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57화 (57/853)

제 57장. 직접 나선 몽 주인

“입을 다물 거라!”

소현무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도 마음속으로는 물러서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이 칼을 잡고 자신이 고기가 되었으니 어찌할 수가 있겠는가?

소무영이 재잘거리는 걸 막기 위해 소현무는 공법을 써서 그를 조용히 시켰다. 소무영은 순식간에 조각처럼 굳어진 채 말도 하지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저 보고 들을 수밖에 없었다.

“너는 돌아가서 다시 혼낼 것이다!”

소현무의 코와 입에서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허허”

위석동이 만족한 듯 웃기 시작했다.

“둘째 사제도 이의가 없으니 그럼 이 일은 이렇게 결정하겠다.”

말을 마친 위석동은 수하의 제자에게 말했다.

“명을 전하거라, 예비 제자 양준은 여러 번 규칙을 위반한 데다, 수단이 잔인하니 집법당에 명하여 그를 감옥에 다시 잡아들이거라. 이후 장로회가 상의한 후 처벌할 것이다. 소안은… 그녀가 어리고 더욱이 초범인 것을 고려해 더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다. 여러 사제들의 의사는 어떤가?”

다른 장로들이 무슨 이의가 있을 수 있겠는가?

“가거라!”

위석동이 손을 흔들자 하나의 영패가 날아와 그 제자의 손에 떨어졌다.

“이 영패가 있으면 소안도 더는 경거망동하지 못할 것이다.”

“네!”

집법당의 제자가 영패을 받고 신속히 물러갔다.

*잠시 후, 문 앞에서 갑자기 짧은 비명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사람이 넘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장로들의 기색이 변하며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고 일어섰을 때, 밖에서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로 여러분 위엄이 대단하네요.”

소리가 들려온 곳에서 머리가 하얀 노인이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그의 손엔 방금 나간 집법당의 제자가 들려 있었다. 그러나 그는 기절해 있었고, 영패마저 노인한테 빼앗긴 상태였다.

이 노인은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위장과 소무영의 앞으로 걸어오더니 아무렇지 않게 발을 들어 위장을 옆으로 차서 넘어뜨렸다.

“비켜라, 길을 막지 말거라!”

위장이 날아가면서 비명을 질렀다.

장로전 안의 다섯 장로는 기색이 모두 엄숙해졌다. 위석동이 눈을 찌푸리고 노인을 보며 물었다.

“몽 주인?”

장로전에 들어온 사람은 바로 공헌당의 몽무애였다.

이 사람을 생각하면 다섯 장로는 모두 식은땀이 났다.

그는 십몇 년 전에 갑자기 능소각에 나타났다. 장문인과 어떤 사이인지 홀연히 문파 안에 들어와 공헌당을 관할했다. 장로들도 여러 번 장문인에게 이 사람에 대해 물었지만 매번 장문인이 상세히 이야기하지 않아 그들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러나 다섯 장로는 이 사람이 자신들 못지않은 고수라는 걸 알고 있었다.

다행히 이 사람은 아무런 목적도 없었다. 그저 매일 공헌당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본분을 지켰기에 여러 장로들은 더는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생각밖에 오늘 그가 청하지도 않았는데 장로전에 나타난 것이다.

위석동은 이 몽 주인을 마주하는 것이 장문인을 마주하는 것보다 압력이 더욱 컸다. 때문에 그는 몽 주인을 가볍게 여길 수 없었다.

위석동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몽 주인께서 무슨 일로 저희 장로전에 오셨습니까?”

몽무애는 대답하지 않고 빙그레 웃으며 소현무를 보았다. 소현무는 자신이 주시를 받는 영문을 몰랐다.

‘왜 나를 보는 거지?’

“당신은 자신의 결정이 정확하다고 생각하시오?”

몽무애가 갑자기 물었다.

“뭐요?”

소현무는 멍해졌다.

“양준을 희생하여 소안을 지키는 것이 당신이 보기에는 정말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되오?”

몽 주인이 가볍게 웃었다.

소현무는 순간, 할 말이 없어 무안한 표정을 지었다.

몽무애가 이어 말했다.

“당장은 확실히 소안이 무사하도록 지킬 수 있소. 그러나 만약 나중에 소안이 이 일을 알면 그 애가 어떻게 생각하겠소?”

소현무는 그 말을 듣고,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갑자기 문제의 심각성을 느꼈다.

“진짜로 그렇게 일을 해결할 경우, 소안에게 하나의 심마(心魔)가 생기게 할 뿐이오! 그녀가 수련한 것은 빙심결인데, 심마가 생기면 결과가 어떨지 당신이 그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오.”

몽무애의 담담한 목소리가 소현무의 귓가에서 울렸다. 그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정신이 멍해졌다. 이내 방금 전 자신의 결정이 후회되었다.

그는 눈앞의 이익만 보고 나중에 소안에게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이번에 양준을 희생하여 소안이 무사하도록 지킬 수 있겠지만, 그녀가 살아있는 한 분명히 이번 일을 생각할 것이고, 자신이 무사할 수 있는 것이 모두 양준이 희생한 공로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심경이 불안하면 그녀의 실력 또한 성장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몽 주인 일깨워줘서 고맙소!”

소현무가 공손하게 인사했다.

“허허”

몽무애가 가볍게 웃었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당신도 생각할 수 있었을 거요. 다만 조금 늦을 뿐이지!”

