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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261화 (261/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61화

귀가 따가울 정도의 함성이 퍼졌고, 중계진들도 난리법석이었다.

“올해! 올해 아체대 첫 텐이 여기서 나옵니다! 라이트오오오온!”

“성해온이 해냅니다! 성해온이 해냈어요! 첫발 텐을 쏴놓고 흥분한 기색조차 없어요! 차분하게 다음 화살을 집어 듭니다!”

* * *

바람이라는 커다란 변수가 추가된 상황에서, 실내와 같은 기량을 보일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성좌님, 느리시네요?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잠깐만 기다리라고 외칩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바람의 방향을 파악합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북쪽으로 부는 바람이라고 전합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15초 뒤에 바람이 잔잔해질 거라 확언합니다.]

애초에 기본적인 감각은 꽤 쓸 만한 편이었다.

후달리는 건 힘이었으나, 그걸 최대치로 보충해 주는 특성까지 더해졌다.

그리고 종잡을 수 없는 바람은 성좌님께서 친히 알려주고 계시니.

이번에 잘해주시면, 다음번에 포인트 넘겨 드릴게.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약속이라고 합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다른 성좌를 견제합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바람의 방향을 알려주는 역할은 본신의 것이라 엄포를 놓습니다!]

자발적인 호구, 아니, 도움까지.

포인트가 좋긴 하군.

나는 히죽 웃으며 두 번째 시위를 당겼다.

* * *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스위치 팬석에선 환호 소리와 숨넘어가는 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이 소식은 실시간으로 전해졌고, SNS가 발칵 뒤집히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 돌았나 성떤남자 연속 텐

- 양궁 천재 아녀? 양궁 천재 아녀? 양궁 천재 아녀?

- 아까까지 잔디밭에서 세상 다 산 얼굴로 늘어져 있던 성해온이 맞냐? 진짜 웅장해진다

곽덕배는 스스로의 입을 틀어막은 채, 눈을 부릅떴다.

“어떡해!”

“손 내려봐.”

“지금 함박미소 짓고 있어서 안 돼…….”

고개를 저은 곽덕배가 말을 이었다.

“경기도 경긴데, 러쉬 팬덤 분위기 끝장난 게 너무 재밌다…….”

“내 말이.”

한번 자존심이 상한 러쉬 팬덤은 양궁이 시작하기 전부터 스위치들을 살살 긁었다.

- 작년처럼 러쉬깅들이랑 블보 선배님 만나겠다 ㄷㄱㄷㄱ

- 벌써 결승 기대된다 러쉬 블보 작년에 붙었을 때도 긴장감 미쳤었는데

그래.

대놓고 무시를 한 것이다.

라이트온이 블랙보이즈와 예선에서 겨룬다는 걸 알면서 말이다.

“러쉬 팬덤 망신살 무슨 일인데.”

곽덕배는 웃음을 참기 위해 무릎을 퍽퍽 쳤다.

* * *

“음.”

역시 이전 아체대와는 영 딴판이군.

[아~ 블랙보이즈도 어려워합니다. 8점에 이어 6점을 기록합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잘하는 거예요.]

아체대 고인물인 이 블랙보이즈마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으니.

이 말을 다르게 하자면, 우리 쪽의 멤버들 역시 크게 당황했다는 뜻이다.

실내 연습장에선 텐을 밥 먹듯이 쏘던 녀석들이었음에도, 바람의 방해를 받은 화살이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뒤처진다고 하진 않았다.

[신유하 선수, 블랙보이즈에게 뒤지지 않습니다! 7점을 쏘며 마무리 짓습니다!]

조금 시무룩한 얼굴로 자리에 돌아온 신유하가 차윤재를 붙잡고 본인이 느낀 꿀팁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윤재야, 진짜…… 많이 달라. 조금이라도 바람이 멈췄다, 싶을 때 쏘는 게 좋은 것 같아……!”

“예! 형님, 알아들었습니다. 조언 감사드립니다!”

“응!”

“화이팅.”

내가 주먹을 흔들며 짧게 외치자, 차윤재가 히히 웃으며 등을 돌렸다.

그리고.

[차윤재 선수! 첫발부터 9점을 쏩니다! 지금 자기가 쏘고 자기가 놀랐어요!]

[저어어기, 뒤편을 봐주십시오! 최승하 선수는 거의 감격한 부모의 얼굴입니다. 누가 보면 자기가 낳은 줄 알겠어요! 옆에 있는 한수현 선수를 붙잡고 빙글빙글 돕니다!]

