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73화 (73/118)

물론 1화라서 현승이 아예 안 나올 가능성도 있지만….

방송 전부터 ‘HS’라는 키워드로 그렇게 홍보를 해 댔으니 잠시라도 나올 확률이 더 농후했다.

설령 본방송에 안 나온다고 하더라도 다음 화 시청률 보존을 위해 예고편에라도 비출 테지.

─ 전 국민 초대형 오디션 K-싱어스타가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어느덧 기나긴 광고 타임이 끝나고 K-싱어스타의 장황한 오프닝이 시작되었다.

↳ 헐, 드뎌 시작한다 ㅠㅠ 오디션장에 사람 개 많다

↳ 서울 2차 예선 때 인사 사고 걱정될 만큼 많이 왔다는데ㅠㅠ

↳ 그래서 그래서 HS는 언제 나오는 건데?

↳ 제이블은 안 나와? 제이블도 나온다며

↳ 1화에서부터 HS가 나올까? 아니.. 나오긴 나오는 거 맞아?

↳ 아니 그렇게 대대적으로 기사 때리더니 안 나오면 좀 오바;

↳ 응~ 곡 홍보하려고 나올 듯~

↳ 윗댓아; 그 곡은 워낙 좋아서 홍보 안 해도 돼;

↳ 그래서 제이블은 언제 나와? 안 나오는 거야?

↳ 이번 HS 곡 걍 계절 ‘봄’ 그 잡채라 봄만 되면 생각날 듯;;

↳ HS 얘기만 할 거면 너네 팬카페 가서 해

↳ 윗댓 딱 봐도 제이블 팬이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제이블은 어떻게 된거야? 제이블 나오는 거 맞지?

↳ 여기 제블찐팬등장인데;; 지독하다 증말

방송 시작부터 댓글 창은 뜨겁게 달궈지고 있었다. 역시나 HS에 대한 언급은 빠지지 않았다.

워낙 신비주의를 유지해 왔던 현승인 만큼 K-싱어스타에 출연에 대해 일부는 루머가 아니냐며 의심했고, 신곡인 ‘벚꽃 한 줌’의 곡 홍보를 위해 방송 출연을 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었다.

더불어 제이블과 다시 한번 맞붙으며 둘의 경쟁을 부추기는 팬들도 있었다. 여담으로는 요즘 커뮤에서는 제이블의 팬들과 HS의 팬들이 싸우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고….

이러나저러나 방송 라이브 챗에서 중심적으로 언급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프로그램에서 HS의 영향력이 높다는 뜻 아니겠는가?

“얘는 좀 괜찮은걸?”

본격적으로 경기도 지역 예선 오디션 참가자들이 순차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참가자, 실력 있는 참가자, 사연이 있는 참가자까지….

그들이 노래를 부르고, 인터뷰 영상이 나오고, 눈물로 얼룩진 탈락의 순간과 감격스러운 합격의 순간이 교차 되어 리모컨 돌릴 틈을 주질 않는다.

시선이 묶인 채 방송 끝자락이 다가왔을 무렵이었다.

별안간 화면이 전환되면서 서울 지역으로 넘어왔다. 왜 갑자기 서울로 넘어왔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TV 화면 속에는 길쭉한 기럭지가 잡혔다, 초점이 나간 채 흐려진 화면이 점차 뚜렷해지고 헬멧을 뒤집어쓴 남자가 작게 고개를 숙이며 3차 예선 심사장 안으로 들어왔다.

↳ 헐, HS다… 진짜 HS 등판했어…

↳ 근데 찐 헬멧 쓰고 나왔네?,,.

↳ 야 기럭지 진짜 무슨 일이야?

↳ ㄹㅇ 그냥 포스부터가 다르잖아; 존잘포스;

↳ 오빠,, 제발 제발,, 고글 한번만 올려줘,,

↳ 오늘 착장 레전드네.. 평생 소장할래..

그리고는 현승으로 인해 장내에 도는 어색한 분위기라던가, 김광진과 현승이 서로 반갑게 인사하는 장면들이 연출되었다.

“끝날 때 써먹을 줄이야.”

이렇게 정말 등장씬만 보여 주려는 건가? 싶었던 그때, 딱 봐도 소심해 보이는 여성이 장내로 유유히 들어왔다.

