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화
오늘도 진미소는 일을 끝낸 뒤 곧장 집으로 향했다. 바글거리는 사람들 사이에 껴서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퇴근을 했다. 그 정도의 일과만으로도 얼굴 위로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휴….”
제 발을 아프게 하는 구두를 벗고 집을 들어오니 안락함에 막힌 숨이 명치부터 쏟아져 나왔다. 터벅터벅 방으로 들어가 가방과 외투를 걸어놓고, 따듯한 물로 샤워를 끝냈다.
그리고는 맥주 한 캔을 꺼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진미소가 유일하게 진심을 담아 웃을 수 있는 개인 시간이다. 우선 헤드셋을 뒤집어쓴 뒤 컴퓨터 본체 전원을 켰다.
위이이잉-.
본체가 돌아가고, 액정이 밝게 켜졌다. 이후 항상 그래 왔듯 속으로 차례를 읊으며 실행했다.
첫째, 음악 플레이 리스트를 재생시킨다.
둘째, 모 포털 사이트의 뉴스·기사란을 켠다.
셋째, 본인이 가입한 커뮤니티 창을 켠다.
소심한 성향의 그녀가 유일하게 활발해지고, 강해지는 건 온라인 세계였다. 그래, 커뮤니티는 진미소의 손바닥 안이자, 주요 활동지이자, 홈그라운드였다.
“음, 어디 보자….”
그녀는 곧장 오늘의 기사를 훑었다.
[ 음원 유통시장의 큰손, 타이치 사카모토가 인정한 작곡가는 바로, 미다스의 손 ‘HS’ ]
[ 맨 레코즈의 주인, 타이치가 주목하고 있는 신예 작곡가 ‘HS’ 그는 누구인가? ]
[ LS 엔터 측, 맨 레코즈의 협업 제안에 대해 “신중히 검토 중이다.” 공식 발표 ]
[ 타이치 사카모토, 이번 한국 내한은 “오로지 작곡가 HS와 비즈니스 위함” 발언 화제 ]
기사를 읽는 그녀의 입가에 서서히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렇다, 그녀는 요즘 기사에 등장하는 ‘HS’라는 인물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더욱 온라인 활동을 활발히 하는 중이었다.
어릴 적, 우연히 남자 아이돌 그룹에 빠졌던 적이 있다. 정말 의식주를 다 포기하고 그들을 열렬히 사랑하고 응원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음악에 대한 애정 또한 커졌다.
이후.
최애 아이돌 그룹이 해체가 된 이후에도 여러 가수를 응원하고 그들의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많은 곡을 귀로 섭취했다.
그러다 불현듯 서지니의 ‘같이 걷자’라는 곡을 듣게 되었고, 거친 내면을 어르고 달래는 듯한 목소리에 한동안 속절없이 눈물을 쏟는 밤을 지새웠다.
이후….
우연히 페스티벌을 보러 갔다가 정아린이라는 신인 가수의 무대를 보게 되었고.
그녀는 마치 내가 티 없이 말간 사람이 되는 것 같은 착각에 휩싸이게 할 만큼 맑고 청아한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물론 목소리에 빠지기 위해서는 곡이 좋아야만 하지 않겠나?
그녀는 비단 사람이 아니라 곡에도 흠뻑 매료되어 한동안 아이돌 곡을 멀리했고, 서지니와 정아린을 응원하고자 팬카페까지 가입했다.
그러다 별안간 알게 된 사실 하나가 있었는데….
둘의 곡을 작곡한 사람이 동일 작곡가라는 사실이었다. 이후 그 작곡가의 개인 앨범이 발표되었다.
그의 곡은 더없이 훌륭하며 제 내면 깊은 곳에 잠식되어 있던 우울한 감정을 깊게 파고들었다.
과연 HS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피어난 궁금증은 ‘HS’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게 했다. 하지만 그는 실존하는 인물이 맞는지 의심될 만큼 알려진 바가 없었다.
나처럼 앞에 나서기 싫어하고 소심한 성향의 사람인가?
그런 생각으로 그를 마음속으로만 응원하고 있던 무렵, 그의 첫 공식 인터뷰 기사가 올라왔다.
─ 유명 작곡가 제이블과 음원으로 승부를 내보고 싶다며 의도적으로 개인 앨범 발매를 미뤘다고 들었다. 현재 그에 비해 저조한 음원 성적을 기록 중인데 심정은 어떤지?
