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51화 (51/853)

제 51장. 그를 구해주세요

“죄를 씌우려고 한다면 구실이야 얼마든지 있지 않겠어?”

양준은 이운천 일행을 제지하고 조정문을 바라보며 비웃었다.

“공정하다고? 지금 이게 너희들이 말하는 공정이냐?”

“흥.”

조정문은 양준을 무시하고는 소리쳤다.

“전부 포박하거라. 장로회에서 처벌할 것이다.”

옷소매가 펄럭이는 소리가 들리며, 사방팔방에서 십수 명의 집법당 제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집법당 제자들 중 가장 낮은 실력이 개원 경지 5단계 이상인데 이운천 무리들이 어디 적수가 되겠는가? 그들은 일사천리로 양준과 이운천 무리를 제어하기 시작했다. 양준은 반항해도 쓸모없다는 것을 알고 반항하지 않았다.

위장은 양준을 바라보며 비열한 미소를 띠었다.

“끌고 가거라.”

조정문이 명령하자, 집법당 제자들이 이운천 일행을 끌고 갔다.

조정문은 여전히 쓰러진 채 깨어나지 않는 소무영을 힐끔 쳐다보고 미간이 찌푸려졌다. 양준과 이운천 무리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었으나, 소무영의 신분은 특별하여 끌고 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는 깊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소 사제를 이 장로에게 보내거라.”

“네.”

집법당 제자는 소무영을 바닥에서 들어 올려 황급히 떠났다.

“장 공자, 고생이 많았습니다.”

조정문이 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위장은 실눈을 뜨고 이를 악문 채 말했다.

“양준이라는 놈 절대 놓쳐서는 안 돼. 나를 모욕했으니 반드시 원수를 갚아주겠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조정문은 주저하는 기색이었다.

“장 공자, 오늘 일은 분명 장로회의 귀에 들어갈 텐데, 이럴 때 손을 쓴다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장로회에서 결정 난 뒤에 손을 써도 늦지 않아요.”

“하지만 분이 안 풀려!”

위장은 흉악한 얼굴로 말했다.

“걱정 마세요. 내가 장 공자를 대신해 잘 교육하겠습니다. 그에게 장 공자의 미움을 사면 어떻게 되는지 확실히 알게 해주죠.”

“때려죽이진 마. 내가 직접 죽일 거니까.”

“알겠습니다.”

*능소각에 있는 감옥에는 양준과 이운천 무리가 수감되어 있었다. 감옥 안은 어둡고 습하며 한기가 심했다. 곳곳에 쥐와 벌레들이 가득하고 구역질 나는 악취가 밀려왔다. 환경은 더할 나위 없이 열악했다.

감옥은 능소각에서 죄를 지은 제자들이 수감되는 곳이었다. 이운천 일행은 설마 자신들이 이런 곳에 오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양 사형, 이번엔 사형을 말려들게 했네요.”

이운천은 양준 곁에 앉아 작은 목소리로 사과했다.

양준은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너희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내가 참지 못하고 뛰쳐나간 거니까. 집안 식구들이 개싸움하는 걸 볼 수가 있어야지.”

“개싸움이라…….”

이운천은 하마터면 사레가 들릴 뻔했다.

‘그 말은 지금 우리까지 욕하는 거 아닌가?’

“좋게 말해 내부 분쟁이지 나쁘게 말하면 개싸움 아니야?”

양준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건 그렇네요. 그래도 너무 걱정 마세요. 소 공자가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두진 않을 거예요. 몇 시진만 기다리면 우리를 구해줄 거예요.”

이운천의 생각은 비교적 단순했다.

양준은 몸을 돌려 편안한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대장로와 이 장로는 왜 사이가 안 좋은 거야?”

이운천은 조용히 탄식했다.

“그건 장문인과 관련이 있어요.”

“응? 장문인?”

이운천이 말했다.

“지난번에 소 공자가 장문인의 두 제자에 대해 사형에게 말한 적이 있죠. 장문인은 둘째 제자를 붙잡아 곤룡골에 가둔 뒤부터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어요. 능소각 일조차 거들떠보지 않았죠. 그래서 그동안 대장로가 그를 대신해 장문인 직을 해왔고요. 그러다 야심이 생겼는지 대장로는 지금 자신을 장문인으로 여기고 있어요. 이 장로는 그게 눈에 거슬렸고, 대장로가 주제 파악을 못한다고 생각했죠. 그러니 자연스레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죠. 지금의 능소각은 사 장로, 오 장로가 연합하여 대장로의 지휘를 따르고 있어요. 이 장로와 삼 장로는 다른 파에요. 전자는 장문인을 꺾어 그 자리를 차지하려 하고, 후자는 장문인을 지키려는 쪽이죠. 다만 대장로 쪽에서 장악한 세력이 더 강하고, 이 장로와 삼 장로는 그동안 적지 않은 손해를 봤을 뿐이에요.”

이운천의 말을 듣고 양준은 바로 이해했다.

윗사람들이 서로 사이가 좋지 않으니 아랫사람들도 자연히 싸울 수밖에 없다. 소무영과 위장의 원한도 아마 그렇게 생긴 것 같았다.

조호가 냉소적으로 말했다.

“호랑이 없을 때 토끼가 왕 노릇 했을 뿐이에요. 장문인이 다시 나타나게 되면 대장로가 뭐라고?”

이운천은 조호를 노려보며 말했다.

“뒤에서 험담하지 마. 아무리 그래도 능소각의 장로인데.”

조호는 혀를 내두르며 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잖아.”

이운천이 말했다.

“나는 입 밖에 내지는 않잖아.”

