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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291화 (291/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91화

심증은 있지만, 증거는 없다.

이상함을 느끼자마자, 나는 각 방의 욕실을 우선적으로 살폈다.

각자의 물건들이 늘어진 방과 다르게, 단조롭게 생긴 욕실은 카메라의 유무를 파악하기 쉬웠으니까.

그리고 결과는 다행히도 없음이었다.

“음.”

아이돌의 사생 문제.

특히 숙소 침입 등의 문제는 아주 흔하다.

하지만 내가 느낀 의구심을 멤버들에게 바로 말하기엔…….

‘이 녀석들의 멘탈이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없다.’

물론 몇몇 놈은 괜찮겠지만, 컴백 전에 괜히 신경줄을 자극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건 증거다.

오늘 아침, 아파트 경비실 측에 폐쇄회로 CCTV를 요청한 참이니…….

‘우선은 기다린다.’

그리고 몇 시간 뒤 걸려온 경비실의 전화에, 나는 기함할 수밖에 없었다.

- 아니, 내가 지금 확인해 보니까는…… 총각들이 안에서 열어줬구만. 여자 친구 아니야?

우리 층의 CCTV를 확인한 경비원이 이렇게 확신한 것이다.

이게 무슨 신개념 헛소리란 말인가.

멤버들이 열어줬다고?

‘그럴 리가 있나.’

우리는 그날 단체로 뮤직비디오 촬영을 갔었다고.

그렇다고 매니저를 의심하기엔, 글쎄.

‘촬영장에 동행했으니까.’

매니저를 제외한 회사 사람들이 숙소에 무단 침입했을 확률은?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은 이상, 희박하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런 정신 나간 짓을 하겠는가.

차라리 우리의 번호를 팔아먹는 거라면 납득이 갈 테지만, 숙소 무단 침입?

별 영양가 없는 짓이었다.

“형, 어제부터 수상한 거 알아요?”

“내가 무슨.”

“갑자기 창문 단속한 것도 그렇고, 우리한테 뭐 잃어버린 거 없냐 물은 것도 그렇고.”

최승하가 눈을 접어 웃었다.

“으음~ 그리고 뭣보다, 옷 갈아입는 걸 욕실에서만 하게 한 것도 그렇고?”

나는 눈알을 굴려 최승하를 훑었다.

이미 뭔가 있다고 확신하고 있군.

메번 내가 대충 둘러대면 넘어가 준다는 느낌이었으나, 이번엔 그렇지 않을 얼굴이다.

“그냥 걸리는 게 있어서.”

“뭔데요? 나한테 말하기 힘든 거예요?”

“딱히 그런 건 아냐.”

최승하는 이런 일로 멘탈에 흠이 갈 놈이 아니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과, 조금 전의 통화 내용을 입에 담았다.

차분하게 내 이야기를 듣던 최승하의 얼굴이 조금 심각해졌다.

“와아아아아아, 이거…… 큰일난 거 아니에요?”

“큰일이지.”

경비원의 주장인, ‘안에서 열어줬다’는 일부러 빼고 말했다.

솔직히 내가 두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진 믿겨지지 않으니까.

“일단 CCTV부터 보고 오려고.”

“언제요?”

“오늘.”

“으음~”

말꼬리를 길게 늘린 최승하가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그럼 제 임무는 애들 눈 돌리고 있는 거겠네요?”

……척하면 척이군.

이 녀석, 내가 이 일을 되도록 숨긴 채 해결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벌써 파악한 것이다.

* * *

“안녕하세요.”

“어이쿠, 늦게 올 줄 알았더니, 일찍 왔네요.”

내 얼굴을 마주한 경비원이 곧바로 각 층 복도에 설치된 폐쇄회로 CCTV의 파일을 만지기 시작했다.

“내가 바로 보여줄게요.”

“감사합니다.”

뮤직비디오 촬영을 끝낸 우리가 들어온 건 오후 11시 무렵이었다.

그 시간을 기점으로, CCTV가 빠르게 되감기되기 시작했다.

역재생되던 화면이 멈춘 건, 정확히 오후 2시 34분.

……문이 열렸다.

