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82화 (82/118)

81화

처음으로 HS가 “오-?”하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건 진짜 내가 좋아하는 거잖아?”

그 모습에 강하준이 흐뭇한 표정으로 주억거렸다.

‘역시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

비록, 강하준의 선입견으로 비롯된 착각이었지만….

“고맙다, 잘 쓸게.”

모쪼록 박 전무의 선물로 그의 환심을 사는 데는 확실히 성공한 듯 보였다.

이윽고.

강하준은 자신이 1팀 소속 연습생인 걸 이실직고 하기 위해 차분한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작곡가님, 앞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둘 사이의 분위기도 제법 풀어진 듯 보이고,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뭔데?”

봉투 안으로 가려진 식권의 장수를 “쉰여섯, 쉰일곱….”하고 세는 일에 여념 없어 보이던 HS가 심드렁하게 물었다.

“사실 저는 LS 엔터테인먼트 매니지 1팀 소속의 연습생입니다.”

그 말에 HS는 어떠한 표정 변화도 없이 그저 바라볼 뿐이었고.

“원래부터도 경쟁 구도에 있는 팀이라 달갑지 않으실 거라는 사실도, 얼마 전 1팀과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기에 심기가 많이 상하셨으리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아, 맞다. 그랬었지.”

“1팀의 일원으로서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부담드리고자 하는 건 아니지만, 저는 작곡가님의 곡에 매료되어 가수를 꿈꾸고 이곳에 들어오게 된 겁니다.”

“아, 그랬냐.”

“K-싱어스타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떨어지게 되어 아쉬웠지만, 다시금 곡을 주겠다고 기회를 건네주셔서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야, 야….”

“그만큼 정말 간절하게 작곡가님의 곡을 원하고, 꼭 작곡가님의 곡을 꼭 부르고 싶습니다.”

조용히 강하준의 말을 듣던 HS는 낯간지러운 분위기에 손을 휙휙 내저으며 “그만.”하고 선언했다. 그리고는 정말 아무렇지 않다는 말간 얼굴로 무심히 되물었다.

“그럼 곡 받아서 부르면 되는 일 아냐?”

“예?”

“곡 하나 주고받기를, 서론이 너무 길다.”

문득 강하준은 박 전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래….

“내가 나름 측근으로서 장담컨대 녀석은 그렇게 쪼잔하게 나올 녀석이 아니야.”

1팀 연습생이라는 이유로 곡을 안 주면 어쩌지 하는 노파심에 휩싸였던 자신에게 박 전무가 해 준 말이다.

그의 말대로 HS는 되레 자신에게 별일도 아닌 걸로 오버하지 말라는 뉘앙스로 얘기할 따름이었다.

“그냥 내가 지나가다 마음에 들어서 연주해 보고 싶은 거뿐인데, 네가 어느 진열장에 놓여 있던 악기인지까지는 알 필요도 없고, 문제될 만한 이유도 아니잖아?”

어깨까지 들썩거리며 말을 이어 나가던 HS는 이내 “아씨, 몇 장까지 셌는지 까먹었네.”하고 중얼거렸다.

‘악기….’

그 말에 강하준은 한껏 붉은 홍조가 떠오른 두 뺨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푹 숙여 보였다.

악기로써 인정받게 되었다는 사실 하나에, 뜨거운 자갈을 삼켜 낸 듯 심장이 뜨거워진 까닭이었다.

얼마나 염원하던 일이던가?

윤제이에게 가려지고, 윤제이에게 밀려서 HS에게 인정은커녕 탈락과 함께 동정받게 된 건 아닌가? -하는 부정적인 감정에 뒤 쌓여 스스로의 부족함을 책망했었더랬다.

하나.

지금 강하준은 언제 그랬냐는 듯 실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아내기에 급급했다.

HS가 자신을 악기로써 인정해 줬다는 걸 확인 사살 받은 셈이니 얼마나 기쁘겠나?

탁-.

그때 HS가 드디어 식권을 다 샜는지 봉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번복하듯 말했다.