*공헌당,

하응상이 급히 뛰어들어오자 몽무애가 웃으면서 그녀를 바라봤다.

“오늘도 이 스승을 보러 왔느냐? 효성이 지극하니 매우 큰 위안이 되는구나.”

하응상이 절박하게 말했다.

“사부, 큰일 났어요.”

“무슨 일이냐?”

몽무애는 제자가 오늘처럼 이렇게 당황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하응상은 오늘 양준 일행과 위장 사이의 분쟁을 이야기했다.

몽무애는 하응상의 말을 들은 뒤 얼굴이 굳어졌다.

“양준 그놈이 개원 경지 3단계라고? 위장까지 이겼단 말이냐?”

“네.”

하응상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 덕분에 양준이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나 수련 속도가 빨라지다니, 양준이 흑풍산에서 기연을 적지 않게 잡은 것 같구나.”

몽무애는 살짝 놀랐다.

“사부, 감탄하지 말고 빨리 방법을 생각해 양준을 구해줘요.”

하응상은 절박하게 말했다.

몽무애는 그 말을 듣고 어리둥절하여 하응상을 의아하게 바라봤다.

“너 왜 이렇게 초조해하는 것이냐?”

하응상은 순간 당황하여 입을 우물거렸다.

“제가요?”

“응. 지금 매우 초조해 보이는구나.”

몽무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응상은 인품이 고결하고 사상이 단순했다. 그보다 더 하응상을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요 몇 년 동안 능소각에서 그녀에게 구애하는 훌륭한 사내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가 그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는 존경하기는 하되 가까이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늘 그녀가 개원 경지 3단계밖에 되지 않는 양준을 위해 도움을 청하는 것이 심상치 않았다.

하응상이 말했다.

“저는 그가 이제 막 수련의 길이 열리자마자 죽임을 당하는 걸 바라지 않을 뿐이에요.”

“양준과 잘 아는 사이냐?”

몽무애는 갑자기 경계심이 들었다.

“아니요. 그를 이 년간 지켜봤을 뿐이에요. 사부도 제가 암당에서 당직을 서고 있는 거 아시잖아요. 제가 맡은 구역이 양준이 살고 있는 곳이다 보니…….”

하응상은 사실대로 말하고 나서 다시 간청했다.

“사부, 어떻게 해서든 그를 구해주세요. 이번에 대장로에게 원한을 샀으니 고수가 도와주지 않으면 재난을 피할 수 없을 거예요. 이 장로가 그의 생사에 관심이 있는지도 몰라요. 사부가 좀 도와주세요.”

몽무애는 한동안 고민하다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일은 네 스승인 나라도 끼어들기 쉽지 않다. 그건 어디까지나 능소각의 문파 내 분쟁이야. 나는 그저 구경꾼일 뿐인데 어떻게 끼어들겠느냐?”

그것은 사실이었다. 비록 몽무애가 양준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지만, 남인 그가 어떻게 능소각의 일에 관여할 수 있겠는가?

하응상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몽무애를 주시했다. 비록 면사포에 가려져 있었지만 몽무애는 그녀의 뾰로통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몽무애는 그런 눈빛을 견딜 수 없어 타일르듯이 말했다.

“억지 부리지 말거라. 내가 아니어도 이 장로 쪽에서 분명 알아서 할 거다. 양준이 소무영 때문에 끌려들어 갔는데 이 장로가 내버려 두면 앞으로 어떻게 인심을 얻을 수 있겠느냐?”

“만약에 그렇지 않으면요?”

하응상은 퉁명스럽게 물었다.

“아마도 그런 일은 없지 않을까?”

몽무애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윗사람들의 분쟁에서 평범한 제자 한두 명 정도 희생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흥.”

하응상은 고개를 돌리고 옆 의자에 앉아 시무룩한 모습으로 말했다.

“사부가 그를 도와주지 않으면 저도 수련하러 가지 않겠어요. 그럼 제 실력도 아마 여기서 끝이겠죠.”

그 말을 듣자 몽무애는 대경실색하여 계산대 뒤에서 뛰쳐나왔다.

“그게 무슨 소리냐?”

하응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해보거라. 왜 그를 도와주지 않으면 네가 수련을 할 수 없는 것이냐?”

“양준의 생사에 관여하지 않으실 거면, 제 생사도 신경 쓰지 마세요. 어차피 사부는 의리도 없는 사람이잖아요.”

그 말은 날카로운 화살처럼 날아와 몽무애의 심장에 박혔다.

“응상아, 그러지 말고, 차분히 대화를 해보자꾸나.”

하응상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몽무애를 주시하며 조심스레 얘기를 꺼냈다.

“양준이 수련하고 있는 것은 양기를 다루는 무예에요. 게다가 몸속에는 순수한 태양의 원기가 넘쳐나고요.”

“태양의 원기 말이냐? 어느 정도 순수하더냐?”

“전에 사부를 찾아왔던 사람보다 다섯 배 이상 순수했어요.”

하응상이 대답했다.

“네가 직접 싸워 본 적이 있느냐?”

몽무애는 다급하게 확인했다.

“네.”

“그렇다면 그에게 정말 일이 생기면 안 되겠구나.”

몽무애는 갑자기 허리를 꼿꼿이 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문 앞까지 갔다가 잠시 멈춰 선 채 하응상을 돌아보며 물었다.

“응상아, 혹 양준에게 원한이 있느냐?”

“아니요.”

하응상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그럼 좋아하는 것이냐?”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싫지도 않아요.”

하응상은 그 질문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알겠다. 수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너도 알 거다. 다만 나에게 약속해다오. 양준을 좋아하지 않겠다고. 그래야 구해 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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