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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283화 (283/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83화

한수현은 무언가 석연치 않음을 느꼈다.

사실은, 회사로부터 사고의 연락을 받았을 때부터.

- 놀라지 말고 들으세요. 해온 씨가…….

정말이지 청천벽력같이 떨어진 소식이었다.

성해온을 졸졸 따라다니느라 시끌벅적한 멤버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빠져나온 한수현은 방문을 닫고 들어갔다.

그리고 어두운 방에서 자신의 노트북을 켰다.

하지만 별다른 정보는 찾아낼 수 없었다.

출연진이 밀리어스인 탓에 프로그램 자체의 보안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제작진과 별개로, 프로그램 측에서 고용했던 경호원의 수가 상당했던 데다가…….

프로그램의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각 목적지는 철저하게 통제된 듯했다.

한수현은 작게 중얼댔다.

“……이상한데.”

자신들에게 전해졌던 소식을 요약하자면, 성해온이 사고에 휘말렸으나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 ……네?

- 그게,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자세히 마,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 어떡, 어떡해……!

하필이면 멀고 먼 해외에서 난 사고.

자신과 멤버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한수현은 이 사실이 참을 수 없이 답답했다.

- 저희도 상황 알아보고 추가로 연락드릴 테니까 진정하시고, 너무 걱정 마세요. 크게 다치진 않았다고 하니까…….

정재진이 안심을 주려는 의도로 꺼낸 말이라는 건 알지만,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

크게 다치지 않았다고?

그러니 진정하라고?

멤버들의 머릿속엔 아직도 의식을 차리지 못하던 성해온이 선명했다.

“그리고 해온 형이…… 연락을 그렇게 안 받을 리가.”

한수현도 촬영 현장의 분위기를 잘 안다.

사고 현장에서 연락을 받을 경황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그걸 제외하고도 성해온은 꽤 오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성해온은 단톡방 등 메신저는 일상적으로 무시하지만, 전화는 웬만해선 넘기지 않는다.

혹시 스케줄 중이거나 받기 곤란한 상황이라면, 짧은 메시지라도 보내는 편이니까.

게다가 성해온이라면 현장이 아무리 복잡했어도, 멤버들에게 쓸데없는 걱정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남겨놓을 인물이었다.

“역시 이상해.”

정말 성해온은 괜찮은 게 맞나?

정말 성해온은 다치지 않은 게 맞나?

끝없는 물음을 이어가던 한수현은 노트북을 닫았다.

“직접 확인해 봐야겠어.”

* * *

한편, 성해온의 낯짝은 빠른 속도로 흐릿해지고 있었다.

“이 징글징글한 놈들아.”

“징글, 징글……!”

충격받은 얼굴의 신유하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나는 팔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달라붙은 녀석들을 우수수수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떨어져, 떨어져.”

“아앗! 걱정한 우리 생각은 안 해줘요?”

“맞습니다! 저흰 정말 잠도 못 잤단 말입니다!”

“형이, 너무 걱정돼서…….”

“맞아, 해온아. 애들이 걱정 많이 했어. 어디 아픈 덴 없고?”

소식을 듣고 걱정했을 마음은 이 잠도 못 잔 얼굴만 봐도 알겠지만, 귀찮은 건 귀찮은 거다.

“멀쩡하게 걸어다니는 거 너희 눈에도 보이잖아. 그러니까 그만 따라다니고 각자 할 일 해. 아주 양말도 벗겨줄 기세군.”

“핫핫, 그 서비스는 당연히 준비되어 있죠!”

“…….”

나는 칙칙한 낯짝으로 내 양말을 잡아당기는 최승하를 치워냈다.

동시에 방문을 열고 들어와 침대에 누우려던 순간.

“헤헤.”

최승하가 슬라이딩하듯 순식간에 들어와, 나보다 빠르게 침대를 차지했다.

“올라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하지마안~”

내 이불을 눈밑까지 끌어 올린 최승하가 눈을 반짝이며 귀여운 척을 했다.

물론 내게 먹힐 리는 없었다.

철썩! 철썩! 철썩!

“나올게요! 나오면 되잖아! 진짜 무서운 사람이야!”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최승하가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그런데요, 형.”

“뭐.”

“무슨 일 있죠?”

“아무 일도 없는데.”

“거어~ 짓말!”

