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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련전봉-18화 (18/853)

제 18장. 대단한 물건

몽 주인은 공헌당에서 찻주전자를 들고 계산대 뒤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 여유롭게 향을 음미하고 있었다. 흥얼거리며 콧노래를 부르는 그 모습은 매우 느긋해 보였다.

이때 갑자기 문밖에서 사람 모습이 언뜻 비추자 몽 주인은 무기력하게 시선을 들어 바라보았다.

‘웬 녀석이 눈치 없이 내 여유로운 시간을 방해하는 거야?’

욕을 하려던 몽 주인은 초라한 몰골로 들어오는 양준을 발견했다. 너덜너덜한 옷은 그의 몸을 채 가릴 수 없었다. 찢어진 바지 사이로는 허벅지가 언뜻언뜻 보였다.

입구를 지나가던 능소각의 두 여제자는 이를 보고 변태라고 소리를 지르며 얼굴을 가린 채, 물러갔다.

몽 주인이 어떤 사람인가? 세상의 풍파를 다 겪은 그는 시체가 산을 이뤄도 낯빛 하나 안 바꾸고 덤덤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양준을 본 순간 입에 머금은 차를 뿜어냈다.

“양준, 어찌 된 일이냐?”

몽 주인은 어질어질한 정신을 부여잡고 다급히 일어나서 눈을 휘둥그렇게 뜬 채 양준을 바라보았다.

양준은 계산대 앞으로 뛰어가더니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저 왔어요!”

“고생이 많았나 보구나.”

몽 주인은 양준이 많이 안쓰러웠다. 며칠 전에 양준이 여기서 떠날 때만 해도 멀쩡했는데 흑풍산에 한 번 다녀오더니 이런 몰골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사람 같지 않은 몰골을 한 양준이 너무 비참해 보였다.

“네, 아주 위험했습니다.”

양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 더는 잡담을 하지 않고 다급히 배낭을 열어 약초를 꺼내며 말했다.

“하지만 수확도 많았습니다. 몽 주인, 공헌당에서 이 약초들도 받지요?”

몽 주인은 힐끗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평범하다 못해 하급에 속하는 약초는 별 가치가 없었다. 공헌당에 이런 약초는 널려있어 받는다고 해도 그냥 쌓아 둘뿐이었다.

거절하려고 하던 몽 주인은 기대에 찬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양준을 보고, 또 그의 행색을 보더니 마음이 약해져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약초 두 포기에 공헌치 1점이다.”

“그럼 세어 보십시오.”

양준도 흥정하지 않고 보따리를 앞으로 밀었다.

몽 주인은 약초를 세어 보았다. 모두 서른두 포기로 공헌치 16점과 바꿀 수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장부에 기록해두었다.

“흑풍산에서 사흘을 돌아다녔는데 이것밖에 캐지 못한 것이냐?”

몽 주인이 무심결에 물었다.

“이 정도 얻은 것도 대단한 거였습니다.”

양준은 말하면서 도둑이 제 발 저린 듯이 두리번거렸다.

“흠흠, 나쁘지는 않지.”

몽 주인은 그를 질타할 수 없었다. 그도 양준의 힘든 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양준은 비록 자질은 별로였으나 꾸준히 노력했다. 그처럼 끈기 있는 젊은이는 많지 않았다.

‘아쉽군. 자질은 이 아이의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지. 평생 큰 성공은 거두지 못할 것이야.’

속으로 한탄하고 있던 몽 주인은 양준의 시선이 수상한 것을 보고 의아하게 물었다.

“뭘 보는 것이냐?”

양준은 몽 주인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몽 주인, 제가 이번에 산으로 들어가 대단한 것을 찾았습니다.”

양준이 이토록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말하자 몽 주인은 대단하다는 물건이 보통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엄숙한 얼굴로 똑같이 목소리를 낮춰서 물었다.

“그게 무엇이냐?”

“모르겠습니다. 몽 주인은 나이가 많고 본 것이 많을 테니 보면 분명 아시겠죠.”

양준은 말하면서 엉덩이 쪽에서 작은 보따리를 하나 꺼내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다.

몽 주인은 양준의 긴장된 시선에 덩달아 조심스러워졌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보따리를 풀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사발만 한 크기에 암홍색을 띤 그 물건은 버섯 같기도 하고 영지 같기도 했다. 모양새가 나쁘지 않은 것이 대단한 보물의 느낌이 나기도 했다.

“흠… 흠흠…….”

몽 주인은 저도 모르게 목을 가다듬었다.

양준은 긴장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게 뭔지 아시겠습니까?”

몽 주인은 이상한 눈빛으로 그를 힐끔 보더니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반문했다.

“너… 어디서 이걸 찾은 것이냐?”

“동굴 안에서요. 안에 1급 요수가 지키고 있었는데 제가 해치우고 이걸 채집해 온 겁니다.”

몽 주인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요수를 봤다고? 내가 깊게 들어가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깊게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왜 그 요수가 흑풍산의 외곽에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양준은 어쩐지 억울했다.

몽 주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녀석이 이 꼴이 된 것을 보니 아마도 그 요수와 싸우느라고 그랬겠군. 이 아이의 실력으로 요수를 상대하려면 1급짜리 요수라도 쉽지 않았을 거야. 불쌍한 것, 힘들게 흑풍산을 사흘 돌아다녔는데도 고작 공헌치 16점밖에 얻지 못한 데다, 1급짜리 요수를 상대하다 죽을 뻔했는데, 이 물건이 보잘것없는 것이라는 것을 안다면… 안 되지, 안 돼. 이건 너무 상처가 클 거야. 내가 착한 일 해서 덕 쌓는다 치지 뭐.’

