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25화 (25/118)

25화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고 정아린은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밴을 타고 이동 중이었다.

스르륵-.

정아린은 손가락을 바삐 움직여 온갖 커뮤니티를 순회했다.

[ 저번 주 뮤중 생방 놓쳐서 오늘 봤는데.. 정아린 모냐? 진짜 먼대 이렇게 청초하게 생겨서 목소리도 천상계임,, 이 정도면 2위 인정; 좌표 남기고 간다. www. ]

↳ 정아린은 C급임. 문화재 지정이 시급;

↳ LS에서 숨겨놨다가 돌판 씹어 먹으라고 내보냈나봄.

↳ 이 정도면 생태계교란종 아니냐구ㅠㅠ

↳ 서지니부터 요즘 LS 열일하네;

↳ 현장에서 라이브 들었는데 진심 목소리 녹아내려,,ㅠ

↳ 노래 너무 좋아서 한달은 무한스밍각이다;

↳ 와c,, 긔여워,,, 드르륵,,, 탁,,,, 드르륵,,, 탁,,

[ 나 뭐 하나 찾아냈는데; 서지니도 이번 싱글 때문에 갑자기 확 떴잖아? 정아린도 데뷔하자마자 확 떴고? 근데 공통점이 같은 작곡가한테 곡 받은 듯? 이 정도면 그 작곡가 미다스의 손인 거 아님? ]

↳ 그러네. 찾아보니까 HS라는 사람인 듯?

↳ 공효주 이번 싱글도 HS랑 공동작곡한 거 있는데 것두 조아

↳ 활동명 바꾼 유명 작곡가일 확률 999%임.

↳ 근데 얘는 회사빨로 갑자기 뜬 거 아님?

↳ 맞아; 보니까 언론플레이 장난 아니던데;

↳ 대형 엔터니까 당연히 여론 기강 잡고 갔겠지ㅋ;

↳ 아 몰랑 다 됐고 정아린 얼굴이 다 함.

↳ 솔직히 곡만 좋으면 그만 아님?

↳ 22222,, 언론플레이 정도는 다 함; 근데 곡이 좋기는 어려운 일임.

불과 2주 남짓한 시간 사이에 정아린의 눈앞으로 펼쳐진 세상이 아예 달라진 채였다.

곡이 발매된 이후 포털사이트나 음원 플랫폼 등에 매일 자신의 이름을 검색했다.

제 이름 석 자가 실린 연예 기사를 찾아봤고 귀가 아플 때까지 음원을 쉴 새 없이 들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꿈만 같은 일이었건만….

며칠 전 음악방송 무대에 처음으로 올랐던 날에는 현 대한민국 최정상급 남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KOK’와 함께 나란히 1위 후보에 오르기까지 했다.

원래 이런 걸까?

정말 이렇게 눈 한 번 깜짝할 새에 사는 세상이 아예 달라질 수 있는 건지 마냥 의아하고, 어안이 벙벙해질 따름이었다.

“돌려받는 거라고 생각하고 즐겨.”

현승에게 이 고민을 호소했을 때 돌아온 답이었다.

“회사 지하 연습실에서 썩은 시간이 장장 6년이잖아?”

무덤덤하다고 생각했던 현승은 의외로….

“충치처럼 썩어서 끝에는 금이 된 거지.”

확실히….

“고생한 시간, 이자까지 쳐서 돌려받는다고 생각해.”

자상한 구석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때였다.

정아린의 로드 매니저로 배정받은 백창수가 백미러로 슬쩍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아린아, 왜 이렇게 표정이 어두워?”

“네? 아무것도 아니에요….”

“첫 무대에 2위도 충분히 잘한 거야.”

백창수는 아마도 정아린이 며칠 전 뮤직중심에서 2위를 한 점을 아쉽게 여기고 있는 것이라고 확신했으나….

“그냥 다 꿈같아서 그래요.”

아쉬움 같은 건 추호도 없었다.

아니.

애초에 아쉬울 이유조차 없었다.

“하나도 안 아쉬워요.”

노래를 부르고 싶었고, 그래서 가수가 되고 싶었다.

이제는.

노래를 맘껏 부르고 들려줄 수 있는 가수가 됐다.

“그냥 다 꿈만 같아서 자고 일어나면 끝나 있을까 봐 무서워요.”

처음에는 이상한 사람이리라 생각했던 현승을 우연히 만났다.

“예정대로 낙제하게 되면 연락해.”

작업실로 향하던 때까지만 하더라도 별다른 믿음이 없었건만….

