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6장. 주도권 싸움
소현무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 위장은 규칙을 위반해도 사과하면 그만이고, 양준은 엄하게 벌을 받아야 합니까? 설마 위장이 큰 사형의 손자라서 특권을 누리는 건가요? 만약 진짜 그렇다면 우리 능소각 장로회가 많은 제자들 앞에서 어찌 위엄과 신뢰를 논할 수 있겠어요?”
위석동이 정색하며 말했다.
“둘째 사제의 말은 틀렸다. 양준이 범한 잘못은 위장의 잘못과 같이 논할 수 없다. 위장은 그저 방어밀보를 입었을 뿐이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았다. 그러나 양준은 사람을 죽이는 무기를 들었다. 누가 경하고 누가 중한지 둘째 사제는 응당 정확하게 분별할 수 있을 것이다!”
소현무가 말했다.
“큰 사형한테 물을게요, 양준이 사람을 죽이는 무기를 들고 있는 걸 누가 보았나요? 만약 진짜로 그런 무기가 있다면 집법당은 어찌 그의 몸에서 찾아내지 못했죠? 넷째야, 네 집법당에서 이 일에 대한 보고가 있었느냐?”
집법당은 사 장로인 주비가 통괄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비록 보고는 없었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 양준이 손에 붉은 피가 묻은 작은 칼을 들고 있는 걸 봤어요. 이 일은 거짓말을 할 수 없어요. 만약 그 무기의 위력이 크지 않았다면 위장의 수운쇄자갑도 망가지지 않았을 거예요.”
소현무가 콧방귀를 뀌며 원기를 움직이더니 갑자기 손가락 끝에 가늘고 긴 검이 튀어나왔다. 이 장검은 원기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렇게 말한다면 나도 지금 손에 무기를 쥐고 있는 것이냐?”
소현무는 맞은편에 앉아 있는 세 사람을 싸늘하게 보았다.
“이건 원기를 정교하게 운용했을 뿐이에요. 어찌 무기라고 할 수 있나요?”
오 장로 우자재가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둘째 사형의 뜻은 개원 경지 3단계 밖에 안 된 양준이라는 놈이 이미 원기를 그 정도로 운용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는 말인가요?”
사 장로 주비가 억지웃음을 지으며 소현무를 보았다.
이건 진짜 웃기는 소리였다. 무인은 실력이 진원 경지에 도달해야만 체내의 원기를 운용해 이런 실질적인 형체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양준은 고작 개원 경지 3단계이고 진원 경지와 하늘과 땅 차이인데 어떻게 이런 재간이 있단 말인가?
“난 그가 원기를 조절하는 능력이 그 정도에 도달했다고 말한 적 없다. 사형, 사제들은 그새 무예를 잊은 건가요?”
소현무가 말했다.
“설령 그가 신기한 무예를 사용했다고 해도 고작 개원 경지 3단계의 무인이 절대로 수운쇄자갑의 방어를 뚫을 수는 없어.”
위석동이 연이어 고개를 저었다.
“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없어요. 여기 있는 사형, 사제들이 능소각에 살면서 권리를 쟁탈하는데 심취하여 이제 시대를 따라가지 못 하나 보군요.”
이 말은 조금 듣기가 거북했다. 위석동의 낯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둘째 사제, 너는 기어코 끝까지 양준을 보호할 것이냐?”
“그렇다면 또 어쩔 건데요?”
소현무가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
“이번 일은 간단하게 말하면 그저 아랫사람들 간의 겨루기에 불과한데 당신들이 기어코 사단을 만들려고 하는 거죠. 좋아요, 대신 양준과 위장을 함께 벌하세요. 그들은 모두 문파의 규칙을 어겼으니 한 사람도 봐주면 안 돼요. 아니면 이 일은 그냥 없던 걸로 끝내요.”
“안 된다!”
위석동이 대번에 거절했다.
“사제 말대로 양준이 무예를 사용하여 수운쇄자갑의 방어를 뚫었다고 치자. 그러나 그 자는 젊은 나이에 수단이 너무 잔인하다. 나중에 수련에 성공하면 반드시 사도에 빠지게 될 것이다. 우리 능소각은 이런 제자를 수용할 수 없다!”
“그는 고작 개원 경지에요. 사형은 어떻게 그가 이후에 사도에 빠질 거라는 걸 알죠? 설마 큰 사형은 선견지명이 있는 건가요?”
“둘째 사형…….”
사 장로 주비가 말하려는데 소현무가 호통치며 그의 말을 끊더니 그를 가리키며 욕했다.
“넷째야, 장문인께서 너를 지정하여 집법당을 관할하게 하였는데 이 몇 년간 집법당이 모두 어떤 일을 하였는지 잘 보거라. 공정은 도대체 어디에 있느냐? 만약 집법당이 편을 갈라 무고한 제자를 억누르고, 권력을 쟁탈할 줄 밖에 모른다면 그걸 남겨두어 무슨 쓸모가 있느냐? 내가 내일 바로 장문인에게 고하여 집법당을 없애라고 할 것이다!”
사 장로는 욕을 먹으며 눈을 깜박거렸다. 그러나 뭐라고 반박도 못하고 마음속으로 분을 삼켰다.
“둘째 사제, 내가 만약 기어코 양준을 능소각에서 쫓아내려고 한다면 어떡할 거냐?”
위석동이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
“어디 한 번 해보세요!”
소현무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좋다, 그럼 우리 장문인께서 처음에 정해놓은 규정대로 손을 들어 표결하자. 장로회에서 통과되면 둘째 사제도 다른 이의가 없겠지?”
