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 작업실. ]
현승으로부터 며칠 만에 도착한 짤막한 문자를 확인한 정아린이 눈매를 좁혔다.
“작업실? 뭐 어쩌라는 거야?”
아마 문자를 확인하는 대로 작업실로 와 달라는 뜻이겠지.
안다.
알긴 아는데 몇 자를 더 적는 게 그리도 어려울까?
“하여튼, 성격하고는….”
그녀는 문자에서조차 느껴지는 딱딱함에 혀를 차며 꽤 오랜만에 LS 사옥에 들어섰다.
퇴출 처분을 받고 연습생 신분을 박탈당한 뒤로 사옥에 발을 들인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일까?
그런 그녀의 발걸음에서 묘한 긴장감이 느껴질 따름이었다.
‘그나저나….’
직접 받았던 명함에 적혀 있던 ‘HS’라는 작곡가명을 토대로 나름 조사해 본 결과, 아무래도 현승과 무성한 소문 속 작곡가가 동일한 인물인 것은 확실한 모양이었다.
얼마 전 발매된 공효주의 신곡에 공동 작곡으로 이름을 올린 건 물론이거니와, 서지니의 앨범을 제작해 그녀가 다시금 전성기를 누릴 수 있게 해 준 신인 작곡가.
‘대단한 사람인 것 같긴 하단 말이지….’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은 그녀가 휴대폰을 꺼내 들어 연예 뉴스 기사 아래로 달린 댓글을 쭉 훑어보기 시작했다.
근래 웹 뉴스 연예란은 온통 서지니와 공효주와 관련된 기사로 아예 도배되어 있다시피 한 채였다.
[ 서지니 日, “오리콘 차트 노리기 위한 첫걸음!” ]
ㄴ> 나 실제 일본 유학생인데 지금 서지니 노래 반응 개좋.
ㄴ> 이번에 나온 아이돌 싹 점멸시켰다는 전설의 서지니?
ㄴ> ㅇㅇ 솔직히 블루즈랑 나인스타 서지니 신곡에 다 밀림;
ㄴ> 요즘 길거리에서 서지니 곡 한 번은 꼭 들림;
ㄴ> ㅇㅈㅇㅈ 지금 서지니노래 모른다하면 문제있는 정도 아님?
ㄴ> 몰라서 미안하다....
[ [공식]공효주, 국내 음원 플랫폼 12주 연속 차트 인…. ]
ㄴ> 근데 같은 소속사 서지니한테 밀려서 결국 만년 2위.
ㄴ> 생각지도 못한 팀 킬인 건가? ㅋㅋㅋㅋㅋㅋ
ㄴ> 어찌 됐든 서지니 신곡이 더 좋은 건 팩트잖음?
ㄴ> 공효주 곡도 좋음; 왜 같은 식구 사람들 이간질함;
ㄴ> 그냥 이때다 싶어서 물타기하는 악개들천지라니까
ㄴ> 진짜루... 꼴뵈기싫타그냥ㅠㅠ
두 곡의 반응을 비교한다면 서지니 쪽이 압도적으로 우위였으나 그렇다고 해서 공효주의 곡이 흥행에 실패한 건 또 아니었다.
쉽게 말해….
대히트를 거둔 서지니의 이번 앨범과 12주 연속 국내 플랫폼 차트 인에 성공한 공효주의 곡만 놓고 봐도 현승의 능력은 이미 깔끔히 입증된 셈이었다.
‘나도 이렇게 될 수 있을까?’
현승의 표현을 빌려 표현하자면 혜성처럼 등장한 슈퍼 루키급 신인 작곡가가 자신을 연주해 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내가 정말 이렇게 될 수 있는 재목이었더라면….’
월말 평가에서 매번 아슬아슬한 점수를 기록하다가 끝끝내 퇴출이라는 처분을 받을 일은 없지 않았겠는가?
그렇게 한참을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정처 없이 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덧 작업실 앞에 도착한 채였다.
“후….”
만약 지금 자신이 하는 고민을 현승이 듣게 된다면 과연 뭐라고 할까?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대강 “자아를 지닌 악기가 존재할까?” 정도의 말로 일축하겠지.
“나는 악기다, 나는 악기다, 나는 악기다….”
주문을 외는 양 중얼대던 정아린이 휴대폰을 뒷주머니에 쑤셔 넣어 버리고는 문을 두드렸다.
똑똑―!
힘차게 문을 두들기자 살짝 열려 있던 문이 “끼이익.” 소리를 내며 밀리기 시작했고….
“빨리빨리 좀 다녀라.”
