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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267화 (267/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67화

그로부터 나흘 뒤.

나는 차윤재에게 말을 붙였다.

“저번에 그건 구했고?”

“아!”

침대에 엎드려 있던 차윤재가 벌떡 일어나 고개를 끄덕였다.

“안그래도 몇 개 추려보고 있었습니다! 음, 숙소와 완전히 가까운 곳은 예산을 살짝 넘어서서 조금 거리가 있는 곳으로요!”

나는 천연덕스러운 낯짝으로 차윤재의 침대에 걸터앉았다.

“같이 봐줄까.”

“오오! 저야 그럼 감사합니다!”

나는 들뜬 차윤재의 스마트폰을 내려다봤다.

이것저것 알아본 것도 많군.

나는 그런 녀석에게 슬쩍 운을 뗐다.

“마침 아는 분이 집을 내놓으셨다는데, 네 생각이 나서. 시간 괜찮으면 같이 보러 가자고.”

“허어! 형님의 아는 분이 말씀입니까?”

고민도 잠시, 차윤재가 고개를 주억였다.

“좋습니다! 저도 나간 김에 방을 몇 개 봐야겠습니다! 봐놓은 곳이 있는데, 가까운 곳이라 먼저 가봐도 되겠습니까?”

* * *

“총각들은 왜 이렇게 얼굴을 꽁꽁 싸맸대?”

차윤재의 연락을 받고 나온 중개인이 호기심 넘치는 얼굴로 우리 둘을 번갈아 살폈다.

“그, 그냥 요즘 유행입니다!”

이봐.

변명이 그게 뭐냐.

“하긴!”

……이게 통한다고?

“요즘 젊은이들은 마스크랑 모자 잔뜩 눌러쓰고 다니더라고. 눈이 안 보여, 눈이.”

고개를 절레 저으며 말을 이은 중개인이 도어락을 열었다.

띠리릭!

“여기가! 보증금도 저렴한데, 방도 좋그든.”

중개인이 영업을 하기 시작했고, 차윤재는 뽈뽈 돌아다니며 수압을 비롯한 것들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사기당하지 않는 방법’, ‘좋은 집 구하는 방법’ 등을 계속 찾아보더니 나름 꼼꼼하군.

나는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외부는 그렇다 치고, 내부까지 오래되어 이것저것 손봐야 할 게 많아 보였다.

“으으음.”

차윤재도 비슷한 감상을 느끼고 있는 모양인지, 중개인에게 고개를 꾸벅였다.

“조금만 더 고민해 보겠습니다!”

“총각! 이 집 그사이에 나갈 수도 있어. 서울 땅 내에서 외곽 아니고서야, 월세로 이만한 집 없다~?”

“어엇……!”

중개인의 화려한 언변에, 차윤재가 실시간으로 말려들고 있었다.

“안 그래도 총각들 오기 전에, 이 집 보러 오겠다고 한 사람이 두 팀이나 있어.”

“……! 정말입니까?”

“그럼! 내가 총각들이 예쁘기도 하고, 연락도 먼저 했으니까 그 친구들은 잠깐 기다리라고 했지.”

“……!”

“내가 이 바닥에서 얼마나 굴렀겠어! 이런 매물, 이거 흔치 않다니까.”

이쯤 되니 차윤재의 동공이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 * *

“형니이이임! 그만 놀리십시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차윤재가 나를 지나쳐 걸어갔다.

“저는 그 말이 정말인 줄 알았단 말입니다!”

“나 아니었으면 거기서 계약서 도장까지 찍었을 기세던데.”

“그, 그만 놀리십시오!”

볼을 잔뜩 부풀린 차윤재가 발을 쿵쿵거리며 걸었다.

“바닥 무너지겠다.”

“아, 아스팔트 바닥이 왜 무너진답니까!”

나는 귀까지 벌게진 차윤재를 붙잡았다.

“어딜 가? 그 방향 아냐.”

그리고 저 멀리서 다가오는 한 택시를 가리켰다.

“저거 타고 움직이자.”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벌써부터 기대를 감추지 못합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아직까지도 당신의 마음씨를 믿을 수 없다고 감격하며 100골드를 후원합니다!]

택시는 금세 목적지인 아파트에 도착했고, 차윤재의 동그란 뒤통수가 사방으로 훽훽 돌아가기 시작했다.

“형님, 저를 생각해 주신 마음을 알고 있으니 이런 말씀을 드리기가 죄송하지만…….”

차윤재가 내 귓가에 속닥였다.

“여긴 아마 제 예산을 훌쩍 뛰어넘을 겁니다.”

아마도 내가 시세를 잘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녀석이 내 옷을 죽죽 끌어당겼다.

