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104화 (104/118)

103화

K-싱어스타의 결승전이 끝나고, 단 하루가 지났건만 세간은 한바탕 떠들썩해졌다.

“이것 좀 봐요-!”

이후 활동 계획에 관한 얘기를 하기 위해 현승의 작업실을 찾은 윤제이가 신나서 조잘거렸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제 이름이 있어요!”

“그렇겠지.”

[ 실시간 인기 검색어 ]

[ 1 – 윤제이 HS ]

[ 2 – 윤제이 문범재 ]

[ 3 – 윤제이 우승 ]

[ 4 – 케싱스 우승자 ]

[ 5 – 윤제이 강하준 ]

“여기 포털 사이트에 제 기사도 넘쳐나고!”

“그래.”

[ [공식]K-싱어스타, 기적의 참가자 ‘윤제이’ 인기 투표율서 강하준 누르고 우승 ]

[ 윤제이, K-싱어스타 심사위원 점수 최고 기록이라는 기염을 토하며 최종 우승자… ]

[ [영상] ‘K-싱어스타’ 깜짝 지원군 문범재, 윤제이와 환상의 듀엣 무대 선보여…. ]

“윤블리라고 제 팬클럽도 생겨난 거 있죠!”

“알겠다고.”

[ 윤제이가 제일 사랑스러워 <윤블리> ]

현승이 귀찮다는 양 고개를 끄덕이자, 김 실장이 핀잔을 주듯 말을 보탰다.

“저렇게나 좋아하는데 호응 한 번만 좀 제대로 해 줘라, 좀.”

“지금 몇십 분째 저러고 있잖아요.”

“우승했으니까 얼마나 기분이 좋겠어.”

“그것도 결국 제가 좋은 곡을 만들고 문범재 선생님에게 부탁한 덕분에….”

김 실장이 “어련하시겠어요.”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현승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결승전에서 1위를 거머쥐며, 윤제이가 우승을 할 수 있게 된 건 현승의 덕분이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선 현승의 곡으로 포텐셜이 터진 윤제이는 심사위원 전원에게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거머쥐게 되었고.

또한.

윤제이를 본 사람들의 간증이 쏟아지면서 요즘 말로 ‘떡상’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시청자 지지율도 치솟았다.

비단.

참가자들뿐만이 아니라, 제이블과 현승을 추종하는 팬들도 투표에 열을 올렸고.

현승이 요 근래 팬카페 회원 수가 급증한 덕분에 시청자 투표율이 비등해질 수 있었다.

결정타로….

문범재의 깜짝 피처링이 결국 그녀에게 우승을 안겨다 주었다.

“근데 왜 문범재 선생님이 지원군 해 주기로 한 거 제이한테는 얘기 안 했던 거야?”

“그거 믿고 연습 안 할 수도 있잖아요. 저 같아도 그럼 마음이 좀 풀어질 것 같아서.”

현승의 대답에 김 실장이 “독하다, 독해.”하고 중얼거렸다.

다만.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 냈으니 아무렴 상관없었다. 무엇보다 현승이 슈퍼패스를 쓰지 않았더라면, 윤제이는 우승은커녕 예선 탈락이었을 테니….

이 모든 게 현승의 덕분이 맞겠지.

“여하튼, 제이야 축하한다.”

“네, 실장님! 정말, 정말 감사해요.”

현승이 연신 굽신거리는 윤제이를 흘끔 바라보더니 단호한 투로 말했다.

“윤제이, 아직 갈 길이 머니까 너무 들뜨지 마.”

김 실장이 옆구리를 쿡 찌르며 “현승아!”하고 말려봤지만, 거침없이 말을 이어 나갔다.

“으레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라는 타이틀은 양날의 검이 되고는 하니까.”

“네? 양날의 검이요?”

“일전에 전속 계약서 쓸 때 갑자기 삶이 단번에 바뀐 것 같다고 했었지?”

“예, 그랬죠….”

