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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298화 (298/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98화

“곽덕배 다크서클 무슨 일이야?”

“아무래도 난…… 낡은 직장인이니까…….”

곽덕배는 첫 사녹에 참여하기 위해 바쁜 업무를 몰아치듯 해결했다.

다르게 말하자면, 연차를 위해 일주일 내내 야근을 자처했다는 뜻이다.

피로로 점철된 몸 상태였지만, 곽덕배의 안광은 빛나고 있었다.

“얼마나 끝내줄까.”

“그걸 말이라고 해?”

갑작스럽게 근돌의 눈도 광기로 번뜩이기 시작했다.

“내가 MH 사장이었으면, 난 코디한테 건물 넘겨.”

“아, 이번 코디.”

곽덕배가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레전드지. 진짜 라이트온 코디에 훌륭한 변태 새끼가 붙은 듯…….”

그 변태 새끼가 자신의 최애일 거라고는 여전히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곽덕배였다.

“난 뮤직비디오 헐 정도로 돌려봤어.”

“너도? 나도.”

실제로 이번 <경계선>의 의상은 라이트온의 역대 의상 중 레전드로 손꼽히고 있었다.

- ㄹㅇ 라이트온이나 되니까 소화 가능한 거임

- 오타쿠의 심금을 울리는 의상 1위

- 오늘 사녹에서 뮤비 의상 입어주려나? 개부럽다

대체로 하늘거리는 느낌의 올화이트 의상은 그야말로.

“천사의 강림 아니냐고.”

“너 어디 가서 그런 말 하면 오타쿠라는 소리 들어.”

근돌이 혀를 차자, 곽덕배가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어제 코피 흘릴 것 같다고 난리친 네가 할 말이야?”

“최승하 어깨 돌았다…….”

“이 오타쿠 새끼 말 돌리는 것 좀 봐…….”

두 오타쿠의 화목한 대화가 이어지고 있을 무렵, 사전 녹화의 입장이 시작됐다.

그리고 어둑한 공간을 휙휙 둘러본 곽덕배가 음소거로 소리쳤다.

“야, 좀 넓어졌다……!”

“라이트온 떴다는 거지.”

이전 활동보다도 확실히 넓어진 실내였다.

모집하는 방청 인원이 늘었을 때부터 예상했지만, 실제로 보아하니 곽덕배의 입꼬리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뿌듯함을 참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곧, 무대엔 라이트온이 등장했다.

여기저기서 울리는 고함과 함께, 성해온이 마이크를 들었다.

“첫 무대라 떨리는데, 스위치들 보니까 괜찮아지는 것 같아요.”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오늘 무대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곽덕배는 당장에라도 ‘너희 얼굴부터가 벌써 재밌는데 무슨 소리냐’ 라고 외치고 싶은 걸 참아냈다.

이 레전드 의상을 실물로 보니 타격감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라이트온이 입고 나온 의상은 뮤직비디오 속 의상과 동일했다.

널널한 상의와 다르게, 핏된 하의.

곽덕배는 한 줌 정도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성해온의 허리에 비명을 삼켰다.

“스위치들, 저희 이번 곡은 괜찮았나요? 사실 여러분께 잘보이고 싶어서 고민이 많았거든요. ……아.”

말을 잇던 성해온이 멈칫했다.

개인 멘트를 하는 순간, 팬들이 쫓겨난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대답 못 하시는 거죠? 맞다. 제가 깜빡했어요. 괜찮았다면 응원봉을 흔들어주세요.”

순식간에 팬석에서 응원봉이 광란의 불빛처럼 움직였고, 멤버들의 웃음보가 터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무대의 모든 조명이 꺼졌다.

곽덕배의 심장이 터질 듯이 진동했다.

그리고 어슴푸레한 빛이 무대에 퍼졌을 때, 팬들은 경악했다.

얽히고설킨 형태로 무대 바닥에 모여 있는 시작 대형 탓이었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기묘하게 얽힌 대형에서 누군가가 상체를 일으킨다.

- Whoa-whoa, whoa-whoa

마치 환상 속을 걷는 것 같은 느낌의 세련되고 신비로운 멜로디가 귀에 박혔다.

- 꿈결같이 다가온 세계 속

경계선에 머물러있는 who is mm

성해온의 파트가 이어지는 동안, 관객석에선 새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성해온이 팔을 허공으로 유려하게 뻗자, 폭이 아주 넓고 재질이 얇은 벌룬 핏의 소매가 빛과 만나 몸의 실루엣이 그대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오타쿠 암살 제대론데…….’