“계약하지도 않을 거면서, 둘러보는 건 민폐에 속합니다! 형니이이임, 듣고 계십니까?”

“안 듣고 있는데.”

뒷목을 부여잡는 차윤재를 뒤로한 나는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띵!

경쾌한 소리와 함께 층에 도착한 나는 곧바로 비밀번호를 연타했다.

띠리릭, 소리와 열린 문과 함께 깔끔한 실내가 드러났다.

뒤이어 들어온 차윤재의 눈이 커졌다.

“와아아! 집이 참 좋습니다! 평수도 적당하고요! 오오, 창도 두껍습니다! 외풍이 잘 들지 않겠는데요!”

“맘에 들어?”

“들고 말고가 어딨답니까?”

어느새 다가온 차윤재가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나가자는 어필이었다.

지독하게 현실적이군.

“그래도 둘러보니 좋았습니다! 이 집은 나중에 제가 돈을 더 많이 벌면 와보는 것으로…….”

말을 이어가던 차윤재가 멈칫했다.

“그런데 이 집 주인분은 누구시기에 부동산에서도 안 나오신답니까?”

차윤재의 고개가 서서히 기울어졌다.

“혹시 중개를 맡기지 않은 매물일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지인이니까.”

“하지만 얼마나 친하신 분이시기에 도어락 비밀번호까지 공유를…….”

의문이 잔뜩 뒤섞인 얼굴로 중얼거리던 차윤재의 시선이 바닥에서 천천히 끌어올려졌다.

퍼즐이 슬슬 맞춰지고 있는 모양이군.

“그으, 이 집 주인분의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아는 사람.”

“성함이 ‘아는 사람’은 아닐 것 아닙니까!”

……스으윽.

내가 양심 없는 낯짝으로 시선을 저 멀리 던지자, 차윤재가 다가와 내 양쪽 어깨를 붙들었다.

그래.

솔직히 불자면 내가 급하게 매입했다.

고민을 안 한 건 아니었지만, 현재 형편을 생각하면 무리한 것도 아니었다.

크지 않은 규모의 아파트기도 하고.

부동산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니니, 투자 개념으로 봤을 때도 괜찮았다.

게다가.

이런 것들을 제외하고도 이건 나에게 남는 장사다.

이걸로 차윤재의 그림자가 조금이라도 옅어지면, 그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거든.

나한테 떨어질 콩고물이 얼마나 많겠는가.

나는 히죽 올라간 입꼬리를 숨겼다.

한수현과 신유하의 그림자를 해결하며 얻은 특성이 지금 내 골드 곳간을 얼마나 두둑하게 채워주고 있는데?

어?

벌써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른 기분이군.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또 속았다며 한탄합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눈물을 흘립니다!]

펄럭! 펄럭! 펄럭! 펄럭!

“집 주인분의 성함, 말씀해 주십시오……!”

“…….”

펄럭! 펄럭! 펄럭! 펄럭!

“말해주실 때까지 놓지 않을 겁니다!”

“성해온.”

안 그래도 울렁여 죽겠는데 계속해서 흔들어젖히겠다는 선언에, 대답이 빛과 같은 속도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차윤재의 입이 쩌억 벌어지기 시작했다.

“예, 예, 예에에에에에에?!”

“귀 따갑다.”

“지금 귀 따가운 게 문제입니까?!”

“직업상 중요하지.”

“그렇긴…… 하, 하, 하마터면 설득당할 뻔했지 않습니까!”

안 그래도 커다란 눈망울을 더 치켜뜬 차윤재가 말을 이었다.

“형님, 설명이 필요하겠습니다.”

“뭐, 설명할 게 있나. 나는 임대인이고.”

나는 뻔뻔한 낯짝으로 차윤재를 가리켰다.

“그쪽은 임차인인거지.”

“마, 마, 말문이 턱 막힙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자신도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차윤재는 멤버들 중 유일하게 내가 부모의 흔적조차 존재하지 않는 천애고아인 걸 알고 있다.

그런 차윤재의 얼굴이 삽시간에 진지해졌다.

“뭔가 사연이 있을 거라곤 생각했지만…….”

“……?”

“저는 입이 무겁습니다!”

녀석이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러니, 언제든 말씀해 주셔도 됩니다!”

“뭘?”

눈을 질끈 감은 차윤재가 음소거 모드로 속삭였다.

“출생의 비밀 말입니다! 드라마에서 종종 보았습니다! 재, 재벌가라든가! 아니면…….”

이봐.

그거 막장 드라마 중독이다.

하지만.

부모의 유산을 받았을 리도 없는 천애고아가 이만한 재산을 가지고 있을 거라 믿긴 어려우니까, 알아서 오해하게 냅둘까.

