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262화 (262/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62화

[……! 성, 성해온 선수 엑스텐입니다! 올해 아체대에서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엑스텐입니다!]

[소형 카메라가 완전히 박살 났습니다! 성해온 선수의 슈팅, 다시 한번 보시겠습니다!]

아체대에서 가장 화제되는 장면을 꼽으라면,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할 것이다.

카메라 렌즈가 깨지는 장면이라고!

게다가 모든 선수들이 높아진 난이도에 고전하고 있던 타이밍이었다.

한술 더 떠 예선도 준결승도 아닌 결승에서 이런 명장면이 나와 버렸으니…… ‘미쳤다’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의 편집이 이어졌다.

중계진의 환호 섞인 목소리와 함께, 전국에 송출되고 있는 TV 화면이 되감기됐다.

성해온이 결승의 첫 시위를 당기는 장면으로.

“와…….”

별생각 없이 아체대를 보고 있던 여자가 감탄했다.

“진짜 잘생겼네.”

별 관심 없는 그룹이었지만, 왜 얼굴로 유명한지 알 것 같았다.

거실 소파에 누운 여자는 포크에 찍은 사과를 아삭 씹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여자가 리모컨을 자신의 품으로 숨겼다.

“아 싫어! 나 이거 볼 거라고!”

“이 재미도 없는 걸 왜 봐? 아빠 뉴스나 보게 이리 줘.”

“내가 먼저 채널 틀었다고!”

“누구 딸인지 성질머리가…… 그나저나 저 얼굴 저거.”

남자가 모니터 속 성해온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저번 달에 교통사고 났다던?”

“엥 웬일이래? 아빠가 그걸 어떻게 알아?”

“느그 아빠가 까막눈인 줄 알어? 신세대여.”

혀를 끌끌 찬 남자가 소파에 등을 기대며 말을 이었다.

“거의 죽을 것처럼 떠들어대더니 저렇게 멀쩡한 거 보면 다 헛소문이었나 보네. 쯔쯔.”

“내 말이. 저렇게 멀쩡한데, 얼마나 억울했을까? 그때 난리도 아니었는데.”

스마트폰을 살핀 여자의 눈이 커진 것도 그 무렵이었다.

“와~ 난리 났네.”

실시간 트렌드가 라이트온으로 물들어 있었기 때문에.

* * *

“한나리 선수, 아니, 한나리 해설위원!”

흥분해 호칭까지 실수한 중계진들이 말을 이었다.

“방금 성해온 선수의 엑스텐, 엑스텐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중계진들의 재촉에, 한나리는 눈을 부릅떴다.

……어떻게 생각하긴, 뭘 어떻게 생각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

양궁은 계속해서 바뀌는 바람과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바람을 이용할 줄 알아야 진정한 궁사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게 말이야 쉽지.

프로 선수들도 감을 잡기 어려워 해, 매일같이 훈련을 반복하는 것이다.

아무리 아체대의 과녁이 국제대회보다 가깝다고는 하지만…… 그걸 감안한대도 믿기지 않는 실력이다.

한나리는 눈을 굴려 성해온을 응시했다.

대체…….

‘잘한다’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그래.

정확히 말하자면 이건.

일반인 수준을 벗어난 거지.

한나리는 헛웃음을 삼키며 마이크에 가까이 다가갔다.

* * *

[저는 양궁계가 연예계에 인재를 빼앗겼다고 생각합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한나리의 중계와 동시에, 거대한 전광판에 성해온의 얼굴이 가득 찼다.

현장의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쏠린 것이다.

“어떡해, 어떡해!”

곽덕배가 당장 쓰러질 것 같은 기세로 앉은 자리에서 이마를 짚었다.

“이 갓기천재블루베리고양이의 천재 양궁을 내가 공짜로 봐도 되는 거야? 진짜 기절할 것 같다…….”

평소였다면 질색했을 근돌도 시선을 온통 빼앗긴 채였다.

“야…… 진짜 멋있긴 하다. 벌써 난리났네.”

아체대는 녹화 방송이지만 마지막에 배정된 양궁 결승은 실시간 편집 과정을 거친 뒤, 약간의 텀을 두고 곧장 송출되고 있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 묻는다면, 성해온의 천년돌 움짤이 벌써 생성되어 퍼지고 있었다는 뜻이다.