“그 말대로 이제 네 삶은 180도 바뀔 거야.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어.”

“그게 무슨….”

현승이 제 휴대폰을 테이블 위로 무심히 올려놓으며 답했다.

“너를 좋아하고 동경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만큼, 싫어하고 시기 질투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기 마련이야.”

윤제이는 휴대폰 액정을 바라보며 작게 “아….”하고 탄식을 내뱉었다. 화면 속에 흔히 ‘찌라시’라 일컫는 기사가 자리했기 때문이다.

[ K-싱어스타, 편파 심사? HS와 윤제이, 연인 관계라는 의혹 불거져… ]

현승이 손가락으로 화면을 내리자, 보는 것만으로도 미간이 찌푸려질 댓글이 가득했다.

스윽, 스윽-.

↳ 어그로 개쩌네; 결국 다 심증인 거잖아;;

↳ 근데 좀 의심스럽긴 하지 않아?

↳ 하긴~ HS랑 윤제이가 프로그램에서 많이 엮이긴 함.

↳ 애초에 HS가 슈퍼패스로 윤제이 살려낸 거 아냐?

↳ 아니 모 딱 그렇다 할 증거도 없는데 그만 몰아가자~

그리고는 또 새로 올라온 기사를 클릭해서 보여 주기에 이르렀다.

[ 문범재 피처링 ‘규칙 위반’이라며, ‘윤제이’ 우승 철회 요청글 쇄도… ‘K-싱어스타’ 제작진 측 “그런 규칙 없다.”며 대응 ]

스윽, 스윽-.

↳ 진짜 이건 반칙아님? 홀로 힘으로 한 게 아니잖아;

↳ 않이 ;; 하준이는 안 부르고 싶어서 안 불렀겠음?

↳ 윤제이가 문범재를 무슨 수로 불러내;; HS가 불렀겠지

↳ 그렇긴 하지; 이건 HS가 좀 선 넘은듯;

현승은 잘 보라며 휴대폰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이런 오해나 미움을 감당할 수 있겠어?”

윤제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당해야죠.”

일순간 그녀의 동공이 뒤흔들렸지만, 대답하는 목소리만큼은 굳건했다.

그래.

부모님이라는 뒷배가 없던 그녀의 인생은 다른 이들보다 굴곡이 많았다.

하물며 피가 섞인 친인척들에게도 모진 말을 들으면서도 견디지 않았는가?

‘이 정도쯤이야….’

정말 그녀는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음악을 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점과 제 곡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게 다 괜찮았다.

“괜찮아요.”

윤제이는 다시금 휴대폰을 밀어내며 덧붙였다.

“근데 저 때문에 괜히 작곡가님까지 이런 오해나 받고 같이 욕먹어서 어쩌죠….”

현승이 손을 휙 내젓고는 “됐고.”라며 일축했다.

그리고는,

단호한 눈빛으로 마주하며 되물었다.

“이름도 모르는 불특정 다수에게 정확한 이유도 없이 욕을 먹는 건 웬만한 멘탈을 가진 사람도 버티기 어려운 일이야. 그래도 다 괜찮아?”

“네, 다 괜찮아요.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요. 제 몫이니까 제가 다 감수해 낼게요.”

그녀의 얼굴을 살피던 현승이 작게 침음을 흘렸다.

“음.”

잠시 침묵이 흐르고.

“실장님.”

현승이 시선을 옮기며 덧붙였다.

“아까 말씀하신 대로 기사 풀죠.”

김 실장은 짧게 눈빛을 공유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자.”

둘 사이에 덩그러니 앉아 있던 윤제이가 무슨 상황인가 귀를 기울이던 찰나였다.

“네가 다 감수할 필요 없어.”

일순간 현승의 얼굴빛이 부드럽게 풀어졌다.

“소속사 뒀다가 어디다 쓸래?”

“네?”

“이런 찌라시들 처리할 때 쓰는 거야.”

“아….”

“LS 법무팀에서 바로 처리할 거야.”

