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30화 (30/853)

제 30장. 진양결의 위력

풍우루 패거리는 사람 수가 적지 않았다. 양준이 몇 명을 쓰러뜨렸지만, 여전히 수적으로 불리했다.

계속해서 접전이 이어졌다. 양준은 휘청거렸고 풍우루 제자 몇 명이 또 쓰러졌다. 땅에 쓰러진 자들은 하나같이 온몸이 불덩이가 되고 얼굴의 홍조를 띠었다. 양준이 수련한 진양결이 드디어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손발에 진양원기가 섞여 있어, 육체 경지 6~7단계에 있는 자들은 막아 낼 길이 없었다.

이는 양액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위력이었다. 만약 양액까지 사용했다면 양준의 실력은 아마 한층 더 강해졌을 것이다. 오랫동안 수련해 겨우 한 방울의 양액을 만들어 냈는데, 양준은 그 양액을 이런 데서 쓰기 아까웠다.

풍우루 제자들이 적지 않게 쓰러졌다. 양준 본인도 무척이나 힘들었다. 그는 아직 육체 경지 7단계밖에 안 되었다. 또한 신법이나 무예도 수련하지 못했다. 그런 그가 이렇게 많은 적들의 포위 공격을 어떻게 피할 수 있겠는가?

붉은 피가 양준의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팔과 허벅지에도 군데군데 상처가 났다. 그러나 이런 상처와 아픔은 양준의 전투력을 약화시키지 못했다. 그는 점점 더 용감해졌으며 점점 더 잔인하게 공격했다.

뼛속에서 따뜻한 열기가 전해졌다. 양준은 마치 힘이 끝없이 솟아나는 것만 같았다. 열기가 흩어짐에 따라 힘이 더욱 강해졌을 뿐만 아니라 속도도 빨라졌다.

양준은 금신에 도대체 무슨 묘리가 숨어 있는지 몰랐다. 다만 매번 부상을 입거나 통증이 있을 때마다 금신의 능력을 활성화시켰다. 부상과 통증은 그를 더 강하게 만들 뿐이었다.

외곽에 서 있던 호미아는 두 눈을 반짝였다. 앵두 같은 작은 입도 줄곧 다물지 못했다. 원래 그녀는 이 능소각 제자가 신속하게 패한 다음, 성소봉 패거리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형세는 그녀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었다. 풍우루 쪽에서 열 명 가까운 사람이 쓰러졌다. 맨 처음 돌에 맞아 기절한 몇 사람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땅에서 데굴데굴 구르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온몸에서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고, 피부는 온통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지금 원기로 싸우는 건가?’

호미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육체 경지의 무인은 원기를 사용하는 경우, 쓰는 대로 소모되고 회복하기도 어려웠다.

‘스스로 무덤을 파는 거잖아. 이렇게 하면 이후 수련에 영향이 미칠까 두렵지도 않나?’

치열한 싸움이 지속되면서 풍우루 제자들은 계속해 쓰러져갔다. 한 사람이 쓰러질 때마다 양준의 몸에도 상처 하나가 더해졌다. 그의 옷은 이미 피에 붉게 물들어 있었다. 양준은 헐떡거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목에는 핏대가 솟고 두 눈은 새빨개져 마치 사람을 골라 잡아먹는 맹수 같았다.

소무영은 지칠 대로 지쳐 땅바닥에 누워 있었다. 눈을 빤히 뜨고 양준이 풍우루의 제자들을 하나둘 쓰러뜨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마음은 착잡하기만 했다. 사실 오늘 이 일은 자신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양준도 자신의 원수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지금 자신은 양준 덕분에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

소무영은 양준을 도와주고 싶어도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방금 전, 성소봉에게 한바탕 얻어맞으면서 전투력을 거의 상실한 상태였다.

풍우루의 마지막 제자가 땅에 쓰러지며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진양원기가 그의 몸에 침입하며 온몸이 불타오르는 듯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양준은 새빨개진 눈동자로 넋이 나간 것처럼 구경하던 성소봉을 바라보았다. 입가에는 차가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성소봉은 가슴이 철렁했다. 양준의 흉포함에 겁이 더럭 났다. 지금 그가 자신에게 시선을 돌리는 것을 보자 저도 모르게 두 걸음 물러섰다.

호미아가 비웃듯이 가볍게 코웃음을 날렸다.

그 웃음소리에 성소봉은 괜히 체면이 깎이는 것 같았다. 표정을 가다듬고 차가운 눈빛으로 양준을 살피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런 실력이 있었다니, 그렇게 안 보이는데 제법이군.”

양준이 한 걸음 한 걸음 그를 향해 걸어갔다.

성소봉은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일시에 사나운 표정으로 바뀌더니 냅다 소리쳤다.

“네가 죽음을 자초한 것이다. 나를 탓하지 마라!”

그는 말을 마치고는 그대로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 들었다. 방금 전, 소무영 일행을 상대할 때 그는 전혀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사람을 죽일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돌로 소무영을 내리친 것도 결과를 생각하지 않은, 일시적인 충동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손에 무기가 없으면, 왠지 안 될 것 같았다. 눈앞의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능소각 제자는 흉악하기 그지없었다.

“조심해. 그 자는 이미 개원 경지야.”

소무영이 마지못해 양준에게 한마디 일깨워 주었다.

“개원 경지라…….”

양준은 중얼거리며 잠깐 걸음을 멈췄다.

성소봉은 얼굴빛이 밝아지더니 곧 날뛰면서 크게 웃었다.

