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장. 괴이한 수련방식
향로에 태우면 약초는 그 약효가 백 배, 천 배로 늘어났다. 향을 흡입하면, 체력 소모 속도와 정신이 지치는 정도가 극대화된다. 그래서 방금 전, 겨우 세 걸음 내디뎠을 뿐인데도 체력이 모두 소진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향로에 의해 극대화된 약효는 그 작용이 강하긴 하나 후유증은 남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수련에 보조적으로 사용할 수도 없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금신의 회복 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었고, 자신도 진짜로 단련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계속 극한을 돌파해야만 잠재력을 끌어 올릴 수 있었다.
향로에서 풍기는 기이한 향은 금신과 서로 보완하는 작용이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다 양준 스스로 추측한 것이었다. 하지만 방금 전 겪었던 일에 비추어봤을 때, 거의 맞는 듯했다.
향로에서 향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방 안에 바람이 불지 않아도 향은 양준이 있는 곳으로 흘러왔다.
양준은 만약 자신이 제자리에 멈춰 선 채 움직이지 않는다면 이 향내가 아무런 작용도 미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반 시진 정도 쉰 양준은 이미 체력이 꽤 회복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틀거리며 일어선 그는 다시 한번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방금 전, 호되게 당한 양준은 이번에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는 차분히 걸으면서 세심하게 느껴 보았다.
발이 땅에 닿을 때, 몸속의 기운이 마치 둑이 무너져서 흘러내리는 홍수처럼 와르르 쏟아져 없어지는 것을 느꼈다. 정신 상태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그는 또다시 기진맥진해졌다. 아무런 이유도, 예고도 없었다.
다시 한 걸음 내디디려 하자 회복된 지 얼마 안 된 기운이 한순간에 없어지며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고집스러운 그의 성질을 건드린 것이다. 양준은 목숨을 걸고 발을 옮겼다.
이번에 양준은 네 걸음을 가서야 멈추었다. 지기 싫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실력은 아직도 많이 부족했다.
몸속의 뜨거운 기운이 서서히 뿜어져 나오며, 그가 쓰러지지 않게 몸이 조금씩 회복되었다.
계속해서 실험해 본 양준은 자신의 추측이 모두 맞았다는 것을 알아챘다.
향로 안에서 풍겨 나오는 향은 사람을 배로 피곤하게 했지만, 후유증을 남기지 않았다. 금신도 자신의 신념으로 자극해야 했다. 굴복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강할수록 뜨거운 기운도 점점 더 강해졌다. 그리고 일련의 반복은 양준의 몸도 강하게 만들었다.
이런 수련 방식은 참 이상했다. 안 좋게 말하면 사람 목숨 가지고 장난치는 것으로, 조금만 조심하지 않는다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양준은 스스로를 매우 잘 알고 있어 매번 조금씩 극한을 돌파한 뒤, 바로 포기했다. 이렇게 조금씩 누적되니 그 효과도 가시적이었다.
하루 종일 시달린 양준은 눈에 띄는 변화를 느꼈다. 이미 여섯 걸음을 내디딜 수 있으니 처음보다 장족의 발전을 거둔 셈이었다.
하지만 양준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는 지금 향내를 맡으며 발걸음을 내디딜 뿐이었다. 향 속에서 권법을 연마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진정한 수련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곧이어 양준은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발견했다. 이렇게 수련하면 약초의 소모량이 너무 크다는 점이었다.
향로에 삼엽잔혼화와 절지고목초를 한 포기씩 넣으면 한 시진 정도밖에 유지되지 않았다. 한 시진 뒤에는 또다시 새로운 약초를 넣어야 향을 피울 수 있었다.
양준은 손가락으로 계산해 보더니 안색이 몹시 어두워졌다.
하루 열두 시진 중에서 그가 매일 일곱 시진 수련한다고 했을 때, 적어도 매일 약초 열네 포기를 소모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지금 그가 준비한 양을 보았을 때, 기껏해야 이틀이면 절지고목초는 동이 날 것이고, 삼엽잔혼화 역시 절반 이상 없어지게 된다.
‘만약 이 약초들을 다 소진하면 어떡하지? 지금 내 공헌치도 38점밖에 없는데 이걸로 며칠이나 버티겠어?’
돈이 많아져 든든하다고 느꼈었는데 이렇게 보니 결국 여전히 가난했다.
밤이 되자 양준은 깊은 고민을 안고 잠이 들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어떻게 약초와 공헌치를 얻을 수 있을까에 관한 생각밖에 없었다. 심지어 그는 삼엽잔혼화와 절지고목초를 잔뜩 발견하고 손발이 가루가 될 때까지 캐는 꿈을 꾸었다.
이날 밤, 양준은 푹 자지 못했다.
그리고 소무영도 편히 잠들지 못했다.
아침에 기세등등하게 사람들을 데리고 양준에게 트집을 잡으러 갔다가 결국 패하고 돌아온 일을 떠올리자 소무영은 뒤척거리며 잠이 오지 않았다. 만약 양준만 아니었다면 그는 아마도 지금쯤 쌀가게 하 씨네 딸과 잘 됐을 것이고, 이런 분노를 참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하 씨네 딸의 어여쁜 모습을 떠올리자 소무영은 분노로 가득해졌다. 그는 앞으로 다시는 그녀를 만나지 못할 것 같았다.
