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59화 (59/853)

제 59장. 실수의 대가

양준은 자신의 배가 불룩해진 것을 느꼈다. 수많은 약들의 약효가 배 안에서 복잡하게 뒤섞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데 모이더니 엄청난 힘을 발산했다.

양준은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바로 진양결을 운행하기 시작했다.

그 힘은 마치 잠에서 깨어난 용처럼 배 안에서 꿈틀거렸다. 배가 끊어질 것만 같았다.

진양결을 운행하는 속도가 갑자기 빨라졌고, 무궁한 흡인력이 있는 것 같았다. 7~80알의 단약이 융화된 후 생긴 힘은 이 흡인력에 끌려 천천히 경맥 안으로 스며들었다.

양준은 조금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정신을 집중하여 느꼈다.

흡수된 힘은 경맥 안에서 꿈틀거리며, 진양원기와 서로 전혀 어울리지 못하였다. 두 기운은 서로 섞여 있었지만 전혀 융합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이 두 가지 힘은 경맥 내에서 흐르는 방향도 완전히 달랐다.

진양원기는 시침 방향으로 돌았고, 흡수된 힘은 오히려 시침 방향의 역으로 돌면서 서로 계속해서 부딪혔다. 부딪힐 때마다 진양원기가 약효 중의 유해한 물질을 불태워 버리고 순수한 힘만 남겨놓았다.

양준의 피부도 순식간에 새빨갛게 변했다. 경맥은 마치 벌레가 들어간 것처럼 울퉁불퉁하여 보기에 매우 징그러웠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 방대한 힘 속의 불순물이 모두 없어지고 조금씩 뼈 속으로 스며들었다. 금신도 이 시각 마치 굶주려 있었던 것처럼 스며드는 힘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극심한 통증이 일더니 양준은 그 어느 때보다도 느낌이 더 뚜렷해졌다. 마치 몸 안에 한 쌍의 눈이 생긴 것처럼 진양원기가 어떻게 이 힘들을 정화하는지를 볼 수 있었고, 금신이 어떻게 정화된 힘을 받아들이는지도 볼 수 있었다. 양준은 이를 한시도 놓치지 않았다.

피가 다시 한번 끓어올랐다. 뼈 속에서 익숙한 따뜻함이 느껴졌다. 금신에게 흡수되었던 힘이 바라는 대로 되돌아와 짧은 시간 내에 그의 실력을 향상시켰다.

‘아직 모자라! ‘

양준은 무언가 조금 부족한 것 같이 느껴졌다. 조금만 더 나아가면 자신이 진정으로 금신의 오묘한 비밀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 진정한 결투가 부족해!’

여기까지 생각하자 양준은 갑자기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그는 거칠게 숨을 쉬며 방문을 열고 좌우를 둘러보더니 곧장 맞은편의 방문 앞으로 걸어가 발로 걷어찼다.

양준은 소무영이 맞은편에서 자고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좀 전에 맞은편에서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상대를 찾아 한바탕 싸우고 싶었다. 소무영이 바로 적당한 상대였다.

방문이 열리고 누군가의 말쑥한 등이 양준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싸움을 요청하려던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월광하, 창태변,만묘교구동심현(月華下,窗臺邊,曼妙嬌軀動心弦)

응지백, 회수일탐만천요(凝脂白,冰肌俏,回首一探萬千搖)

(*달빛에 비친 창가 아래의 아름다운 몸짓에 가슴이 간질거리고 분을 바른 듯 하얗고, 얼음같이 매끈한 피부의 미인이 고개를 돌리니 마음이 흔들린다)

이 광경은 정말로 심금을 울렸다. 양준은 하마터면 영혼이 날아갈 뻔했다.

이 방에는 진짜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양준이 생각했던 소무영이 아니라 소안이었다.

뒤에서 들려오는 움직임을 들었는지 그녀는 몸을 돌려 문 쪽을 바라보았다. 한 손에 하얀 잠옷을 들고 있는 것을 보아 그녀는 지금 옷을 갈아입는 중인 듯했다.

두 사람의 눈길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양준은 놀란 표정을 지었고, 소안은 눈에 살기가 스치더니 어깨가 살짝살짝 떨렸다.

그녀가 양준의 시뻘건 두 눈을 봤기 때문이다. 이 눈동자는 마치 눈밭에서 먹이를 찾는 사나운 승냥이 같았다.

쩍-

소안을 중심으로 한 층의 서리가 신속히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녀의 눈에는 한기가 가득했다.

양준은 일이 심상치 않음을 인식하고, 그대로 몸을 돌려 최대한의 속도로 현장에서 급히 도망쳤다.

그의 속도는 매우 빨랐다. 숨을 제대로 들이쉴 시간도 없이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러나 그가 동서남북을 분별할 새도 없이 뒤에서 갑자기 큰소리가 들려왔다. 집에 큰 구멍이 뚫리더니 하얀 형체가 집안에서부터 날아와 양준의 눈앞에 떨어졌다. 그녀의 싸늘한 얼굴에 분노가 섞여 있었다.

양준은 경계하며 몇 걸음 뒤로 물러서 방어자세를 취했다. 그는 어떻게 설명할지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자세히 생각해 보니 지금 자신은 입이 열 개라도 해명할 방법이 없었고, 무슨 말을 하든 쓸모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느 여자라도 이렇게 다른 사람이 자신의 몸을 본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 시각, 소안은 이미 옷을 다 입고 싸늘한 눈길로 양준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화가 나 양준을 죽이고 싶었지만, 그가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또 양준이 그녀가 흑풍시장에서 돌아왔고, 그의 맞은편 방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건 그냥 하나의 오해일 뿐이었다. 그러나 설령 오해라 해도 소안은 그냥 참고 넘어갈 수 없었다. 그녀는 양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의 화를 가라앉혀줄 설명을 말이다.