: 무조건 이기는 싸움인데 ‘승부’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판이 뒤집히지 말라는 법은 없다. 자신 있다. 제이블 씨가 괜찮으시다면 캐삭빵(게임 속 캐릭터 삭제를 걸고 하는 승부) 내기를 제안하고 싶다. 직설적으로 얘기하자면 ‘은퇴빵’이다. 자신 없다면…. (중략)
별안간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를 내며 요동쳤다. 마치 처음 남자 아이돌 그룹에 빠졌던 어린 시절의 그날처럼 맥박이 튀어나올 듯 쿵쿵거렸다.
겁도 많고 찌질한 자신과는 정반대로 자신감이 넘치며, 자존감이 높고 뚝심 있게 할 말은 해내는 사람이라는 걸 기사 내용만 봐도 알 수 있었다.
[ G(od)HS ]
그녀는 그렇게 점차 HS에게 깊게 매료되어 직접 ‘GHS’라는 이름의 팬카페까지 개설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내일 하루 남았는데….”
HS의 팬 1호인 그녀는 지금 깊은 상심에 빠졌다. ‘HS’가 제이블과 기부 내기를 하게 되었고, 그 결과가 결정되기까지 단 이틀만을 남겨놨는데, 아직 HS의 승리가 확정되지 않은 채였다.
“이러다가 HS 씨가 지겠어.”
그녀는 온 힘을 다해 매일같이 ‘HS’의 개인 앨범 수록곡을 반복적으로 스트리밍하며 온갖 커뮤니티에 홍보하고 다녔지만, 워낙 제이블 측의 팬덤이 크고 견고한 까닭에 쉽지 않았다.
그래도 항상 그래 왔듯 해야 할 일을 해야지.
그녀는 곧장 기사들을 클릭하여 기사를 스크랩하고 댓글 창을 열었다.
“어?”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로 댓글 창은 뜨겁게 달궈지는 중이었다.
[ 타이치 인터뷰 기사 읽고 HS가 작곡한 노래 하나부터 열 끝까지 다 들어봤거든? 버릴 곡 1도 없고 곡 퀄리티 미쳤어,, 개쩜,,ㄹㅇ 내가 다 자부심 들고 국뽕 차올라 ㅎㅎ ]
↳ 내 말이! 타이치 사카모토 원래 음악 천재라고 불리던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인정하고 데리고 오겠다고 한 거면 말 다한 거야.
↳ 충분히 자부심 느껴도 될 듯. 일부러 HS한테 직접 비즈니스 제안하려고 한국에 방문한 거라잖아. 진짜 말안됨;
[ 진짜 얘는 뭐야? 무슨 인연이 있으면 타이치까지 나서서 얘를 둥가둥가해주는 거야?; ]
↳ 곡을 들어봐 둥가둥가 안 해주게 생겼나
↳ ㄹㅇ 우리 HS 하고 싶은 거 다 해
↳ 모긴 모야,,, 걍 천재가 천재를 알아본 거,,
[ 근데 이렇게까지 타이치가 도와주는데 제이블한테 지면 좀 쪽팔리겠다,, ]
↳ 지금 음원차트 확인해봤는데 질 리 없을 듯; 1위도 금방 뺏길 것 같던데?ㅋㅋㅋ
↳ 그리고 타이치가 도와주는 건 아니지; HS 때문에 직접 내한했다는 거 확인 못함?
↳ ㅇㅇ 맞아 타이치 인터뷰 본문 보니까 거의 HS한테 구애하는 꼴이던데;
그녀는 댓글 창을 확인하다 말고 다시 한번 자신이 즐겨 찾는 음원 플랫폼 창을 키웠다.
차트, 차트, 차트….
기사 댓글에도 이 정도 반응이 올라오고 있는 거라면 분명 차트에도 영향이 있을 거다. 자신의 마음에 담아낸 ‘HS’의 곡이 당당히 1위를 차지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 다급한 손으로 실시간 차트 항목을 찾았다.
“1위!……. 제이블.”
한참 들떴던 그녀의 목소리가 낮게 착 가라앉았다. 한때는 제이블의 곡도 즐겨 들었는데, 오늘따라 그 이름이 얄밉게만 느껴질 따름이었다.
“2위 HS, 3위 HS, 4위 HS…!”
그래도 다행인 건 2위부터는 HS의 개인 앨범에 수록된 곡들이 영토를 넓히듯 줄 세우기에 성공한 채였다. 그녀는 다시금 안주했다. 그래, 자신이 빠진 그는 이런 사람이었지.
퇴물 소리를 듣던 서지니를 일으켜 세우고, 정아린이라는 보석을 발굴하고, 국내 탑 작곡가인 제이블과의 경쟁에서 전혀 기죽지 않고 뒤처지지 않는 그런 멋진 사람.
자신은 그저 뒤에서 믿고, 응원하고, 기다리면 될 일이다.