곽덕배가 현기증을 느끼고 있을 무렵, 본격적인 퍼포먼스가 시작됐다.

<경계선> 역시 뮤직비디오 중간중간 군무가 삽입되긴 했으나, 그 비중이 크지 않았다.

그렇기에, 스위치들은 이 모든 퍼포먼스가 초면이었다.

하지만 단 하나는 확실했다.

정신 나간 퍼포먼스라는 것 말이다!

몸의 곡선을 활용하는, 현대 무용 느낌의 안무였다.

대형의 우측, 빙글 돈 차윤재가 카메라와 눈을 마주치며 손을 뻗었다.

- 지금부터 만들어갈 이야기

이제부터 집중해 봐 Attention

꿈결같이 부드러운 신스사운드가 곡에 녹아들었고, 스위치들의 입은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다.

고난도의 안무가 쉴 새 없이 휘몰아쳤기 때문에!

그리고 놀라운 건 그뿐이 아니었다.

‘군무 미쳤네!’

원래 각이 잡힌 안무보다, 선을 중시하는 안무가 더 맞추기 힘든 법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곡의 템포가 느리냐 묻는다면, 전혀 아니었다.

- 문득 내가 아닌 기분이 몰려와

질문을 던져 Questions

쉴 새 없이 쪼개지는 안무에 부드러운 선을 더한 느낌이었으니까.

군무에 진심인 거야 알고 있었지만, 이건 레전드 수준이었다.

게다가 멤버들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부드러운 실크 재질의 옷이 흩날려…… 정말이지 한 폭의 그림같았다.

곽덕배가 그것에 시선을 빼앗겼을 무렵, 다시금 비명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 잠든 본능만을 일깨워

내 세상을 채워줄 유일한 I know

파트가 끝남과 동시에, 류인이 자신의 목을 스스로 조르는 듯한 퍼포먼스를 했기 때문에!

퇴폐미의 끝을 달리는 류인의 파트였기에 파급력은 배로 다가왔다.

게다가 팔을 듦과 동시에 짧은 길이의 옷이 달려 올라가며, 복근이 보이는 정신 나간 장면까지 연출되었으니 말이다.

팬들은 이미 혼수상태였다.

- 알 수 없는 세계 속에서 멈춘 하늘

경계선을 넘어서 Call your name

한수현의 파트가 끝나기 무섭게 신유하가 성해온의 어깨를 잡아 비틀었다.

- 저편 속 너를 불러내

Give it back

파편이 깨지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메인 멜로디가 일시적으로 삭제됐다.

곡의 긴장감이 순식간에 치솟았고, 텅 비었던 곡엔 새로운 결의 멜로디가 채워지기 시작했다.

개성있게 통통 튀는 청량한 리듬 속에서, 한끝도 어긋나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온 것도 그쯤이었다.

- Look at me Look at you

무대 한가운데로 나온 성해온이 가볍게 윙크하며 웃었다.

- 잠든 날 깨워주는 하늘 그 아래

성해온이 골반을 작게 튕기며 파트를 소화할 무렵, 팬들은 눈을 반짝였다.

- 거울 안무 ㄹㅈㄷ임 뮤비에선 짧게 보여줘서 아쉬움

- 음방 얼른 시작했으면 풀버전 무대 보고 싶어

거의 모든 스위치가 궁금해했던 거울 안무가 곧 시작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안무가 시작되자, 곽덕배는 조용히 입을 막았다.

예상보다도 더 끝내줬기 때문이다.

서로 마주 보는 대형으로 선 멤버들은, 마치 거울 앞에 선 듯이 안무를 전개했다.

서로의 조그마한 동작까지 캐치해 반영하는 안무였다.

미치겠는 건, 세 쌍의 안무가 모두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설마 매주 달라지는 건가?’

곽덕배는 엔돌핀이 솟고 있음을 느끼며 주먹을 억세게 말아 쥐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팬석에선 끊임없이 함성이 튀어나왔고, 라이트온은 그 열기를 즐기는 듯한 얼굴로 무대를 이어나갔다.

* * *

나는 인정했다.

확실히 대우가 달라졌다는 것을.

이번 사녹은 무려 3번을 진행했는데, 단 한 번도 눈치를 받지 않았다.

놀라운 경험이 아닐 리 없었다.

음악방송의 스태프들의 무시 섞인 시선을 받는 건, 적응을 넘어 일상같은 것이었는데 말이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눈물을 흘립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말만 하면 넘어뜨려 주겠다며 믿음직한 얼굴을 합니다.]