뒤이어 블랙보이즈의 멤버는 비슷한 점수인 8점을 기록했다.

아직 얼떨떨한 얼굴의 차윤재는 입술을 꾹 말더니 두 번째 화살을 노킹했다.

덩달아 긴장한 신유하가 잔뜩 굳었고, 나는 손으로 입가를 가린 채 비열하게 웃었다.

점수 합산식으로 승패가 정해지는 만큼, 경기 조건이 바뀐 게 나한테는 이득이었다.

물론 이 녀석들의 기록 역시 흔들리지만, 그건 다른 선수들도 다를 바 없으니까.

게다가 신유하와 차윤재는 연습 때부터 두각을 보였던 만큼, 점차 감을 잡으며 주어진 몫을 훌륭히 해내고 있었다.

종합하자면.

긴장한 게 무색하게도, 우리의 완승이 예상된다는 거지.

이후론 파죽지세였다.

내가 처음부터 벌려놓은 점수 차를 뒤엎진 못한 블랙보이즈는 패했고, 준결승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겼, 이겼습니다!”

“이겼어……!”

준결승 경기가 끝나기 무섭게, 차윤재와 신유하의 얼굴이 환해졌다.

“형님! 수고하셨습니다! 오늘따라 저어엉말 대단하십니다!”

준결승에선 일부러 8점에서 10점을 오갔다.

물론 승리가 거의 확정된 상태였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계속 텐을 쏘는 것도 좋겠지만…….

피날레는, 결승에서 터뜨려 줘야 하지 않겠는가.

* * *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예의 바른 낯짝을 걸친 나는 생글 웃으며 깍듯하게 허리를 훅 접었다.

마이크가 없으니 주변엔 대화가 들리지 않겠지만, 취하는 모션은 여기저기서 보이지 않겠는가.

지금 이 구도에서 내가 취해야 할 스탠스는 정해져 있었다.

나를 마주한 러쉬 멤버들이 금세 방긋대며 허리를 마주 숙여왔다.

그래.

이 자식들도 릴레이 계주가 끝나기 무섭게 등을 돌린 건으로 욕을 처먹고 있다는 걸 알고 있겠지.

여기서 표정 관리 잘못했다가는 욕을 바가지로 처먹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라이트온은 자신 있나봐요. 긴장도 안하시고.”

“안 그런 척하는 거지, 사실 지금도 많이 떨려요.”

나는 미소를 지우지 않은 낯짝으로 곧장 답했다.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저희도요.”

살갑게 접혀 있는 러쉬 멤버들의 눈깔에서 뿜어져 나오는 스파크가 볼만했다.

우리한텐 죽어도 지기 싫겠지.

하지만 이거 어쩌나.

지게 될 텐데.

* * *

[여기는 아체대! 드디어 왔습니다. 양궁 결승이 왔어요!]

[작년 금메달리스트 러쉬와, 떠오르는 별! 라이트온이 만났습니다.]

중계진들이 멘트를 치고 있을 무렵, 첫 타자로 나설 신유하가 나를 빤히 응시하더니 속삭였다.

“형은, 금메달이 따고 싶으신 거죠?”

내가 메달메달 노래를 불렀던 걸 기억한 모양이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여기서 러쉬에게 진대도, 우린 은메달 확정이다.

하지만 미션은 실패다.

현재 메달 점수는 600점.

777점을 넘기기 위해선, 무조건 금메달을 쟁취해 내야했다.

“부담스러워?”

내 물음에, 신유하가 고개를 도리 저었다.

그리곤 입꼬리를 옅게 끌어 올렸다.

“저, 응원해 주세요!”

“당연한 소리를.”

내가 피식 웃자, 키득 웃은 신유하가 활을 쥐고 일어섰다.

[결승의 첫 시위를 당길 선수는, 라이트온의 신유하 선수입니다!]

조용히 화살을 노킹한 신유하가 천천히 드로잉했다.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뜬 녀석이 팽팽하게 당기던 현에서 손을 뗀 순간.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함성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중계석이 시끌벅적해졌다.

[테, 텐, 텐입니까? 9점과 10점 사이에 걸쳤습니다!]

[판정 결과 아쉽게도 9점입니다!]

[놀랍습니다! 지금 황금 스팟을 쏘는 선수, 많이 없거든요!]

[신유하 선수 자체도 예선과 준결승에서 황금스팟을 쏜 적이 없는데, 결승에서 실력을 발휘합니다아아!]