“근데, 테스트는 다시 한번 진행해 봐야겠는데?”

“예? 테스트요?”

“왜, 못 하겠어? 그럼 그냥 없던 일로 하고.”

도발적인 말에 강하준이 발끈하듯 되물었고.

“아뇨, 뭔데요?”

“콧구멍으로 리코더 불기.”

“예? 그게 무슨….”

“조크, 조크. 너무 진지하길래.”

HS는 계속 어버버 거리며 “예?”하고 되묻는 강하준의 반응이 재밌다는 듯 작게 키득거렸다.

“야.”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돌연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네가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은 별로 없을 거야. 그렇지만 해내야만 해. 가능하겠어?”

앞뒤가 툭툭 잘려 나간 물음이었지만, 강하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채를 반짝이며 답했다.

“네, 뭐든 다 감수하겠습니다.”

“그럼 마저 곡 완성되는 대로 연락할 테니 작업실로 와.”

이윽고.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난 HS를 향해 고개를 푹 숙이며 정중히 인사를 해 보이곤.

터벅, 터벅-.

강하준도 머지않아 가벼운 발걸음을 옮겨 카페테라스를 나섰다.

─ 문이 열립니다.

얼른 이 소식을 전해 주고자,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으려던 찰나였다.

“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맞닥뜨린 사람은 다름 아닌….

“박 전무님?”

자신이 지금 찾아뵈려던 박 전무였다.

“어, 하준아! 마침 딱 마주쳤네. 잘 됐다.”

“예? 저 찾으러 내려오신 거예요?”

“응, 전화할까 하다가 이게 빠를 것 같아서.”

이내 박 전무가 다급한 표정으로 우선 올라가서 얘기하자며 손을 잡아끌었고.

강하준도 별 저항 없이 그와 함께 엘리베이터 안으로 몸을 싣기에 이르렀다.

“무슨 일인데요?”

박 전무의 얼굴은 근육이 굳어 버린 양 딱딱해져 몹시 심각해 보일 따름이었다.

─ 문이 닫힙니다.

별안간 심각해 보이던 그는 대답 대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와락 끌어안았다.

“하준아, 됐어, 됐다고! 일이 모두 다 잘 풀린다!”

“예? 갑자기 무슨….”

“온 우주가 너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

대체 무슨 말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저, 근데, 전무님….”

박 전무의 큰 풍채 안에 갇히듯 안겨 있는 강하준의 얼굴은 점차 토마토처럼 붉어지고 있을 따름이었다.

“숨, 숨 막혀요….”

* * *

“갑자기 다시 출연이라니….”

박 전무는 자신의 사무실로 데려가서는 HS와 나눈 대화를 듣더니, 별안간 K-싱어스타에 다시 출전하겠냐는 의사를 물어왔다.

“이미 떨어진 거 아닌가요?”

강하준은 몹시 당황한 기색을 띠며 물었고.

“하준이 너 요새 정신없다고, 기사 안 보고 사는구나?”

박 전무는 핸드폰 기사창을 키며 하준에게 보여 줬다.

[ ‘K-싱어스타’ 김다진, 학폭 가해자 지목! 피해자 연이어 증언 ]

[ 청순미로 남심 사로잡던 케싱스 ‘김다진’ 알고 보니 학폭…. ]

[ 김다진, 학폭 의혹에 ‘K-싱어스타’ 제작진 퇴출 긴급 결정! ]

“어? 김다진이 학폭이라고요?”

“그래, 뭐 피해자가 증거도 제출했다나 봐.”

“요즘 시대가 어느 때인데….”

“결국 지가 잘못한 걸 되돌려 받는 거지.”

강하준이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프로그램 퇴출 정도로 되돌려 받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지, 지옥은 이제부터 시작이겠지.”

박 전무는 핸드폰을 다시 품으로 가져가며 덧붙였다.

