로부터 적립되는 포인트는 대신도들에게서 적립되는 것보다 적다.

“음.”

사실 이건, 전부터 의문을 품어온 주제다.

대신도의 선정 기준 말이다.

단순한 애정의 무게라면 팬들 역시 만만치 않을 테니, 무언가 다른 기준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예를 들어, 나와 어느 정도의 직접적인 접점이 있어야 한다든가?

하지만 상념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진심으로 뒈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도시락을 나눠 드리겠다 계획했을 때부터 예상했던 일이다.

팬들이 신도로 간주될 거라는 건 알고 있었으니까.

뭣보다.

짧은 접촉이 생겨 자비가 발동된대도, 겨우 몇몇 분이실 테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지.

그래.

내가 이 쓸모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몸뚱어리를 과대평가한 것이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콕콕 닦습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당신을 응원합니다!]

“…….”

하마터면 동태눈깔이 될 뻔했군.

낯짝을 다듬은 뒤, 다음 팬분에게로 이동하려던 순간이었다.

“……!”

순간적으로 치고 들어온 현기증에 흠칫한 순간, 등이 받쳐졌다.

“형, 괜찮아요?”

최승하였군.

내 귀에 대고 작게 속닥인 녀석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형, 형은 저기 가 있어요. 내가 할게.”

“됐다.”

잠깐 핑 돌았을 뿐인데다가…….

어차피 팬분도 얼마 안 남았고, 이제 요령이 생겨 자비 특성이 발동되기 전에 자연스럽게 전달을 마칠 자신이 있었다.

사실 포인트 벌이는 무한정이 아니다.

멤버들도 끽해봐야 하루에 한두 번.

그 이상은 접촉을 한대도 포인트 적립이 되지 않는다는 소리다.

자비를 받지 않아도 되는 상태라는 것이지.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이곳은 포인트를 쏠쏠하게 수급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었다.

하지만.

나는 주제 파악이 굉장히 빠르다.

팬석에서 쓰러지는 대참사가 벌어지기 전에 몸을 사려야 한다는 눈물겨운 현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도시락 상자를 쥔 내 시선은 누군가에게 닿았다.

아까부터 나만을 바라보고 있던 익숙한 인영.

이해성의 기억을 볼 수 있는 나로선, 굉장히 익숙한 사람이다.

이번에도 와주셨군.

곽덕배라는 분 말이다.

* * *

……이게 실화인가?

간신히 이성을 붙잡은 곽덕배는 이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지금까지 벌어진 일만으로도 임종할 것 같은데, 지금 여섯 멤버들은 스위치들에게 직접 도시락을 나눠주고 있었다.

쿵.

쿵.

쿵.

곽덕배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천운인지 자신이 앉은 라인의 도시락을 나눠주는 게, 다름 아닌 성해온이었기 때문이다!

“흐아아악!”

멤버들에게 직접 도시락을 건네받고 있는 스위치들의 비명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곽덕배도 예외는 아니었다.

차례가 다가올수록 심장이 입으로 튀어나올 지경이었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팬사인회보다 더 떨린다.

널뛰는 심장을 간신히 제어한 곽덕배는 이 순간을 1초도 버리지 않기 위해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성해온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모든 다짐이 무용지물이었다.

“흑흑…….”

“왜 우세요.”

그냥 감격에 겨워 나온 소리였건만, 성해온은 천사 같은 얼굴로 되물어 왔다.

“도시락은 관짝까지 가지고 갈게요…….”

자연스럽게 주접을 내뱉으며 도시락을 건네받던 찰나였다.

성해온의 손이 미끄러지며, 상자가 바닥으로 추락하려는 듯 기울기 시작한 것이다!

안 돼!

경악한 곽덕배는 초인적인 스피드를 발휘하여 도시락 상자를 붙잡는 데 성공했다.

“세이프~ 허어어억!”

뒤늦게 지금 자신의 손이 성해온과 겹쳐 있다는 걸 깨달은 곽덕배가 비명을 내질렀다.

차가운 피부와 얼떨결에 맞닿은 곽덕배의 동공이 커지기 시작한 것도 그때였다.