“허허, 손을 들어 표결한다고요?”
소현무가 크게 웃었다.
“큰 사형, 사형은 이 소현무가 바보인 줄 아시오? 손을 들어 표결하면 표결할 필요가 있습니까?”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면 너는 도대체 어떻게 하려는 것이냐? 장문인께서 정해놓은 규정도 넌 눈에 차지 않는 것이냐?”
위석동이 화를 냈다.
장로전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싸늘하게 굳어 당장이라도 싸울 것 같았다.
“모두 화를 푸세요. 물 마시고 모두 진정 좀 해요.”
줄곧 말이 없던 삼 장로가 가운데서 그들을 달랬다.
삼 장로는 심성이 온화했다. 비록 이 장로 편이었지만 일반적으로 싸움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장로들 사이에 무슨 마찰이 생기면 그는 늘 이렇게 그들을 달랬다. 다만 효과가 미미할 뿐이었다.
“필요 없다!”
위석동과 소현무가 동시에 소리쳤다. 그들은 서로 매섭게 쏘아보며 누구도 굴복하지 않았다.
삼 장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어 스스로 물을 따르고 혼자 물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장로들이 말다툼하고 있을 때 문밖에서 갑자기 소리가 들려왔다.
“여러 장로님들께 말씀드릴 일이 있어요!”
사 장로가 이맛살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들어오거라!”
장로회가 일을 상의할 때는 일반적으로 제자들이 감히 방해할 수 없었다. 지금 사람이 왔다는 건 분명 문파에 무슨 큰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장로들은 모두 상황을 알기에 자연스럽게 말다툼을 잠시 중단했다.
그 제자가 들어온 후 사 장로 주비가 물었다.
“무슨 일이냐?”
“장로께 아룁니다. 누군가 감옥에 난입하여 소동을 일으킨 양준과 이운천 무리들을 데리고 감옥을 빠져나갔습니다. 지금 한창 해 사형과 감옥 문 앞에서 대치하고 있어요.”
“뭐라고?”
사 장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다른 장로들도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떤 이가 이렇게 담이 큰 것이냐, 감히 감옥에 난입해 사람을 구하다니…….”
보고하러 온 능소각의 제자는 감히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조심스레 소현무를 힐끔 쳐다봤다.
소현무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위석동은 이 모든 걸 보고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그는 차분하고 느긋하게 명령하였다.
“말해 보거라.”
“그… 그게 소안, 소안 사저예요!”
말이 끝나자 위석동 얼굴의 의미심장한 미소가 지어졌다. 사 장로와 오 장로마저도 이상한 눈길로 소현무를 바라보았다. 삼 장로는 여전히 물을 마시고 있었다.
소현무는 기색이 변하더니 격분하여 이를 갈며 말했다.
“네가 똑똑히 보았느냐? 감옥에 난입한 자가 정말로 소안이냐?”
말을 한 제자가 놀라 부들부들 떨며 다급히 말했다.
“제가 똑똑히 보았어요, 소안 사저의 명성은 저도 압니다, 이 장로께서 만약 믿지 못하시겠으면 직접 가서 보셔도 돼요!”
“그럴 필요 없다!”
소현무가 손을 흔들더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그는 진짜 감옥 쪽에서 얼음처럼 서늘한 한기를 느꼈다. 이런 서늘한 한기를 뿜어낼 수 있는 사람은 능소각에서 오직 소안뿐이었다.
‘계집애가 진짜 분별이 없이 간이 부었구나!’
“둘째 사제, 이 일을 어떻게 보느냐?”
위석동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찬물을 마셨다.
이 시각 위석동은 의기양양했다.
감옥이 어떤 곳인가? 그곳은 능소각에서 잘못을 범한 제자들을 가두는 곳이다. 양준이 잘못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일단 갇히면 일이 결론이 나기 전에는 그는 안에 있어야 했다. 그런데 소안이 쳐들어가 사람을 구했다. 한시의 영웅은 되었지만 능소각의 규정을 어겼으니 이건 큰 잘못이었다.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소안도 벌을 받아야 했다.
위석동은 소현무가 분명히 소안을 연루시키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는 지금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물러선다면 자연히 양준을 내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다섯 장로는 그 누구도 양준을 알지 못했다. 오늘 이렇게 그를 갖고 일을 만든 것도 제일 중요한 원인은 기회를 빌려 능소각 내에서의 주도권을 쟁취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위석동은 자신이 승리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 일이 전해지면 수하의 제자들은 자연히 대장로가 능소각의 모든 일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인식할 것이다. 그러면 목적을 달성한 것이었다.
소현무는 얼굴이 새파래졌다. 한참 고민을 하던 그는 체념하듯 말했다
“큰 사형 뜻대로 하세요.”
소안이 걸림돌이 되었는데 그가 무슨 득이 있어서 그들하고 계속 다투겠는가? 소안이 벌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 양준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었다.
‘강산이 있는 한 땔 나무가 없겠는가? 언젠가 돌려받을 기회가 있을 것이다!’
“망할 노친네!”
소무영이 이 말을 듣고 바로 눈을 부릅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소현무를 쳐다보았다.
“너 방금 나를 뭐라고 불렀느냐?”
소현무는 이 두 오누이 때문에 미칠 것 같았다.
“할아버지! 이러시면 안 돼요!”
소무영이 급히 말을 바꿨다.
“이 일은 네가 말할 여지가 없다.”
소현무가 무섭게 그를 향해 눈을 부릅떴다.
“양 사형은 저의 목숨을 구해준 은혜가 있어요, 할아버지 그를 버리면 안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