“하여튼, 이런 사정으로 인해서 지금 TOP 10 선발 라운드를 앞두고 한 명이 빠지게 되었나 봐. 이번에 치러질 라운드가 일대일 매치인 만큼 짝수가 모자란 상황인데-.”

“제가 그럼 짝수 맞추기용으로….”

“에이, 그렇다는 건 아냐. 정해진 일정상 패자부활전은 진행할 여건이 안 돼서 PD가 심사위원들과 긴급회의를 진행한 결과 만장일치로 너를 다시 살리자고 했다더라고.”

박 전무는 강하준을 달래듯 ‘만장일치’라는 단어에 힘을 실어 가며 부연했다.

하나, 그저 달래려고 하는 빈말 따위는 아니었다.

강하준은 방송을 타자마자 팬카페가 개설됐으며, 회차를 거듭하는 사이 회원이 수만 명으로 늘어났다.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볶듯 팬덤을 얻은 셈이었다. 방송에서 보여 준 실력과 비주얼 덕분이랄 수 있었다.

물론 외모 덕택이 더 컸겠지만….

그래.

탄탄한 실력과 비주얼 그리고 팬덤까지 보유한 강하준인 만큼 제작진 측에서도 그의 탈락은 다소 아쉬움이 남았을 터였다.

으레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탈락했던 참가자를 부활시키면, 짜고 치는 판이라고 욕을 먹기 때문에 펑크가 나면 펑크가 나는 대로 진행하는 게 부지기수이거늘.

“박 전무님, 하준이 분량 많이 잡아 드릴 테니까….”

다른 스태프도 아니고, 메인 PD인 김영호가 직접 박 전무에게 연락이 왔더랬다.

“다시 한번 고심해 봐주실 수 있을까요…?”

그는 다소 퉁명스럽게 거절 의사를 밝힌 자신에게 저자세를 취하며 부탁을 해 왔다.

모쪼록 강하준을 다시 불러들인다면 화제 하나만큼은 확실히 끌어올 수 있을 테니까.

물론.

사 측 입장에서도 K-싱어스타에 다시 출연하게 될 경우, 더욱 견고한 팬덤이 생성될 테고, 별 홍보 없이도 성공적인 데뷔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지는 만큼 좋은 일이다.

다만.

박 전무로선 이미 HS에게 곡을 받아 데뷔하기로 확정 난 상태였기에 구태여 다시 K-싱어스타라는 선택지가 강제로 종용 되어야 할 선택지는 아니라 생각했다.

“지금 K-싱어스타가 화력이 좋다 보니까, 다시 출연해서 우승까지 한다면 ‘기적의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쥔 채로 데뷔할 수 있어.”

박 전무는 한차례 텀을 두고는 부연했다.

“근데 지금 당장 촬영일까지 이틀밖에 안 남은 상황이라 연습할 시간이 다른 참가자보다 부족하다는 핸디캡도 있고, 계속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다 보면 그만큼 시간을 투자해야 할 거야.”

“예, 그렇겠죠.”

“또, HS가 너한테 연습할 시간이 얼마 없을 거라고 했다며? 되레 데뷔곡 준비할 시간을 뺏기는 꼴이 될 수도 있는 점은 감안해야 할 거야. 하준이, 네 선택을 존중할게.”

말을 끝낸 박 전무는 멍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강하준의 어깨를 다독거렸다.

갑작스러운 선택의 갈림길에서 여러모로 혼란스러울 거라 여긴 까닭이었다.

그러나.

사실 강하준은 지금 모든 말을 귓등으로 튕겨 내는 중이었으며, 그저 박 전무가 했던 말 중 한마디만을 반복하여 머릿속으로 곱씹고 있을 뿐이었다.

‘심사위원 만장일치….’

그 말인즉슨, HS도 자신을 살려내자는 의견에 찬성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다시금 악기로써 인정받은 듯한 기분에 입가 위로 옅은 미소가 번지기도 잠시.

“어….”

익숙한 목소리에 강하준의 시선은 자연스레 전무실 벽에 걸려 있는 TV 화면으로 향했다.

“재방송 하나 보네….”

