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1화 (1/118)

1화

[ 가요계 거장, 이문석. 이번 앨범은 천재 프로듀서 ‘민현승’과 공동작업 희망한다고 밝혀…. ]

[ 천재 작곡가 겸 프로듀서 민현승, 대형 오디션 프로그램인 K-보이스 심사위원으로 출연 결정…. ]

[ 빌보드차트 8주 연속 1위, 보이그룹 BYU ‘tomorrow’ 수상 소감서 “프로듀서 민현승 님 덕분이다.” 발언 화제. ]

발매하는 곡마다 음원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심지어 작곡을 제대로 배운 적도 없었다.

좋은 집, 좋은 차, 점점 쌓이는 음원 수익….

그러고 보면.

온 세상이 발밑에 있는 기분으로 살았다.

“돈이라면 최대한 마련해 볼 테니 제발 곡 좀….”

“작곡가님, 정말 괜찮은 친구가 있는데….”

“이렇게 무릎 꿇고 부탁할 테니 한 번만 기회를….”

모두가 곡을 받기 위해 굽신거렸다.

내 곡은 성공 보장수표였으니까.

그날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20억 원입니다. 집 팔고, 차 팔고, 은행 대출은 물론 사채까지 써서 만든 돈입니다. 애들 이번 앨범에 모든 걸 걸었습니다….”

영세 매니지먼트의 대표가 돈 가방을 들고 찾아왔다.

요지는 간단했다.

제 회사의 소속 가수에게 곡을 달라는 내용이었다.

“싫은데요?”

그때의 나는 왜 거절했을까?

“제발….”

나를 움직일 수 있는 액수의 돈이 아니라서?

“싫다니까 그러네.”

딱히 제시한 금액이 적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더 적은 액수에 곡을 준 적도.

돈을 아예 받지 않고 곡을 준 적도 있었다.

아마도.

그냥 곡을 주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던 것 같다.

“…죽습니다.”

그때 곡을 줬어야 했던 걸까?

“…곡 안 주시면 저 죽습니다.”

벼랑 끝에 몰린 사람의 눈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휙.” 돌아서며 쉽게 답했다.

“그럼 죽든가.”

그 말 한마디로 내 인생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 * *

[ CS엔터테인먼트 대표 김문석, 자택에서 자살! 유가족 ‘작곡가 A 씨 때문이다.’ 주장. ]

내 삶의 바닥이 쫙쫙 갈라지기 시작했다.

[ 故 김문석 대표 유서 내용 및 녹음테이프 발견되어 작곡가 A 씨 긴급 조사에 들어가…. ]

곡을 안 주면 죽을 거라던 영세 매니지먼트의 대표가 정말 자살을 해 버렸다.

할 수만 있다면 죽을 용기가 있거든, 어떻게든 회사를 살려 보라 소리치고 싶었다.

“제기랄….”

문제는 김 대표의 자살에 대한 책임의 화살이 내게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기사에서 다루고 있는 ‘작곡가 A’는 나를 지칭하는 말이 분명했고….

사람들은 ‘작곡가 A’를 나라고 확신한 채로 손가락질을 거듭할 뿐이었다.

[ 작곡가 A 빼박 민현승이네. 원래 인성 더러운 걸로 유명했잖아? ]

↳ [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갑질로 유명하던데? 그리고 여자관계도 더럽다고 소문 자자함. ]

↳ [ 쟤랑 작업하다가 아예 은퇴한 가수들도 많다고 그러던데. ]

[ 그래도 곡은 좋지 않나? ]

↳ [ 난 불매할 거임. ]

↳ [ 응, 그래봤자 살인범. ]

[ 민현승한테 학폭 당했었다고 주장하는 동창 피해자 글 올라왔음. 좌표 남김. ]

↳ [ 팩트 체크 먼저 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

↳ [ 체크는 무슨. 딱 봐도 일진놀이 했을 상. ]

↳ [ ㅇㅇ, 어릴 때부터 성질 더러웠을 것 같음. ]

그의 자살을 시작으로 추측성 루머 기사들은 더 크게 몸집을 부풀려 수 없이 쏟아졌다.

집단 광기.

작업 중에 예민하게 굴었던 점이나 관계자 갑질은 일부 사실이라지만.