정곡을 찌른 최승하가 내 옆구리를 콕콕 찌르더니, 자신의 입에 지퍼를 채우는 시늉을 했다.

마치.

무슨 이야기를 듣든, 비밀로 해주겠다는 듯이.

“나한테만 말해봐요.”

“말하긴 뭘 말해. 아무 일도 없어.”

그래.

정말 아무 일도 없다.

그저 이것저것 생각이 많을 뿐.

촬영 중에 의식을 잃은 건 나로서도 조금 충격적인 일이니까.

‘그나저나, 이걸 바로 눈치채다니.’

낯짝 관리 하나는 잘되고 있을 텐데 말이다.

최승하를 내쫓은 내가 침대에 드러누웠을 무렵이었다.

드르륵-

방문이 열린 것이다.

이내 문 앞에 선 한수현이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용건이 있다는 얼굴로.

“할 말이 있는 거냐.”

“네.”

“말해봐.”

“한 번만 벗어주시면 안 될까요.”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의 입이 벌어집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의 입이 벌어집니다.]

[성좌, ‘황금의 신’의 입이 벌어집니다.]

[성좌, ‘희곡의 설계자’의 입이 벌어집니다.]

“……?”

나는 내 청력을 의심하며 고개를 기울였다.

방금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제대로 들으신 거 맞아요.”

독심술을 하는 게 분명한 한수현이 말을 이었다.

“상처가 있으신지 확인하고 싶어서요.”

“내가 설마 아픈 걸 숨겼을까 봐?”

“따지자면 그렇죠.”

한수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가까이 다가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수중에서 사고가 났다는 건 들었지만, 자세한 경위는 듣지 못했으니까요.”

한수현의 시선이 올곧게 닿았다.

“말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나는 짧게 고민했다.

멤버들도 수중촬영 때 내가 의현을 구해줬다고 알고 있으니…… 실은 그 반대인 데다가, 내가 의식을 잃은 탓에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고 말하기도 뭐하지 않은가.

무엇보다.

이 녀석들이 진실을 안다면…… 바로 컴백에 돌입할 내 계획에도 차질이 생긴다.

‘분명 쉬어야 한다고 난리를 칠 테니까.’

둘러대자는 결론을 낸 내가 운을 떼려던 순간이었다.

쿠당탕!

웬 소란스러운 굉음과 함께 문이 열린 것이다.

동시에 네 명의 멤버들이 샌드위치처럼 차곡차곡 깔린 채 엎어졌다.

“아야!”

“으악, 형님! 제 다리가 깔렸습니다!”

“이런, 윤재야 미안.”

“뭘요! 괜찮습니-”

류인에게 대답하려던 차윤재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히이이익!”

싱긋…….

만면에 미소를 띤 내 낯짝을 마주한 차윤재가 달달 떨며 단체로 엿들은 이유를 실토하기 시작했다.

“그게! 저 녀석이 너무 비장한 얼굴로 형님의 방으로 향하기에!”

“한수현이?”

“예! 그래서, 혹시 싸우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말끝을 흐린 차윤재가 작게 덧붙엿다.

“죄송합니다…….”

“됐다.”

나는 멤버들을 훑었다.

어차피 한 번쯤은 안심을 시켜줘야 할 문제다.

이 녀석들은 그 사고 이후로 이런 문제에 특히나 예민하니까.

“보다시피 다친 데는 없어. 상처도 없고.”

“한 번만 살펴도 될까요.”

“마음대로.”

멤버들이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상처의 유무를 살피기 시작했다.

한수현이 진지하게 입을 뗀 것도 그 무렵이었다.

“하체 쪽은.”

“적당히 해라.”

“네.”

빠르게 답한 한수현이 말을 돌렸다.

“그럼 이제 어쩌다가 사고가 벌어졌는지 여쭙고 싶은데요.”

“음.”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 때는 스킨스쿠버를 위해 바닷속으로 들어갈 무렵이었지.”

멤버들이 내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날은 따뜻하고…… 바다는 차가웠어…….”

“흐어억!”

“윤재야, 저건…… 당연한 이야기야……!”

들켰군.

나는 말을 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그 새, 아니. 의현 선배님이 산호초에 긁히신 거야.”

이건 참고로 의현과 미리 입을 맞춘 거였다.

가장 무난한 변명거리니까.

