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9장. 새로운 발견
“양 사형… 사람이 이리도 많은데 왜 하필 저예요?”
요 근래 양준은 매일 한 번씩 도전하여 능소각 내에서 진작 이름을 떨쳤다. 지금 능소각 제자들 중 육체 경지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양준만 봐도 몸서리를 쳤다. 양준은 더 이상 싸움마다 패배하는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지금 그는 연전연승을 거두었다. 그것도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한 승리였다.
울상을 한 사제를 바라보던 양준이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난 그저 공헌치 몇 점 얻으려는 것뿐이니. 살살 할게.”
잠시 뒤, 사제는 땅바닥에 쓰러졌고, 양준은 으쓱하며 떠났다.
하응상은 나무 꼭대기에 서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눈이 반달 모양으로 휘어지고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직접 두 눈으로 147번 연패하는 것을 봐온 사제가 천천히 강해지는 것을 지켜보니 어쩐지 마음속에서 성취감이 들었다. 비록 양준이 강해진 것이 그녀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지만 이 년 동안 하응상은 이미 양준을 몰래 훔쳐보는 것에 익숙해졌다. 이건 마치 묵묵히 수호하는 것과 같았다. 양준이 강해지자 하응상도 괜히 기분이 좋았다.
*양준은 여전히 곤룡골 옆에서 수련하고 있었다. 삼양과 씨앗을 심은 지 이미 닷새가 지났다. 묘목도 무럭무럭 자라 양준의 키만큼 커졌다. 거의 매일 변화가 있는 셈이었다. 이때, 삼양과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자 빨간 꽃 세 송이가 활짝 피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열매가 맺히게 될 터였다.
그동안 양준의 수련도 적지 않은 성과를 가져왔다. 단전 안에는 양액 한 방울이 제련되었을 뿐만 아니라 진양결도 더욱 강해졌다.
매일 다른 사람이 대신하여 빗자루질을 해주자, 양준은 수련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양준은 풍우루 쪽의 동향도 계속해서 살펴보고 있었다. 그가 성소봉과 노도를 죽였으니 화를 자초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풍우루 쪽에서 아무런 낌새가 없었다. 호미아가 배신한 것 같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믿을 만한 사람이었어!’
또 이번 달의 초여드레가 다가왔다. 드디어 공헌치를 계산할 수 있는 날이었다.
지난달 초여드레에 그는 금신을 얻었다. 그때 그는 겨우 육체 경지 3단계밖에 되지 않았다. 고작 한 달이 지났을 뿐인데 이미 육체 경지 8단계였다. 천재라고 할지라도, 영단묘약(靈丹妙藥)의 도움을 받더라도 절대 이런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양준이 공헌당에 들어가자 계산대 뒤쪽에 앉아 있던 몽 주인이 갑자기 놀란 눈으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며칠 보지 못한 사이에 양준의 실력이 몹시 늘어난 것을 발견했던 것이다.
놀라움도 잠시, 몽 주인은 곧바로 평소처럼 행동했다. 그는 식견이 짧은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능소각의 그 어떤 사람들보다도 시야가 넓었다. 그래서 양준의 실력이 급성장한 것은 크게 놀랄 만한 일이 아니었다. 소년 시절에는 눈부신 빛을 내뿜다가도 결국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무용지물이 되는 제자들의 경우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몽 주인.”
양준이 불렀다.
“물건을 바꾸러 왔느냐?”
몽 주인은 아래위로 양준을 훑어보았다.
“네, 이번 달 공헌치는 59점 맞죠?”
빗자루질은 10점을 벌 수 있었고, 매일 한 사람을 이길 때마다 공헌치 2점을 벌 수 있었다. 이 한 달 동안 종문에 있지 않았던 사흘을 빼고는 모두 27번 도전하였다. 하지만 지난번 소무영과 종문 안에서 술을 마시다가 암당 제자에게 걸려 5점 감점되었다. 결국 모두 계산하면 59점이었다.
“맞다, 무엇으로 바꿀 것이냐?”
“절지고목초 29포기랑 삼엽잔혼화 30포기 바꿔주세요.”
향로는 안 쓴 지 한참 되었다. 약초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물건은 원기를 수련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육체 수련에 대한 효과가 컸다.
몽 주인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를 한 번 훑어보더니 후당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양준이 필요로 하는 물건들을 포장하여 가지고 나왔다.
양준이 손을 뻗어 받으려고 하자 몽 주인은 다시 팔을 거두어들였다. 그리고 웃으며 물었다.
“양준, 너 지난번에 흑풍산에서 뭘 먹었는지 알려줄 수 있느냐?”
그는 양준이 마주친 기연에 호기심이 동했다.
양준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대충 얼버무렸다.
“저도 몰라요. 빨간 과일이었어요. 배고파서 먹어 치운 거예요.”
“빨간 과일이라… 빨간 과일…….”
몽 주인은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대응하는 영과가 떠오르지 않았다. 한참 뒤, 몽 주인은 고개를 저었다.
“도저히 모르겠군, 그런데 너 이제는 공헌치를 모아 세수단으로 바꾸지 않을 것이냐?”
예전의 양준이라면 공헌치를 1점이라도 쓸 때마다 세세하게 따져 보며 쩨쩨하게 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는 대범하기 그지없었다. 이번 달 공헌치가 쌓이자마자 다 써버리는 것이 그답지 않았다.
양준은 미소를 지었다.
“네, 바꾸지 않을 겁니다. 스스로 노력해야만 강해질 수 있으니까요. 단약 하나에 희망을 걸다니. 제가 전에는 식견이 너무 짧았습니다.”