학폭이라든가 유흥업소를 제집 드나들 듯했다든가 하는 이야기는 모두 거짓이었다.

[ 와, 천하의 민현승이 나락 갔네. ㅋㅋ ]

↳ [ 이제 활동 못 할 듯? ]

↳ [ 꼴 좋다, 소름 끼침. ]

소속사는 자중하라는 말만 전하고 그 뒤로 감감무소식이었다.

‘됐어….’

사람들은 마치 내가 모든 걸 잃기라도 한 것처럼 조롱하는 중이었다.

아주 잠깐.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지만 내게는 아직 가장 중요한 게 남아 있었다.

재능.

그래, 까짓거 새로운 이름으로 신곡을 내면 그만이리라 생각했다.

곡을 살 사람도, 부르고 싶다는 사람도 줄을 설 게 분명했으니까.

어차피 재능 하나로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아무런 문제도 없으리라 생각했다.

‘다 괜찮아질 거야.’

따르릉.

그때 별안간 전화가 걸려 왔고.

[ 현아 ]

발신자를 확인한 현승이 미간을 찡그렸다.

전화를 주고받을 사이가 아닌 여동생.

현아로부터 전화가 걸려 오고 있던 탓이었다.

- 오빠, 지금 당장 병원으로 와.

다급한 목소리를 통해 직감할 수 있었다.

병원에 계신 아버지께….

무슨 일이 생겼음이 분명하다고.

* * *

호재도, 악재도 겹쳐서 생긴다던가?

“대체 이게 무슨….”

몇 달 만에 뵌 아버지는 못 알아볼 만큼이나 야윈 건 물론이거니와 얼굴 위로 황달기가 둥둥 떠 있는 채였다.

청각장애인.

본래 귀가 들리지 않던 아버지께서는 제법 오랫동안 췌장암으로 인한 투병 생활을 이어 오셨다.

“이 지경이 되시도록 왜 말을 안 했어-!”

지난번보다 병세가 훨씬 더 악화된 게 분명했다.

“민현아, 너 대체…!”

그때 아버지께서 허공에 손을 휘저어 두 남매 사이를 갈라놓으며 말씀하셨다.

- 둘이 왜 싸우고 그래,

느릿하게 수화로 얘기하는 아버지에게 들리지도 않을 목소리를 높였다.

“왜 이렇게 될 때까지 말씀을 안 하셨어요!”

그 말에 현아가 끼어들었다.

“오빠가 몇 달간 한 번이라도 집 들른 적 있어?”

“뭐?”

“오빠는 그냥 돈만 보내면 끝이라고 생각하잖아.”

그저 모든 게 잘 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일은 항상 잘 풀리고 있었고….

아버지의 병세도 점차 차도가 있을 거라고.

지레짐작한 채 살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모든 걸 외면하면서.

홀로.

마냥 속 편하게 지내 왔음이 분명했다.

“그건-.”

무어라 변명하려던 찰나였다.

휙-.

현아가 곧장 병실을 나서 버렸고.

- 현승아, 동생이랑 싸우지 마라. 아빠 떠나고 서로한테 가족이라곤 너희 둘뿐이잖니.

이내 현승이 수화로 답했다.

- 그런 말 마요. 아버지는 병원비 걱정하지 말고 수술이든 치료든 다 받고 그냥 낫기만 해요.

맥없는 손짓으로 “그래야지.”하고 답하던 찰나였다.

“어?”

아버지의 병실 침대 옆 탁상에 악보가 놓여 있었다.

“이건….”

내가 낸 곡의 악보였다.

- 현아한테 부탁해서 받은 거다.

- 아버지가 악보가 왜 필요해서….

청각장애인인 아버지께 악보가 대체 왜 필요한 걸까?

-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 일단 잠깐만요.

일단은 동생 현아와 대화를 나눠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병실을 나섰고.

“민현아.”

병실을 나서니 복도 끝 쪽에 자리한 의자에 앉아 있는 현아가 보였다.

“잠깐 얘기 좀 해.”

“할 말 없어.”

“아버지 상태는….”

현아가 착잡한 투로 답했다.

“이제 아빠한테 남은 시간이 없대.”

현아의 두 눈이 금세 축축해졌다.