간단한 인사조차도 나누지 않고 핀잔부터 주는 현승의 모습에 정아린이 저도 모르게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문자 보자마자 온 거거든요?”
어째서인지 현승의 퉁명스러운 태도에 가슴 한편에 똬리를 튼 불안이 사그라지는 느낌이었다.
“따박따박 말대꾸나 하는 악기가 있을까?”
그 말에 정아린이 입을 꾹 다문 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자 현승이 되물었다.
“야, 너 왜 대답을 안 해?”
“악기가 말을 어떻게 해요?”
이내 현승이 한숨을 푹 내쉬고는 본론을 꺼냈다.
“거두절미하고, 곡 나왔어.”
“정말요…?”
“그럼 내가 거짓말하겠어?”
이죽대듯 되물은 현승이 벽면에 걸린 시계를 바라봤다.
“일단 녹음 시작 전에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는데….”
그때였다.
“미안, 미안. 마지막으로 검토 한 번만 더 해 보느라 늦었네.”
사내 실세 중 한 명인 김 실장이 한 손에 서류 봉투를 쥔 채로 들어섰다.
“네가 아린이구나? 얼굴 보니까 기억나네.”
“감사합니다….”
“현승이한테 설명 들었지? 도장 가져왔어?”
그 말에 정아린이 토끼 눈을 한 채로 눈을 끔뻑였다.
“네? 무슨 도장이요?”
그러고는 현승과 김 실장을 번갈아 보던 찰나.
“실장님도 참, 요즘 애들이 무슨 도장이에요?”
불쑥 끼어든 현승이 정아린을 바라보며 재차 물었다.
“일에는 다 순서라는 게 있는 법이라고. 녹음하기 전에 계약부터 해야 할 거 아냐?”
“계약이요…?”
“그럼 뭐 내가 무슨 자선 사업이라도 하는 줄 알아? 계약도 안 한 가수한테 곡 주겠어?”
그 말에 정아린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아뇨, 해야죠. 계약해야죠….”
계약.
두 음절로 된 단어에 어째서 가슴이 뭉클해질까?
아마 오래도록 품고 있던 꿈인 까닭이리라.
지하 연습실에서 유충(幼蟲)의 시간을 보냈던 건.
끼니를 거르고, 잠을 줄이며 연습했던 건.
가족도, 친구도 만나지 못하고 거울 앞에 섰던 건.
꿈 때문이었다.
언제라도 저 계약서 한 장을 받겠노라는 꿈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
이로써 현승은 제 꿈을 이뤄 준 은인이 된 셈이었다.
“일단….”
그때, 김 실장이 곧장 봉투에서 계약서를 꺼내 건네줬다.
“천천히 한번 검토해 볼래?”
정아린이 “네에….” 하고 답하며 계약서를 받아 들었다.
- 대중문화예술인(가수중심) 표준전속계약서.
계약서 첫 장 최상단에 적힌 글귀에 기분이 싱숭생숭해지려던 찰나였다.
“실장님, 원래 일을 그런 식으로 처리하십니까?”
“또 뭐가!”
“얘가 본다고 뭘 알기나 하겠어요? 줘 봐요.”
현승이 중간에서 계약서를 낚아채서는 마치 제 계약이라도 되는 양 꼼꼼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정산 비율이 많이 아쉬운데요?”
“그야 신인이고 첫 계약이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인 못 해요.”
그 말에 정아린이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예? 저, 저는 괜찮은데….”
이내 현승이 그런 정아린을 쏘아봤다.
“너 그러다가 나중에 후회한다?”
“네? 아뇨, 그래도….”
“이거 봐, 어려서 뭘 잘 모르네.”
현승이 재차 투덜댔다.
“비율 몇 퍼센트 차이로 정산금 앞자리가 달라진다니까?”
김 실장이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본론을 꺼냈다.
“현승아, 신인이고 표준계약서잖아? 추후에 잘되면 그때 가서 다시 협의하는 조건으로….”
“차라리 매출 일정 금액 이상 발생할 시 정산 비율을 조정하는 형태의 특약 넣어 주시죠?”
말을 마친 현승이 계약서를 돌려주며 말했다.
“그리고 자꾸 신인 운운하시는데 그게 뭐가 중요해요? 결과가 중요한 거죠.”
“그래, 네 입장도 이해는 하는데 아린이는 아직 아무런 결과도 못 냈으니까….”
“누가 얘 보고 그런 특약 달아 달래요? 저 보고 넣어 달란 거지. 아직도 못 믿어요?”
그렇게 둘 사이로 묵직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뭐지….’
