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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292화 (292/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92화

만에 하나, 정말 관계자의 소행이라면 우리 쪽에서 먼저 꼬리를 자른 뒤에 법의 심판으로 넘겨야 한다.

일의 순서가 뒤바뀐다면…… 우리도 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

이건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나는 멤버들을 바라보며 운을 뗐다.

“우선,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이 남자다.”

나는 태블릿 PC를 확대했다.

“보다시피,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체격과 나이대 정도만 추측할 수 있을 뿐.”

사생팬 둘의 얼굴은 익히 알고 있으니, 그들을 먼저 잡아 추궁할 수도 있겠지만 좋지 않은 수다.

걸렸다는 걸 안 그들이 언론사에 대고 무슨 소릴 할지 오싹할 정도니까.

원래 무서울 게 없는 사람들을 가장 조심해야 하는 법이다.

“우선 우리 쪽에서도 안전을 위해 숙소 내부에 CCTV를 설치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어떠냐. 너희가 싫다면 나도 안 할 거야.”

“저는 괜찮습니다. 어차피 저희끼리인데요.”

“나도 찬성~ 뭐어, 부끄러울 것도 없고요.”

“저도, 요……!”

“나도 괜찮아.”

“저도 이견 없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되도록이면 방 내부엔 하고 싶지 않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일이 해결될 때까지는 범위를 방까지로 늘린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나는 숙소에 잠깐 다녀올 테니까 얌전히 기다려.”

“예에, 예에?! 형님이 거길 왜, 왜 가십니까!”

“……? 일단 카메라가 부착되었는지 제대로 확인해 봐야지. 업자 불렀어. 금방 올 테니까 걱정 말고.”

“새, 생각지도 못했는데 지금 숙소에 카메라가 부착되어 있을 수도 있는……!”

차윤재의 안색이 금세 희끄무리해졌고, 류인이 어깨를 토닥였다.

“괜찮을 거야, 윤재야. 그리고 해온이 혼자 가는 건 나도 반대야. 나랑 같이 가자.”

“아니, 나 혼자로도 충분해.”

“해온아.”

“됐다니까.”

답지 않게 고집을 부리는군.

내가 혀를 끌끌 차고 있을 무렵, 차윤재가 내 옷자락을 붙잡았다.

“그, 그럼 저도 들어가겠습니다! 형님들과 함께라면 무섭지 않습니다!”

“이렇게 덜덜 떨면서 뭐가 안 무서워?”

“……!”

나는 픽 웃었다.

“나한테도 계획이 있어. 우리가 별다른 스케줄도 없이 우르르 호텔로 향한다면 그쪽에서도 눈치를 채겠지. 그러니, 조금 불편하더라도 너흰 여기서 자야겠다.”

나는 연습실을 둘러봤다.

난방 시스템도 갖춰져 있고, 워낙 새벽 연습이 잦은 탓에 담요 같은 것도 마련되어 있었다.

세면 시설은 당연히 구비되어 있고.

‘이 정도면, 하루 이틀은 지낼 만하지.’

나는 팔짱을 꼈다.

“나는 우리 숙소 옆 동의 옥상을 통해 넘어갈 거야. 그렇게 하면 시선 피하기는 충분하겠지.”

경비실과 협의한 내용이었다.

두 동의 옥상이 연결되어 있는 식이기 때문에, 경비실의 열쇠만 있으면 숙소 아래에 포진되어 있는 인영들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침입자 중 둘이 그들에 속해 있는만큼, 눈치챌 구석을 주면 안 되니까.

그리고.

만약 업자가 숙소 내에서 불법 카메라를 발견한다면…… 이미지 타격이고 뭐고 경찰에 찌를 생각이다.

내 목숨줄 지키자고 이 녀석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야 없지.

나는 곧바로 연습실을 빠져나왔다.

“…….”

……분명 혼자 나왔는데.

“너흰 왜 이렇게 졸졸 따라오는 거냐.”

“아, 아무리 무서워도 어떻게 형님을 혼자 보낸단 말입니까! 절대! 절대로 안됩니다!”

“저도 그래요. 아예, 다같이 안 가는 거면 몰라도…… 이건, 안 돼요!”

“안 되긴 뭐가 안 돼? 돼.”

“아무리 그래도 안 돼, 해온아.”

류인이 내 옆에 마주섰다.

“나도 조금 겁나긴 하지만…… 너한테 온갖 짐을 맡겨둘 정도는 아냐.”

류인이 멋쩍게 웃었다.