“뭐…?”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이미 세포 전이도 끝났고 손쓸 방법이 없대….”

그때였다.

‘어?’

별안간 세상이 귀 뒤로 아득하게 멀어졌다.

어지럼증이었다.

덩달아 귓속에 듣기 거북한 소음이 울려 댔다.

“어, 어, 어….”

현아가 그런 내 어깨를 흔들었다.

“오빠, 갑자기 왜 그래?”

그제야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무것도 아냐.”

그 말을 끝으로 곧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고.

“오빠, 아빠한테 인사라도 하고 가!”

급히 병원을 빠져나가는 내 뒤에서 현아는 애타게 소리쳤지만….

그렇게 도망치듯 병원 문밖을 나섰을 때야 깨달을 수 있던 사실이 있었다.

“하아, 하아….”

방금, 나는 잠깐 숨 쉬는 법을 잊었다.

확신할 수 있었다.

내 정신에 이상이 생긴 게 분명했다.

* * *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 나르시. 」

그게 프로듀서로서 나의 두 번째 이름이었다

나르시시즘에 따온 이름으로….

제 잘난 맛에 사는 나와 썩 잘 맞는 예명이라 여겼다.

새 이름으로 낸 곡들이 발매됐고.

“이럴 줄 알았지.”

예상했던 대로 새 이름으로 발매한 모든 곡이 음원 순위 상위권을 차지했다.

논란과는 별개로….

음악적 재능과 실력은 어디 가는 게 아니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래, 이럴 줄 알았어….”

대중은 그렇게 영리한 이들이 아니었다.

쉽게 끓어오르고 쉽게 사그라든다.

이미 민현승은 잊힌 이름이 되어 있었다.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람을 쳐서 죽여도, 문란한 성생활이 대두되거나 범죄 사실이 밝혀져도, 마약 복용 사실이 발각되는 한이 있더라도 잠깐 자숙을 하면 금세 잊는 게 대중이었다.

‘나 정도면….’

내 죄질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의에 의한 행동이 아니지 않았던가?

‘그래, 당분간만.’

당분간만 이렇게 지내면 되리라고 생각했다.

이대로 자숙하다가….

언젠가는 본래 이름으로 활동할 수 있으리라고.

하지만.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 천재 신인 작곡가 나르시의 충격적인 정체. ]

[ 단독 보도, 나르시의 정체는 민현승? ]

[ 민현승, 새 이름으로 활동한 사실 밝혀져…. ]

다시금 내 이름이 뉴스 연예면을 쭉 도배했다.

내부고발자의 보도라던가?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양 내게 돌을 던졌다.

[ 야, 얘 사람 죽이고 지는 돈 벌겠다고 기어 나온 거? 진짜 사람 맞냐? ]

↳ [ 얼굴 반반하고 실력 좋으면 뭐 하냐. 인성이 쓰레기인데;;; ]

↳ [ 진짜 사람이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대체 무슨 생각이지? ]

↳ [ 이름 바꾸고 나와서 또 음원 순위 오른 거 보고 무슨 생각 했을까? ㅋㅋ ]

그 이후에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숨 쉬는 법을 까먹기 일쑤였다. 공황장애가 심해진 까닭이었다.

약을 먹으면 아주 잠시는 괜찮아졌으나 남은 하루를 몽롱하게 보내야만 했다.

- 일단 너도 알다시피 계약을 존속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잖아? 이참에 너도 한동안 푹 쉬어 가는 게 어떨지….

모두가 내게 돌을 던지는 와중에 소속사는 계약 해지를 통보해 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황장애가 극에 치달았을 무렵 동생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 오빠….

현아로부터 걸려 온 전화였다.

“어떻게 된 거야…?”

병원으로 다급히 달려가 보니 아버지께서 ‘중환자실’에 누워 계셨다.

현아는 밤새도록 울었던 건지 눈이 팅팅 부어 더 나올 눈물도 없어 보였다.

“수술, 당장 수술해야 하는 거 아냐?”

현아가 고개를 내저었다.

“간 수치가 너무 떨어져서 할 수가 없대, 이미 간으로도 암이 다 전이 돼서….”

현아가 힘겹게 말을 이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을 거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더 내려갈 곳이 있을까?

* * *

아버지는 검소한 분이셨다.