‘정말 이렇게 대단한 분이실 줄은 몰랐는데….’

만약 그 날 현승과 우연히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짐을 챙겨 회사를 떠났을 터였다.

여러 매니지먼트의 문을 두드려 보기야 했겠지만….

퇴출당한 연습생이란 꼬리표 때문에 어떻게 됐을지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기도 했다.

결국.

현승이 제 ‘꿈’을 이루어 줬으니 자신은 이제 열심히 노래하면 되는 셈이었다.

“매니저 오빠, 그런데 노래 진짜 좋지 않아요? 작곡가님, 정말 대단하신 분인 것 같아요. 대체 어떻게 이렇게 좋은 곡을 뚝딱뚝딱 만드셨는지….”

정아린이 배시시 웃으며 휴대폰으로 자신의 노래인 ‘사춘기’를 틀더니 이내 콧노래까지 흥얼거렸고….

그런 정아린의 모습을 룸미러로 힐끔힐끔 살피던 백창수 역시 덩달아 미소를 머금어 보였다.

‘꼭 성공하면 좋겠네.’

그간 자신이 담당해 왔던 가수나 배우 중 태반이 인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이들이었기 때문일까?

밝고 순수한 에너지를 지닌 정아린을 보고 있노라니 매니저가 아닌 팬의 마음으로 응원하게 될 따름이었다.

‘오늘 행사도 잘되면 좋을 텐데.’

서울시에서 매년 주최하는 인기 페스티벌.

‘반리월 페스티벌’

티켓팅이 힘들기로 악명이 자자한 건 물론이거니와 시즌마다 웃돈에 웃돈을 얹은 금액의 암표가 떠도는 규모 있는 페스티벌이라 중요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90년대부터 이어져 온 명맥 있고 명망 높은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 중 하나인 ‘하늘음악회’에서, 이번 반리월 페스티벌의 주최를 도맡게 된 상황이 아니던가?

그 말인즉.

그저 지역 페스티벌에 그치지 않고, 전국에 생방송으로 방영이 된다는 것이다.

하늘음악회는 당대의 인기 가수는 물론이거니와 원로로 분류될 전 세대의 가수들….

또한, 장르를 제한하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곡을 선보여 온 덕에 시청자 연령대가 다양한 편이었다.

‘이번 행사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 주면 아린이 팬덤도 분명 더 크고 견고해지겠지….’

비록 부상으로 갑작스럽게 출연이 취소된 유명 가수의 대타로 급하게 섭외된 셈이긴 하지만….

하늘음악회가 주최하는 반리월 페스티벌에 참가하게 된 건 정아린에게 있어 호재가 분명했다.

톡, 토독, 토도도독….

백창수가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어라? 비 오나…?”

차 앞면 유리에 물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 * *

한편.

“진짜 이 맛에 출근한다.”

“식권 압수.”

“어허! 버르장머리 없이!”

“틀니 압수.”

김 실장과 현승은 방금 막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그때.

별안간 김 실장의 휴대폰이 “지이이이이잉-!”하는 소리와 함께 요란하게 울려 댔고….

“하여튼, 다들 커피 한잔할 여유를 안 줘요.”

김 실장이 말 속에 콧소리가 밴 가락을 담아 흥얼거리기도 잠시.

“엥? 창수? 무슨 일 있나?”

얼마 전 정아린의 매니저로 배정된 백창수의 번호가 액정 위로 떠 오르자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여보세요?”

아니나 다를까.

- 실장님, 죄송한데 문제가 좀 생긴 것 같습니다….

“문제? 무슨 문제? 심장 떨린다. 빨리 말해 봐.”

- 다름 아니라, 혹시 지금 바깥 날씨 보셨나요?

김 실장이 “날씨?”하고 되묻고는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쏴아아아아아-!

마치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양, 두꺼운 빗줄기가 연신 창을 때려 대는 중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백창수가 수화기 너머로 한차례 숨을 고르더니 말을 덧붙였다.

- 지금 다른 가수들은 거의 다 취소하는 분위기인데, 아린이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래도 매니저 선에서 쉽사리 선택할 수 없는 문제라 전화를 건 모양인데….

‘하, 난감하네….’

분명 하늘음악회가 주최하는 반리월 페스티벌이라면 막 데뷔한 정아린 같은 신인에게는 어마어마한 기회였다.

특히나 하늘음악회는 장기 프로그램인 만큼 관계자들은 대부분 방송국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한참 얼굴을 알리고 주가가 올라가고 있는 마당에 여기서 뭔가 흠을 보이는 순간 다음 기회가 사라질 수도 있다.

