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53화 (53/853)

제 53장. 혼자서 다섯 명을 상대하다

“이 원기 파동은…….”

기동 경지의 제자는 깜짝 놀랐다.

이게 어디 개원 경지 3단계에게 나타날 수 있는 원기 파동이란 말인가? 분명 이미 개원 경지 정상에 도달한 수준이었다. 금방이라도 기동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도 일어설 수 있다고?”

옆에 있던 다른 제자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놀라서 하마터면 혀를 깨물 뻔했다.

‘나라도 저렇게 맞았다면 손가락 움직일 힘도 없을 텐데… 다시 일어서다니…….’

“저 자가 다가오고 있어!”

한 사람이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휘청거리던 양준은 광풍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다섯 사람을 향해 달려왔다.

양준의 주먹은 마치 불에 달군 인두 같이 새빨갰다.

비명을 지르던 그 제자는 체내의 원기를 다 끓어 모아 양준의 주먹을 받아쳤다.

쿵-

그 제자는 그대로 나가떨어져 벽에 부딪치더니 다시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바로 피를 토했다.

양준은 멈칫하더니 바로 두 번째 목표를 정했다.

“무례한 놈!”

기동 경지의 제자가 선두에 서서 분노했다.

‘우리는 다섯 명이 사제 한 명과 싸우는데 상대를 쓰러뜨리기는커녕 되려 상대에게 공격당하다니, 이 소식이 전해지면 우리의 체면은 뭐가 되지?’

다급해진 기동 경지의 제자는 손을 내밀어 단전에 기를 모으더니 소리쳤다.

“풍선경(風旋勁)!”

곧이어 밀실 안에 바람이 몰아쳤다. 기동 경지 제자의 손가락 사이에서 작은 회오리바람이 일더니 바로 양준의 주먹을 향해 날아갔다.

스륵- 스륵-

양준의 양쪽 소매가 마치 무수한 칼날로 벤 듯 순식간에 너덜너덜해졌다. 그의 양 팔에는 핏 자국이 가득했다.

새빨간 두 눈이 잠시 당황한 기색을 띠더니 진양원기를 팔 쪽으로 움직여 상대의 무예를 막아냈다.

양준의 진양원기와 기동 경지 제자의 바람이 융합되니 바로 불이 붙었다.

양준의 주먹이 그 불꽃을 뚫고 나가 기동 경지 제자의 손바닥과 맞부딪쳤다. 쌍방은 모두 뒤로 물러섰다.

기동 경지 제자는 손바닥이 빨개졌다. 그는 상대방의 원기가 이토록 기이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다치지는 않았지만 손바닥이 뜨거웠다. 그는 순간 화가 나 소리쳤다.

“멍하니 뭐 하느냐? 공격해!”

깜짝 놀라 멍해있던 다른 집법당 제자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달려가 다시 양준을 둘러쌌다. 그들은 각자 자신이 배운 무예로 양준을 한바탕 호되게 때렸다.

맨 먼저 양준에게 맞아 나가떨어졌던 제자도 화가 나 씩씩거리며 끼어들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야 네 사람은 천천히 행동을 멈췄다. 그들은 숨을 크게 내쉬며 몇 장 밖으로 물러서 양준과 거리를 두고 경계하며 그를 살펴봤다.

그들은 이 사제의 기운에 압도되었다. 하지만 두 번째 공격은 효과가 뚜렷했다.

양준은 상처가 방금 전보다 몇 배나 더 심해졌다. 그러나 네 사람도 비슷한 수준의 대가를 치렀다.

“이제 다시 일어나지 않겠지?”

한 제자가 입을 막고 기침을 하며 가볍게 물었다. 기침을 하고 보니 손바닥에 피가 묻어있었다.

“아마도 일어나지 못하겠지. 이 모양이 되었으니.”

다른 한 제자가 자신의 눈가를 만지며 말했다. 그의 눈가에는 멍이 들고 큰 물집이 생겨 있었다. 마치 더운물에 덴 것 같았다.

다섯 사람은 속으로 매우 씁쓸했다. 자신들이 이번에 이렇게 크게 당한 건 순전히 장소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협소한 밀실에서 다섯 명이 한 명을 때리는 것이 보기에는 유리한 것 같아도 사실은 함께 손을 쓰기 어려웠다. 그러나 상대는 걱정할 것이 없었다. 주변에 온통 적이니 충분히 제멋대로 난리 칠 수 있었다. 만약 제약이 없는 야외에서 모든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난처한 상황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양준이라는 이 사제의 실력은 실로 놀라웠다. 본래 일반적인 개원 경지 3단계는 그들의 상대가 안 되었다. 이렇게 보니 위장이 그에게 당한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다섯 명 모두 양준이 진짜 쓰러졌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그가 또 움직였다. 이미 행색이 말이 아니었지만 조금씩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원기 파동은 약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욱더 솟구쳤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기동 경지의 제자가 속으로 욕했다.

‘이 사제는 무슨 괴물인가? 이렇게 맞고도 기절하지 않다니.’

“오지 마. 더 다가오면 진짜 때려죽일 거야!”

눈가에 멍이 든 사람이 엄숙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정말 우스운 상황이었다. 때린 자들이 부둥켜안고 맞은 자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하고 있었다. 오히려 맞은 자가 제정신이 아닌 듯 온몸에 피범벅이 되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는 한 발짝씩 다섯 명을 향해 다가갔다.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휘청거리는 것이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등 뒤가 벽이 아니었다면 다섯 명은 계속 뒤로 물러났을 것이다.

침을 삼키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사형, 어떻게 할까요?”