계속 멀뚱멀뚱 바라보는 윤제이를 바라보며 덧붙였다.

“그리고 바로 내일 LS 엔터와 네가 전속 계약이 성사됐다고 기사 터트릴 거야.”

“아….”

“그럼 자연스럽게 묻힐 수도 있고, 반대로 의혹이 더 커지거나 새로운 의혹이 생길 수도 있어.”

“그럼….”

“어차피 회사에서 처리할 테니까 너는 못 본 척, 못 들은 척 노래 연습이나 하면 돼.”

윤제이는 금방이라도 울어 버릴 듯한 얼굴로 현승과 김 실장에게 번갈아 고개를 숙였다.

“감사해요, 정말 감사해요. 제가 정말 열심히 할게요.”

김 실장은 알겠다며 어깨를 다독여 위로했고.

“울지 마. 우는 것도 습관 들어.”

현승은 콘솔 앞에 앉으며 단호히 말했다.

“네가 운다고 봐주고 통하는 바닥도 아니니까 알아 둬.”

“넌 이제 막 시작하는 애한테 뭐 이렇게 살벌해.”

“쟤는 남들처럼 연습생 시절이 없잖아요. 알려 줘야죠.”

김 실장은 이럴 때 보면 현승이 연예계 바닥에서 한 십여 년은 지독하게 굴러 본 베테랑 방송인처럼 느껴지곤 했다.

그때.

현승이 키보드를 툭 건드리자 모니터가 켜졌고, 여태껏 만들어 온 트랙이 한가득 담긴 파일이 떠올랐다.

이윽고.

희번뜩해진 눈으로 살피며 “언제 또 음원을 저렇게나 많이….”하고 중얼거리는 김 실장의 시선을 못 본 척 되물었다.

“실장님, 바람이 불어오고 있으니 제대로 한번 노 저어야겠죠?”

“그럼, 물론이지.”

모쪼록 현승은 한계점이 없는 듯한 악기(*윤제이)를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연주해 볼지 설렐 따름이었다.

* * *

현승은 연신 울려대는 진동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 이번에는 꼭 와야 해요. ]

[ 심사위원 전원 참석하기로 했으니까! ]

[ 알겠죠? 올 거라 믿을게요! ]

[ 단아라는 한정식집 아시죠? ]

[ 7시 예약이에요. 늦지 마요! ]

이영아로부터 온 카똑이었다.

K-싱어스타가 성황리에 마무리하면서 전체 쫑파티를 진행했으나, 현승은 가지 않았었다.

그랬더니.

별안간 심사위원들만을 위한 작은 쫑파티를 다시금 열기로 했다며 연락이 쏟아졌다.

‘번호 말고 카똑 아이디 주길 잘했지.’

아무리 동종업계 사람들이라고 한들, 꼭 필요한 자리가 아닌 곳에서 얼굴을 밝히고 싶진 않았다.

결국 오늘도 불참하기로 맘먹은 현승이 휴대폰을 덮어놓으려던 찰나였다.

지이이이이이잉-!

뭔가 불길한 진동 소리가 울려 퍼졌고.

[ 김광진 선생님: 오늘.심사위원.쫑파티에.온다는.소식.들었네~~..자네와.편히.음악에.대한.견해를.주고.받을.수.있는.자리가.마련되어.영광이라.생각하네~!^^좀이따.좋은.얼굴로.보자고,,!,.ㅡㅡ.]

번호를 유일하게 공유했던 김광진으로부터 온 문자였다. 수많은 점과 찍찍이의 정체는 알 수 없었지만….

“퍽 난감하네.”

현승의 입장에서 곤란한 연락임은 분명했다.

“이걸 어쩐담….”

다른 이도 아니고, 자신보다 한참 높은 연배인 김광진의 연락은 쉬이 무시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K-싱어스타를 진행하는 내내 자신을 존중해 주고, 제 편에 서 준 인물이기도 했다.

또한.

