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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281화 (281/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81화

대중들은 피해를 주는 이를 싫어한다.

그리고 그 잣대는 ‘위치’를 기준으로 나뉘곤 한다.

만일 사고의 진실이 퍼지게 된다면 그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이 퍼질 게 분명했다.

예를 들면 이렇게 말이다.

- 적어도 남한테 피해는 주지 말아야지 왜 이렇게 피해를 줌?

- 많이 안 다쳤대도 짜증남;; 난 또 뭐 프로그램 사고일 줄 알았는데 성해온 수습하려다가 휘말린 거냐고 ㅋㅋㅋ

- 또 친분 있으니까 흐지부지 넘어가겠지 ㅎㅎ 재수 없어 진짜

이런 이미지는 컴백해서도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 아무렇지도 않게 활동하는 거 왜 이렇게 꼴받지

- 적어도 의현이한테 사과는 했으면 ㅋㅋ

- 별 악감정 없었는데 그날 이후로 진짜 별로네 라이트온

반대로 의현은 선한 이미지를 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티스트, 특히 밀리어스의 이미지는 VX의 주가와 직결된다.

관련 기사 한 줄에 회사의 가치는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니까.

이들의 이미지에 걸린 돈은 가히 천문학적이라는 뜻이다.

그런고로.

VX는 의현이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언론플레이를 준비했다.

하지만.

의현의 독단적인 행동으로 인해 순식간에 판도가 뒤집힌다.

- 수중촬영에서 의현이 다칠 뻔한 걸 해온이가 도와줬대요 ㅠㅠㅠ 그러다가 둘 다 조금 긁혀서 병원 온 거니까 의현이가 걱정하지 말래요 ㅠㅠㅠㅠ

위치가 열등한 쪽이 ‘피해’를 줬다면 대중들의 반응은 부정적인 쪽으로 도출된다.

하지만 반대로 ‘도움’을 줬다면?

그 결과는 당연히.

- 진짜 라이트온 다음 활동하실 때 스밍 많이 할게요 감사합니다

- 이 우정 응원할 수밖에 없음 비주얼 선후배 최고 아니냐고 ㅎ

- 판 커지면 다 그렇다지만 밀러스 판엔 진심 망조가 듦 ㅠ 왜 이렇게 나대는지 모를 일… 저흰 라이트온 좋아해요…

밀러스들은 같은 밀러스의 꼬리 자르기를 시작했고, 악감정을 내뱉던 일부 밀러스들은 자취를 감췄다.

순식간에 상황이 정리된 것이다.

* * *

“다행이네요. 사고 관련 문제가 안 커져서…….”

제작진 중 누군가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대중들은 아주 사소한 사고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 논란이 커지면 두 아티스트들에게도 문제였지만 프로그램은 더 문제였다.

제작진들이 녹초가 되어 한숨을 내쉬고 있을 무렵, 수중 촬영에 동원된 제작진 하나가 운을 뗐다.

“근데 저는 진짜 봤어요. 성해온 씨가 먼저 의식 잃고 아래로…….”

“씁, 이 사람아. 잘못 본 거겠지. 그리고 이런 문제가 얼마나 민감한데…… 당사자가 그렇다고 하면 믿어야지. 굳이 입 열어서 소란 피우지 말아.”

“……네.”

제작진이 시무룩하게 고개를 끄덕인 순간이었다.

“그…… 저는 의현 님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는데요.”

슬며시 운을 뗀 의료진이 말을 이었다.

“정말 성해온 님이 먼저 의식을 잃고 가라앉았다면, 당연히 호흡도 못 했겠죠? 그럼 이렇게 멀쩡할 리 없어요. 폐에 물이 차든 뭐든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수중에선 난리통이 벌어진 데다다가, 의현에게 카메라가 집중되어 있던 탓에 문제의 장면이 녹화되지 않았다고 한다.

볼을 긁적인 의료진이 흠, 소리를 냈다.

“성해온 님은 솔직히 말이 안 될 정도로 부상이 없어요. 의식만 못 찾으신다 뿐이지……  오히려 의현 님이 자잘하게 다친 곳이 많으시고요.”

* * *

이 사람이었구나.

아까 배 위에서…… 잠깐 봤던 사람.

“성해온 님, 방금 의식이 돌아온 거니까, 일어나려고 하지 마시고! 괜찮으면 눈 한번 깜빡여 주세요.”