양준은 몽 주인이 어두운 안색으로 한참이나 대답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마음이 조급해졌다. 다시 물으려는 순간, 몽 주인은 차를 한 모금 들이켜더니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너 이 녀석, 운이 좋았구나!”

이 대답을 들은 양준은 조마조마하던 마음이 순식간에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이것이 가치가 없을까 봐 무척 걱정했었다.

“몽 주인, 이게 도대체 뭡니까? 공헌치 얼마 정도의 가치가 있나요?”

양준은 손을 비비며 기대에 차서 물었다.

“음… 이건 말이지. 혈령지(血靈芝)라는 것이다! 구하기 힘든 약재지. 범급…….”

몽 주인은 말을 하려다가 양준의 얼굴에 나타난 실망의 기색을 눈치채고 바로 말을 바꾸었다.

“아니, 아니, 지급 하품급이지. 음, 지급 하품이다! 맞아!”

그 확신에 찬 말투에 몽 주인 스스로도 믿을 뻔했다.

“지급 하품이라고요?”

양준은 몹시 기뻤다.

“몽 주인, 잘못 보신 거 아니에요?”

몽 주인은 정색하며 말했다.

“그럴 리가. 내가 평생 여자들을… 흠흠, 약초들을 무수히 봤는데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지 못하겠느냐?”

“그럼 공헌치로 바꾸면 얼마나 받을 수 있나요?”

양준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것이었다.

“20점으로 하지.”

“그것밖에 안 되나요.”

양준은 좀 실망스러웠다. 이 물건이 지급 하품이라면 적어도 공헌치 몇십 점과 바꿀 수 있을 줄 알았다.

“적지 않다. 이 녀석아.”

‘이게 다 공짜로 주는 건데 어떻게 더 많이 주겠어.’

몽 주인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면서 말로는 다른 이유를 댔다.

“비록 네가 찾은 혈령지는 지급 하품인 것은 맞으나 크기가 작고 오래되지 않아 20점의 가치밖에 하지 않는다.”

“네.”

양준도 반박하지 않고 바로 수긍했다.

“그럼 20점으로 바꾸겠습니다.”

몽 주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또 장부에 기록했다.

이번에 산에 들어가 필요한 삼엽잔혼화와 절지고목초를 구한 것 외에도 공헌치를 총 36점 획득했다. 전에 모아둔 것까지 하면 이미 48점이었다. 양준은 갑자기 든든해진 기분이었다.

산에 들어가서 약초를 캐면 공헌치를 바꿀 수는 있지만 수련 시간이 지체됐다. 게다가 운에 맡겨야 해서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들었다. 양준은 앞으로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약초를 직접 캐지 말자고 다짐했다.

공헌치를 모으는 목적이 수련을 위한 것이니 둘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양준은 알고 있었다.

양준은 마지막에 거미 요수가 있던 동굴에서 3~40포기의 삼엽잔혼화를 캤지만, 절지고목초는 그 수가 매우 적어 대여섯 포기밖에 되지 않았다. 수련하려면 이것으로는 부족했다. 공헌당에서 조금이라도 바꾸어야 그나마 여유가 있을 듯했다.

마음을 먹은 양준이 입을 열었다.

“몽 주인, 절지고목초 열 포기 주십시오.”

몽 주인은 그를 힐끗 바라보았다. 약초를 어디에 쓰려는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그는 여유롭게 양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범급 하품 약초 열 포기에 공헌치 10점인데 정말 바꿀 것이냐?”

양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 의아해하며 물었다.

“분명 방금 전에 약초 두 포기에 공헌치 1점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매입가와 판매가는 다르지.”

몽 주인은 유달리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짙은 간신배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양준은 화를 내며 몽 주인을 손가락질했다.

“이건 완전히 사기잖아요. 중간에서 이익을 취하다니 너무 뻔뻔스러워요. 양심이라는 게 있기는 합니까?”

몽 주인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이건 사기가 아니란다. 문파에서 정해 준 가격이지 나와는 상관이 없다. 공헌당의 모든 물품들은 가격이 명시되어 있고 나는 누구에게도 사기를 친 적 없다. 난 그저 자리를 봐주는 사람이야. 그게 아니면 문파가 어떻게 너희 삼천 명 제자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양준은 경악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납득이 갔다. 결국 장사라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었다. 커다란 능소각이 이런 수단이 없었더라면 삼천 명이 넘는 제자들을 어떻게 먹여 살리겠는가? 비록 그가 중간에서 이득을 보는 혐의를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누구에게 억지로 사거나 팔라고 한 적도 없었다.

“그래도 절지고목초를 바꿔갈 것이냐?”

몽 주인은 양준의 아까워하는 얼굴을 보며 물었다.

“네.”

양준은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어쨌든 절지고목초는 필요한 것이었다. 다시 산에 들어가 채집하기는 싫으니 여기서 살 수밖에 없었다.

몽 주인은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절지고목초 열 포기를 들고 나왔다. 양준은 그것을 세어 보았고, 몽 주인도 장부에 적었다.

괜히 손해를 본 것 같아 양준은 기분이 언짢았다. 그는 약초를 들고서 홱 돌아서서 떠나갔다.

“자주 놀러 오거라.”

뒤에서 몽 주인이 큰소리로 말했다.

‘자주 오기는 개뿔.’

양준은 오늘에서야 그에게 몽 착취라는 별명이 어떻게 붙은 것인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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