하지만 맞은편의 자신의 몸을 본 남자는 오히려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눈동자는 여전히 빨갛고 짙은 살의가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자신을 마주하고 조금도 겁먹거나 미안해하는 마음이 없었다.

‘좋아, 나도 너의 변명이 필요 없다. 그저 너를 한바탕 때려 분을 풀겠어!’

한 송이 빙화가 소안의 손끝 위에 조용히 나타났다.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이 빙화가 돌면서 양준을 향해 날아갔다.

날아가는 중에 빙화는 바람을 맞고 길어졌다. 양준의 앞에 도착했을 때, 그 빙화는 이미 대야만큼 커졌고 속도도 매우 빨랐다.

양준은 온 힘을 다해 진양원기를 담은 주먹을 내질러 한 번에 빙화를 맞혔다.

주먹이 아팠다. 빙속성인 빙화와 양속성인 진양원기는 서로 상극이었다. 그가 주먹으로 치니 빙화가 바로 산산조각 났다.

조각난 빙화는 수많은 빙추로 변하여 빗발치듯 양준을 향해 떨어졌다.

양준은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순식간에 그의 몸에는 수십 개의 상처가 생기며 피가 줄줄 흘렀다. 아직 다 낫지 않은 몸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양준은 낮게 신음했다. 이때, 금신이 다시 한번 작용을 발휘했다. 따뜻한 기운이 퍼지며 그의 실력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소안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놀라움이 스쳤다. 그녀는 자신이 한방에 양준을 기절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그가 빙화를 산산조각 내버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소안은 몸을 움직이더니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양준의 곁으로 다가와 손가락을 움직여 양준의 어깨를 눌렀다.

차가운 느낌이 어깨에서 퍼졌다. 양준은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고개를 돌려보니 자신의 어깨에 하얗게 서리가 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서리는 빙화로 변할 모양새였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양준은 자신의 웃옷을 찢었다. 그리고 손가락 끝에 양액을 한 방울 짜내 곧장 어깨에 뿌렸다.

‘칙’ 하는 소리가 나더니 양준의 어깨는 마치 붉게 달군 인두로 찍은 것처럼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한창 퍼지고 있던 서리도 이 양액에 닿아 작아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소안은 양준이 이런 상상도 할 수 없는 수단으로 자신의 한빙경(寒冰勁)을 풀 줄은 몰랐다. 아름다운 눈에 서리가 끼더니 소안은 곧장 천 겹의 눈보라를 일으켰다. 그녀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몸은 이 눈보라에 숨은 채 양준을 향해 휘몰아쳐갔다.

마치 눈사태가 일어난 것처럼 기세가 대단했다.

양준은 순식간에 눈보라에 둘러싸였다. 뼈를 찌르는 한기가 마음속으로부터 솟아올랐다. 급히 진양결을 운행했지만 양준은 이 시각 얼어서 얼음조각이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는 소안 사저가 화가 났다는 걸 알았다. 비록 초식에 살기는 없었지만 그를 호되게 한바탕 교육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이런 상황은 어찌 보면 양준이 원하던 바였다. 비록 상대가 강해 비교할 바가 안 되고 또 전혀 당해낼 수 없겠지만, 자신이 방금 깨달은 바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지금 상대는 소무영보다 몇백 배 더 좋았다.

눈보라 속에서 소안이 끊임없이 공격했다. 양준은 전혀 당해낼 방법이 없었다. 입가에 피가 흘렀고, 몸은 부들부들 떨면서 힘겹게 한기의 침입을 막고 있었다.

위기 속에서 양준은 느낌이 더욱더 선명해졌다. 그는 되려 저항을 포기하고 소안이 자신을 공격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무슨 일이냐? 무슨 일이냐?”

그들이 일으킨 소란이 드디어 깊은 잠에 들었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 장로 소현무가 제일 먼저 현장으로 달려 나왔다. 그 뒤로 소무영이 이운천 무리를 거느리고 달려왔다.

상황을 모두 파악한 사람들은 숨을 들이켰다.

온 하늘에 가득한 눈보라 속에서 양준이 웃옷을 벗은 채 눈을 감고 소안의 맹공을 받고 있었다. 허약한 신체가 누더기 자루처럼 소안에게 맞아 이쪽으로 갔다 저쪽으로 갔다 하늘에서 춤추고 있었다.

“흡…….”

소무영이 숨을 한 번 들이켰다.

“양 사형은 무슨 일로 누님을 건드렸지?”

“사저가 며칠 전의 일로 보복하는 게 아닐까요?”

이운천이 말했다.

“분명 그럴 거예요. 그렇지 않고서야 사저의 성격에 어찌 이렇게 양 사형을 때리겠어요?”

“불쌍한 양 사형, 상처가 아직 완전히 낫지도 않았는데 또 이런 큰일을 겪다니, 사저가 너무 잔인하네요.”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소안의 귀에 들려오자 그녀는 더욱 화가 났다. 오늘은 양준이 자신의 몸을 보았기에 혼내준 건데 그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마치 그녀가 속이 좁아 일이 끝난 후 복수한다는 내용이었다.

소안은 더욱 매섭게 양준을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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