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58화 (58/853)

제 58장. 금신의 또다른 비밀

감옥 앞,

소안과 해홍진 일행은 줄곧 대치한 채 누구도 감히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이미 족히 반 시진이나 지속되었다. 소안의 한기가 갈수록 짙어졌다. 만약 양준이 수련한 공법이 마침 소안의 빙심결을 억제하지 않았다면 아마 그는 일찍이 얼음조각이 되었을 것이다.

한창 대치하고 있을 때, 한 집법당 제자가 다급히 달려오더니 큰소리로 소리쳤다.

“장로회에서 명을 내렸어요. 사람을 풀어주세요!”

“뭐라고?”

그 소리에 해홍진은 멍해졌다.

“해 사형, 장로들께서 오늘의 일은 여기서 끝내고 누구도 다시 따져서는 안 된다고 하셨어요. 그렇지 않으면 규칙에 따라 처벌한대요.”

해홍진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양준을 보았다. 그는 줄곧 소안이 손을 쓰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안이 손을 써야만 기회를 틈타 양준을 없애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안은 그에게 이 기회를 주지 않았다. 장로회의 명령까지 떨어졌으니 이제는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해홍진이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사람을 놓아주거라!”

소안은 여전히 양준을 부축한 채 이운천 일행을 거느리고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해홍진의 복잡한 눈길을 받으며 천천히 떠났다.

시끄러웠던 아래 제자들의 싸움은 이렇게 기이하게 막을 내렸다. 많은 사람들은 이 결말이 꽤나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싸움에 연루된 사람은 매우 많았다. 집법당이 한 번에 백 명에 달하는 제자를 출동한 것이 오로지 소안을 포위하기 위해서였으니 그녀의 강대함을 증명할 수 있었다.

사건의 다른 주인공인 양준도 많은 제자들에게 알려졌다. 그를 욕하는 자들도 있고, 부러워하는 자들도 있었다.

*이 시각, 양준은 곤히 자고 있었다.

감옥에서 나온 후 양준은 바로 잠들어버렸다. 다섯 명의 집법당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맞아 생긴 상처가 치명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매우 심각했다. 만약 한 가닥의 기운이 체내에서 돌지 않았다면 양준은 벌써 쓰러졌을 것이다.

일이 끝나고 마음속에 걱정이 사라지니 자연적으로 더 버틸 수 없었다.

눈을 떴을 때, 양준은 자신이 낯선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그는 눈동자를 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방은 매우 소박하고 아담하며 방안엔 가구들도 얼마 없었다.

흑풍시장에 있는 소안의 집과 똑같았다.

그는 발버둥 치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의 움직임이 밖에 전해졌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소무영이 문을 열고 감동한 얼굴로 나타났다.

이운천 일행이 소무영을 따라 함께 들어오며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것처럼 양준을 바라보았다.

“양 사형, 괜찮아요?”

소무영이 앞으로 와 그를 부축해 일으켰다.

“괜찮아.”

양준은 천천히 원기를 돌렸다. 크게 다치지 않아 그저 며칠간 수련하면 될 것 같았다.

“이번에도 또 사형이 저를 구했어요, 고마워요.”

소무영이 조금 쑥스러워하며 고맙다고 인사했다.

“난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마.”

양준이 손을 내저었다.

“맞다. 이건 할아버지가 사형에게 주는 단약이에요. 상처를 치료하는 단약이랑 수련하는 데 사용하는 것도 있어요.”

소무영이 열몇 개의 병을 꺼내더니 하나하나 침대맡에 놓았다.

“이 장로께서?”

양준은 깜짝 놀랐다.

“너무 많은데?”

“많지 않아요, 사형은 이번에 중상을 입었어요, 응당 몸조리를 잘해야 해요.”

“그럼 사제가 나를 대신해 이 장로께 감사하다고 전해줘.”

“할아버지에게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소무영은 손을 저었다. 표정은 약간 화가 난 듯했다.

소현무도 이번에 양준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했기에 이렇게 많은 단약을 내어준 것이었다. 만약 제일 마지막 고비에 몽 주인이 장문인의 지령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이번에 양준은 진짜로 그로 인해 죽었을 지도 모른다. 소무영은 할아버지의 처리 방식에 화가 나 이번에 특별히 이렇게 많은 단약을 달라고 하여 양준에게 가져온 것이다.

“소안 사저는?”

양준은 고개를 돌려 좌우를 둘러보더니 물었다.

소무영의 낯빛이 갑자기 이상해졌다. 그는 당연히 이운천 일행에게서 양준의 행동에 대해 전해 들었다. 순간 그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릴 때부터 소안은 그에게 있어서 누님이라는 느낌보다 되려 엄마 같았다. 소안 앞에서 그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그러나 이 양 사형은 어찌 담이 이렇게 크단 말인가! 감히 백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 앞에서 누님의 손을 잡고, 그런 호언장담을 하다니. 또 그런 짓을 했는데도 누님이 이 자를 죽이지 않은 것도 놀라웠다. 죽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반대로 자신의 오두막에서 쉬게까지 해줬다.

양준이 기절한 요 이틀, 소무영도 내내 골똘히 생각했다.

‘무엇 때문일까?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휴! 양 사형!”

소무영은 한숨을 쉬더니 양준의 어깨를 다독였다. 그는 용어를 고심하다 한참 후에야 말했다.

“사형,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마음을 편히 가져야 해요.”

소무영이 자신을 오해한 것 같았지만 양준은 굳이 변명하지 않고 물었다.