한 사람이 긴장해서 물었다. 그는 더 싸우다 진짜 양준을 죽일까 봐 걱정되었다.

“젠장, 이놈은 진짜 미쳤어!”

기동 경지 제자의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그가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

“일단 저 놈이 다가오면 때려! 이번에는 꼭 기절시켜야 한다!”

“네!”

다른 네 사람이 황급히 대답했다.

다섯 사람이 잔뜩 경계하고 있을 때, 알 수 없는 한기가 아래에서 올라오더니 밀실 안의 온도도 급격히 낮아졌다.

‘끄득 끄득’ 하는 소리가 사면팔방에서 들려왔다. 다섯 사람은 경악해서 주변을 둘러봤다. 밀실의 벽과 바닥에 얇은 서리가 끼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누군가 의아해서 물었다. 그 자는 바로 몸서리를 쳤다.

“누구냐!”

기동 경지의 제자가 소리치며 고개를 돌렸다. 그는 입을 벌린 그대로 굳어 좀처럼 다물지 못했다.

실내 온도가 갑자기 낮아져 추운 겨울 같았지만, 이 자의 이마에는 갑자기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가 멍하니 문어귀에 나타난 여자를 보고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소… 소안 사저!”

“소안 사저?”

다른 네 사람도 낯빛이 어두워지더니 그의 눈길을 따라 봤다. 싸늘한 표정을 한 채 흰색 옷을 입은 절세미인이 거기 서 있었다.

그녀는 마치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녹지 않는 설산에 핀 하얀 설련화처럼 한기를 가득 품고 인간 세상에 내려온 것 같았다. 그녀는 그토록 고귀하고 차가웠다. 그녀가 바라보자 다섯 사람은 저도 모르게 자괴감을 느껴 저절로 고개를 숙였다.

소안은 황급히 흑풍시장에서 돌아와 일의 자초지종을 알아볼 새도 없이 소무영도 감옥에 갇힌 줄 알고 감옥으로 부리나케 뛰어왔다. 그러던 와중에 싸우는 기척이 느껴지자 어떻게 된 건지 와본 것이었다.

방문을 연 그녀는 눈앞의 상황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실내에는 여섯 명이 있었다. 그중 다섯 명은 집법당 제자였다. 그들 중 한 명은 기동 경지 2단계였고, 나머지 네 명은 개원 경지 8~9단계였다. 그리고 또 온몸이 피범벅이 된 채 너덜너덜한 옷을 입은 사람이 휘청거리며 서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에서는 불굴의 의지가 타올랐다.

‘이 자는… 나는 이 자를 본 적 있어! 양준! 언젠가 소무영이 이 자를 흑풍시장으로 데리고 왔었어. 성소봉을 이겼던 그 예비 제자잖아!’

의념으로 간단히 탐색해 본 소안은 더욱더 놀랐다. 그녀는 양준의 온몸이 상처투성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상처는 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의 실력으로 아직도 서 있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이미 쓰러져야 정상이었다.

‘도대체 의지가 얼마나 강인하기에 이 정도의 중상을 입고도 쓰러지지 않는 걸까?’

잠깐 사이에 소안은 밀실 안에서 있었던 일을 눈치챌 수 있었다. 좀처럼 흔들리지 않던 마음에 처음으로 알 수 없는 불길이 솟았다.

소안은 몸을 움직여 양준의 옆으로 갔다. 그녀는 한 손으로 그를 부축하며 차가운 원기를 넣어 그의 몸에 난 상처를 치료했다.

이상하게도 차가운 기운의 자극을 받으니 들끓던 기혈이 바로 가라앉고 흐리멍덩하던 정신도 바로 뚜렷해졌다.

맑은 향기가 코끝에서 맴돌자, 양준은 고개를 돌려 옆에 서 있는 소안을 바라봤다. 그의 험상궂은 표정이 조금씩 온화해졌다. 소안은 사실 키가 별로 크지 않았다. 자신보다 머리의 절반 정도 키가 작았다. 그러나 그녀가 옆에 있으니 양준은 이제껏 느끼지 못했던 편안함을 느꼈다.

마치 텅 빈 설산 속에서 주위에 시원한 공기뿐이고 세간의 모든 소란은 사라진 것 같았다. 그녀가 곁에 있으니 양준은 저도 모르게 이 여인과 함께 산속에서 은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때린 거야?”

소안의 담담하면서도 싸늘한 목소리가 들렸다.

집법당 제자 다섯 명은 몸을 떨며 서로 쳐다보더니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다 같이 때렸습니다.”

그녀의 앞에서는 거짓말조차도 그녀를 모독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범접할 수 없는 기개와 위엄에 그들은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소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말을 마친 그녀는 양준을 부축하여 돌아서더니 한 발짝 한 발짝 밀실을 떠나갔다.

소안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다섯 사람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들 죽다 살아난 것 같았다.

그러나 그들은 기뻐할 새도 없이 가슴이 싸늘한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숙여 보니 가슴에 서리가 끼어 있었다. 그 서리는 신속히 퍼져 나가더니 눈 깜짝할 새에 주먹만 한 크기의 빙화(冰花)로 변했다.

쨍-

다섯 송이의 빙화가 동시에 깨졌다. 다섯 사람은 끙끙거리며 낯빛이 창백해져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빙화가 깨지면서 온몸의 원기가 갑자기 사라진 것 같았다.

그들은 소안이 언제 손을 썼는지 전혀 보지 못했다. 순식간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했다.

만약 소안의 성질이 담담하지 않았다면 아마 부상을 입은 정도로 간단히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의 실력으로 그들을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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