가요계의 살아 있는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김광진과 음악적인 견해를 나누는 건….

제법 구미가 당기는 일이기도 했다.

“흠….”

이내 현승이 고개를 돌려 작업실 한편에 고이 모셔 둔 헬멧을 바라봤다.

“그래, 얼굴만 비추자.”

이윽고.

결단을 내린 현승이 답장을 보냈다.

[ 네, 선생님. ]

[ 좀 있다가 뵙겠습니다. ]

* * *

“좀 있다가 뵙겠습니다-?”

이영아가 놀란 얼굴로 문자를 소리 내어 따라 읽었다.

“선배님, 그 사람한테 온 답장이 맞는 거죠?”

“그렇다니까?”

“그럼 이 사람 내 카똑은 일부러 씹은…!”

이내 그녀는 주변을 흘깃 바라보고는 말을 멈췄다.

“흠, 흠….”

룸 내부에는 K-싱어스타의 총괄을 맡았던 고현덕 CP와 연출을 맡은 김영호 PD 그리고 3명의 메인 심사위원이 쫑파티를 위해 자리를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아 씨, 무슨 일 있어?”

“아, 아니에요.”

이내 이영아는 숨을 고르며 마음을 억눌렀다. 그녀가 이토록 씩씩거리는 이유는 바로.

‘자존심 상해….’

HS에게 지난 단체 쫑파티 때 오라고 연락했다가 안읽씹을 당한 것도 모자라.

오늘 쫑파티 때문에 다시 한번 연락해 봤으나, 처참히 읽씹을 당한 까닭이었다.

심지어.

김광진의 연락에는 무려 두 통이나 답장을 해 줬다지 않나?

‘바빠서 그런가 보다 했더니만….’

매일 작곡가들로부터 러브콜이 쇄도한 덕택에 지금껏 이영아는 곡을 부탁해야 하는 처지가 아니라, 다양한 선택지 중 원하는 곡을 선택할 수 있었다.

공공연하게 ‘이영아가 부르면 음원 차트는 물론 노래방 차트도 점령’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작곡가들 사이에서는 음원 보증수표로 통했으니까.

근데.

이영아는 처음으로 먼저 곡을 부탁하고 싶어졌다.

피처링을 서는 거라도 좋고.

뭐든 괜찮으니, 꼭 작업을 해 보고 싶어졌더랬다.

바로, HS와 말이다.

그래서 이영아는 우선 그와 친해지는 게 급선무라 생각하고 계획을 세웠다.

이후 자존심을 다 내려놓고 촬영장에서 그를 마주칠 때마다 생글생글거렸고.

틈만 나면 말을 걸어 보고, 연락처도 먼저 물어보고, 틈틈이 연락도 보냈다.

또한.

그가 좋아하는 관심사를 알기 위해 HS의 인터뷰 기사를 찾아보기도 했다.

하나, 돌아온 결과는 대실패였다.

HS는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몇 달 동안 러브콜은커녕, 자신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조차 없어 보였다.

그러나.

이영아는 한번 마음먹은 일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해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그래, 오늘에야말로-!’

이내 마음을 굳게 먹은 그녀가 테이블 아래로 주먹을 꽉 말아 쥐며 의지를 불태우던 찰나였다.

“거의 다 오셨다고 했는데….”

김영호 PD가 시계를 흘깃 보고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오다가 무슨 일이 생기셨나?”

아무래도 HS의 성격은 워낙 어디로 튈지 모를 성격이지 않던가? 약속된 시간보다 꽤 늦어지던 탓에 얼른 전화로 상황을 확인해 볼 요량이었다.

“신호음은 가는데….”

그때 문밖에서 오래된 만화영화의 OST가 들렸다.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지?’

이상하게 여기며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린 순간.

똑, 똑, 똑.

세 번의 일정한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렸다.

이윽고.

“헐?”

룸 내부에 있던 모두가 문 앞에 선 남자를 놀란 얼굴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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