대충 묶은 머리에, 이해성으로 착각했다는 게 우습지 않은가.

생김새도, 목소리도, 모든 게 다른데.

“현지 의사분보단 제가 소통하는 데 나을 것 같아서요. 지금 몸 상태는 괜찮으세요? 제가 지금부터 간단한 체크를 할 건데─”

의료진의 입이 움직였다.

아마 내게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는 거겠지.

하지만 나는 그것을 들을 수 없었다.

삐이이이이──

어지러운 이명이 귀를 가득 메웠기 때문에.

무언가 잘못되었다.

이상을 느꼈지만, 아무런 생각을 이어갈 수 없었다.

생각이 뚝뚝 끊겼다.

꼭 퓨즈가 끊긴 것처럼.

눈을 느릿하게 깜빡인 순간이었다.

[빙의체에 알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동기화가 흔들립니다.]

[정신력의 벽이 무너집니다.]

“서, 성해온 님! 그, 어디가 아프세요? 두루뭉술하게라도 괜찮으니 말씀해 보세요!”

의료진이 허둥지둥 성해온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게.

……성해온의 두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기 때문에.

게다가 조금의 소리도 내지 않는 모습은 기이하기까지 했다.

양쪽 뺨을 흥건히 적실 지경으로 눈물을 흘린 성해온이 이상 증세를 보인 것도 그 무렵이었다.

“……!”

“허, 읍, 허억.”

“숨, 숨 쉬기가 힘드세요? 잠깐만, 과, 과호흡, 과호흡인가?”

상황을 파악한 의료진이 호출 벨을 누르며 비닐 봉지를 손에 쥐었다.

전문적인 호흡 장비가 오기 전까지 임시 방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숨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쉬세요! 천천히, 천천히.”

의료진이 무어라 소리쳤지만, 제대로 들릴 리 없었다.

어쩐 일인지, 물에 있을 때보다 더더욱 숨이 막혀왔다.

더 깊은 심해에 처박힌 기분이었다.

* * *

[또 오류가 나버렸어!]

[우리의 짓이 아닌데!]

[아닌데!]

금빛의 머리칼을 가진, 인간의 손바닥만 한 크기의 시스템 관리자 둘이 억울함을 표했다.

[이제 신들이 노하실 거야!]

[불려가면 어쩌지?]

[나는 그 자리에서 울어버릴지도 몰라.]

[시말서를 쓰겠다고 하자!]

[바보야, 그게 통할 것 같아?]

시스템 관리자는 노이즈가 잔뜩 낀 화면을 보며 눈물을 찔끔 흘렸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

[모르겠어!]

[저번에도 이런 일이 있었잖아!]

[맞아! 그때 재발 방지를 위해 야근을 얼마나 했는데!]

그리고 그 순간.

둘을 둘러싼 화면이 켜짐과 동시에 에러 메시지가 가득 차기 시작했다.

[……!!]

[이, 인간한테 무슨 큰일이 났나 봐!]

한 시스템 관리자의 동공에 텍스트가 빼곡하게 차올랐다.

그것을 순식간에 읽어 내린 시스템 관리자가 경악했다.

[도, 동기화에 문제가 생겼어!]

[대체 연결이 끊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건 나도 몰라!]

둘은 발을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

[어쩌지? 어쩌지?]

[높으신 분들의 허락을 받고 인간에게 선물을 내릴까? 좋아할지도 몰라.]

[이 바보야! 지금 정신력이 무너져내렸잖아! 동기화까지 흔들리고 있는데 선물이 뭐가 중요해!]

바로 그 순간, 관리자들 중 하나가 폴짝 뛰어 올랐다.

[꺄아아, 어떡해! 어떡해! 높으신 분들의 호출이 떨어졌어!]

[나 무서워! 무서워!]

똑 닮은 두 관리자가 부둥켜안으며 동시에 소리쳤다.

[그 인간이 얼굴을 세면대에 박았을 때만큼 무서운 것 같아!]

* * *

[믿어주세요! 저희의 짓이 아니에요!]

[맞아요!]

[거짓말이면 평생 시말서를 쓰겠어요!]

최고신들에게 부름받은 시스템 관리자들이 최선을 다해 결백을 증명하자, 한 신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인계의 시간으론 얼마 되지도 않는 찰나에 저렇게 됐다라…….]