이 말을 들은 몽 주인은 깊은 눈매로 그를 훑어보며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좋아. 네가 이 점을 깨우치다니. 내 예상을 뛰어넘는구나. 양준, 내가 충고 한마디 하지.”
“말씀하세요.”
“열심히 하거라. 네가 마주친 기연에 미안하지 않게!”
“제자,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공헌당을 나선 양준은 서둘러 곤룡골 옆에 도착했다.
향로를 소환한 그는 약초를 던져 넣었다. 그리고 곤룡골 옆에서 권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곧이어 익숙한 압력이 느껴졌다. 이런 압력은 그의 현재의 실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숨을 헐떡이며 기진맥진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권법을 펼쳤다. 동작마다 힘들고 고달팠으며 체력은 둑이 무너진 홍수처럼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정신도 흐리멍덩한 것이 기운이 없었다.
시간이 좀 지나자 양준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땅에 주저앉았다. 겨우 몸을 이끌고 자리에 앉은 그는 진양결을 운행하면서 체력과 정신을 회복했다.
원래 양준은 향로가 원기를 수련하는 데 아무런 효과가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향의 작용으로 경맥 안에서 움직이는 양기는 마치 무언가에 속박된 듯, 매우 느려졌다.
향로가 진양원기의 운행 속도를 늦춘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련 효과가 현저하게 떨어지고 만다.
양준은 급히 향로를 거두지 않고 더 열심히 느껴 보려고 했다. 그는 향로가 육체를 수련하는 작용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물건은 기묘하기 짝이 없는데 지금 자신이 알아볼 수 없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향로의 보조적 역할이 있은 뒤, 양준의 몸은 날마다 강해졌다. 하지만 진양결의 수련 속도는 많이 떨어졌다. 양기를 흡수하는 속도가 대폭적으로 느려졌기 때문이었다. 2~3일 수련했지만 몸속의 진양원기는 얼마 증가하지 않았다.
‘이 향로가 정말로 원기의 수련을 막는다는 말인가?’
며칠 시험해 본 양준은 풀이 죽었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향로의 가치는 대폭적으로 줄어든 셈이었다.
하는 수없이 양준은 회복할 때 향로를 거두어들이기로 했다. 체내의 원기 운행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향로는 양준에 의해 검은 책 속으로 들어갔다.
진양결을 운행하면서 양준은 얼굴을 굳히고 자세히 느끼기 시작했다.
잠시 뒤, 양준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는 몸속의 진양원기가 운행하는 속도가 이틀 전보다 훨씬 빨라진 것을 느꼈다.
원기의 운행 속도가 빨라지자 양기를 흡수하는 속도도 빨라졌다.
‘그런 거였어!’
체내 원기는 향로가 가져오는 압력에 익숙해졌는데 갑자기 향로가 사라지자 전보다 더 빨리 운행되는 것이었다. 마치 한 사람이 삼천 근의 바위를 메고 길을 가다가 갑자기 삼천 근짜리 바위가 삼백 근으로 변하면 걷는 속도가 나는 듯이 빨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이 점을 알아챈 양준은 웃기 시작했다.
단시간 안에는 향로가 진양결의 수련을 방해할 수 있지만 멀리 보면 이 잠깐의 방해가 막대한 이득으로 돌아왔다. 이것은 참으로 투자해 볼 만한 거래였다.
삼양과 나무의 씨앗을 심은 지 열흘이 되는 날, 삼양과 열매 세 알이 익었다. 나뭇가지에 달린 빨간 열매는 보기만 해도 침이 고였다.
양준은 이 삼양과 열매에서 짙은 양기를 느낄 수 있었다.
고작 열흘 만에 씨앗에 불과했던 지급 하품 영과가 열매를 맺은 것이다. 양액 한 방울의 작용은 너무나도 대단했다.
양준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열매 세 알을 뜯어서 손에 놓고 한참을 매만졌다. 볼수록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이런 물건은 아무리 귀하다고 해도 먹어야 효과를 보는 것이었다.
양준은 시간을 지체하지 앉고, 양반 다리로 앉아 삼양과 한 알을 입에 넣었다. 달콤한 과즙이 혀끝에서 퍼지며 입안 가득 싱그러운 향을 남겼다.
삼양과를 먹자 진양결이 운행되기 시작했다. 복부는 마치 불로 지지는 것처럼 뜨거워졌다. 하지만 진양결을 수련하는 양준에게는 이런 따뜻함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편하고 좋기만 했다.
지급 하품 영과에는 양기가 담겨 있었다. 그것은 빠른 속도로 경맥에 흘러 들어갔다. 경맥은 바로 포화되었고 ‘똑’ 하는 소리와 함께 양액 한 방울이 만들어졌다.
잠시 뒤, 또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양액 세 방울을 제련한 뒤에야, 이 지급 하품의 영과는 그 역할을 다했다.
단전 안에는 이미 양액이 네 방울 있었고, 그중 세 방울은 방금 전에 제련된 것이었다. 나머지 한 방울은 양준이 열흘 동안 수련한 성과였다.
향로의 방해 때문에 이 열흘간의 수련 성과는 참담했다. 하지만 양준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숲을 보기로 했는데 어찌 눈앞의 작은 이익에 연연하겠는가?
그리고 양준은 만약 나머지 두 알을 모두 먹는다면 어쩌면 단번에 육체 경지 9단계를 돌파하고 개원 경지의 문턱을 건드릴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들자 그는 전혀 머뭇거리지 않고 남은 삼양과 두 알도 입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