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화
현아는 생애 첫 ‘덕질’을 시작했다.
어려운 집안 사정에 사치 한번 부리지 않고, 좋을 대학에 가기 위해 악착같이 공부만 하며 살았다. 연예인을 좋아하며 쫓아다닐 여유 따위는 없었다.
하나.
돌연 제 오빠인 현승이 잘나가는 작곡가가 되고 집안 사정은 단숨에 바뀌었다.
그래.
이제 중고 교재가 아니라 새 교재를 살 수 있게 되었고, 당장 내일의 끼니를 걱정하지 않으며, 간혹 친구들과 만나 커피 한잔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러다 보니….
제 오빠가 만든 곡을 부른 연예인을 응원할 수 있는 맘의 여유도 찾아왔다.
무엇보다.
‘마음속에도 봄바람이 찾아왔지.’
현아는 제 오빠가 처음으로 출연하는 방송인 K-싱어스타를 매일 챙겨 보던 중, 한 남자에게 빠져들었다.
바로.
“꺄아아아아-! 강하준이다-!”
근처에 앉은 소녀팬들이 목청껏 부르짖으며 응원하고 있는 강하준이었다.
‘하준이 오빠….’
잘생긴 외모와 젠틀한 모습은 물론이거니와, 매번 발전하는 무대에 점차 매료되었다.
그러다 정신 차리고 보니, 강하준의 팬클럽에 가입해 열혈 회원으로 등업을 한 채였고.
이제는 매일 밤 루틴처럼 새로 업로드되는 그의 기사와 사진을 찾아보다 잠이 들었다.
심지어 어제는 꿈도 꿨다.
그리고 지금 바로 그가 제 눈앞에 있다.
자신이 내려다보고 있는 무대 위에.
꿈에서만 볼 수 있던 강하준이 서 있다.
‘미쳤다, 미쳤어.’
현아는 옆에 앉아 있는 아빠의 눈치를 살피며 속으로 호들갑을 떨어댔다.
경연에 앞서, 이영아와 원진섭이 스페셜 듀엣무대를 선보이고 있었지만….
‘와, 얼굴 소멸하겠다.’
애써 무대로 시선을 옮기려 해 봤지만, 그녀의 시선은 대기 좌석에 앉아 있는 강하준으로 향할 따름이었다.
‘오빠….’
한참 그의 얼굴을 감상하듯 곱씹어 보기도 잠시.
톡톡.
제 어깨를 두들기는 손길이 느껴져 휙 고개를 돌렸다.
─ 딸, 방금 둘이 무슨 노래 부른 거야?
아버지의 물음에 정신을 차린 현아가 주위를 살펴보니, 무대가 막 끝났는지 관객들이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힘차게 손뼉을 쳐대고 있었다.
‘이런-!’
강하준에게 한 눈이 팔린 탓에 이영아와 원진섭의 무대는 보지도 못했는데….
─ ‘둘만 아는 이야기’라는 노래를 불렀어.
─ 응, 어떤 노래야?
─ 이별한 남녀의 감정을 담은 노래야.
현아는 황급히 말을 끝맺으며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무대가 어쨌고, 저쨋고 말해 주고 싶었으나, 머릿속에 남은 기억이라고는 둘이 부른 곡명뿐인 탓이었다.
짝짝짝짝짝-!
귀가 찢어질 듯한 기립박수가 계속 이어지는 걸 보면 좋은 무대였음은 분명해 보였다.
하기야.
대한민국 여성 대표 보컬리스트라 불리는 이영아와 알앤비의 황제라 불리는 원진섭이 꾸민 듀엣 무대였으니 대충 불러도 황홀했겠지.
‘제대로 집중해서 들을걸.’
현아는 이제야 둘의 무대를 놓친 게 못내 아쉬운지 “쩝”하고 입맛을 다셨다.
무엇보다 아버지에게 무대를 설명해 주겠노라고 큰소리를 쳐 놓지 않았던가.
그래.
귀가 안 들리는 아버지에게 무대의 감동을 조금이나마 전달해 주고자 모시고 온 거니까.
‘지금부터는 집중하자.’
현아가 결의를 다지며 다시금 자세를 바르게 고쳐 앉던 찰나.
“그럼 바로 TOP 2 결승 무대를 시작합니다.”
MC의 박진감 넘치는 목소리가 이제 본 게임이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 * *
“자, 그럼 결승전 첫 번째 무대를 선보일 참가자의 티저 영상 보고 오시죠!”