- 성떤남자 : 멋있을게

무릎 : 꿇을게

박수 : 칠게

- 진짜 홀리하다;;

- 천년돌 수준이 아니라 백만년돌의 움짤이다

- 힘숨찐 만화 볼 필요가 있냐 이 남자가 바로 힘숨찐인데

게다가 프로그램 측에서 편집을 워낙 잘해준 덕에, 라이트온을 잘 모르는 이들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 아체대 보는데 e스포츠도 그렇고 수영이랑 계주, 양궁까지 라이트온 이름 많이 보이네

- 성해온 쟤 누군데 내 심장을 뛰게 하는 거임

* * *

“흠.”

첫 번째 발 엑스텐.

두 번째 발 텐.

첫 번째 화살이 카메라를 깬 건, 운이 좋았던 건가.

이왕 끌 어그로는 제대로 끄는 게 좋으니, 두 번째에서도 엑스텐을 노렸으나 쉽지 않았다.

점수는 같다지만…… 그냥 텐과 엑스텐은 파급력 자체가 다른 게 사실이니 아쉽긴 하군.

나는 다온의 순서를 기다리며, 동그란 과녁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바람의 방향을 조언하는 것도 쉬운 게 아니라고 답합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인계의 직접적인 간섭은 불가능하다며 시선을 피합니다!]

“……?”

누가 뭐랬는가.

설마 과녁 좀 바라본 게, 뭘 해달라는 신호로 보인 건가.

내가 양심이 있지, 더한 걸 바라진 않는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경악으로 벌어진 입을 애써 다뭅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자네는 양심이 없는 게 매력이라고 첨언합니다.]

나는 흐릿한 낯짝으로 메시지를 무시했다.

어차피 금메달은 거의 확정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내 화살이 과녁을 아예 빗나가 0점을 맞추지 않는 이상 말이다.

그 순간.

다온의 화살이 바람을 가르며 과녁에 꽂혔다.

[아! 다온 선수, 마지막 발이 8점에 들어갑니다. 좋은 점수지만, 아쉬움이 큰 점수예요. 상대가 상대니까요!]

악의는 없었겠지만 다온의 자존심을 살살 긁은 게 분명한 중계진의 멘트에, 화살을 쥔 다온의 손이 작게 떨리는 게 보였다.

내가 그것을 힐끔 바라보고 있을 무렵, 다온이 고개를 살짝 틀어 나를 사납게 부라렸다.

그리고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어라.

첫발 때도 그랬지만, 설마 나…….

누가 열받게 하면 잘하는 타입?

저 재수 없는 낯짝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갑자기 정가운데에 박힌 저 카메라를 깰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제 성해온 선수의 턴입니다! 마지막 발이에요. 연속 텐의 신화를 보여주고 있는 성해온!]

[마지막을 어떻게 장식할지 모르겠습니다. 아 이런!]

중계진의 목소리에 우려가 가득차기 시작했다.

[말씀드리는 순간, 바람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마냥 기다릴 수가 없어요. 제한 시간이 있거든요.]

[러쉬와 라이트온 측 선수들 역시 긴장한 얼굴로 성해온 선수를 주목합니다!]

[지금 두 그룹의 점수 차가 꽤 납니다. 하지만 성해온 선수가 여기서 실점한다면, 러쉬도 가능성이 있거든요.]

가능성이라니. 그런 여지를 남겨줄 생각은 없다.

말했지 않은가.

이 경기는 내 턴에서 끝낼 거라고.

나는 히죽 올라가려는 입매를 다듬으며 시위를 당겼다.

그리고.

콰삭-!

데자뷔처럼.

카메라가 깨졌다.

* * *

[축하합니다! 미션 클리어!]

[성공 보상이 지급됩니다!]

익숙한 팡파르가 터지며 보상이 정산됐다.

5,000G가량일 것이라 추측하고 있는, 100% 확률의 스탯 업 쿠폰.

“음.”

어디에 쓸지 고민 좀 해볼까.

일단 킵이다.

그리고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

나는 칙칙한 낯짝으로 손을 파닥거렸다.

대충 숨쉬기 힘들다는 뜻이었다.

무슨 물 만난 물고기도 아니고, 금메달이 확정되기 무섭게 튀어나와서 서로 부둥켜안더라.

가운데에 낀 나는 무슨 죄란 말인가.

멤버들은 대기실에서까지 조잘댐을 멈추지 않았다.

“해온 형, 정말이지 눈을 뗄 수가 없는 경기였습니다. 정말이요.”

“너무 멋진 거 아니에요? 반할 뻔 했을지도?”