그 사이에 낀 정아린은 어쩔 줄 모르고 둘을 번갈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잘은 모른다지만 확실한 점은 현승이 자신을 위해 노력해 주고 있다는 점일 터였다.
“어휴―.”
혓바닥으로 강동 6주를 손에 넣은 서희조차 현승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을 터였다.
한숨을 내쉰 김 실장이 “수정해 올게.” 하고 답하며 괜히 고개를 좌우로 내저어 댔다.
“서희도 네 고집은 못 꺾을 거다.”
그 말에 현승이 틈을 두고 되물었다.
“서희?”
“그래.”
정적이 흐르기를 잠시.
“예뻐요?”
김 실장이 재차 한숨을 푹 내쉬었다.
* * *
현승이 간이 의자를 끌고 와서는 정아린을 옆에 앉혔다.
“계약서 잘 보관하고.”
결국 현승의 도움 덕분에 우호적인 조건으로 무사히 계약을 잘 마친 채였다.
“네, 감사합니다….”
이내 현승이 귀찮다는 양 “됐고.” 하고 답한 뒤 본론을 꺼냈다.
“디지털 싱글로 딱 1곡만 발매할 거야.”
그러고는 곧장 몸을 돌려 제 컴퓨터를 바라보며 말했다.
“한 번만 들려줄 테니까 잘 들어 봐.”
딸깍, 현승이 스페이스 바를 누르자 스피커를 통해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어…?”
정아린은 첫음절부터 꼿꼿이 자세를 고치며 경청하기 시작했다.
“와….”
그녀의 입에서 연신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그렇게 곡이 끝나자….
정아린이 눈을 빛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게 정말 제 곡이에요?”
“내 곡이지.”
“모쪼록 감사합니다.”
“뭐가 감사해?”
“저를 위해 이렇게….”
“날 위해 만든 거야.”
현승이 모니터 화면 위에 시선을 고정해 둔 채로 부연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훌륭한 연주 솜씨를 뽐내 볼 목적으로 만든 곡이지.”
그 말에 정아린이 아랫입술을 비죽 내밀던 찰나였다.
“방금 들은 곡의 후렴구 바로 불러 봐.”
그 말에 정아린이 얼빠진 얼굴로 “네?” 하고 되묻기에 이르렀다.
정아린은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 현승의 표정을 살폈다.
‘진심인가?’
아무리 후렴이지만 한 번 들려준 곡을 바로 부르라니….
“뭐해? 불러 보라니까?”
그 말에 정아린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연습할 시간 조금만 주시면….”
이내 현승이 날이 선 투로 되물었다.
“6년 동안 연습했다면서?”
“네?”
“아직도 연습이 덜 됐어?”
정아린이 자존심이 상한 양 답했다.
“그럼 딱 한 번만 더 듣게 해 주세요.”
갑작스러운 테스트나 평가는 수도 없이 겪어 온 그녀였다.
‘그래 전곡도 아니고 후렴이잖아?’
딱 한 번만 더 들으면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
다시금 짧다면 짧은 후렴구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음음….”
연신 허밍(*humming:입을 다물고 코로 소리를 내어 노래를 부르는 창법)으로 따라 부르던 정아린이 머릿속으로 악보를 그려 냈고….
“자, 됐지?”
짧은 후렴구가 끝나자 현승이 가사가 적힌 종이를 건네며 재차 지시했다.
“후.”
정아린은 짧은 한숨과 동시에 눈으로는 쉼 없이 가사를 쫓았다.
“브릿지부터 틀어 줄 테니까 박자 잘 맞춰서 후렴구만 불러 봐.”
현승이 엔터 위로 손을 가져간 채로 정아린을 바라봤다.
마치 “준비됐지?” 하고 묻는 것 같은 눈빛을 한 채였다.
“준비됐습니다.”
딸깍, 현승이 스페이스 바를 누르자 다시금 반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정아린은 눈을 감은 채 집중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 넌 내가 좋다고….
애석하게도 심혈을 기울여 내뱉은 첫 마디는 채 2초도 지나지 않아 끝이 나 버렸다.
“다시.”
현승이 무미건조한 말 한마디와 함께 반주를 꺼 버린 탓이었다.
- 넌 내가 좋다고 말했었잖아. 표현이….
“감정이 없어. 다시.”
- 넌 내가 좋다고 말했었….
“발음 뭉개지잖아. 다시.”
- 넌 내가….
“첫 박자부터 밀렸어. 다시.”
- 넌….
“지금 장난하는 거 아니지? 다시.”