그것도 숙소의 안쪽에서.

이건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빌어먹을.’

속으로 욕을 짓씹은 나는 화면의 확대를 요청했다.

CCTV의 각도상, 숙소의 내부가 보이진 않았지만…….

확실하게, 남자의 손이었다.

20대에서 30대로 추정되는, 젊은 남자의 손.

“내 말이 맞지요? 이거 봐, 이거 봐, 안에서 열어줬잖아요.”

“…….”

“총각들이 연예인인 건 내가 아니까…… 나도 전화 듣고 깜짝 놀라서 바로 찾아봤지.”

경비원이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이런 말 조금 그렇지만은…… 사람 속은 알 수가 없는 거야. 총각들 수가 많잖아. 혹시 한 명이 몰래 여자 친구 사귀고 그런 경우는 아닐까?”

“그건 아닐 겁니다.”

확언에 가까운 내 대답에, 경비원이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그렇게 생각하면, 나도 더 할 말은 없다’ 정도의 뉘앙스였다.

이 경비원의 입장에서 보기엔 당연한 것일 테다.

내가 봐도 이 손은 내 또래의 손이거든.

나는 화면에 시선을 집중했다.

숙소 안에서 뻗어져 나온 손은 미스테리였지만, 여자 둘은 익숙했다.

항상 숙소와 회사 앞에서 마주하던 얼굴이었으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문을 열어준 걸 봤을 때, 남자는 이들과 공범이라는 건데…….

정황상, 남자가 먼저 숙소에 침입했겠군.

그렇다면 우리가 숙소에서 나간 이후에 행동을 개시했을 것이다.

“저희가 이날 숙소에서 나간 게 새벽 5시 20분 즈음인데, 그 이후부터의 영상을 확인할 수 있을까요.”

“그거야 어렵지 않지요. 빠르게 돌려볼게.”

경비원이 오전 5시부터의 폐쇄회로 CCTV를 돌리기 시작했다.

오전 5시 15분.

마우스의 달칵 소리와 함께 영상이 멈췄다.

“이때 총각들 나오는구만. 하나, 둘, 서이…… 여섯. 다 나왔고.”

우리의 수를 센 경비원이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내가 텔레비전에서 보니까는, 매니저 같은 사람들이랑도 사는 사람들이 많더만. 그중 한 사람이 부른 건 아닐까?”

“…….”

확실히 그런 그룹도 있다만, 우린 아니다.

라이트온은 매니저를 비롯한 회사 관계자와 함께 살지 않으니까.

……그리고 나는 지금 그런 걸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피가 차게 식기 시작했다.

우리가 숙소에서 나간 시점부터, 들어온 시점까지.

바깥에서 침입한 이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생각해 보니…… 정말 저희 회사 관계자분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죠? 내 생각도 그렇다니까~”

나는 경비원의 말에 적당히 리액션하며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이거 큰일인데.’

방금 경비원에게 그렇게 말한 건, 아직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어서다.

우리의 정체를 아는 저 사람이 어디서 뭐라고 떠들 줄 알고, 옆에서 진실을 나불대며 호들갑을 떨겠는가.

‘회사나 경찰에 알리지 않은 건, 최고의 선택이었다.’

이 사건이 수면 위로 올랐다면…… 상상만 해도 아찔했다.

CCTV 속 남자의 손.

이건 너무나도 짜 맞추기 좋은 소재가 아니겠는가.

팬과의 연애?

이건 이 바닥에서 매장감이다.

연예인이나 일반인과의 연애도 아주 큰 논란이지만, 팬과의 연애는 차원이 다른 논란이다.

이게 터지는 순간, 라이트온의 이미지는 나락으로 처박히겠지.

“……후.”

나는 차분하게 숨을 골랐다.

솔직히 말하자면 전신에 소름이 돋는다.

우리가 나온 새벽부터, 사생들이 천연덕스럽게 출입한 오후 사이에 침입이 없었다는 소리는…….

우리와 함께 한 공간에 있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미쳤군.’

다행히 나가는 모습은 확인됐다.

남자 하나에 여자 둘이 나오는 건 CCTV에 정확히 찍혔으니 이건 안심이지만, 남자의 체격이 하필이면 180대라는 게 문제였다.

