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11화 (11/853)

제 11장. 향로

걱정거리가 생기자, 양준은 급히 오두막으로 돌아가 잠시 휴식한 뒤, 수련을 시작했다.

지금 시간에는 이미 육체편을 수련할 수 없었기에, 기본 동작을 수련하기로 했다.

전에 양준이 도전받았을 때 펼친 장권과 옆차기가 바로 기본 동작이었다. 이런 동작들은 무공의 범주에 들지 못했다. 즉 진정한 무공으로 볼 수 없고 단순한 기초일 뿐이었다.

양준의 오두막 왼편 공터에는 사람 키 높이의 나무 인형이 있었다. 이 역시 양준이 직접 만든 것이었다. 목재는 백 년 된 홰나무로 재질이 단단해 수련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나무 인형의 몸에는 울퉁불퉁한 흔적이 가득했고, 심지어 어렴풋이 혈흔까지 보였다. 이는 양준이 평소에 수련하면서 남긴 흔적이었다.

탁- 탁-

양준은 자세를 잡고 나무 인형을 치기 시작했다. 전력으로 주먹을 휘둘렀고 다리는 바람처럼 빨랐다. 나무 인형은 맞을 때마다 끊임없이 흔들리면서 소리를 냈다.

수련한 지 얼마 안 되어, 양준은 몸의 상태가 평소와 다름을 느꼈다.

오늘 그의 주먹과 다리의 힘은 전보다 훨씬 강해진 것 같았다. 나무 인형이 움직이는 폭과 둔탁한 소리에서 분명하게 비교되었다. 게다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살과 골격 사이에서 따뜻하고 저릿저릿한 느낌이 들었다. 이는 분명 경맥에서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육체 경지 4단계가 되어 기감이 생기면서 체내의 경맥을 단련할 수 있었다. 이 따뜻하고 저릿저릿한 느낌은 바로 경맥이 뚫리면서 생기는 감각이었다.

양준은 등불을 켤 무렵까지 수련하다가 비로소 멈추었다. 장시간 수련했지만 피로를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활력이 넘쳤다. 금신을 얻은 뒤로부터 그의 체력은 훨씬 좋아졌다. 오늘은 이십 리 길을 걸어도 힘들지 않았고, 쌀 한 자루를 짊어져도 그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육체편을 수련할 때만 진정으로 압력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았다. 양준은 오늘 아침 육체편을 수련하면서 느낀 기운을 떠올리자 저도 모르게 움찔 떨렸다. 천지가 온몸을 짓누르는 것 같은 느낌은 정말이지 견디기 힘들었다.

사람은 궁지에 몰려야 잠재력을 끌어 올릴 수 있다. 무인의 성장은 더더욱 그러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잠재력을 끌어내고, 조금씩 한계를 뛰어넘어야만 실력이 향상될 수 있었다.

그런데 양준은 지금 그렇게 많은 주먹질과 발길질을 했는데도 전혀 힘든 느낌이 들지 않았고, 한계치에 도달할 수가 없었다. 이래서야 어떻게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겠는가.

‘이 일을 어찌하지?’

양준은 마음이 착잡했다. 금신을 얻은 건 분명 대단한 일이었지만, 금신의 강한 회복력 때문에 능소각의 기본 동작을 수련하는 것은 더는 의미가 없었다. 그렇다고 앞으로 매일 동틀 무렵 반 시진만 수련해야 한단 말인가.

‘반 시진만 수련하면 나머지 시간에는 무엇을 해야 하지?’

그는 불을 지펴 밥을 짓는 한편, 어떻게 해야 압력을 느낄 수 있을지 궁리했다. 이 일을 남이 알게 된다면 아마 웃지도, 울지도 못할 것이다.

다른 무인들은 수련의 길에서 좀 더 홀가분해지기를 바라지만 양준은 지금 스스로 고생을 사서 하려는 것이었다.

아무리 궁리해 보아도 딱히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가장 주된 이유로는 현재 그의 경제 여건이 받쳐 주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육체 경지를 수련하는 데는 단약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단약 외에 다른 외력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은 돈이 필요했다.

능소각에서 돈은 곧 공헌치를 의미했다. 양준은 안타깝게도 공헌치가 12점밖에 되지 않았다. 수련하려는 마음은 굴뚝같지만 여건이 부족했다.

밥이 다 되자, 그는 맨밥 몇 그릇을 반찬도 없이 후딱 먹어치웠다. 이 정도라도 이미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이는 최근 며칠 동안 유일하게 배불리 먹은 한 끼였다.

식사가 끝난 뒤, 양준은 수련하지 않고 곧장 목욕을 한 다음, 침대에 드러누웠다. 계속 수련해 봤자 별반 효과가 없을 테니, 오히려 해결책을 생각해 보는 편이 나을 듯했다.

이 궁리 저 궁리를 하다가 양준은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어 다시 검은 책을 불러냈다.

검은 책의 특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아냈다. 책장마다 물건이 봉인되어 있고, 실력이 되기만 하면 얼마든지 소환할 수 있었다.

첫 장에서 얻은 금신은 무공의 기초이자 뿌리였다. 그리고 두 번째 장은 육체편으로, 몸을 수련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세 번째 장에는 무엇이 있을까?’

어젯밤에 들여다볼 때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이는 그의 실력 문제였다.

지금 첫 장과 두 번째 장은 비어 있었다. 텅 빈 두 장을 반나절이나 훑어보았지만, 아무 수확도 얻지 못했다. 양준이 무심결에 세 번째 장을 펼쳤을 때, 눈앞에 무언가가 어른거렸다.

“응?”

양준은 양미간을 찌푸리고 세 번째 장을 뚫어지게 들여다보았다.

