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300화
[성좌, ‘희곡의 설계자’가가 성공한다에 2,100골드를 겁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보는 눈이 없는 한 성좌를 비웃습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실패한다에 2,700골드를 겁니다!]
“…….”
메시지를 마주한 나는 빠르게 흐릿해지려는 낯짝을 다잡았다.
“으음, 선배님. 그렇다면.”
그리고 차분하게 폭탄을 넘겼다.
“저 말고 류인이가.”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동료를 팔아먹는 당신에 경악합니다!]
“안 되지, 흐억, 안 돼!”
단칼에 자른 클락션이 헉헉대며 두 발을 땅에 붙였다.
“어우, 진짜 피 쏠려서 죽을 뻔했네.”
그래 보인다.
지금도 얼굴이 시뻘겋군.
“방금은 연습으로 내가 한번 봐준 거야. 앙? 귀여운 후배니까 한번 봐준 거라고.”
이럴 거면 헤어를 왜 만진 건지 의문일 정도로 산발이 된 클락션이 악랄하게 웃었다.
“서바이벌은 졌지만 챌린지는 이겨주마! 인원은 절대 못바꿔! 최승하, 성해온…… 발뺌할 생각 마라! 음핫핫!”
“저 그거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최승하가 웃으며 말하자, 클락션이 코웃음 쳤다.
“본분을 잊었나 본데, 너는 내 경쟁자다! 그런 건 스마트폰으로 독학하-”
“우우~ 옹졸하다~”
“옹졸~ 옹졸~”
엄지를 뒤집은 음악방송 스태프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매도하자, 클락션이 순식간에 말을 바꿨다.
“독학…… 하게 둘 순 없지! 그깟 거 백번이고 알려줄 수 있다고. 아앙?”
그로부터 몇 분 뒤.
“선, 선배님……! 머리카, 락이……!”
신유하가 넝마가 된 클락션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프리즈를 대충 여섯 번 정도 선보이니 이렇게 처참한 꼴이 되더라.
“삭, 삭신이야…… 어이고, 삭신이…… 내가 이 나이에 프리즈를 몇 번을…….”
앓는 소리를 내며 허리를 통통 두들기던 클락션이 바닥에 앉아 예습을 하고 있던 나를 빤히 바라본 것도 그쯤이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저 눈빛을 알고 있다고 말합니다!]
무슨 눈빛인데?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이 인간만은 이길 수 있다는 얼굴이라고 합니다!]
“…….”
미안하지만, 나도 열심히 연습했다.
최승하가 두세 번 만에 성공할 동안, 벽의 도움을 받아 맹연습을 했단 말씀.
“아~ 리더리더~ 라이트온 리더는 언제까지 연습하나요~ 해가 지고~ 달이 뜰때까지~”
옆에선 클락션이 깐족대기 시작했고, 나는 결연한 얼굴로 옷매무새를 정돈했다.
“이제 가시죠.”
나는 연습의 성과를 보이기 위해 몸을 내던졌다.
* * *
- 아 성해온 이 새끼 개그맨인 것 같다고 아무리 봐도
- 시작하자마자 넝마처럼 중심 잃고 넘어지는 거 ㅅㅂ 표정 대박 허망함 솜사탕 물에 씻은 너구리임 그냥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웃겨서 숨을 못 쉬겠음 어떡해
올라온 챌린지 영상에, 팬들은 배를 붙잡고 쓰러졌다.
- 이 정도면 웃수저의 신이 성해온을 돌보는 거라고
- 의도치 않은 개그를 하는 놈들이 원래 가장 웃긴 법임
-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는데 정상?
- 성해온 진심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네
- 클락션도 진짜 웃긴 놈임 왜 지가 자빠져
그렇다.
여러 번의 시범으로 지친 클락션까지 실전에서 넘어진 것이다.
둘이 동시에 고꾸라진 아수라장에서 살아남은 건 최승하 혼자였다.
프리즈 상태로 다리를 브이자로 만들어 흔들기까지.
- 결국 승자는 승하 하나였던 거임
- 최승하 분명히 성해온 죽도록 놀려먹고 있다에 전 재산 건다
스위치들의 예상은 정확히 적중했다.
현재 최승하는 진심을 다해 성해온을 놀려먹고 있었기 때문에.