“조금 못 미덥나?”

“완전 미덥지~ 우리 형들은~”

순간적으로 흔들린 몸뚱어리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최승하가 나와 류인에게 팔을 걸치며 뛰어든 것이다.

“이렇게 된 거, 같이 가요. 어차피 회사 앞에도 그분들 계시니까~ 이 편이 좀 더 평범하게 단체 스케줄에 가는 걸로 보이지 않겠어요?”

“…….”

반박하기엔 맞는 말이군.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차윤재와 한수현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툭 쳤다.

“너희 둘은 여기에 남아.”

“예에에? 형님, 싫습니다! 저희도 가겠습니다!”

“안색이나 챙기지 그래.”

“아닙니다! 이제 괜찮습니다!”

“그건 내가 판단해. 여기 있어라.”

내가 말을 건넨 순간, 한수현이 반박했다.

“해온 형, 저는 왜죠? 무섭지도 않은데요.”

그거야 안다.

아마 깡으로 판단하자면, 이 녀석은 라이트온 멤버 중에 최상위권일 테니까.

하지만.

“미성년자는 연습실이나 지켜.”

“……!”

한수현의 얼굴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으하하하, 맞는 말이네! 수현이는 윤재랑 있어~ 우리 팀의 막내즈는 소중하니까. 암암.”

최승하가 한술 더 뜨자, 한수현의 얼굴이 심각하게 흐릿해졌다.

그리고 우린 이 틈을 타 두 녀석을 버리고 차에 올라탔다.

참고로 택시였다.

미안하지만, 매니저도 아직 믿을 순 없거든.

* * *

아파트 옆동으로 진입한 우리는 옥상을 통해 넘어오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숙소로 내려가자, 누군가가 모습을 보였다.

“해, 해온 씨!”

자신도 따라오겠다고 강하게 주장하기에, 맘대로 하라고 하긴 했지만.

“와하하, 대리님 야구 배트 들고 오신 거예요?”

최승하가 푸핫 웃으며 다가가자, 정재진이 심각한 얼굴로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아무리 봐도 저 꼴이 더 수상해 보이는데.

나는 흐릿한 낯짝으로 고개를 저으며, 도어락에 지문을 가져다 댔다.

띠릭-

나는 열리는 도어락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이번 숙소는 객관적으로 꽤 훌륭한 숙소다.

보안 면에서도 꿇리지 않는 데다가, 멤버 6인과 매니저 1인의 지문만 등록되어 있는 터라…… 외부인의 침입도 불가능에 가까운 게 사실이다.

내 생각이 이어지고 있을 무렵, 부른 업자가 도착했다.

쓰지 않는 공간까지 세밀하게 살펴달라는 오더를 받은 업자가 전문적인 탐지 기계를 들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카메라는 발견되는 게 없네요.”

“한 번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값은 추가로 지불하겠습니다.”

내 제안을 흔쾌히 승낙한 업자가 이번엔 더 꼼꼼히 살피겠다며 등을 돌렸다.

그리고 한참 뒤, 확신에 가까운 어조로 말했다.

“역시 없습니다. 벽이나 천장, 침대 밑은 물론 가구들의 틈 사이까지 확인했으니 믿어도 괜찮습니다.”

“……!”

최악의 상황은 면했군.

그들도 이 정도로 간이 튀어나오진 않았던 것이다.

멤버들과 정재진 역시 한시름 놓은 얼굴로 숨을 내뱉었고, 나는 시간을 체크했다.

CCTV 설치 업자가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조금 뜨겠군.

“다들 앉아서 기다리는 게 좋겠습니다. 시간이…….”

말을 잇던 내 동공이 확장되기 시작했다.

나는 커다란 보폭으로 어딘가로 향했다.

생각을 정리할 때마다 종종 서 있는 베란다.

단숨에 그 앞까지 향한 나는 눈알을 도로록 굴렸다.

그리고 무언가를 눈에 담을 수 있었다.

“……하하.”

이제야 의문이던 것들이 맞춰지기 시작한다.

나간 기록은 있으나, 들어온 기록이 없는 남자.

이 지독한 의문의 해답은 이렇게 간단했던 것이다.

하얀색 페인트가 칠해진 건물 외벽에 나 있는 신발자국.

그 발자국은 우리의 숙소 난간까지 이어진다.

이게 뜻하는 건 간단했다.

‘침입은 위층에서 이뤄졌다.’

나는 망설임 없이 아파트와 가장 가까운 부동산에 전화를 걸었다.