비장함이 느껴지는 MC의 멘트와 함께 전광판 위로 영상 하나가 떠올랐다.
강하준이 제이블의 개인 작업실에서 함께 연습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음….’
무대 세팅 시간을 벌기 위한 티저 영상일 테지만, 현승은 사뭇 진지하게 바라봤다.
‘장비 좋은 거 쓰네….’
현승의 눈을 사로잡은 건 작업실 내부에 세팅된 고가의 장비들이었다.
물론, 제 개인 작업실에도 내로라하는 장비들로 채워져 있다고는 하지만.
단박에 눈을 사로잡은 건….
작업실 진열장에 고이 전시된 기타 한 대였다.
‘저건-?’
유명 기타 브랜드에서 1968년에 생산된 모델로서, 기타의 거장이라 불리는 사람의 손을 거쳐 경매를 통해 엄청난 고가에 거래되었다는 소식만 들었었는데.
‘저 사람이 가지고 있었군.’
아무래도 낙찰받은 이가 제이블인 모양이었다. 그래, 수많은 히트곡을 낸 인물이니까 몇십억에 달하는 가치를 지닌 저 기타를 낙찰할 수 있었겠지.
‘한번 연주라도 해 보고 싶네….’
현승이 한참 기타에 눈독을 들이고 있기도 잠시.
“예, 강하준 참가자가 열심히 준비한 모습이 엿보이는데요-.”
전광판에 떠올랐던 영상이 툭 꺼지고는 MC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강하준 참가자가 오늘 결승전에서 부를 곡은 바로, 제이블 씨가 작곡한 ‘노래를 부르는 이유’입니다-!”
이내 그가 큐카드를 집은 손을 뻗으며 차차 뒤로 물러서자, 강하준이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후….”
일순 무대의 조명이 꺼지고, 원진섭이 호들갑스럽게 중얼거렸다.
“왠지 나까지 긴장되네.”
“저도 좀….”
이영아도 합세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동요했다.
“긴장이라….”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김광진이 말을 보태었다.
“나는 어쩐지 오늘 두 참가자의 무대가 마음껏 기대된다네.”
그리고는 시선을 옮겨 제이블과 현승을 훑어보며 특유의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동시에.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시작을 알렸다.
─ 내가 왜 마이크를 집어 들었는지 알려 줄게.
곡은 좋은 느낌을 그대로 유지하며 벌스에 접어들었고.
─ 그 옛날에 다짐했던 마음을 담아 노래를 불러.
강하준 특유의 진정성 깊은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박차를 가하듯 퍼져 나갔다.
─ 지금은 초라한 나라도, 언젠가 모두가 들어주기를.
이내 심사위원들은 온전히 곡을 받아들이며 제각각 다른 반응을 보였다.
“와, 곡부터 너무 좋다.”
“허….”
“또 새로운 소리가 들리네.”
누군가는 부르는 이의 감정을 함께 느끼듯 미간을 찌푸리는가 하면, 또 누군가는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으며,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멍하니 바라보기도, 아예 눈을 지그시 감으며 몰두한 사람도 있었다.
반면.
현승은 집요하게 강하준의 목소리에만 집중했다. 아마도 오늘 결승전은 자신과 제이블의 음원 대결로 포커스가 맞춰져 있을 터였다.
그러나.
엄연히 따지자면 이 방송은 참가자 간의 ‘가창력’만을 두고 평가하는 경연 프로그램이지 않나?
현승은 강하준이 악기로서 지닌 소리와 곡을 잘 소화해 내는가를 중점으로 두고 귀를 기울였다.
그래.
제이블과의 승부는 프로그램이 끝나고, 음원이 풀리면 알아서 진행될 일이니까.
─ 피를 토해 내듯 노래해.
미리 귀에 꼽아 놓은 인이어를 통해 강하준의 목소리가 더욱 또렷하게 들려왔다.
‘오.’
현승은 제법 놀랍고 흥미롭다는 양 눈썹을 들썩였다. 헬멧이 답답하긴 하지만, 화면에는 잡히지 않을 테니 구태여 표정 관리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은 참 좋았다.
‘확실히 점점 소리가 열리고 있어.’
제이블의 디렉팅 덕분도 있겠지만, 온전히 제 곡으로 흡수해 낸 강하준의 역량이 돋보이는 무대였다.