“형~ 파스 붙여줄까요? 파스?”
“됐다.”
“허리가 생명인데 괜찮은 거 맞아요?”
“…….”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역시 본신의 예상이 맞았다고 으스댑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2,700골드를 후원합니다.]
이 정신 나간 성좌들의 내기로 얼떨결에 골드까지 받긴 했다만.
나는 칙칙한 얼굴로 파스를 팔랑이는 최승하를 떼어냈다.
“혹시 붙이는 건 별로인 타입?”
최승하가 헤헤 웃으며 통을 들어 올렸다.
“여기 뿌리는 버전도 준비되어 있, 우, 으으읍!”
나는 싱긋 웃으며 최승하의 입을 미친 듯이 잡아당겼다.
등이 노출되는 의상을 입혀야 하니, 등짝을 후려갈기는 건 아쉽게도 지양해야 했기 때문에.
“우우, 진짜, 진짜 얼얼해! 저번부터 입을! 나 입 안 떨어졌나?”
“말 잘하는 거 보니까 멀쩡하군.”
억울한 얼굴로 얼얼한 입을 쓰다듬은 최승하가 내게 척척 걸어와 속삭였다.
“제 체면도 있죠. 애들 앞에서!”
“동생들 앞에서 부끄러워?”
“당연하죠. 흠흠! 저도 엄연히 형라인 그런 거 아닌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게 분명하군.
나는 고개를 약간 돌려, 아까부터 느껴지던 시선과 눈을 마주쳤다.
“할 말이라도 있어?”
“아.”
한수현이 짧게 말을 이었다.
“두 분을 보다 보니, 누가 떠올라서요.”
“누구?”
“아닙니다.”
한수현이 말을 피하자, 최승하가 눈을 빛내며 다가갔다.
“뭔데? 안 말해주니까 더 궁금해!”
“아니요. 정말 별게 아니라서.”
흔들! 흔들! 흔들! 흔들!
최승하의 손안에서 한수현이 잘 익은 벼처럼 탈곡되기 시작했다.
“말할 테니까 멈춰주세요, 승하 형.”
최승하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멤버들까지 은근슬쩍 귀를 기울였다.
“해온 형과 투닥거리시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막내가 봐도 너무했지! 입 잡아당기는 건! 봐요. 수현이도 그랬다잖아!”
건수를 잡은 최승하가 나를 바라봤고, 한수현은 정정했다.
“아니요. 그게 아니라.”
“……이게 아냐?”
“네. 사이좋게 투닥거리시는 걸 보니 해온 형과 윤재 형이 출연하신 드라마가 떠올라서요.”
“엥, 드라마?”
의문을 띠었던 최승하의 얼굴이 서서히 미묘해졌다.
“……설마, 돌패?”
저 멀리서 중얼거린 차윤재와 함께, 여기저기서 웃음보가 터지기 시작했다.
“푸, 푸흡, 흡.”
멤버들이 하나둘씩 엎어지며 들썩이기 시작했고, 대체 어디가 닮았냐며 펄쩍 뛰는 최승하에게 한수현은 진지하게 답했다.
“물론 외형은 천차만별이지만, 어느 정도의 유사성이 존재합니다. 특히 작중 돌패가 해온 형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던 장면은 승하 형과 놀라운 싱크로율을 자랑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형들을 보니 다시금 그 장면이 떠올라서요.”
“뭐지? 이렇게 정확한 분석을 들으니까 기분이 조금 묘한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웃으며 최승하의 어깨를 붙잡았다.
“돌패야.”
이제 놀림감의 위치가 바뀔 시간이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동료애를 울부짖습니다!]
* * *
다음 날 새벽.
어제부터 내내 현실을 부정하던 최승하가 지나가던 차윤재를 붙잡았다.
“윤재야! 네가 봐도 내가 돌패 같아?”
“푸흡, 흐흐……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럴 리가 있는 얼굴인데? 아주 재밌어 죽으려고 하는데?”
“크흡, 아닙니다. 그럴 리가, 흐흡.”
“으아앙.”
최승하가 슬픈 얼굴로 거실 바닥에 널부러졌고, 그 길목을 지나던 나는 차분하게 입을 뗐다.
“물 좀 떠 와라.”
“네~ 찬물?”
내 말에 곧바로 등을 돌렸던 최승하가 멈칫하더니, 이내 경악했다.