‘기성’이나 ‘중견’ 급 가수라면 모를까 정아린 같은 신인에게는 사실 이렇다 할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러나.

창밖으로 쏟아지는 비를 살펴보자니 금방 스쳐 지나갈 소나기 수준은 아니었다.

야외무대인 만큼 자칫 ‘안전사고’라도 발생한다면 이후에 있을 스케줄에도 타격이 올 것이다.

“하, 이걸 어떻게 하지….”

그렇게 김 실장 역시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뒷 머리칼을 긁적이던 찰나였다.

“무슨 일인데요?”

현승의 물음에 김 실장은 “다시 연락 줄게.”라며 통화를 종료한 뒤 상황을 설명했다.

“아니, 지금 아린이 매니저한테 전화 왔는데 지금 하늘음악회 야외무대 올라가야 하는데 비가 많이 와서 행사 취소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 말을 들은 현승이 대수롭지 않다는 양 답했다.

“애도 아니고 알아서 결정하라고 해요.”

“야, 이게 무슨 학예회도 아니고….”

“하고 싶으면 하고, 아니면 마는 거죠.”

“됐다, 너한테 의논한 내 잘못이지.”

이내 김 실장이 현승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다독였다.

“일단 급하게 회의라도 좀 해 봐야겠다.”

한차례 “예-?”하고 반문한 현승이 재차 물었다.

“뭐하러 회의까지 해요?”

“그럼?”

“당사자 의견대로 해야죠.”

정적이 흐르기를 잠시.

“본인은 어떻게 하고 싶다는데요?”

“아직 안 물어봤는데….”

“그럼 당사자 의견부터 물어봐요.”

현승이 어깨를 한 번 들썩이고는 덧붙였다.

“올라갈지, 말지.”

김 실장이 동조한다는 양 고개를 몇 번 끄덕여 댔다.

“하기야….”

좋은 기회랍시고 비가 쏟아지는 날 억지로 야외무대 위에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위험하다는 이유로 당사자가 확고하게 하겠다고 하면 뜯어말릴 수 있는 입장도 아니지 않은가?

“그래, 당사자 의견대로 하자….”

김 실장이 제 휴대폰을 꺼내 들어서는 많고 많은 번호 중, ‘정아린’이라고 저장된 번호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고….

- 네, 김 실장님.

수화기 너머에서 익숙한 음성이 들려오자마자 곧장 물었다.

“창수한테 소식 들었지? 다른 가수들은 비 때문에 줄줄이 행사 캔슬하고 전부 돌아가고 있다던데 아린이 넌 어떻게 하고 싶어?”

이윽고.

- 저는….

수화기 너머에서 정아린의 답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 * *

반포대교 인근 한강 부지에 임시로 설치된 야외 공연장 전광판이 쉴 새 없이 반짝였다.

반리월 페스티벌.

서울시에서 매년 개최하는 규모 있는 뮤직 페스티벌 중 하나인 동시에, 올해는 하늘음악회가 함께하기로 하여 많은 이들이 손꼽아 기다린 공연이었다.

“비 와서 취소되는 거 아냐?”

하지만 당일 오전부터 돌연 비가 보슬보슬 내리기 시작했고….

“우리 그냥 갈까?”

스태프들이 부랴부랴 우비를 나눠 주기야 했지만, 구경차 들린 시민들은 하나둘씩 걸음을 돌리는 중이었다.

결국, 페스티벌 라인업 중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있는 팬들만 자리를 지키는 상황이 발생하기에 이르렀고….

“엔블리 찍으러 오신 거 맞죠?”

“네 맞아요. 그쪽도?”

“아니요. 저는 파이브진이에요.”

맨 앞줄에는 여러 *홈마(*home master)들이 자리를 잡은 채로 촬영을 위한 세팅을 하는 중이었다.

요즘 대세 여돌 그룹인 ‘엔블리’를 촬영하러 온 남성이 묵묵히 카메라에 커버를 씌워 준비를 맞추던 찰나.

툭, 두둑, 투두두툭….

렌즈 위로 굵은 빗줄기가 내려치기 시작했다.

‘어라? 갑자기 많이 오네….’

방진·방적 기능이 탑재된 카메라에 커버까지 씌워 놓기야 했지만, 너무 많은 양의 비를 맞게 된다면 나중에 습기로 인한 문제들이 생길지 모를 노릇인지라 철수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남성이 갑작스러운 폭우에 고민에 빠지려던 그때….

“어라? 엔블리랑 파이브진 벤 빠져나가고 있다는데?”