나는 뒤이어 슈팅을 준비하는 희찬을 살폈다.

부담감이 엄청난 모양인지, 손끝이 옅게 떨리고 있었다.

평정을 잃어버린 화살은 4점에 꽂혔다.

뒤늦게 멘탈을 되찾은 모양인지, 다시금 안정적인 점수를 쏘기 시작했으나…… 한번의 실수란 것은 무척이나 컸다.

그에 반해 신유하는 계속해서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두고 볼 것도 없는 승리였다.

두 선수가 주어진 세 발을 모두 슈팅한 순간, 희찬이 신유하에게 손을 내밀었다.

“좋은 경기였어. 처음에 네 실력보고 놀라서 떨어버렸네.”

“형도, 수고하셨어요!”

웃으며 대답한 신유하에, 희찬이 말을 삼키며 손가락을 들었다.

“저기.”

희찬의 손끝엔 팔을 잔뜩 휘적이고 있는 차윤재가 들어왔다.

“형니이이이임!”

차윤재가 눈을 반짝였다.

“멋있으셨습니다!”

“하지만 예선에서, 5점도 쐈는데……?”

“원래 과거는 중요치 않은 법입니다!”

“흐핫.”

웃음보가 터진 신유하가 입을 가리며 쿡쿡댔다.

“윤재도, 파이팅이야……!”

“마지막이니 열심히 해보겠습니다아!”

하지만 경기는 조금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케이가 엄청난 컨디션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결승은 다릅니다! 결승은 달라요!]

[온갖 0점이 난무했던 예선과는 다르게 다르게, 수준 높은 플레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케이 선수가 연속으로 9점을 쏩니다! 하지만 차윤재 선수도 만만치 않아요. 추격합니다!]

차윤재 역시 8점, 9점, 7점으로 기복 없는 성적을 냈지만, 케이와 비교했을 때 2점 모자른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고작해야 2점일 뿐이었다.

나는 조금 시무룩해져 있는 차윤재의 머리를 흩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했다.”

“……!”

내 턴에서 끝낼 것이다.

물론 우승으로.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결승답게 자리에 서자마자 이곳저곳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예상대로 러쉬에선 다온이 출전했다.

견제를 하는 모양인지, 계속 간을 보더라고.

내가 세 번째 순서인 걸 알고 나서야 힐끔대던 시선을 거뒀으니 뻔하다.

[러쉬 에이스와 라이트온 에이스의 만남입니다!]

알기로 작년 다온은 연속으로 텐을 맞혔다고.

하지만 올해는 전혀.

[다온 선수, 잘하는 선수거든요. 하지만 바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지, 현재 최고 점수가 9점입니다.]

[본인도 답답할 거예요. 텐을 쏘고 싶을 겁니다.]

중계가 시끌벅적하게 울려 퍼졌고, 심호흡한 다온이 드로잉했다.

[9점! 첫발부터 9점! 케이 선수에 이어서 아주 좋습니다. 역시 에이스는 어디 가지 않습니다! 바람이 불건 말건 러쉬에겐 문제가 없습니다! 양궁 금메달답습니다!]

“나이스!”

다온이 짧게 외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곁눈질로 나를 힐끔대며, 카메라에 담기지 않을 만큼 한쪽 입꼬리를 살풋 올려댔다.

음.

안그래도 긴 내 뒤끝을 더더욱 자극하는군.

참고로 이 자식은 내가 본 과거에서 태오 다음으로 신유하에게 열등감을 보이던 놈이다.

우스운 건, 이 새끼가 데뷔 후엔 바른 이미지로 먹히고 있다는 것이다.

청렴결백, 바름, 이딴 이미지로 말이다.

나는 새어 나오려는 비웃음을 참으며, 시위를 당겼다.

이전보다 더 심혈을 기울여서.

끼리릭!

풀드로우(Full draw).

한계까지 당겨진 현이 내 입술을 지긋이 눌렀다.

힘과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 자세가 흠잡을 데 없이 맞춰졌고, 나는 호흡조차 멈춘 채 때를 기다렸다.

준결승에서 텐을 맞추지 않은 이유는 이거였다.

마지막에 비교도 안 될 만큼의 임팩트를 주고 싶었거든.

러쉬는 언급도 못될 정도로.

화살은 이내 완벽한 포물선을 그리며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슈우우우우-

콰삭!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타격음에, 중계진들의 입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가장 완벽한 10점.

엑스텐.

다른 말로는, 퍼펙트 골드.

……카메라가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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