곧장 마우스를 움직여 자신이 즐겨 찾는 커뮤니티 창들을 키웠다. 그리고는 스크랩한 기사를 삽입하여 곡보다는 HS라는 사람에 초점을 맞춰 홍보하는 글을 작성했다.
그래, 당장 이번 내기야 질 수도 있지.
물론 팬으로서는 속상하고 분통할 일이지만, 어차피 HS의 곡은 빛을 볼 거고, 명반으로 오랜 시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모두가 ‘HS’를 응원하는 날이 올 거라는 사실 또한.
* * *
대망의 제이블과 현승의 ‘기부 내기’ 종료되기까지 딱 반나절을 앞둔 시점이었다.
“허….”
곽 팀장의 탄식을 따라 김 팀장도 따라 “허….”하며 탄식을 뱉고는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HS’가 오늘의 토픽으로 선정이라도 된 것마냥 반응이 뜨겁다 못해 활활 타올랐다.
타이치의 인터뷰가 기름통 역할을 톡톡히 해 준 모양이었다. 커뮤니티, 기사, 댓글, 음원 플랫폼 내 평점, 해외 음악평론가들의 글까지….
“얼씨구? 하물며 이놈 팬카페까지 생겼네? 회원 수는 몇 없지만.”
“아무래도 개인 인터뷰에서 외모 언급된 게 조금 화제가 되었나 봐요.”
분명 그중에는 조롱이나 시비와 같은 악감정을 가진 사람들의 댓글이나 글도 보였지만….
어찌 되었건 안티도 팬이라고 했나?
‘HS’가 자주 언급되며 오르락내리락한다는 건 아주 좋은 징조이다. 2위부터는 모두 섭렵했으니, 이제 부동의 1위만 타파하면 될 일이다.
하나.
문제는 시간이 반나절밖에 남지 않았다는 거다. 이제부터는 정말 시간 싸움이다. 시간이 허락을 해 준다면 이건 현승이 이길 싸움이었다.
승산이라는 놈이 윤곽을 드러냈다.
그렇지만.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감정이었다.
“사실 나 괜찮은 척하긴 했는데, 이제 하루 남아서 똥줄 타고 있었거든 오늘 출근하면서 우황청심환도 사 먹었어.”
“저도 지금 혹시 모르니까 현승 씨한테 기부금 얼마 할 거냐고 물어보고 보도자료 준비하려고 했어요.”
“이놈은 왜 안 오나 몰라. 맨 레코즈 측으로 온 협업 제안서도 전해 줘야 하는데.”
김 실장이 다시 한번 현승에게 문자로 재촉하던 찰나였다.
“그러니까요. 저도 진짜 기부금 물어봐야 하는데….”
“에이, 참! 재수 없는 소리는 하지도 마!”
“장난이죠. 이길 거예요. 반응은 결국 결과로 이어지는 거니까.”
실없는 농담을 던진 곽 팀장은 다시 한번 제 본업에 빠져들었다. 컴퓨터, 노트북, 태블릿 PC, 휴대폰까지 온갖 전자기기를 늘어놓은 채 반응을 체크하며 바쁘게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곽 팀장?”
“…….”
“뭐해?”
“예.”
“내 말 듣고 있어?”
“예, 예.”
김 실장이 던지는 물음에도 곽 팀장의 시선은 오로지 전자기기들로 향해 있었다. 그는 동시다발적으로 올라오는 여러 보도 기사들과 커뮤니티 혹은 개인 SNS에서 ‘HS’를 찬양하는 글들을 취합하여 어떻게 최상의 요리를 만들어 낼 것인지 머리를 굴리기 바빴다.
쓰읍.
아무래도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조급한 모양이니, 자신도 물이나 떠 놓고 기도하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하며 홍보실 구석에 놓인 소파로 향하던 찰나였다.
“김 실장님, 많이 불안하십니까?”
“어?”
“괜찮아요. 오늘 차트 갱신 두 번이나 남았어요.”
“어, 어….”
김 실장은 의연하게 답하며 제 할 일에 다시 집중하는 곽 팀장을 보며 따라 눈을 감았다.
현승과 제이블이 만들어 낸 화재 현장에서 현승만이 잿더미가 되는 꼴은 죽어도 보기 싫었다.
그러나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대중들에게 대형 먹잇감을 던져 놨고 차차 그 먹잇감을 향해 모여들고 있으니, 그저 맛있다고 소문이 나서 더 많이 몰려들기를 바랄 뿐.
이미 태풍은 불어 닥쳤다.
사고가 날 조짐이 보였으니, 이왕이면 큰 사고가 한번 나주길 물 떠 놓고 기도드리는 수밖에.
똑, 똑-.
그때 홍보실 문이 두들기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보니 현승이 헝클어진 머리를 한 채 유유히 들어서고 있었다.