“에이, 설마 이제 곧 시작 아니야?”

“화장실 다녀오다가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 들었어.”

“근데 비가 너무 많이 오긴 해.”

“야외무대니까 그냥 갈 수도 있겠는데….”

이내 남성이 근처에 앉아 있던 여자들이 수군거리는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기를 잠시.

이번 페스티벌의 MC를 맡은 유인창이 무대 위로 걸어 나오며 어렵사리 말문을 열었다.

- 궂은 날씨에도 찾아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오프닝에 앞서 전달 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비가 계속 눈 앞을 가리는지 눈을 마구 비벼 가며 말을 덧붙이는 모습이 꽤 애잔할 따름이었다.

- 갑작스러운 기상악화로 인한 안전사고가 우려되어 공교롭게도 당일 공연 예정이었던 엔블리, 파이브진, 박혁수, 디어스, 진진의 무대가 취소됐습니다. 부디 너른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그의 말이 끝나자 객석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아니, 거의 중요 라인업이 다 빠지는 거잖아?”

인지도가 꽤 높은 가수들이 모조리 취소해 버리는 바람에 사실상 대다수가 이곳을 찾은 의미가 없어진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장난해? 기다렸는데 갑자기 취소라니!”

이내 객석에서 한바탕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몇몇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를 떴고….

순식간에 객석이 휑해져 버리고야 말았다.

물론.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들도 더러 엿보이기야 했다.

최애 가수가 공연을 취소하지 않기를 비는 이들.

혹은 지금까지 기다린 게 아쉬워 자리를 지키는 이들.

“하아, 제기랄….”

자리를 지키던 엔블리의 홈마가 나지막이 중얼댔다.

“무슨 비 좀 온다고 잽싸게 가 버리냐….”

촬영을 위해 이른 새벽부터 무거운 카메라를 짊어지고 앞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기다리지 않았던가?

자신이야 촬영이 주목적이었다지만 정말 팬심으로 자리를 지킨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진짜 덕질하기 싫어지네….”

남성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돌려보니 옆에 서 있던 다른 홈마들은 이미 돌아갈 준비를 마친 채였다.

“안 가세요?”

“예, 가야죠.”

남성 역시 이런 폭우 속에서 더 이상의 기대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기에 세팅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 궂은 날씨에도 자리를 지켜 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제 만리월페스티벌 & 하늘음악회를 시작합니다.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이들의 발목을 잡아 볼 생각인지, 주최 측 관계자들은 MC를 재촉해 앞서 오프닝을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 이번 페스티벌의 초미를 장식해 줄 가수는 바로 화제에 오른 신인가수 정아린 양입니다. 부디 힘찬 박수와 함성으로 맞이해 주시길 바랍니다!

MC의 소개가 끝나자, 매섭게 내려치는 빗소리 사이로 전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정아린이 그에 맞춰 당찬 걸음으로 굵직한 빗줄기를 뚫고 무대 위에 올라섰다.

- 넌 내가 좋다고 말했었잖아.

정아린이 첫 소절을 내뱉던 찰나.

“어?”

돌아갈 채비를 하던 남성이 걸음을 멈췄다.

비단 남성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 역시 정아린의 무대를 돌아봤다.

- 표현이 서투른 탓일까.

가녀린 그녀가 폭우 속에서 아슬아슬한 모양새로 선 채 연거푸 눈을 비벼가며 관객과 시선을 교환했다.

“헐? 나 쟤 음방에서 봤어. 요즘 유명하잖아!”

“이 노래 제목 뭐야? 너무 좋은데?”

“근데 저렇게 비 많이 내리는데 괜찮은 거야?”

“그러게, 위험해 보이는데….”

“다른 가수들 다 돌아간 것 같던데 대단하네….”

잔잔하면서도 단단한 그녀의 목소리는 빗소리에도 전혀 흔들림 없이 객석을 향해 퍼져 나갔고.

관객들이 쏟아지는 폭우 대신 그녀의 목소리와 노랫소리에 주목하기 시작했을 무렵.

“정아린이라….”

남성이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 헷갈리게 했다면 미안하지만

이내 가방에 넣었던 카메라를 다시 끄집어냈다.

- 심술이 나는 걸 어떡해.

그리고는.

끼이이이익….

홀린 듯 카메라 줌을 당겨 정아린의 얼굴에 초점을 맞췄다.

“사진 잘 받네….”

이윽고.

찰칵, 찰칵-.

악천후 속에서 공연을 이어 나가는 그녀의 모습을 거듭 카메라에 담아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