“진짜, 제일 멋졌어요……!”

“맞아, 해온아. 나는 네가 그렇게 잘하는 줄 몰랐어.”

“저는 제 눈으로 보고도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형님, 저희와 연습할 때도 잘하시긴 했지만, 오늘은 뭔가 달랐습니다!”

흥분한 차윤재가 말을 이었다.

“분명 연습 땐 활 시위를 몇 번 당기시곤, ‘죽을 것 같다’라고 중얼거리시며 10분은 누워 계셨는데!”

“형은, 실전에 강한, 타입인가 봐……!”

“…….”

내가 칙칙한 낯짝으로 시선을 피하고 있을 때, 다가온 최승하가 웃었다.

“덕분에 우리까지 기 살았잖아요. 형 경기하는데 당장 튀어나가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니까!”

최승하가 내 입꼬리를 쿡쿡 찔렀다.

“형이 완전 주인공이었는데, 안 기뻐요? 웃지도 않구.”

미안하지만, 지금 굉장히 기쁜 상태다.

필사적인 낯짝 관리를 하고 있을 뿐.

양궁을 우리가 홀라당 가져가는 데에 성공했다.

심지어 압도적으로.

아마 러쉬는 다른 종목을 다 놓쳐도, 양궁만은 자신들의 종목으로 만들 심산이었을 거다.

양궁 연습장에 출석체크를 밥 먹듯이 했다니, 충분히 추측할 수 있는 일이지.

하지만 그 계획이 산산조각 났으니, 그쪽 대기실 분위기는 아마 초상집일 테다.

* * *

완전히 다른 의미지만, 라이트온 팬덤도 반쯤 죽어 있었다.

과한 카타르시스 분비로 말이다.

- 늙고 뚱뚱한 남자가 당신을 가방에 넣어도 너무 놀라지 마십시오. 내가 크리스마스에 선물로 당신을 원한다 말했기 때문입니다.

- 아직도 벅차오름이 가시질 않음 이 천재 그룹 때문에

내려도 내려도 끝이 없을 만큼 트윗이 갱신됐고, 아체대의 파급력 상 커뮤니티는 이미 관련 글로 도배되어 있었다.

[올해 아체대 부순 신흥강자]

[난리 난 점심 조공 아이돌 모음]

[라이트온 e스포츠 짤 모음 (Feat. 가족의 복수를 하는 아기토끼와 사슴)]

[올해부터 아체대 베스트 종목은 수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들어와]

[단거리 계주 금메달 딴 여우 강아지 움짤 모음]

[전직 양궁 국대가 말한 연예계에 뺏긴 인재 아이돌]

메달의 개수로 따지자면 블랙보이즈가 우세했지만, 이들은 원래 매해 MVP를 휩쓸던 이들이다.

그러니 화제는 라이트온에게 쏠릴 수밖에 없던 것이다.

순식간에 라이트온이라는 이름이 퍼지기 시작했다.

* * *

그리고 다음 날.

우리는 회사의 호출을 받았다.

“크흠, 크흐흠.”

헛기침한 명훈이가 말을 이었다.

“내가 너흴 부른 이유는 말이다!”

명훈이가 소파 테이블 위에 종이뭉치를 내려놨다.

[한양연가]

“앗! 이건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가 아닙니까?”

나도 채널을 넘기다가 본 적이 있다.

SBC의 드라마로, 1분기 최고 시청률을 찍고 있다던 화제의 드라마.

“그래! 그래!”

알아주니 기쁜 듯, 명훈이가 바로 받아쳤다.

말의 요지는 그것이었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사극 드라마.

그 드라마에 두 명 정도를 카메오로 꽂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요즘 라이트온의 화제성이 쓸 만하니, 드라마 측에서도 흔쾌히 받아들인 모양이다.

나는 아이돌이 활동 도중 배우 루트를 타는 것에 대해 그렇게 긍정적이진 않다.

호불호가 갈리게 마련이고, 러브라인이라도 있는 드라마에 섭외되는 순간 멸망이니까.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한 상황에서의 연기는 득 없는 실일 뿐이다.

하지만.

이미 시청률이 보장된 드라마에 카메오 정도로 출연하는 건 나쁘지 않지.

컴백 전 화제성 용도로 좋지 않겠는가.

……그건 그렇고.

휙! 휙! 휙! 휙! 휙!

“……?”

너희들.

왜 날 쳐다보는 건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