화면 속에는 최종 예선전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윤제이의 얼굴이 한껏 클로즈업된 채였고….

머지않아.

노래가 끊기고, 악평과 함께 두 명의 심사위원에게 탈락을 받은 그녀의 얼굴을 진득하니 바라보던 찰나였다.

─ 예선에서 슈퍼패스 써도 되는 거죠?

HS의 돌발 발언을 끝으로 방송은 끝이 나고, 예고편으로 넘어가기에 이르렀다.

분명 클립 영상으로 수도 없이 돌려 본 장면이었다. 몇십 번? 아니, 몇백 번씩이나….

하나.

볼 때마다 가슴 깊이 잠식되어 있던 호승심이 마그마가 폭발하듯 부글부글 끓어오름을 느꼈다.

“박 전무님.”

이윽고.

강하준은 안광을 번뜩이며 완강한 투로 얘기했다.

“저 무조건 다시 나갈게요. 나가게 해 주세요.”

* * *

한편, MBM 방송국의 소회의실 내부는 돌연 벌어진 K-싱어스타의 ‘김다진 학폭 의혹’으로 소란스러움을 겪고 있었다.

피해자 증언부터 증거까지 나온 이 상황에….

사실 정황 파악해 보겠다고 시간을 늦춰 봤자, 프로그램에 피해만 더 커질 테니 제작진은 발 빠르게 김다진을 하차시켰다.

“이번 듀엣 라운드에서 떨어진 사람 중에 얘로 하면 어때요?”

“아님, 짝수 안 맞아도 그대로 가면 안 되나?”

“그럼 일대일이 매치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변경해야겠지.”

K-싱어스타의 연출, 작가, PD들이 한 대 모여 남은 생존자들과 최근 탈락자 서류를 테이블에 깔아 놓은 채 서로 침을 튀기어 가며 의견을 내놓고 있었다.

“우선 괜찮은 애로 몇 명 추려서 연락을 돌려 볼까? 다시 나올 의사가 있는지?”

이들이 이렇게 한데 모인 건 TOP10 선발 라운드라는 중요한 촬영을 앞둔 채, 갑작스럽게 참가자 한 명이 ‘학폭 논란’에 휩싸이며 하차를 선언했고.

“굳이 그럴 필요 있나? 그냥 한 명 정해서 다시 기회 주겠다고 연락하면 될 일인데.”

그 바람에 일대일로 치러질 이번 라운드에서 한 자리가 공백이 생겨 버린 까닭이었다.

그때.

메인 작가가 지나가는 말처럼 작게 중얼거렸다.

“심사위원들은 강하준을 다시 살리자고 했다던데….”

모쪼록 화제성이 확보된 사람일수록 자극적인 극본이 나오기도 좋은 것 아니겠는가?

그녀로서는 강하준이 나와 준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그림을 그려 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강하준이요?”

메인 작가 옆에 앉아 있던 서브 작가가 다시 한번 되묻는 바람에 장내는 ‘강하준’이란 참가자로 다시 한번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근데 강하준은 LS 엔터에서 밀어주고 있는 연습생이라던데 굳이 다시 나올까요?”

“글쎄다? 나오면야 좋은 거고, 아니면 마는 거지. 다른 선택지가 이렇게나 많은데.”

“맞아, 차라리 그런 애 말고 간절한 애를 다시 살려다 놓는 게 나을 수도 있어.”

지상파 방송이라도 틀어놓은 것마냥 이곳저곳에서 의견을 보태는 바람에 한바탕 소란스러워진 와중….

“근데 메인 PD님, 왜 저러고 계시지?”

“나도 몰라?”

“회의 시작된 이후로 내내 저러고 계시던데?”

김영호 PD는 홀로 회의실 구석에서 마치 벌을 서는 것마냥 뒷짐을 진 채로 덩그러니 서 있었다.

“흠….”

그가 이토록 수심에 빠져든 건 온 머릿속을 채운 이름 석 자 때문이었다.