─ 아, 아… 저는 서울에 살고 25살이고… 이름은 윤제이… 라고 합니다. 잘, 잘 부탁드립니다.

그 여성은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것조차 버거워 보일 만큼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불안정한 시선 처리가 앵글에 잡히고, 떨리는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겼다.

- 최대한 편하게 불러 보세요.

그런 윤제이는 별안간 편하게 불러 보라는 심사위원에 말에 털썩 땅바닥에 아빠 다리를 하며 앉아 버렸다.

“쟤 뭐야?”

김 실장은 흠칫 놀라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비단 놀란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 왜 갑자기 앉아?ㅋㅋㅋㅋㅋㅋㅋㅋ

↳ 저건 대체 뭔 컨셉임?ㅋㅋㅋㅋㅋㅋ

↳ 쟤 뭔가 있을 듯,, 엄청난 실력자일 듯ㅋㅋㅋㅋ

↳ 어? 쟤가 걔 아니냐? HS가 슈퍼패스 줬다는?

↳ 킹능성 있는 듯; 갑자기 막바지에 나오는 거 보면;

↳ 기대된다,, 기타 들고나오면 거의 잘 부르던데ㅎㅎ

↳ 싱어송에 기타는 못참지 아ㅋㅋㅋ

라이브 챗은 윤제이로 다시금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 안쓰럽다고 여기진 말아줘요.

그러나 윤제이의 노래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바로 뒤집혔다.

↳ 아니; 목소리는 괜찮은데 곡 분위기 왜 이래,,,?

↳ 그러니까,, 듣는데 축축 쳐진다,,

↳ 이게 말하듯이 노래부르기 창법이냐,, ㅈㄴ웅얼거려

↳ 너무 평범한데? 이 사람이 슈퍼패스는 아니겠지 설마

↳ 저 사람이 슈퍼패스면 나 이 방송 안 봄

↳ 아까 얘가 엄청난 실력자일 것 같다던 애 나와;

심사위원들의 평가도 대중과 별 다를 바는 없었다.

─ 그런 의미로 저는 탈락입니다.

─ 아쉽지만 탈락입니다.

얼마 부르지 않아서 곡을 중단시키고, 마치 이미 멘트라도 준비해둔 양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탈락을 줬다.

─ 아….

바닥에 앉아 그대로 고개를 푹 떨구는 윤제이의 얼굴이 클로즈업으로 잡힌 찰나였다.

─ 저 질문 하나 있는데요.

절체절명의 순간, 현승이 입을 열었다.

─ 예선에서 슈퍼패스 써도 되는 거죠?

그 말을 끝으로 화면은 곧장 예고편으로 넘어가 버렸다.

“와… 방송국 놈들, 진짜 여기서 끊는다고?”

라이브 챗은 그에게 반발하듯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 아 진짜 미쳤냐?? 장난해 ??? 이렇게 끝낸다고???

↳ 방송사 색기들 타이밍 진짜 잘 자르네;;;

↳ 근데 왜 쟤한테 슈퍼패스 주는 거임? 내 귀가 이상함?

↳ 나도 이해 안 가; 슈퍼패스 줄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 하여간 방구석 전문가들 납셨어ㅋㅋㅋ

↳ 나름 목소리는 괜찮은데? 실력이 평범해서 그렇지..

↳ 맞아. 글구 HS가 뭔가 봤으니까 슈퍼패스를 준거겠지.

↳ 됐어; 역시 방송은 걍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인 거야;

↳ HS,, 너 마저,,,,,,,방송물에 절어진 거냐,,,?

↳ 근데 이 와중에 HS 목소리 좋지 않냐..?

↳ 윗댓아ㅠㅠ 눈치 챙겨ㅠㅠ 지금 덕질할 때가 아니라고ㅠ

↳ 목소리고 나발이고 다음회차나 내놔라!!

이후 이어진 예고편에서도 현승이 말하는 건 전부 ‘삐-’하고 효과음 처리를 해 놓는 바람에 슈퍼패스를 왜 사용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아니….”

멍하니 예고편을 바라보던 김 실장이 작게 중얼거렸다.

“30일 뒤에 공개된다며… 일주일이나 더 기다려야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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