나는 대충 말을 얼버무렸다.

“됐고.”

“……?”

나는 눈을 사르르 접어 내렸다.

“총각, 계약할 건가?”

“……!”

머릿속에서 펼쳐진 막장 드라마에, 잠시 본론을 잊고 있던 게 확실한 차윤재가 펄쩍 뛰었다.

“말도 안 됩니다! 그러지 마시고, 제값을 받을 수 있는 분께 임대를 놓으십시오!”

“내가 얼마에 팔 줄 알고 듣지도 않고 이래? 나도 헐값에 내놓을 생각은 없다고.”

나는 손가락 몇 개를 펴냈다.

차윤재가 알아보고 있던 월세 가격의 절반 정도되는 가격이었다.

어쩐지 얼굴이 심각해진 차윤재가 나를 거실 바닥에 앉힌 것도 그쯤이었다.

“잠깐만 여기 앉아보십시오.”

갑작스럽게 인생 조언이 시작된 것이다.

“아무리 절친한 사이여도, 금전이 관계된 거래는 이성적으로 하셔야 합니다. 설령 가족 같은 사이라도 요!”

왜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는데?

차윤재가 약간 머쓱한 얼굴로 볼을 긁적였다.

“그 마음은 감사합니다만, 형님이 저로 인해 손해를 보는 건 싫습니다.”

“손해 아닌데.”

“……?”

나는 진지하게 헛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 집을 구매한 이유는 너 때문이 아니야. 재테크를 위해서지.”

“재, 재테크 말씀이십니까?”

“그래, 나는 내 미래를 위해 부동산 공부를 꾸준히 해왔거든.”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반나절만에 결정한 매입이었으면서 정말 자연스럽다며 흐뭇하게 바라봅니다.]

[성좌, ‘희곡의 설계자’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예에에? 전 형님이 부동산 공부를 하는 걸 본 적이 없, 브븝, 븝!”

“뭣보다 나는 이 집에 세를 놓을 생각이 없어.”

“푸하!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나는 헛소리를 이어갔다.

“등기부등본만 떼도 소유주가 훤히 보이는 판국에, 맘 편히 월세를 놓을 수 있을 리가 없지.”

“드, 등기부등본이요?”

“고아에 아이돌, 조합이 자극적이지 않아? 이게 새어나가면 어떤 루머로 번질지 뻔하지.”

“그, 그런 못된 인간들이!”

“그러니까 나는.”

나는 차윤재에게 시선을 돌렸다.

“믿을 만한 사람한테 세를 놓을 거야. 굳이 대리인을 둘 만큼 번거로움을 감내하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면 다른 믿을 만한 지인분께…….”

“내가 친구가 어딨어?”

진심으로 어이없다는 낯짝을 걸치자, 차윤재가 흠칫했다.

바로 부정하기엔, 나에겐 친구가 정말 없는 탓이었다.

나는 차윤재의 팔을 툭툭 쳤다.

“총각, 나는 손해 보는 장사 안 한다고. 이거 공짜 아니라니까?”

“공짜는 아니래도, 마, 말도 안 되는 금액이지 않습니까아아아!”

* * *

“마, 말도…….”

눈 깜짝할 사이 부동산에 질질 끌려가 계약까지 반강제로 마친 차윤재가 어버버거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간신히 정신줄을 붙잡은 듯한 차윤재가 내가 입은 코트를 붙잡았다.

“형님,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몇 번을 말해? 재테크라고. 월세놓는다고 집값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나는 혀를 끌끌 차며 차윤재의 미간을 꾹 눌렀다.

“못생겨지기나 하고.”

“혀, 형니이이임!”

“그래, 차라리 그 얼굴이 낫네.”

내가 픽 웃자, 제자리에 멈춰 선 차윤재가 덩달아 웃었다.

“……이 은혜는 꼭 갚을 겁니다!”

“이미 충분한데.”

“그게 무슨……?”

나는 떠오른 차윤재의 상태창을 응시했다.

※ 망돌의 그림자 수치 : 33%(*위험 1단계)

※ 망돌의 그림자 수치 : --%(*위험 1단계)

※ 망돌의 그림자 수치 : 32%(*위험 1단계)

말했지 않는가.

더 이득을 보는 건, 나라고.

* * *

그리고 그날 밤.

성해온의 고요한 숨소리만이 존재하는 어두운 방 안.

드르륵-

작은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틈 사이로, 네 명의 멤버가 이 계획을 지켜보고 있었다.

선두에 나선 건 다름아닌 그의 룸메이트였다.

기척을 최대한 죽인 신유하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잠든 성해온에게 다가갔다.

성해온 생일 대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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