‘강하준, 강하준, 강하준….’

현재 강하준은 방송을 타자마자 팬클럽이 개설되었으며, 그가 떨어지자 방송사 게시판에는 다시 살려 내라는 원성 섞인 글도 왕왕 올라오곤 했다.

그러나 냉철하게 얘기하자면 그 정도 대체 인원이야 얼마든지 있고, 재출연을 안 하겠다고 한다면 아쉬운 대로 다른 사람으로 메우면 그만이었다.

다만.

자신이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도록 도와준 PD로서의 촉이 강력하게 ‘강하준’을 무조건 데려다 놓으라며 소리치고 있었다.

그래.

하물며 일전에 HS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혹시 되살렸으면 하는 참가자가 있는지 물었을 적에도 망설임 없이 강하준을 선택하지 않았던가?

“저는 강하준이 다시 나오면 좀 더 재밌긴 하겠네요.”

그가 말했던 ‘재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김영호가 바라본 HS의 선택은 옳고 정확했다.

서지니부터 정아린까지 그의 손으로 만들어 냈다는 소문은 이 업계 사람이라면 공공연하게 다 아는 사실.

더군다나.

이번 프로그램에서도 ‘윤제이’를 통해 HS는 자신의 안목과 듣는 귀를 증명해 보였다.

그래.

모두가 돌연 윤제이에게 슈퍼패스를 썼을 때는 그의 안목에 의구심을 품었다. 김영호 PD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나, 결국 그녀는 바로 다음 라운드에서 자신의 가치를 바로 드러내며 우승 후보로 올라서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당장 강하준의 고심이 끝나기만을 뒷짐 지고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 자신은 총연출을 맡은 메인 PD로써 얼른 이 사건을 매듭지어야만 했다.

터벅, 터벅-.

김영호 PD는 걸음을 옮겨 메인 테이블 앞으로 향해 자신이 다음 부활자 후보로 점찍어 두었던 최형우의 서류 위로 시선을 옮겼다.

“조 연출, 혹시 최형우한테는 연락 넣어 봤어?”

그 말에 조 연출이 황급히 “아, 지금 바로….”하며 휴대폰을 꺼내 들던 찰나였다.

지이이이이잉-!

갑작스레 김영호 PD의 뒷주머니에 넣어 놨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고.

“어?”

휴대폰을 꺼내 든 김영호 PD의 눈 안으로는 묘한 희비가 넘실거렸다.

화면 위로 기다려 왔던 [LS 엔터 박 전무님]이라는 알림이 떠오른 까닭이었다.

톡.

재빨리 잠금을 풀어 메신저를 확인한 김영호 PD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

[ 우리 하준이 다시 나간다고 합니다. ]

우선은 강하준이 다시 나와 준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밀려들어 웃음이 나왔고.

“풉.”

이후 새어 나온 웃음은 방송 업계에서도 성미가 몹시 괄괄하고 까탈스러운 인물이라고 소문이 자자한 박 전무의 말투가 마치 학부모를 연상시킨 까닭이었다.

‘우리 하준이라….’

아무래도 강하준은 LS 엔터에서 애지중지하며 열성적으로 밀어 주고 있는 인물임이 확실해 보였다.

별안간 웃음을 터트린 김영호 PD에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며 침묵이 드리우기도 잠시.

“대진표 빈자리에 강하준 적어 놓고, 오늘 긴급회의는 여기서 끝이다.”

“예? 강하준이요? 그럼 최형우한테는 따로 연락 안 넣어도 된다는….”

“어, 필요 없어. 다들 TOP10 선발 라운드 준비 착실하게 진행하도록.”

간결하게 얘기를 전한 김영호는 무심한 걸음을 옮겨 회의실을 나섰다.

이윽고.

회의실 문에서 점점 멀어지던 김영호 PD는 주먹을 말아 쥔 채 중얼거렸다.

“나이스.”

모쪼록 원대한 그림을 완성 시킬 퍼즐 한 조각이 제 손에 쥐어진 느낌일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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