그 기세에 두 시스템 관리자는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고, 입을 연 건 붉은빛이 감도는 기다랗고 아름다운 은색 머리칼을 가진 신이었다.

[저것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그러는 겐가? 그게 바로 권력남용이라네~]

장난스러운 어조의 그가 말을 이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않는가? 귀한 시간을 내 모인 이유를 상기하시게들.]

[흠.]

방금까지 노기를 내뿜던 신이 허리를 바로 세우며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아이 자체에 문제가 생긴 거겠지. 이대로라면 버티지 못할 거야. 이미 합일(合一)이 진행된 상태니, 최악의 경우엔 영혼이 바스라질 수도 있겠지.]

다른 신들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말을 이었다.

[그 아이에게 문제가 되고 있는 건 ‘기억’이더군. 그 아이를 위해서라도 기억을 지우는 게 좋겠지.]

[예에에에?]

기겁한 건 시스템 관리자였다.

[아무리 강하시대도, 인계에 그 정도로 개입하는 건 어려워요!]

[맞아! 어려워요!]

[진짜 어려워요!]

[아마 못 하실 걸요?]

두 관리자가 시끌벅적하게 의견을 전하며 떠들던 순간이었다.

지루하게 앉아 있던 한 신이 입을 연 것이다.

[레테의 강물이 있잖아. 왜들 그리 심각해?]

[하지만 그건…… 거의 메말랐는데.]

[어차피 그 인간의 기억을 통으로 지울 것도 아니고, 찰나잖아.]

한 신이 어깨를 까딱였다.

[그 정도면 적은 양으로도 충분하지 않나?]

[훌륭한 생각이로군. 나는 찬성일세.]

붉은빛의 은발을 늘어뜨린 신이 미소 지었다.

그 아이를 위해서라면, 지금은 이 선택이 최선이겠지.

하지만 이건 그야말로 당장의 급한 불을 막기 위한 임시방편일 것이다.

그 아이는 이자들의 생각보다, 더 커다란 힘을 가졌으니까.

* * *

의현은 성해온을 내려다봤다.

상처에 응급처치를 하던 도중, 성해온이 의식을 차렸다는 소식에 달려온 의현은 그 광경을 목격했다.

과호흡으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성해온을.

그리고 그대로 의식을 잃는 성해온을.

- 갑자기 호흡을 못 하셔서…… 저, 저도 정확한 이유는 아직까지 잘…….

의료진은 심리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고 했다.

놀랄 만한 사고를 겪었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숙소로 돌아가자는 제작진들을 모두 돌려보낸 의현은 작게 중얼댔다.

“……트라우마라.”

일단, 상황이 잘 마무리되었다고 말해줘야겠지.

그런 걸 크게 신경 쓰는 것 같으니까.

그리고 또…….

자신이 벌여놓은 일에 대한 말을 맞춰야 하니, 어느 정도의 대화도 필요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성해온의 눈꺼풀이 천천히 떠오른 것이다.

“해온아.”

상체를 일으킨 성해온을 다시 눕힐 요량으로 가까이 다가간 의현은, 어떤 괴리감을 느꼈다.

그래.

괴리감을.

지금 성해온의 얼굴은 무척 평온했다.

바로 이전에 보았던, 숨도 못 쉬던 상태와는 달랐다.

“야.”

“응?”

의현은 당황을 숨기려 눈을 사르르 접어 웃었다.

“왜 그렇게 기분 나쁘게 웃어? 낯짝 치워.”

성해온이 얼굴을 쓸어내렸다.

“눈 뜨자마자 보는 게 이 낯짝이라니.”

“하하.”

입을 가려 웃은 의현은 성해온을 침대에 눕혔다.

“치울 테니까, 누울래?”

물론 반쯤 강제였다.

“X발, 내가 힘만 쎘어도…….”

순식간에 침대에 눕혀진 성해온이 안광 없는 눈을 껌뻑였고, 의현은 짧게 물었다.

“해온아, 몸은 괜찮고?”

“……? 괜찮고 말고 할 게 어딨어. 그나저나.”

성해온이 눈을 데굴 굴려 자신을 응시했다.

“내가 왜 병원에 있는 건지 설명해라.”

촬영은 어떻게 되었느냐 묻는 성해온에, 의현의 눈이 무언가를 가늠하듯 움직였다.

……성해온이 이런 상황에서 이런 장난을 칠 부류인가?

이 질문의 답은 ‘아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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