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6화 (6/853)

제 6장. 육체 경지 4단계

육체편은 단순한 권법술이 아니었다. 천천히 움직이는 권법에 천지의 힘이 담겨 있었고, 신비롭고 오묘한 규칙이 스며들어 있었다.

방금 전, 양준은 겨우 육체편의 백 분의 일의 동작밖에 따라 하지 못했는데도 계속 진행하기 힘들었다. ‘뚜둑’ 하는 소리는 심지어 그의 척추에서부터 전해졌다. 양준은 자신의 뼈가 부러진 줄 알았다.

다급히 확인해 보니 등은 그저 좀 아프기만 할 뿐, 큰 지장은 없었다.

마음을 가다듬은 양준은 다시 몸을 바로 세우고 육체편의 동작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에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엉겁결에 시작한 것이라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다시 한번 차분히 호흡을 가다듬고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손발을 천천히 움직이자 방금 전과 같은 압력이 전해졌다. 그리고 전보다 더욱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동작을 계속할수록 그의 손발은 더욱더 무거워졌다. 마치 물속에서 수련하는 것처럼 몸이 무겁고 손발을 뻗기 힘들었다.

‘두둑, 우두둑’ 소리가 끊임없이 귓가에 들렸다. 양준이 동작 하나를 할 때마다 온몸의 뼈가 폭죽을 터뜨리는 것처럼 통증이 온몸으로 퍼졌다. 하지만 양준은 꿈쩍도 하지 않고 버텼다. 그의 불굴의 의지가 이 순간, 온전히 드러났다.

눈 깜짝할 새에 양준은 땀으로 흠뻑 젖었고 두 손과 두 발 모두 덜덜 떨렸다. 마치 하늘과 땅의 무게가 모두 그의 몸에 드리운 것처럼 몸이 몹시 무거웠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버텨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몸 안에서 뜨거운 기류가 천천히 흐르는 것이 느껴졌고, 온몸의 통증도 한순간에 사라졌다. 양준은 기운이 샘솟아 더욱 집중하여 권법술을 수련했다. 그는 이 뜨거운 기류가 그의 몸에 스며든 금신이 뿜고 있는 힘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육체편이 바로 금신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해가 떴다. 능소각의 가장 외딴 오두막 앞에서 양준은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천천히 권법을 수련했다.

반 시진은 금방 지나갔다. 양준은 온몸이 가벼워지는 감각이 들었다. 전처럼 몸이 무거워지는 느낌이 사라지자 그는 더 이상 육체편을 수련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육체편에서는 해가 떠오르기 반 시진 전에만 이 권법술을 수련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온몸의 힘이 전부 빼앗긴 듯, 양준은 그대로 땅에 털썩 주저앉아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그러자 자주색의 기운이 그의 숨결을 따라 입속으로 들어가더니 사라졌다. 순간, 양준은 시원하고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몸 안에 어떤 기운이 움직이는 듯한 기분이었다.

양준은 멍해져서 다급히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느껴 보았다. 그러자 그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기감이었다! 자신이 기감을 생성했던 것이다. 이는 이미 육체 경지 3단계를 돌파하고 육체 경지 4단계의 경계에 발을 내디뎠다는 말이었다.

능소각에 들어와서부터 지금까지 삼 년의 시간을 들여서야 겨우 육체 경지 3단계까지 수련했는데 오늘 권법술을 수련한 지 반 시진 만에 경지를 돌파하자, 양준은 너무 기뻐 목이 메었다.

육체 경지는 모두 9단계까지 있었는데 이는 몸을 수련하는 것이었다. 앞 세 단계는 몸을 튼실히 하는 과정으로 특별한 것이 없었다. 그러나 4단계에 돌입하면 경맥에서 기감을 생성하게 된다. 기감이 생성되어야만 더욱 심화하여 수련할 수 있었다.

비록 지금 기감이 생겼다고는 하나 몸 안에는 원기가 없었다. 육체 경지 7단계에 돌입해야만 몸 안에 소량의 원기가 생긴다. 육체 경지 9단계까지 마치게 된다면 몸 안에는 대주천(大周天)이 형성되고 하늘과 땅 사이에 다리를 놓게 된다. 개원 경지(開元境)까지 도달하게 되면 그제야 비로소 자신의 원기를 가지게 된다.

개원 경지야말로 무예를 수련하는 사람의 시작이나 마찬가지였다.

육체 경지의 모든 것은 다 앞으로의 길을 위해 다져 놓는 기초에 불과했다.

양준은 이제 겨우 육체 경지 4단계에 돌입했을 뿐이었다. 처음 기감을 가지게 된 것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양준에게는 더없이 좋은 소식이었다.

반 시진 만에 육체 경지가 한 단계 오르다니. 육체편의 작용은 이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도였다. 물론 양준의 꾸준한 노력의 성과도 있겠지만, 육체편이 없었다면 양준은 적어도 홀로 3~4개월은 수련해야 한 단계 오를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순간, 양준은 참지 못하고 연신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짙은 연기처럼 시커먼 것이 양준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더럽고 끈적끈적한 것이 땅에 쏟아지자 연기가 피어올랐다. 양준은 구토를 하고 나니 저도 모르게 온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것이 이물질(雜質)인가?’