“자식. 육체 경지에 불과한 네가 어떻게 내 상대가 될 수 있겠어? 이미 그렇게 많은 원기를 썼으니 회복하는 데 적어도 몇 개월은 걸려야 할 거야. 더 싸우다 근본을 다치게 되면 평생 다시 회복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 고분고분 무릎 꿇고 빌지그래. 그러면 내가…….”

성소봉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양준이 마치 하늘을 나는 듯이 달려들었다.

“너…….”

성소봉은 깜짝 놀랐다.

‘이 자식 바본가? 내가 개원 경지인 줄 알면서도 달려들어?’

성소봉은 충격을 받았다. 그래도 방심하지 않고 손에 든 장검을 휘둘러 양준을 찔렀다.

정면으로 날아오는 검을 마주한 양준은 아무도 생각지 못한 행동을 취했다. 그는 커다란 손을 펼쳐 장검을 잡았다.

이 장검은 범급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날카로운 무기였다. 육체가 어찌 검의 예리함을 막아 낼 수 있겠는가?

성소봉은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죽으려고 작정했군.’

양준이 채 막아내기도 전에 장검은 양준의 손을 찔렀다.

‘푹’ 하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장검은 양준의 손바닥을 관통했다. 선혈이 사방으로 튀었다.

호미아는 순간 멍해졌다. 본래 양준이 대수롭지 않게 맞서는 것을 보고 무슨 대단한 수단이 있는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성소봉에게 이리 쉽게 찔리자 저도 모르게 실망하고 말았다.

‘그저 그런 놈이었군. 멍청하기까지 하다니!’

호미아의 생각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이변이 일어났다. 양준은 손바닥을 찔린 뒤, 물러서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더욱 빠른 속도로 성소봉에게 접근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은 지척으로 가까워졌다. 장검이 살을 스치는 소리에 온몸이 오싹해졌다.

‘탁’ 소리와 함께, 양준은 검에 찔린 손으로 검을 쥔 성소봉의 손을 잡았다. 양준의 손등은 장검에 관통된 채였다.

성소봉은 눈앞의 제정신이 아닌 듯한 양준을 바라보며 더는 두려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는 힘껏 장검을 빼려 했다. 하지만 양준이 손으로 꽉 잡고 놓지 않았다. 그 힘은 마치 돌에 박힌 것 같이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양준은 성소봉을 향해 섬뜩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핏빛을 반짝이며 붉게 달아오른 주먹으로 성소봉의 얼굴을 내리쳤다.

당황한 가운데 성소봉은 손을 들어 막는 한편, 체내 원기도 급히 운행시켜 방어했다. 그러나 성소봉은 개원 경지에 오른 지 얼마 안 되어 체내에 원기가 거의 없었다.

양준의 주먹이 성소봉의 오른쪽 얼굴을 강타했다. 탁, 소리와 함께 이 하나가 날아가며 뺨이 금세 퉁퉁 부어올랐다. 맞은 부위는 마치 끓는 물에 데인 것처럼 벌겋게 달아올랐다.

성소봉은 드디어 겁에 질렸다. 설령 자신이 개원 경지라 하더라도 체내 원기가 파고드는 열기를 이겨내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순간 열기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어리벙벙한 사이, 양준의 두 번째 주먹이 날아왔다. 성소봉은 순식간에 인사불성이 되었다.

또다시 주먹이 날아들었다. 성소봉은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며 양준 앞에 무릎을 꿇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눈빛도 이미 반쯤 풀려 있었다.

양준은 성소봉을 발로 걷어차서 날려 버렸다.

장내가 적막에 잠겼다. 호미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바보가 아니었어. 먼저 장검을 잡은 건 다른 깊은 뜻이 있었던 거야. 장검을 잡아야만 성소봉이 피할 공간이 없을 테니까.’

풍우루 십여 명의 제자들은 개원 경지의 성소봉을 포함해 모두 전멸했다.

양준은 고개를 돌려 호미아를 바라보았다. 호미아는 양준이 핏빛 눈동자로 노려보자 저도 모르게 흠칫 떨었다.

그녀는 육체 경지에서 이렇게 흉악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설령 혈전방의 제자들도 그와 비교할 수가 없었다.

“씁…….”

양준은 손바닥에 꽂힌 검을 천천히 빼냈다. 동시에 뜨거운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검을 뽑는 동안, 양준은 눈썹 한 번 찌푸리지 않았다. 그는 장검을 옆에 내던지고 천천히 호미아 쪽으로 걸어갔다.

호미아는 긴장한 나머지, 침을 꼴깍 삼키고 억지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웃음이 막 피어오르는 순간, 양준은 재빨리 그녀 앞으로 달려들어 선혈이 낭자한 큰 손으로 그녀의 길고 흰 목을 와락 움켜쥐더니 땅바닥에 내던졌다.

여린 몸이 땅바닥에 부딪치며 나지막한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호미아가 내뱉은 뜨거운 신음 소리는 듣는 이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했다.

양준은 몸을 숙여 웃는 얼굴로 호미아를 빤히 들여다보았다.

호미아는 가슴이 두근두근하여 서둘러 변명했다.

“나는 저들과 같은 편이 아니야. 혈전방 사람이야. 그리고 능소각 제자들에게 손도 대지 않았어.”

“그래?”

양준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응.”

호미아는 양준이 그래도 말이 통하는 것을 보고 일시에 마음을 놓았다. 비록 여자이고 실력도 성소봉보다 높지 않았지만, 그녀에게는 남에게 없는 특기가 있었다.

바로 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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