“…….”

메시지를 가볍게 무시한 나는 눈을 굴렸다.

바뀐 대우엔 대기실도 추가되어있었다.

그래.

이번 활동부터, 대기실이 아주 깊은 안쪽으로 배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 어느 정도 위치가 되는 그룹들에게 제공하는 대기실일 것이다.

원래는 스태프와 아티스트들이 정신없이 뒤섞여 도떼기시장이 따로 없는 길목 쪽의 대기실이 우리 자리였기 때문에 차이가 극명하게 느껴졌다.

대기실의 문을 연 차윤재가 눈을 반짝였다.

“허어어, 대기실 조명도 더 밝고 조용합니다!”

“응! 진짜 조용, 하다!”

“그러게. 많이 안 지나다니시네.”

“대기실이 이렇게 조용할 수가 있는 거였군요.”

“와아~ 그러게? 소파도 새거야.”

“형님들, 여기도 좀 봐주십시오! 여, 여기 이런 게 있습니다!”

차마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반응들이로군.

스위치들이 봤다면 ‘타도 김명훈’을 외치며 무쇠 후라이팬을 손에 쥐셨을 거라고 확신하겠다.

“흠.”

나조차 감회가 새롭긴 하군.

고개를 끄덕인 나는 상체를 빙글 돌려 멤버들을 응시했다.

“이제 나갈까.”

오늘은 미니 팬미팅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슬슬 준비를 해야했다.

“그래.”

자리에서 일어난 류인이 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얼른 옷 갈아입고 나가자.”

“……?”

내가 낯짝에 물음표를 띄우자, 달콤이의 고개가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해온아, 왜?”

“왜 갈아입어?”

“이대로 나가기엔, 음…… 조금 그렇지 않을까? 아무래도.”

“아하.”

회유 작전을 시작한 달콤이가 재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겨울이면 뭐라도 걸치면 될 테지만 지금은 날도 따뜻하니까.”

“겉옷을 못 입으니까 민망하다는 거구나.”

내 말에 저 멀리서 차윤재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나와 시선이 마주치기 무섭게 파드득 시선을 피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용감한 달콤이는 주저하지 않았다.

“무대랑 야외는 조금 다르니까…… 팬분들도 보기 불편하시지 않을까?”

“불편?”

내 짧은 물음에, 달콤이가 곧바로 긍정했다.

“응, 아마 대부분은 그렇게 느끼지 않으실까 싶어. 부담스러우실 것 같고…….”

이봐, 진정해라. 이해성.

나는 오타쿠 자아를 다급하게 진정시켰다.

류인의 말을 듣고 극대노한 이해성이 그게 무슨 웃기지도 않는 소리냐며 봉기를 일으켰기 때문에.

오타쿠 자아를 힘겹게 억누른 나는 인자한 낯짝을 걸쳤다.

“그 반대야.”

“……응?”

“그 반대라고.”

“해온아,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잘…….”

“어둡고 먼 무대보다 야외가 백배는 좋은 거다.”

“……!”

“그리고 부담?”

달콤이가 내 물음에 답하기도 전에 나는 만면에 미소를 띤 채로 말을 이었다.

“그럴 리가 없지.”

* * *

미니 팬미팅이 열리는 야외 자리의 1열을 차지한 둘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정신이 안 차려지네. 의상 미친놈 아님?”

“내 말이…… 내 말이……!”

“난 진짜 거기서 기절한 사람 될 뻔했어.”

“난 사실 이미 영혼 팔았을지도…….”

근돌은 아쉬운 입맛을 다셨다.

“그 의상 진짜 레전드였는데 갈아입겠지?”

“아무래도…… 노출도 많고 하니까. 사실 미팬만 해도 감지덕지지.”

“그건 그렇지.”

근돌은 곽덕배의 말에 긍정하며, 멤버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이미 뒤편엔 미니 사다리 위에 오른 홈마와 대리찍사가 포진되어 있었다.

근돌이 황홀한 얼굴로 사녹의 기억을 곱씹던 순간이었다.

툭, 툭.

곽덕배가 자신의 어깨를 친 것이다.

“……?”

의문 섞인 얼굴로 고개를 돌려보니, 곽덕배가 입을 쩍 벌린 채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 어……!”

“네가 좀비야? 왜 말을 그렇게밖에 못…… 이, 이런 미친 세상아.”

곽덕배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린 근돌의 얼굴이 충격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덕배야, 나 잠깐.”

근돌의 입에서 작은 중얼거림이 새어 나왔다.

“기절 좀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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