“어, 현승 씨! 잘 왔어요. 안 그래도 기부금 얼마 할지….”
“또, 또! 그 소리 그만하라니까.”
김 실장은 또 장난을 치려는 곽 팀장을 향해 핀잔을 준 뒤 현승을 이끌었다.
“현승아, 이리 와. 보여 줄 게 있어서 불렀어.”
무심한 얼굴을 한 현승이 터벅터벅 걸어와 곁에 앉자, 제 서류 파일에 곱게 끼워 놨던 서류를 꺼내 들었다.
“이번에 맨 레코즈 측에서 새로 들어온 협업 제안서야.”
“일 다 끝나고 좀 쉬었다가 보면 안 돼요?”
“내일이면 끝나잖아. 그 전에 검토라도 해 보면 좋잖아.”
그리고는 현승이 반응할 만한 말을 덧붙였다.
“재미있는 일이 있을 수도 있잖아.”
역시나, 제 말에 일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현승이 제안서를 품에 안았다.
무심했던 현승의 눈이 언제 귀찮아 했냐는 듯 날카롭게 이채를 띠며 서류를 꼼꼼히 훑었다.
“흐음….”
1안_ 앨범 [고해성사 (告解聖事)] 수록곡 및 자작곡 전체 일본 유통 + 일부 곡 로컬라이징 진행
맨 레코즈를 통해 일본 시장에 들어선다면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거다. 더군다나 로컬라이징 제작 자체를 맨 레코즈에서 맡아준다면 꽤 듬직하기도 했다.
뭐….
굳이 타국 스튜디오를 들락날락하며 감 놔라 배 놔라 할 필요도 없을 테니까.
그리고는 천천히 시선을 더 내리다 보니 제 흥미를 더욱 크게 자극할 만한 문장이 보였다.
2안_ 새 음원 제작 프로젝트안
ㄴ 1. 일본 현지 선유통 앨범 제작 및 유통 지원
ㄴ 2. 지브라 스튜디오, 애니메이션 OST 제작
ㄴ 3.. 팝 밴드 ‘BOS’의 20주년 프로젝트 앨범 수록곡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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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ㄴ 7. 일본 게임제작사 회사 ‘닌식스’의 게임 OST 제작
그렇게 몇 차례 속으로 “탈락”을 외치며 시선을 내리던 찰나였다. 일곱 번째 항목을 읽는 순간, 벙찐 얼굴로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7번….”
그렇다. 일본 게임 회사인 ‘닌식스’, 그곳은 바로 현승이 얼마 전까지 즐겼던 ‘동물의 섬’을 만든 게임회사였다.
“7번? 이거 작업해 보고 싶다고?”
김 실장은 현승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떨리는 눈동자가 흥미가 동한 듯 보였다. 이대로 현승이 흔쾌히 진행하겠다고 오케이만 한다면.
‘절대 그럴 일은 없겠지만….’
설령 제이블과의 내기에서 지게 되더라도 바로 협업을 추진하게 되었다는 기사로 단번에 묻히도록 만들 수 있다.
“라비보벳따우….”
다만 현승의 입에서는 확답 대신 김 실장이 알아들을 수 없는 가락이 흘러나왔다.
“뭐? 한다고, 만다고?”
“라비보벳따우….”
“그게 어느 나라 말이야?”
“붑부바뛰, 라비빼뿌….”
“한국말로 해, 인마!”
김 실장은 이상한 언어를 선보이며 고개만 끄덕거리는 현승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저, 저 속을 알 수 없는 놈.
이윽고.
답답함에 가슴께를 퍽퍽 내려치려던 찰나, 곽 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장님, 1분 뒤 오후 7시 정각으로 차트 갱신 시간입니다.”
“어, 어… 바로 확인해 봐.”
일순 김 실장의 머릿속에는 맨 레코즈, 타이치, 협업 같은 단어는 모두 잊혔다. 꿀꺽하고 마른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장내는 조용해졌다.
이후 딸칵거리는 마우스 소리가 몇 번이나 들려왔을까?
“이런, 미친….”
곽 팀장이 예사롭지 않은 표정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는 고장 난 관절인형처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야, 왜 그래?”
김 실장은 놀란 기색으로 펄쩍거리며 곽 팀장에게 다가섰다. 그리고는 그의 머리 옆으로 보이는 컴퓨터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뭐야, 뭔데…?”
화면에는 실시간 음원 차트가 띄워져 있었고….
“정말 사고 났네….”
그 차트의 맨 상단부, 그러니까 ‘1위’ 자리에는 눈에 익은 곡명과 이름이 떠 있었다.
[ T 0 P 100 ]
1. Dear my Beethoven(Feat. 문범재) – 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