“그녀는 어디에 있어?”

이번에 그녀가 위태로운 순간에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자신은 양액을 사용하여 그 집법당 제자들을 죽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더 이상 되돌릴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누님은 사형을 여기에 데려다 놓은 후 흑풍시장으로 갔어요.”

소무영이 대답했다.

“사저가 가면서 아무 말도 없었어?”

양준은 소안이 분명히 자신에게 할 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그의 행동은 정말 생각이 짧았었다.

“없었어요.”

소무영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양준은 속으로 탄복했다.

‘이 사저는 진짜 성격이 통쾌하구나. 자신의 명예와 관련된 일인데 그 누구에게도 일의 자초지종을 설명하지 않다니.’

또 한참 얘기를 나눈 후 소무영은 떠나갔다.

양준은 침대에 누워 더 생각하지 않았다. 일이 이미 이렇게 되였는데 더 생각한다고 해도 쓸모가 없었다. 마침 소무영이 많은 단약을 가져왔으니 자신이 그날 짐작했던 것이 맞는지 시험해 보아야 했다.

이 단약들은 절반은 상처를 치료하는데 쓰는 것이었고, 절반은 수련하는데 쓰는 것이었다. 전부 계산하면 가격이 절대로 적지 않았다.

양준은 우선 상처를 치료하는 단약을 몇 알 먹었다. 그리고 묵묵히 진양결을 운행했다. 약의 효력이 체내에서 녹을 수 있게 원기를 흘리며 신체의 변화를 세세하게 느꼈다.

생각지도 못하게 상처를 치료하는 단약은 효과가 매우 뚜렷했다. 약효가 경맥 속에서 퍼지자 얼마 지나지 않아, 상처를 입은 부위가 회복되기 시작했고, 상처 난 곳의 아픔도 훨씬 줄어들었다.

그러나 양준은 이 단약의 일부분이 경맥 속에서 한 번 돌더니 자신의 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점을 알아챈 양준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자신의 추측이 틀림없다는 걸 더욱더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추측이 맞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양준은 하루 동안 각종 단약을 끊임없이 먹었다.

결론적으로, 그의 금신은 확실히 다른 기운을 흡수할 수 있었고, 양기와는 다르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며칠 전, 개원 경지를 돌파할 때 이미 이에 대해 추측을 했었지만, 그때는 증명할 방법이 없었을 뿐이었다.

진양결은 특수하고 대단한 공법인 것이 틀림없었다. 그것은 그가 양액을 무제한으로 만들어 낼 수 있게 했다. 양액은 전투 중에 사용해도 살상력이 엄청났다. 그러나 이 대단한 공법은 하나의 단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수련하는 환경이 매우 한정적이라는 것이었다.

반드시 양기가 있는 환경에서 수련해야 했다.

양준은 자신의 수련이 제한된 환경 때문에 영향을 받을까 봐 걱정했었다. 그러나 지금 금신의 포용성이 이러한 근심을 싹 잊게 했다.

양기가 있을 때에는 진양결을 수련하면 되고, 양기가 없을 때에도 무방했다. 금신은 가리는 것이 없이 어떠한 기운이든 모두 받아들일 수 있었다.

두 가지 모두 다 가능하니 그의 실력은 양기가 없다고 하여 제자리걸음 하지 않을 것이다.

양기가 아닌 기운들은 금신에 의해 흡수된 후, 그가 싸울 때면 다시 그에게 힘을 돌려줘 그의 전투력을 높여줄 수 있었다.

양준은 자신의 이 금신과 진양결 사이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관계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도대체 어떠한 관계인지는 아직 명확히 알 수 없었다.

정신을 차린 양준은 저도 모르게 깜짝 놀랐다.

자기도 모르게 그새 다섯 병이나 되는 단약을 먹은 것이다. 병마다 단약이 열 알씩 있었는데 그렇다면 자신이 한 번에 오십 알을 먹은 것이었다. 설령 이 단약들이 평범하고 품질이 높지 않다고 해도 일반 사람이 이렇게 단약을 많이 먹었다면 신체가 분명히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은 지금 아무런 일도 없는 데다, 도리어 상태가 더욱 좋아졌다.

어둠 속에서 양준의 두 눈에 섬뜩한 빛이 번뜩거렸다. 옆에 남아 있는 7~8병의 각종 단약을 주시하며 그의 마음속에 한 가지 생각이 꿈틀거렸다.

그는 이 생각이 들자, 아무리 참아도 억누를 수 없었다.

한참을 침묵하던 양준은 드디어 한 번 시도해 보기로 결정했다.

손을 내밀어 단약 한 병을 들어 뚜껑을 열더니 이것이 상처를 치료하는 단약인지 아니면 수련하는 단약인지도 확인하지 않고, 전부 입에 부어 넣었다. 다시 한 병을 들더니 또 입에 부어 넣었다.

나머지 단약을 전부 먹어버리고 나서야 양준은 아직 모자라다는 듯 입가를 핥았다.

만약 다른 사람이 이 광경을 봤다면 아마 놀라서 뒤로 자빠졌을 것이다! 이 단약들이 확실히 독약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밥 먹듯이 삼켜서야 되겠는가. 약이면 모두 약간의 독이 있었다. 어떠한 종류의 단약이든 모두 한계가 있고, 과분하면 신체에 좋을 게 없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건강을 해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양준은 방금 짧은 시간 내에 한 번에 7~80알의 단약을 삼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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