─ 나는 오늘도 노래해.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세션들의 연주와 강하준의 목소리가 잘 어우러진 탓일까?
군더더기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강하준의 무대가 끝나갈 무렵에는 히든카드를 준비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좋은 무대였다.
‘잘하네.’
현승이 한참 고개를 주억거리며 채점판에 무언가를 적어 나가던 찰나였다.
“꺄아아아-!”
무대가 끝나고 잠시 정적이 찾아온 순간, 어디선가 귀에 익은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뭐지?’
현승이 놀라서 고개를 휙휙 돌리자, 어디선가 눈에 익은 여자애가 눈에 들어왔다.
“민…현아.”
제 여동생이었다. 그 옆에 앉은 아버지는 싱그러운 미소를 띤 채 가볍게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정신없어서 왔는지 확인도 못 했는데, 잘 모시고 왔네.’
단란하면서도 행복해 보이는 둘의 모습에 초대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잠시.
─ 아빠, 방금 강하준이 부른 곡은 뭔가 일련의 비장함과 애틋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곡이었어.
현아가 한껏 설렌 얼굴로 이어 나간 수어를 보는 순간, 짜증이 솟구쳤다.
─ 음, 꿈을 향한 깊은 갈망이랄까? 여하튼, 정말 목소리가 너무 좋은 것 같아.
잔뜩 들뜬 탓인지, 평소보다 큰 움직임 덕분에 멀리서도 대충 무슨 대화가 오가는지 알아볼 수 있었다.
─ 딸, 혹시 저 남자 좋아해?
─ 아냐, 그냥 노래를 잘하니까 응원하는 거지.
─ 왜, 생긴 것도 반듯하니 잘생겼는데.
─ 그치? 난 저렇게 반듯하게 잘생긴 사람이 좋더라.
─ 이거 봐, 우리 딸, 저 남자 좋아하는 거 맞네.
그 대화를 멀리서 지켜 보고 있던 현승이 어이없다는 양 실소를 터트렸다.
“허-?”
전생에서도 좋아하는 연예인 한 명 없었던 걸로 아는데, 대체 왜 갑자기 강하준한테 꽂힌 걸까?
아니지….
있었는데 관심이 없어서 몰랐던 건가? 불편한 사이여서 말하지 못했던 걸지도 모르지.
‘하기야, 아직도 여동생에 대해 모르는 거 투성인데.’
자신에 대한 책망을 이어 나가기도 잠시.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지.’
남동생도 아니고, 여동생인 만큼 그녀의 이성 문제는 제법 예민한 사안이었다.
물론.
강하준은 현아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겠지만, 또 혹시 모를 일이지 않나?
‘우연이라도 마주치게 하면 안 되겠어.’
한참 깊은 수심에 빠져 있던 현승은 잠시 짜증은 묻어 두고 시선을 무대 위로 옮겼다.
그러나.
몸은 거짓말을 못 한다고 했나?
‘확, 빵점을….’
심사평을 기다리고 있는 강하준을 보자, 말아 쥔 손에 힘이 불끈 들어가고 핏줄이 솟아올랐다.
이윽고.
현승은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며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
“오늘 강하준 참가자의 무대는….”.
* * *
한편.
대기 좌석에 앉아 있던 윤제이는 바싹 얼어붙다 못해 고장 난 기계처럼 몸을 떨었다.
‘와, 진짜 잘한다….’
윤제이는 지난 라운드에서 단 15초의 인트로를 듣고도 HS의 곡을 알아냈었다.
HS가 자신을 위해 만들어 준 곡이니까, 절대 모를 수가 없었다. 몰라서도 안 되고.
결국.
자신이 HS의 곡을 디렉팅까지 받아 가며 부를 수 있는 행운을 쥐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오늘 경연장에 도착할 때까지는 자신감으로 한가득 차 있었다.
분명 그랬는데….
강하준의 무대를 직관하고 나니, 숨겨 놨던 긴장감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오늘 강하준 참가자의 무대는….”
때마침 HS가 강하준의 심사평을 위해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
“매 라운드를 거치면서 점차 열리고 있던 목소리가 확 돋보였던 것 같습니다. 곡이 지닌 결을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들어 듣기도 편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근엄했으나, 내용은 극찬이었다.
“발전형 가수인 것 같아요. 강하준 군이 앞으로 가수로서 보여줄 행보가 기대되네요.”
“강하준 참가자는 곡을 흡수하는 능력이 정말 탁월해요. 목소리에 담긴 진정성도 좋고….”