‘다른 것은 다 망쳐도 혼사는 망치는 게 아니라 했는데, 감히 내 혼사를 망쳐놓다니.’
소무영은 며칠 뒤에 다시 양준에게 도전장을 내밀겠다고 말했지만 어떻게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겠는가? 그는 당장이라도 양준을 흠씬 두들겨 패서 마음속의 분노를 잠재우고 싶었다.
뒤척이며 잠이 들지 못하던 소무영은 마음속에서 또다시 분노가 피어올랐다. 그는 홀로 잠에서 깨어났을 뿐만 아니라 야밤에 자신의 수하들도 다 깨우고 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무영의 방 안에는 잠이 덜 깬 능소각 제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소 공자, 무슨 일이십니까?”
한 사람이 눈을 비비며 물었다.
“별것 아니야. 아침의 일 때문이지.”
소무영은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이 복수를 완성해서 내 분을 풀 수 있을지 생각 좀 해봐.”
한 사람이 또 말했다.
“소 공자, 나흘 더 기다리면 안 되나요? 나흘 뒤에 제가 양준에게 도전장을 내밀게요. 반드시 그 녀석을 흠씬 두들겨 패줄게요.”
소무영은 기분이 언짢아졌다.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면 내가 너희들을 왜 불렀겠어!?”
사람들은 한창 곤히 잘 때 깨어났으니 정신이 없었다. 소무영의 말에 대꾸하는 사람은 없고, 연신 하품하는 소리만 들렸다. 소무영은 그들의 반응을 보고 더더욱 화가 났다. 그는 탁자를 치며 분노했다.
“잘 좀 생각해 보라고. 만약 좋은 수를 생각해 내지 못한다면 아무도 잘 생각하지 마!”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제야 소무영이 정말 화가 났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잠을 깬 뒤, 머리를 굴리며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운천(李雲天)이라는 능소각의 제자가 눈알을 굴리더니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소무영에게 입을 열었다.
“소 공자, 우리 이러면 되지 않을까요…….”
말하면서 그는 소무영의 귓가에 다가가 소곤소곤 이야기했다.
그 말을 들은 소무영은 기분이 확 좋아져 이운천의 어깨를 힘차게 다독이며 말했다.
“좋아, 좋은 생각이야. 이번 일은 너한테 맡길게!”
“소 공자, 걱정하지 마세요!”
이운천도 활짝 웃었다.
“다 방으로 돌아가 자.”
소무영은 손을 내저었다. 사람들은 긴장이 풀려서 다급히 흩어졌다.
어두컴컴한 밤하늘을 쳐다보며 소무영은 음산하게 웃기 시작했다.
“양준, 내일 날이 밝으면 보자고!”
잠시 뒤, 소무영은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양준은 일어나서 평소와 같이 육체편을 수련한 뒤, 빗자루질을 하기 위해 문을 나섰다.
어젯밤에 향로로 하루 종일 수련한 그는 지금도 온몸이 쑤시지 않는 데가 없었지만, 효과도 아주 확실했다. 가장 뚜렷한 차이점은 육체편을 수련할 때 느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향로 안의 향은 그에게 크나큰 압력을 주었다. 육체편을 수련할 때도 똑같이 거대한 압력이 있었다. 일단 그중 하나에 익숙해지면 나머지 하나에도 익숙해졌다.
‘역시 향로는 좋은 물건이었어!’
양준은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얼른 일을 마치고 수련하러 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양준이 빗자루질을 절반 정도 했을 때, 갑자기 앞쪽에서 누군가 길을 막는 것이 보였다. 양준이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낯익은 듯한 얼굴이 히죽히죽 웃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운천은 어젯밤 소무영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고 오늘 일을 맡게 되었다. 마음속으로 이미 계획이 다 있었지만 감히 방심할 수 없었다. 그는 확실한 방법으로 양준을 대적할 생각이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양준을 꼬드겨 자신과 겨루게 하느냐였다.
어제 소무영과 함께 난동을 부리러 갔을 때, 그는 사람들 뒤에 숨어 있었다.
‘그때 난 별로 말도 하지 않았으니 양준은 날 신경 쓰지 못했겠지. 그러면 일처리가 편한데.’
일찍부터 양준이 빗자루질 하는 길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운천은 얼마 지나지 않아 양준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지은 채, 무해한 얼굴로 양준에게 다가갔다.
‘지금 내 얼굴은 아마 충분히 착해 보일 거야!’
이운천은 자신에게 용기를 주었다.
“사제, 무슨 일이 있나?”
양준도 예의를 차리지 않았다. 지금 육체 경지를 수련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의 사제였다. 그의 단계가 낮을 뿐이지 입문 시간이 이른 것은 좋은 점도 있었다. 육체 경지를 수련하는 사람들에게 스스로 사형이라고 지칭할 수 있었다.
“양준 사형 아니신가요?”
이운천은 뻔히 알면서도 물었다.
“맞아.”
양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운천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역시 사형이었군요! 양 사형, 이름을 많이 들었어요. 오늘 보니 역시 대단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