미친…….

잘생긴 사람이랑 닿으면 심신이 치유되나 봐!

갑자기 피로가 사라져!

* * *

[자비(慈悲)의 손길이 베풀어집니다.]

사람 살려.

방금은 정말 뒤로 넘어갈 뻔했다.

나는 생기를 잃어가는 눈깔에 반짝임을 더했다.

“스위치.”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상자 열어서 같이 먹을까요?”

말을 마친 나는 팬석 앞 펜스에 등을 기댄 채로 털썩 주저앉았다.

곽덕배는 시선을 슬금슬금 내려 상자를 바라봤다.

사실 여태까지 얼굴에 정신이 팔려 받은 상자를 열어볼 생각조차 못 했다.

상자부터, 라이트온의 로고가 프린팅되어 있는 제작 상자였다.

……이걸 아까워서 어떻게 먹어?

그리고 상자를 개봉하자, 곽덕배는 진심으로 인생이 힘겨워졌다.

다른 스위치들 역시 감동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상자가 과하게 큰가 싶었는데, 정말 가득 차 있었다.

성의가 넘쳐흐르는 프리미엄 한식 도시락과 치킨텐더 샐러드.

그리고 먹기 편한 크기로 소분되어 있는 여러 맛의 샌드위치.

……거의 3인분의 식사였다.

곽덕배도 그렇지만, 아체대 방청에 올 정도인 이들은 고인물이다.

그리고 사실 곽덕배는 점심을 뭘 주든, 별 관심이 없다.

실제로 곽덕배의 오래전 최애 그룹은 김밥 두 줄만을 내밀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배만 채우면 그만이라는 파였기에 불만이 없었다.

그럼에도 지금 이 도시락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배를 채울 음식만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손을 닦을 물티슈와 추위를 대비한 핫팩.

여러 종류의 음료와 당 충전을 위한 수제 다과류까지 가득했다.

곽덕배가 멍하니 그것에게 시선을 빼앗겼을 순간이었다.

“이거 이 형이 알려준 건데!”

성해온 어깨에 팔을 건 최승하가 말을 이었다.

“아체대 녹화가 엄청 길대요. 식기 전에 도시락 먹고 이따가 허기질 때 샌드위치 드세요!”

“맞습니다! 입맛에 맞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열심히 골라봤습니다!”

없던 입맛도 돌게 할 것 같은 깜찍함에 곽덕배는 눈물을 흘렸다.

“와아~ 맛있겠다! 잘 먹겠습니다! 스위치랑 먹으니까 더 맛있을 것 같아. 얼른 드셔보세요!”

최승하가 분위기를 끌어줬음에도, 팬석의 그 누구도 상자를 건드리지 않았다.

앞에서 식사하기 어려운 것도 있었지만, 고작 밥 따위를 먹느라 코앞에 있는 최애들에게서 눈을 뗄 수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아깝기도 했다.

생각해 봐라.

이걸 어떻게 먹는단 말인가!

열심히 도시락을 삼키던 차윤재의 얼굴이 심각해진 것도 그쯤이었다.

“헉! 혹시 입맛에 맞지 않으십니까?!”

“얼굴만 봐도 배불러!”

누군가의 외침에, 라이트온이 단체로 터졌다.

“으하하, 스위치들이 진짜 제일 재밌어!”

바로 그 순간이었다.

스위치들의 얼굴에 의문이 감돌았다.

성해온이 한수현에게 무어라 지시하듯 속닥이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대화는 들리지 않았지만, 꽤 눈에 띄는 행동이었기에 시선은 금세 집중됐다.

한수현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성해온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는데, 그런 와중에도 연신 스위치들을 힐끔댔기에 그 궁금증은 더 커져만 갔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스위치들은 지시의 내용을 알게된다.

반짝반짝…….

“스위치들이 안 드시니까 속상해요.”

커다랗고 동그란 눈망울을 반짝인 한수현이 성해온의 지시대로 눈을 내리깔았다.

“같이 먹고 싶은데…….”

* * *

라이트온이 떠난 뒤에도, 스위치들은 초토화였다.