찰나의 순간, 세 번째 장에서 금빛이 반짝이며 무수한 금빛 그림자가 튀어나오더니 곧장 양준의 머릿속으로 스며들어갔다. 곧이어 세 번째 책장 위에 천천히 소용돌이가 나타났고, 그 속에서 고풍스러운 향로가 솟아올랐다.

뜻밖의 이변에 양준은 살짝 멍해졌다. 곧 무엇인가를 알아차리고는 금세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

‘맞다. 오늘 아침에 육체 경지 4단계를 돌파했었지.’

비록 한 단계밖에 차이 나지 않았지만, 바로 이 차이가 세 번째 장을 탐색하는 길을 가로막았던 것이다. 이 점을 알게 되자 양준은 후회되었다.

‘오늘 아침에 시도해 볼걸. 그럼 이렇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잖아.’

양준은 마음속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향로를 손에 들어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향로는 큰 편이 아니었다. 일반 가정집에서 쓰는 향로로 보였다. 다만 반쯤 밀봉되어 있었고 입구에는 덮개가 있었다. 그리고 덮개에는 작은 구멍이 몇 개 뚫려 있었다. 고풍스러웠지만 시선을 끌 정도는 아니었다.

‘어디에 사용하는 걸까?’

양준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하는 수없이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해 방금 전에 머릿속에 흘러 들어온 정보를 살펴보았다.

얼마 안 되어 양준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떴다.

정보에 의하면 향로는 수련에 도움을 주었다. 다만 향로 자체는 아무 작용이 없었다. 그 속의 약초를 넣고 태워 나는 향이야말로 수련에 도움되는 것이었다.

경지에 따라 쓰는 약초도 모두 달랐다. 지금 그의 경지에 필요한 약초는 오로지 삼엽잔혼화(三葉殘魂花)와 절지고목초(絶地枯木草)뿐이었다.

그가 알고 있는바에 따르면 이 두 가지 약초는 품급이 별로 높지 않았으나, 많지가 않아 구하기 힘들며 약간의 독성을 띠고 있었다. 비록 독성이 크지 않지만 만약 오래 흡입하면 인체에 해로울 수도 있었다.

‘이 두 약초가 수련하는 데 정말 도움이 될까?’

공헌당에는 틀림없이 이 약초들이 있을 것이다. 다만 몽 주인의 탐욕스러운 성격상 가격이 절대 싸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양준에게는 공헌치도 별로 없어 살 여력이 없었다.

‘그렇다면 스스로 약초를 찾아볼 수밖에 없어.’

다행히도 능소각에서 멀지 않은 곳에 흑풍산맥이 있었다. 사냥을 하면서 여러 차례 드나들었던 터라 양준은 흑풍산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산속에 약초가 있을지도 몰랐다.

‘내일 약초를 캐러 가보자.’

마음을 정하자 고민도 죄다 사라졌다. 양준은 곧 깊은 잠에 빠졌다. 오늘과 같은 난감한 일이 더는 없도록, 잠들기 전에 그는 검은 책 네 번째 장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네 번째 장에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아마 육체 경지 4단계의 실력으로는 탐색할 수 없는 듯했다.

*이튿날, 양준은 아침 일찍 일어났다.

어제 육체편을 수련하고 큰 수확을 얻은 양준은, 그 느낌을 한 번 더 느끼고 싶었다. 더욱이 그는 원래부터 게으른 사람이 아니었다.

동틀 무렵, 양준은 육체편 권법술을 수련했다. 수련 경지가 어제보다 한 단계 높아졌지만, 오늘도 육체편은 큰 진전이 없었다.

수련을 마친 뒤, 양준은 한 시간 남짓 걸려 오늘의 일을 끝내고, 그제야 공헌당으로 달려갔다.

산에 들어가 약초를 찾기로 결정했지만, 양준은 약초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었다. 심지어 삼엽잔혼화와 절지고목초도 이름만 알고 있을 뿐, 실제로 본 적이 없었다. 막상 발견한다고 해도 알아보지 못할 수 있었다. 때문에 사전 준비를 제대로 해야 했다.

공헌당에 찾아간 것은 먼저 이 두 가지 약초의 모양새를 기억해 두기 위해서였다.

본래는 몽 주인이 약초를 가르쳐 주기를 바랐으나, 뜻밖에도 그는 그냥 소책자 하나를 던져 주었다.

건네받은 소책자를 펼쳐 보니, 약초 관련 책자로 약효, 약리, 그리고 약초의 성장 환경이 적혀 있었고 장마다 삽화도 그려져 있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소책자에서 소개하는 약초는 모두 범급(凡級) 약초뿐이었다는 것이다. 그보다 높은 품급의 약초는 소개되어 있지 않았다.

사람의 수련을 등급과 경지로 나누는 것처럼 약초, 무기, 단약도 품급을 나누었다. 아래에서부터 범급, 지급(地級), 천급(天級), 현급(玄級), 영급(靈級), 성급(聖級)으로 나뉘며, 품급마다 다시 상중하 삼품으로 나뉘었다.

이를테면 양준이 지금 필요한 삼엽잔혼화와 절지고목초는 모두 범급 하품 약초였다. 약효가 미미했고 따라서 가치도 높지 않았다.

양준은 공헌당에서 나와 잡무처로 찾아가 외출 허가를 받았다. 그는 능소각에서 빗자루질을 하는 하인이기도 했다. 이번에 흑풍산맥에 가면 당일 안에 돌아올 수 없으므로 당연히 허가를 받아야 했다.

잡무처 관리자도 별말 없이 흔쾌히 사흘 허가를 내주었다. 그제야 양준은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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