“……아프, 셨겠다.”

내 이야기에 몰입한 멤버들이 얼굴이 심각해지기 시작했고, 차윤재가 작게 중얼댔다.

“바다, 피……? 호, 혹시 상어……?”

“그래.”

뻔뻔하게 긍정한 나는 말을 이었다.

“상어의 한 끼 식사가 될 뻔한 상황에서 간신히 빠져나왔지. 다시 생각해도 아찔해.”

나는 고개를 절레 저었다.

“다시는 죠스바 같은 아이스크림 못 먹을 것 같아.”

“예! 형님의 눈에 죠스바가 보이는 일이 없게끔 조치…….”

말을 이어가던 차윤재가 커다란 눈을 부릅떴다.

“허어어! 혀, 형님! 이 와중에도 장난을 치고 싶으시답니까!”

“그새 눈치가 빨라졌군.”

“형니이이임!”

“사실 별거 아니었어. 수중촬영이 익숙하지 않아 벌어진 해프닝이니까.”

성해온을 지켜보던 한수현은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떴다.

지금 성해온은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거짓말.

성해온은 감정 속이기와 표정 연기에 능하다.

다른 멤버들은 몰라도, 걸음마를 뗐을 때부터 연기와 함께한 자신만은 알 수 있었다.

그러니 더더욱 의문인 것이다.

어디부터 거짓말이지?

무엇을 숨기기 위해서지?

묻고 싶은 건 많았지만, 한수현은 굳이 파고들지 않았다.

지금은 성해온이 원치 않는 것 같으니까.

“해온 형.”

지금은 그저 진심을 전할 시간이었다.

“무사히 돌아와주셔서 기뻐요.”

“궁금증은 해결했고?”

“반 정도는요.”

“그럼 이제 뭘 해야 할까?”

내 물음과 동시에 한수현이 답했다.

“해온 형의 수발을 들어야 합니다.”

“…….”

결론이 왜 그렇게 나는 건데, 이 자식아.

“수발은 무슨 놈의 수발이야. 용건 끝났으면 내 방에서 나가야지.”

한수현의 등을 떠밀어 내보내는 데 성공한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이봐.

……너희는 왜 안 나가는 거냐.

나는 화사하게 웃었다.

“맞고 나갈래 그냥 나갈래.”

“나, 나가려고 했습니다!”

“저도 지금, 일어나려고……!”

나는 다급하게 일어난 신유하의 어깨를 붙잡았다.

“잊었나 본데, 여기 네 방이야.”

“아, 맞다……!”

“신유하 빼고 다 나가. 조용히 있고 싶으니까.”

“진짜 너무해애애애.”

최승하가 껌딱지처럼 달라붙은 순간, 류인이 도움의 손을 내밀었다.

“승하는 내가 데려갈게.”

“흑흑…… 형은 누구 편이에요.”

“일단 지금은 해온이 편인가?”

“너무해 진짜!”

멤버들이 순식간에 사라진, 조용한 방에서 나는 생각에 잠겼다.

“흠.”

이제 정말 바빠질 것이다.

본격적인 컴백에 시동을 걸 타이밍이니까.

나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그렇게 결연한 얼굴로 어딜 가느냐 묻습니다.]

결연한 얼굴?

그럴 만도 하지.

나는 지금 아주 중요한 일을 처리하러 가고 있으니까.

익숙한 공간으로 들어간 나는 낯짝을 사전 체크했다.

오늘은 표정 연기가 무척이나 중요하기 때문에.

드르륵-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고, 나는 눈깔을 동그랗게 뜨며 다가갔다.

“프로듀서님!”

순식간에 강찬혁의 두 손을 끌어모아 잡은 나는 반짝이는 시선을 보냈다.

“예, 예……!”

내향인들만 모인 학과가 있다면 전액장학금을 차지했을 게 분명한 강찬혁이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말을 이었다.

“그, 해온 씨, 일단 편하게 앉으세요. 이것저것 널려서 더러우시겠지만…….”

“무슨 소리신가요?”

나는 정색했다.

“저는 지금 내 집 같은 편안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프로듀서님은 저와 이미 가족 같은 사이가 아니던가요.”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의 가식에 경악합니다!]

내가 뜬금없이 이러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 인간.

지금 슬럼프거든.

……하필 내 목숨이 이 앨범에 달려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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