이어진 다른 심사위원들의 심사평 또한 칭찬 일색이다.
그럴수록.
윤제이의 손은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 갔다.
단 한 번의 무대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고, 우승자와 탈락자로 나뉘게 될 테니까.
어느덧.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제 무대를 선보일 차례가 왔다.
“바로 이어서 두 번째 참가자인 윤제이 참가자 티저 보고 오겠습니다.”
MC의 말과 동시에 전광판에 셀프캠으로 찍어 두었던 영상이 전시되었다.
그리고.
스태프들은 분주하게 무대 세팅을 바꿔 나갔고,
“후우….”
윤제이는 깊은 숨을 내뱉으며 제 이름이 다시금 호명되기를 기다렸다.
이내 스태프의 스탠바이 신호를 받은 윤제이가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오늘 윤제이 참가자가 선보일 곡은 바로, HS 씨가 작곡한 ‘I wish time would stop’입니다-! 큰 박수로 맞이해 주시길 바랍니다.”
귀를 파고드는 박수 소리에 심장은 더욱더 거세게 뛰어왔다.
쿵, 쿵, 쿵-!
오늘따라 심사위원석은 왜 이리 하늘처럼 드높아 보이는지….
무대 위에 서 있는 자신이 한없이 작게만 느껴졌다.
“후-.”
바싹 마르는 입술을 물로 축여 보지만, 가뭄 난 사막처럼 쩍쩍 갈라지며 목이 탔다.
이번 결승전 무대만큼은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감.
HS의 명성을 망치고 싶지 않다는 사명감.
그가 자신에게 준 기회를 날릴 수 없다는 압박감.
그 복잡한 감정들이 한데 뒤엉켜 제 목구멍을 조여 왔다.
‘이러면 안 되는데….’
라운드를 거치며 소심한 예전과 달리 당찬 사람으로 거듭났다고 생각했었는데 착각이었나 보다.
막상.
중요한 마지막 라운드가 찾아오니 다시금 손이 발발 떨리고 식은땀이 흐르는 걸 보면 말이다.
‘미치겠네….’
이제 곧 곡이 시작될 텐데, 혹여 처음부터 박자를 놓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밀려왔다.
그런 윤제이의 심리가 여과 없이 드러났는지, 보다 못한 이영아가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
“윤제이 양?”
“예?”
“물 많이 마시고, 심호흡 좀 하세요.”
“아, 네….”
이영아는 최종 예선전에서 답답하다는 양 날카롭게 대하던 때와 달리, 따스한 응원의 눈빛을 담고 있었다.
“결승전이라 긴장 많이 되죠?”
“네, 네….”
“사실 윤제이 양을 처음 봤을 때는 어떤 무대를 보여 줄지 전혀 기대되지 않았었거든요?”
“아, 네….”
“근데 점차 무대를 보기 전에 기대를 품게 되더니, 이제는 마음껏 기대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리고는 일련의 설렘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덧붙였다.
“물론 이 말도 부담될 수 있지만, 여태 그랬듯 좋은 무대 보여 주길 부탁할게요.”
그녀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그런 만큼.
윤제이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네-!”
일말의 용기를 얻은 윤제이가 고개를 끄덕이다 말고, 별안간 HS와 눈이 마주쳤다.
‘잠깐, 헬멧을 쓰고 계셔서 눈이 마주칠 리가 없는데?’
윤제이가 놀란 눈으로 다시금 쳐다보니, HS가 앞 고글을 슬쩍 올리고 있는 채였다.
‘그럴 리가….’
그는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눈빛으로 자신을 진득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내.
그가 세차게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 고갯짓은 마치 자신을 믿고 어디 한번 맘껏 불러 보라는 양 보일 따름이었다.
‘작곡가님….’
여태껏 HS는 아무 조건 없이 자신에게 조용히 기회와 용기를 건네줬다. 하물며 곡도 주셨고.
근데 정작 중요한 무대에서 제대로 입도 떼 보지 못한 채 내려오게 된다면 그를 배신하는 일이다.
‘I wish, I wish time would stop.’
윤제이는 HS의 곡을 머릿속으로 재빠르게 되뇌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는 계속 세뇌시키듯 중얼거렸다.
‘할 수 있어, 넌 해낼 거야.’
이윽고.
촤악―
고개를 번쩍 치켜든 그녀의 머리 위로 환한 스포트라이트가 내리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