양준은 깜짝 놀랐다.

육체 경지의 수련은 한 단계씩 오를 때마다 몸속의 이물질을 배출하고는 했다.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지만 지금과 비교하면, 그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수많은 생각이 양준의 머릿속에 떠다녔다. 비록 한 번의 수련으로 한 단계가 오르기는 했지만 육체편의 진정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양준이 반 시진 동안 수련한 권법은 육체편의 백분의 일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 분의 일만 수련해도 이런 효과를 가져오는데 만약 전부 수련한다면…….

하지만 마음이 조급하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깊게 생각을 해본 양준은 앞으로의 길에 계획이 생겼다. 비록 전면적인 것은 아니지만 전처럼 코앞만 보고 살 생각은 없었다. 순간, 그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흥분으로 일렁거렸다.

*양준은 아침을 간단히 먹고, 능소각의 빗자루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비록 능소각에서 빗자루질 하는 하인이었지만 능소각 전체를 다 쓸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맡은 구역은 능소각의 십 분의 일뿐이었다. 그래서 일하는데 크게 시간이 들지는 않았고, 보통 한 시진 정도면 마칠 수 있었다.

하응상은 나뭇가지 끝에 서서 능소각 제자들의 활동을 관찰하고 있다가 무심결에 또 빗자루질 하는 양준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오늘 양준은 집중이 잘 되지 않는 듯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한 곳에서만 반 시진 동안 빗자루질을 하고 있었다. 그곳의 바닥은 양준의 빗자루질에 반짝반짝 윤기가 났다. 모기라도 내려앉으면 발을 접지를 정도였다.

‘저 사람…….’

하응상은 어이가 없었다.

양준이 다른 것에 정신이 팔린 것은 맞았다. 어제 그렇게 진귀한 보물을 얻었는데 당연히 자신의 미래에 대해 잘 생각해 보아야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일출 전 반 시진 동안 수련하는 것밖에 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다.

‘나머지 시간에 뭘 하면 되지?’

생각하고 있던 중, 뒤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양준은 본능적으로 몸을 피했다. 그런데 상대방도 똑같이 몸을 피할 줄은 몰랐다. 그렇게 그들은 정면으로 부딪혔다.

양준은 살짝 몸이 휘청거렸을 뿐, 아무렇지 않고 멀쩡했다. 그러나 그에게 부딪힌 사람은 마치 벽에 부딪힌 것처럼 ‘어이쿠’ 하더니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부딪힌 곳마저 얼얼하게 아픈 느낌이었다.

양준은 정신을 차리고 미안한 얼굴로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사제, 괜찮아?”

그 사람은 원래도 화가 나 있던 참이었는데, 고개를 들어 눈에 들어온 것이 닷새에 한 번씩 흠씬 두들겨 맞는 양준인 것을 보고는 화를 가라앉혔다. 이런 사람한테 화를 내도 소용이 없는 데다 또 이번 일에는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연신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괜찮아.”

그는 말하면서 벌떡 일어나더니 부랴부랴 원래 가던 길로 달려갔다.

“사제는 어디를 이리 급하게 가는 거야?”

양준이 물었다.

그 사람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달려가며 말했다.

“공헌당(貢獻堂)에 가지 어디겠어요?”

그 말을 듣자 양준은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오늘은 초여드레였다. 매달 초여드레는 문파가 지난달의 공헌치를 지급하는 날이었다!

그래서 매달 이날마다 종문의 보급처는 매우 떠들썩했다. 특히 공헌당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벌떼처럼 모여들어 자신의 지난달 공헌치를 확인했다. 공헌치가 많이 쌓였다면 당연히 단약이나 비급 등으로 바꿔서 자신의 실력을 올리고는 했다. 그래서 이날만 되면 능소각의 제자들은 매우 흥분되어 있었다.

어떤 사람은 기쁨에 넘쳤고 어떤 사람은 수심에 잠겼다. 양준은 후자였다.

양준은 멍하니 제자리에 서서 손가락으로 계산해 보더니 얼굴이 수심에 잠겼다. 지난달 그가 얻은 공헌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불쌍할 정도로 적었다.

빗자루질을 하면 10점의 공헌치를 얻을 수 있지만, 지난달에 여섯 명에게 도전당해 여섯 번 패했다. 패할 때마다 공헌치 1점씩 깎이다 보니 최종 공헌치는 4점 밖에 되지 않았다.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하지?’

양준은 자신이 능소각에서 신분이 가장 낮은 예비 제자인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예비 제자는 패해도 공헌치가 1점밖에 깎이지 않았다. 만약 일반 제자라면 패했을 때 2점씩 깎이니 도리어 보태야 했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한 양준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다급히 빗자루질 하기 시작했다.

점심때가 되어서야 양준은 일을 마쳤다. 그제야 그는 빗자루를 들고 공헌당으로 뛰어갔다.

오전 내내 시끌벅적하던 공헌당은 이미 방문객이 적어 한산했다. 양준이 오전에 공헌당을 오지 않은 원인이기도 했다. 오전에 왔더라면 사람이 많아 줄도 서야 했고 매우 귀찮았다.

씩씩한 걸음으로 공헌당으로 걸어 들어가니 역시 안도 조용했다. 계산대 뒤에서는 한 노인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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