“어떡해, 나 정말 돌패의 영혼과 뒤섞였나 봐. 방금 너무 자연스럽게 심부름에 응해 버렸어!”
“끅, 끄흐흑…….”
차윤재가 거의 오열이라도 할 기세로 끅끅거리기 시작했고, 최승하는 심각한 얼굴로 입을 터업 막았다.
“아니, 거절해야겠다는 생각이 안든다니까? 그냥 바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라니까?”
“그렇구나. 돌패야.”
“그렇죠? 가 아니라아아아! 봐, 나 또 물 흐르듯이 답했잖아!”
최승하의 안타까운 절규가 울려 퍼졌고, 나는 화사하게 미소 지었다.
* * *
한편, 스위치들은 잔뜩 들뜬 분위기였다.
- 음반 뭔 일?
- 라이트온 1군 가보자고 가보자고 가보자고
음반 판매에 몰리는 화력이 훌륭했기 때문이다.
사실 라이트온의 판은 진작에 커진 상태였다.
이들은 현재 국내를 어느 정도 쥐고 있었으니까.
- 라이트온이 내 친구들 다 뺏어간다고 미워 죽겠어
- 그 남자들이 뭐라고 가족을 버려 평생 가족 하자는 약속은 나만 지키는 거지 나만 진심이었던 거지
최근엔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갈 만한 그룹도 딱히 없던 터라, 방황하던 덕후들이 화제성이 쏠린 라이트온으로 총집합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미 고일 대로 고인 고인물들.
코어팬이 많으면, 음반과도 같은 부분에서 높은 수치를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
- 플레임이 초동 18만 장이었는데 경계선은 2일 차에 그 기록 부쉈다고 ㅋㅋㅋㅋ 미쳤나요 이 상승세
- 팔리고 있는 음반이 라이트온의 떡상을 증명한다
- 라이트온 커하 갱신 돌았고~
하지만 시간이 흘러가며, 집계된 음반 판매량이 누적될 때마다…… 스위치들은 하나둘씩 입을 틀어막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팬덤의 바람일 뿐이었던 ‘하프 밀리언 셀러’에 근접해지고 있었기 때문에!
- 라이트온 초동을 봐 대박임
5월 9일 (1일 차) - 85,1**장
5월 10일 (2일 차) - 168.2**장
5월 11일 (3일 차) - 62,3**장
5월 12일 (4일 차) - 34,8**장
5월 13일 (5일 차) - 48,1**장
5월 14일 (6일 차) - 40,4**장
6일 차까지 누적 441,1**장!
7일 차에 6만 장만 팔려주면 하프 밀리언 확정!
아이돌 그룹의 음반 판매량이 순식간에 훅 뛰는 건, 라이트온처럼 팬덤의 크기가 순식간에 불어난 경우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태껏 쌓인 라이트온의 화제성을 생각하면 당연한 성적이기도 했다.
- 근데 난 이번에 터질 거 예상하긴 했음
- 이번 앨범 하프 밀리언 셀러 가고 다음 앨범 밀리언 셀러 될 각
- 마지막 날에 제발 6만 장 팔려주라 제발제발 ㅠㅠ 스위치들아 힘내자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 초동의 집계가 완료되었다.
사아아-
……그리고 라이트온의 연습실엔 정적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평소였다면, 그게 사실이냐, 거짓말이 아니냐 조잘댔을 녀석들조차 바짝 얼어붙은 채로 굳어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커리어 하이를 찍었거든.
그것도 아주 확실하게.
나는 공개된 초동 집계량을 살폈다.
[503,8**장]
50만장을 넘긴 판매량.
……정말 하프 밀리언 셀러였다.
예상을 조금도 못 한 건 아니었다.
의 초동이 20만 장에 근접한 수치를 보여줬으니, 다음 앨범이 제대로만 터져준다면 2배 정도의 상승은 기대해 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으니까.
하지만.
예상을 했건, 못 했건, 그딴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50만 장이라는 수치를 마주한 순간엔, 말문이 막히기까지 하더라.
솔직히 불자면, 감격스러울 지경이니까.
나는 천천히 입을 가렸다.
손안에 감춰진 입매가 호선을 그으며 올라가는 게 느껴진다.
……그래.
바야흐로 라이트온의 상승세가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