우리보다야 살집이 있는 몸이었지만, 그딴 건 자극을 추구하는 기삿감에서 알 바 아니었다.

부해 보이는 거야 날씨도 날씨니만큼, ‘옷이 두꺼웠나 보지~’ 하게 된다는 소리다.

상황이 최악이었다.

만일 침입자가 바깥에서 도구 등을 사용해 강제로 열었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경찰에 찔렀겠지만, 이건 내부 수사로 좁혀질 가능성이 컸다.

우리와 매니저는 뮤비 촬영장에 있었다는 알리바이가 있으니 제외될 것이다.

그다음은 MH의 직원들로 수사망이 좁혀지겠지.

두 명의 사생이야 금방 잡을 수 있겠지만, 이게 경찰로 연계된다면?

……그 빌어먹을 CCTV가 퍼져 버릴 것이다.

라이트온 숙소의 안에서 문을 열어준 남자와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사생팬 둘.

이건 우리가 스케줄이 있었다는 알리바이를 증명한대도, 막대한 이미지 타격으로 돌아올 게 뻔했다.

나는 입술을 얕게 짓씹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 * *

연습실로 돌아온 나는 연습에 집중하고 있는 멤버들을 응시했다.

이렇게 된 이상, 이 녀석들에게 숨기는 건 못할 짓이었다.

더 이상 숙소는 안전지대가 아니었으니까.

나는 멤버들을 불러 앉힌 뒤,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아무래도 우리 숙소가 위험한 것 같다.”

뜬금없는 말에, 멤버들의 얼굴이 굳어 들어갔다.

내가 이런 걸로 장난을 칠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아는 것이다.

‘어제부터 내가 숙소에서 이상하게 굴었던 것도 한몫했겠고.’

나는 멤버들에게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을 하나씩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리 녹화해 온 CCTV 영상을 태블릿에 띄워 재생시키자.

사아아-

연습실 안엔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한참의 고요를 깬 건, 다름 아닌 신유하였다.

“……대책을, 세워야겠어요. 언젠가는,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저번부터 느꼈지만, 이런 일에 면역이라곤 한 톨도 없을 것 같이 생겨서는 영 딴판이란 말이지.

그때, 생각에 잠겨 있던 류인이 내게 물어왔다.

“……회사엔?”

기획팀의 인원은 믿을 만하지만, 신뢰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소한의 인원으로, 정재진과 이해성에게는 알린 상태였다.

아티스트의 보안과 직결되는 문제이니만큼, 온전히 입을 다물고 있을 순 없었던 탓이다.

‘당연히 비밀을 지켜달라고 했고.’

그들도 처음엔 당장 신고를 하는 게 좋겠다며 펄펄 날뛰었지만, 내가 보여준 CCTV 영상을 보고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이게 언론으로 퍼지는 순간, 우리에게 독으로 다가올 거란 걸 안 것이다.

“음, 그럼 지금은 우리와 그 두 분만 알고 있는 거겠구나.”

“그런 셈이지.”

내 대답에 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순간, 한수현이 운을 뗐다.

“저는 그 두 분을 제외한 분들께는 이 일을 알리지 않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손이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으니까?”

내 물음에 한수현이 긍정했다.

“저는 형들은 믿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다지 신뢰하지 않아요. 애초에 남을 온전히 믿어서는 안 되고요.”

동의하는 바다.

최악의 가정으로…… 이게 정말 내부자의 소행이라면, 회사에 미주알고주알 부는 것만큼 멍청한 짓이 없으니까.

나도 이 녀석과 같은 생각으로 둘에게만 말한 것이기도 하고.

“정말 이 남자분도 여자분들과 같은 사생일 수 있지만-”

“아닐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지.”

내가 덧붙인 말에, 한수현을 비롯한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아마 지금 멤버들의 머릿속엔, 같은 가정이 떠올라 있을 것이다.

……라이트온의 관계자가 사생과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을 확률은?

이런 가정 말이다.

그 관계가 금전이든, 연애든 간에, 정말 관계자가 엮인 거라면 이건.

……답도 없는 대형 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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