계속 커트를 당하는 탓에 두 번째 소절의 가사는 입도 뻥긋하지 못할 뿐이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문득 계약서에 서명을 마친 뒤 김 실장한테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일단 계약 정말 진심으로 축하하고 이건 그냥 노파심에 하는 말인데….”
그다음에는 뭐라고 했더라?
“많이 힘들 거야.”
“네? 왜요?”
“쟤, ‘변태’거든.”
느닷없는 말에 놀란 기색을 드러내자 김 실장이 다급하게 정정을 해 줬더랬다.
“음악 변태 말이야. 사내 사운드 엔지니어들도 현승이 때문에 술만 먹었다 하면 그만두고 싶다고 징징거릴 정도인데….”
연달아 동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김 실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넌 오죽할까?”
깨달았다.
‘변태, 맞네….’
현승은 엄청난 음악 변태가 분명해 보였다.
이대로는 안 된다.
며칠 뒤에도 이러고 있을지 모를 터였다.
“자, 자, 잠시만요!”
연신 “다시 지옥.”이 이어지고 있던 찰나였다.
정아린이 조심스레 손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죄송한데 가이드 보컬 녹음해서 들려주시면 안 될까요? 가이드 보컬이 전부 허밍으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어떤 스타일을 원하시는 건지 감이 잘 안 와서….”
대충 들어도 막 부른 허밍으로만 이루어진 반주를 고작 두 번 들려주지 않았던가?
연습 한 번 없이 작곡가 마음에 쏙 들게 불러 내라니, 어지간한 기성 가수에게도 힘든 일이었다.
‘사내 가이드 보컬로 세울 사람도 많을 텐데….’
어쩐지 가혹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하아, 손이 많이 가는 타입이네.”
현승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제대로 된 가이드 들려주면 잘할 수 있겠어?”
“네, 그럼요! 잘할 수 있어요!”
“한 번만 부를 거니까 잘 듣고 기억해.”
“에? 직접 불러 주시려는 거예요?”
별안간 자리에서 일어난 현승이 부스 안으로 걸어가 헤드셋을 집어 들었다.
“거기 엔터 한 번 눌러.”
“지금요?”
“좀 쉬다가 내일 누르게?”
정아린이 다급히 엔터를 누르자 이미 편집돼 있던 브릿지 부분 전주가 흘러나왔다.
그녀가 이렇다 할 기대감 없이 부스 너머에 서 있는 현승을 빤히 바라보던 찰나였다.
- 넌 내가 좋다고 말했었잖아.
곡 자체가 좋았기에 남자 키로 바꿔도 좋은 건 당연지사지만….
- 표현이 서투른 탓일까.
평소 현승의 날카로운 말투 속에 가려져 있던 따듯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나긋하게 들려왔다.
- 헷갈리게 했다면 미안하지만, 심술이 나는 걸 어떡해.
비록 전문가는 아니라지만 6년 차 연습생의 귀로 듣는 현승의 노래는….
“뭐지….”
작곡가가 아니라 사내 보컬 트레이너고 해도.
아니, 아니지.
기성 가수라고 해도 덜컥 믿어 버릴 만큼 완벽했다.
“뭐야…?”
흠잡을 데 없는 현승의 보컬에 놀란 그녀가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찰나였다.
“됐지? 이제 좀 알겠어?”
후렴구를 끝낸 현승이 부스에서 덤덤히 걸어 나오며 물었다.
‘대체 정체가 뭐지…?’
천재적인 작곡 실력을 지닌 건 물론이고 어지간한 수준의 기성 가수보다도 월등한 수준의 가창력까지 지닌 사람이라니.
비록 인정하고 싶지는 않은 일이라지만 꽤 유려한 편에 속하는 외모까지 감안해서 생각을 해 본다면….
골방에서 미디 프로그램이 실행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단 사실이 어쩐지 마냥 아쉽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야, 내 말 듣고 있냐?”
아직 정신을 다잡지 못한 그녀가 멍하니 되물었다.
“왜 데뷔 안 하세요…?”
그 말에 현승이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
“제 걱정은 마시고 본인 데뷔 걱정이나 하시죠?”
정아린은 별안간 ‘신은 공평하다’라는 말이 떠올렸다.
천재적인 작곡 능력, 뛰어난 가창력, 유려한 외모!
언뜻 보면 모든 걸 주신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지만….
‘성격과 사회성….’
앞서 열거한 요소가 없었더라면 살아갈 수 없을 만큼 문제 있는 성격과 사회성을 주시지 않았던가?
“뭐해? 다시 불러 보라니까?”
그렇게 다시금 작업이 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