- 현장 스위치들 미쳤나 ㅋㅋㅋㅋㅋ 도시락 아까워서 안 먹고 버티다가 아기토끼 눈빛공격 받자마자 다들 맥주 마시듯 후루룩 마시기 시작

- 질투로 사람이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 주의하라

- 내가 영혼을 팔아서라도 아체대에 갔어야 하는데… 랕깅이들이 얼마나 효자인 줄 알고 있었으면서! 개쩌는 게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

“성해온 약간 그거 같아.”

뒷자리에서 들리는 최애의 이름에, 곽덕배가 귀를 집중시켰다.

“오타쿠 사령관…… 애교 작전 지시하는 거 미친 것 같아…….”

“팬들 마음을 너무 잘 알아서 조금 무서울 지경인데.”

동의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인 곽덕배가 근돌에게 말을 붙였다.

“근데 내가 아까 도시락 받다가 손이 닿았거든?”

“오늘 손 안 씻겠네.”

“마음 같아선 박제하고 싶은, 아니, 이게 아니라.”

곽덕배는 본론을 꺼냈다.

“있잖아. 해온이랑 닿으니까 청량한 느낌이 오더라.”

“에? 말도 안돼.”

최승하에게 도시락을 받았던 근돌이 콩깍지라며 질색했고, 곽덕배는 펄펄 뛰기 시작했다.

“진짜라니까! 아니, 닿는 순간 진짜 그런 느낌이 있었다고.”

“해온이가 피톤치드냐고.”

“……억울해 죽겠네!”

* * *

한편.

일부 스위치들에게 피로를 가시게 해준 성해온은 그 누구보다 허름한 낯짝으로 카메라 사각지대에 서 있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을 걱정합니다.]

걱정은 뭘로?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질색합니다!]

그나저나, 지금 상태가 말이 아니긴 한가 보군.

팬들 앞에서야 혼신을 다해 낯짝을 관리하는 데에 성공했지만, 내려오니 맥이 풀린 것이다.

솔직한 심정으론 그냥 잔디밭에 드러누워서 잠이나 처자고 싶었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아…….”

길고 긴 한숨을 내쉰 나는 마른 얼굴을 쓸어내렸다.

오늘 오신 분들은 질서를 굉장히 잘 지키시는 팬분들이었다.

닿은 것도 여섯 분 정도, 그마저도 도시락을 내미는 과정에서 접촉된 것이고.

하지만.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는데.’

나는 벽에 등을 기댄 채로, 생각에 잠겼다.

모든 이들이 오늘 여기에 참석해 주신 팬분들처럼 매너 있지는 않다.

대표적인 장소를 꼽자면, 공항.

대포 카메라를 든 이들은 어느정도 거리가 있어야 양질의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내가 우려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스마트폰을 든 팬들이다.

이들은 가까이 다가오는 정도가 아니라, 아티스트에게 몸을 날린다.

연예인이 공항을 돌아다닐 때 보디가드가 동행되는 이유기도 하고.

……만약 동시다발적으로 접촉이 된다면?

나는 아득한 상상을 이어가다가, 고개를 탈탈 털어냈다.

지금부터 걱정해서 뭐 하게?

당장 목숨이 달린 경기나 생각해야지.

눈깔에 다시금 생기를 더한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촬영 시작이거든.

점심시간이 끝나고, 아체대 2부의 문을 여는 계주 종목이 찾아온 것이다.

60m 단거리.

400m 릴레이.

전자는 팀에서 둘, 후자는 넷이 출전한다.

그 순간.

한수현이 내 옷소매를 짧게 끌어당겼다.

“해온 형, 아까부터 저 사람들이 이쪽 쳐다보는 것 같은데요.”

한수현이 곁눈질로 뒤편을 가리켰고, 나는 곧장 그곳을 살폈다.

거기 서 있는 건, 페이즈였다.

예상대로 안색이 파랗게 질린 한영은 못마땅한 얼굴의 예준의 양팔을 붙잡고 무어라 설교하고 있었다.

들리진 않는다만…….

아마도 절대, 행동하지 말라는 대화겠지.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신경 안 써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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