옆에 있는 위석동은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자신이 겨우 기회를 잡아 둘째 사제를 궁지에 몰아넣고 이제 곧 일이 성사될 수 있었는데, 몽 주인의 난입으로 다 허사로 돌아갔다. 깨달음을 얻은 둘째 사제가 어찌 순순히 자신의 뜻에 따르려고 하겠는가? 소안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그는 다시는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점을 인식한 위석동은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몽 주인, 이곳은 우리 능소각의 장로전이요. 장로의 허락을 받지 않고선 누구도 이곳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소. 당신은 당신이 있던 곳으로 돌아가시오.”

몽무애는 그를 힐끔 보더니 몸을 날려 장로전의 제일 위쪽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뭐 하는 짓이오!”

위석동이 버럭 화를 냈다. 다른 몇 명의 장로들도 좋지 않은 표정으로 몽 주인을 바라봤다.

몽 주인이 앉은 자리는 능소각 장문인의 자리였다. 장문인을 제외하고 다른 어떠한 사람도 거기에 발을 들일 자격이 없었다. 설령 대장로라 해도 감히 그 자리를 노릴 엄두를 못 냈다.

그러나 지금 내력도 불분명한 공헌당의 주인이 감히 자리에 앉아 있는데, 장로들이 어찌 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건 능소각 전체를 멸시하는 것이었다!

“허허, 여러분 잠깐 화내지 마시오.”

몽무애가 담담하게 웃더니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는 당신들 장문인을 대신해 말 한마디를 전하기 위해 왔소.”

“장문인을 대신해서 왔다고?”

다섯 장로가 동시에 움찔했다.

십몇 년간, 설령 다섯 장로라 하더라도 장문인을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는데, 몽무애가 장문인을 만났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의 말을 들으니 장문인이 오늘의 일 때문에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평소에는 설령 문파가 뒤집어지더라도 간섭하지 않으셨는데, 어찌하여 겨우 어린 제자들 간의 다툼에 장문인이 간섭하시는 거지?’

“이게 무슨 물건인지 당신들은 알고 있겠지?”

몽무애의 손에는 보라색 옥패가 쥐여져 있었다.

“장문인의 옥패!”

이 옥패는 능소각 장문인의 표식이었다. 이건 절대로 가짜를 만들 수 없었다.

“알면 됐소.”

몽무애가 가볍게 웃었다.

위석동이 머뭇거리며 물었다.

“몽 주인, 장문인께서 어떤 지시를 내리셨소?”

비록 장문인이 십몇 년간 능소각의 일을 관할하지 않았지만, 그의 위엄은 여전했다.

몽무애가 말했다.

“당신들 장문인이 말했소. 오늘의 일은 큰일은 작게 만들고, 작은 일은 없게 하라고 하셨소. 만사가 평화로운 것이 제일 귀중하다! 아랫사람들의 싸움에 너희들 같은 늙은이가 왜 끼어드느냐? 너무 뻔뻔하다.”

위석동이 경악한 표정을 짓더니 더듬더듬 말했다.

“장문인… 장문인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단 말입니까?”

“아, 뒷말은 내가 한 말이요. 당신들 장문인은 앞에 반 구절만 말했소.”

몽무애가 담담하게 말했다.

다섯 장로들은 하마터면 화가 나서 피를 토할 뻔했다. 그의 말은 자신들을 향해 욕하는 것이 확실했으나 차마 따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리고 양준이 개원 경지의 수준에 도달했으니 그를 일반 제자로 올리거라. 계속 예비 제자의 신분을 달고 있을 수 없다.”

“이 말…도 당신이 말한 겁니까?”

위석동이 주저하며 물었다.

“당신들 장문인이 말한 거요.”

몽무애가 호탕하게 웃으며 답했다.

“말은 이미 전했으니 여러분이 알아서 처리하시오.”

말을 마치자 그는 자리에서 걸어 내려오더니 성큼성큼 장로전을 나섰다.

다섯 장로들은 서로 쳐다보면서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 장문인께서 이미 말을 전해왔는데 뭘 더 상의할 필요가 있겠는가, 워낙 큰일도 아닌 것을 모두 그저 핑곗거리 삼아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고 했을 뿐이었다. 없었던 일로 하려면 매우 쉬운 일이 아닌가?

소현무가 콧방귀를 뀌더니 소매를 펄럭이며 먼저 자리를 떴다. 장문인의 명령이 있으니 그는 다시 싸울 필요가 없었다. 그는 장로전 아래까지 걸어가 소무영을 들더니 신속히 사라졌다.

이 장로가 가자 삼 장로인 하배수도 작별을 고하고 떠났다. 장로전 안에는 오직 대장로파 사람들만 남았다.

오 장로 우자재가 말했다.

“큰 사형, 조금 심상치 않아요. 오늘 이 일은 큰일도 아닌데 의외로 장문인이 나섰어요, 이 속에 무슨 묘리가 있는 게 아닐까요?”

사 장로도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장문인께서 이 기회를 빌려 우리에게 자신이 여전히 능소각을 주시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려는 게 아닐까요?”

이건 위석동이 마음속으로 추측한 것이기도 했다. 다만 그는 인정하지 못할 뿐이었다. 지금 사 장로가 말을 꺼내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찌 됐든 이번엔 우리가 먼저 한발 양보하자. 앞으로도 일 처리할 때 조심해야 한다.”

대장로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나저나 장문인의 생각을 알 수가 없군. 만약 그가 출산하여 다시 능소각을 주관하기를 원한다면 우리들은 보조해드리면 된다. 그러나 만약 그저 한순간의 생각이라면… 능소각은 더는 이대로 갈 수 없다. 주인 역할을 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맞아요! 근데 장문인의 생각을 어떻게 알아내죠?”

사 장로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장문인이 양준을 일반 제자로 올리라고 말하지 않았느냐? 이걸로 일을 만들 수 있지.”

“그렇군요!”

사 장로와 오 장로는 갑자기 제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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