- 어머, 그 아파트 매물 찾아요? 마침 딱 나온 게 몇 있어요. 어디 보자…… 동은 107동이랑 105동, 104동 이렇게 나왔네.

“105동 쪽으로 알아보고 싶은데요.”

- 아, 105동엔 매물 두 개 있어요 하나는 3층이고, 다른 하나는~

부동산 중개인의 말을 듣던 내 입매가 올라갔다.

‘역시.’

정확히 우리 숙소의 위층이다.

나는 이 매물을 어제 보러 온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 아니? 어제는 없었지. 엊그제도 없었고…… 확실해. 매물 보러 오면 내가 같이 가거든.

이 부동산은 아닌 모양이군.

나는 숙소의 근처 부동산들로 범위를 넓히기 시작했다.

- 3일 전엔 있었는데, 그 이후로 105동은 없었지.

두 번째 부동산, 허탕.

- 어제? 107동 보러 온 총각은 있었는데 105동은 없었어.

세 번째 부동산, 허탕.

- 없었습니다.

네 번째 부동산까지 허탕이 이어졌다.

그리고 나는 다섯 번째 부동산에서 유의미한 수확을 얻을 수 있었다.

- 105동? 있지, 있어. 어제 보러 온 사람이 있었어요.

스마트폰을 귀에서 뗀 나는 멤버들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너흰 잠깐 여기 있어라.”

“형 혼자 어딜 가려고요?”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잠깐만, 해결? 형! 나랑 같이 가!”

* * *

딸랑-

경쾌한 벨 소리와 함께, 푸근한 인상의 중년이 눈인사했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조금 전에 전화했던 사람입니다.”

“그 매물 관심 있는 거예요? 어디 보자…… 그럼 내가 이따가 시간이 되는데 그때 같이-”

“아니요. 저는 그 아랫집에 살고 있습니다.”

외벽과 난간에 찍혀 있는 옅은 발자국의 사진을 내보이자, 내 스마트폰 화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중개인의 얼굴에 물음표가 띄워졌다.

“미안해요. 무슨 소릴 하고 싶은 건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하지만 내가 설명을 이어가면 갈수록, 중개인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그러니까, 침입 피해를 입었다고요?”

“예. 저는 침입자가 매물을 보러 온 척 윗집에 들어간 뒤, 난간을 통해 침입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고층이지만 아파트 구조상 한 층 정도는 가볍게 내려갈 수 있으니까요.”

특히 베란다가 돌출되듯 튀어나와 있는 구조라, 범죄를 저지르고자 마음먹는다면 누구나 오르내릴 수 있는 모양새였다.

“그래, 청년 말은 이해했어요. 근데 나도 무턱대고 고객을 의심할 수는 없어요. 내 입장 이해하죠?”

“예.”

“그리고 사실 내 나이가 있다 보니 기억이 또렷하지 못해. 당장 그 사람들 얼굴도 제대로 기억이 안 나는걸. 사진이라도 보여주면 모를까.”

“있습니다. 사진.”

나는 곧바로 경비실에서 얻어낸 영상의 캡처 사진을 내밀었고, 그것을 유심히 살피던 중개인이 손뼉을 경쾌하게 마주쳤다.

“아! 이 부부 맞아요. 신혼부부라고 매물을 보러와서는, 여자분이 뭘 잔뜩 물어보더라고. 그래서 내가 따라다니면서 설명을 했는데 거실로 나와보니까 남편이 없는 거야.”

중개인이 말을 이었다.

“귀신같이 사라졌기에, 어디 갔냐고 물어봤더니 뭐 급한 회사 일이 터졌다면서 문자 메시지 하나 남기고 나갔다 하더라고.”

이거, 처음부터 계획된 범죄였군.

여자가 눈길을 끄는 사이에, 남자가 아래층으로 침입한다.

지문 인식이라는 시스템을 갖춘 현관문을 열 수는 없으니, 창을 노린 것이다.

만일 창이 잠겨 있으면 말짱 도루묵이었겠지만, 침입자들 입장에선 손해 볼 게 없는 시도였던 것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우리의 숙소 창은 잠겨 있지 않았다.

‘고층이라고 방심한 거지.’

스마트폰을 꺼내 든 나는 어디론가 전화했다.

이렇게 완벽한 증거가 잡힌 이상, 망설일 필요 따위 없었다.

나는 히죽 올라가려는 입매를 한 손으로 가렸다.

그래.

이제는 정의 구현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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