박스 하나.

정리한 유품은 박스 하나 분량이 전부였다.

그중 내 악보가 절반을 차지했다.

‘악보….’

아버지는 분명 병실에서도 악보를 보고 계셨다.

- 현아에게 부탁해서 받았다.

청각장애인인 아버지께서 대체 왜 제 곡의 악보를 가지고 계셨던 걸까?

문득 별거 아닌 의문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한참 거실을 치우고 있던 현아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현아야, 궁금한 게 있는데.”

“응.”

“아버지 병실에 악보가 있던데.”

그 말에 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께서 부탁하셨어.”

“귀도 안 들리는 양반이.”

현승이 잠시 틈을 두고 되물었다.

“악보는 대체 왜?”

이내 현아가 조심스레 답했다.

“궁금하대.”

정적이 흐르기를 잠시.

“오빠가 만든 곡이 너무 궁금해서 악보를 보면서 상상이라도 해 보고 싶다 하시더라. 마지못해 가져다 드렸더니 온종일 악보만 들여다보시는데….”

내 악보를 들여다보던 아버지께서는.

“내가 다 속상해서 눈물이 나더라.”

아아.

대체 어떤 심정이셨을까?

그때.

현아가 고개를 숙였다.

“민현승.”

그리고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본론을 꺼냈다.

“우리 이제 남처럼 살자.”

“현아야, 너….”

“전부 다 지긋지긋해.”

가족이란 말로 뭉뚱그리기에 관계가 너무 곪아 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아버지라는 접점이 사라지자 우리 남매는 남이 됐다.

“현아야….”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을 밟는 것이겠지.

“갈게.”

그렇게 집을 나서려던 현아가 현관 앞에 멈춰 선 채로 말을 이었다.

“오빠는 그냥 다 돌려받고 있는 거야.”

“현아야….”

“앞으로도 그렇게 이기적으로 살아.”

현아가 재차 덧붙였다.

“기왕이면 꼭 남들보다 잘살고.”

“민현아!”

“가족이고, 뭐고, 다 버리고 사는데.”

힘을 주어 마지막 말을 남겼다.

“남들보다 잘살기라도 해야지.”

그 말을 끝으로 현아가 집을 나섰고.

쾅.

현관문이 거세게 닫혔다.

* * *

얼마 지나지 않아 홀로 아버지를 뿌려 드린 강을 찾았다.

“아버지, 이것도 같이 가져가시라고 들고 왔어요.”

끈으로 묶인 두꺼운 악보 꾸러미를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나 낡도록 보셨어요.”

방파제에 아슬하게 걸터앉아 악보를 손에 쥐었고.

파르르륵-.

라이터로 불을 붙이자 활활 종이가 타올랐다.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땐 꼭 들려 드릴게요.’

경황이 없어 눈물이 안 나는 줄 알았는데.

혼자 아버지를 보내 드리려고 하니….

하염없이 눈물이 턱 끝을 타고 떨어졌다.

수백 장.

무려 수백 장이 되는 악보를 다 태우고 나서야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어?”

손에 묻은 탄 종잇조각을 훌훌 털어 버리던 찰나였다.

“왜, 또….”

다시금 뇌 속에서 “윙윙!”하는 소음이 울려 댔다.

괴로웠다.

숨이 쉬어지질 않고 식은땀이 마구 흘러 댔다.

빌어먹을 공황이 또 재발했다.

매번 그렇듯 숨 쉬는 법을 까먹어 헐떡였고.

바닥을 주저앉아 신음했다.

평소보다 심한 증세에 손쓸 도리가 없었다.

“끄으으으….”

힘겹게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으나, 그마저도 손을 떠는 바람에 ‘퐁당’소리와 함께 바닷물에 빠뜨렸다.

‘제발….’

금세 눈앞이 깜깜해지기에 이르렀다.

이윽고.

칠흑과 같은 적막과 어둠이 찾아왔다.

현아의 말대로일까?

정말 모든 게 내 업보인 걸까?

모르겠다.

다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르게 살아 보고 싶어….’

이 모든 악재의 연속을 업보라 말할 수 없을 만한 다른 삶.

‘아버지….’

죽음의 문턱에 와서야, 그를 위한 곡을 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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