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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련전봉-73화 (73/853)

제 73장. 반격

어둠 속에서 검광이 번뜩거렸고 양준은 몸을 옆으로 피했다. 그리고 손으로 풍우루 제자와 싸우기 시작했다. 손으로 검을 상대하다 보니 양준은 힘이 부치는 느낌이 들어 계속 뒤로 물러섰다. 풍우루 제자가 아홉 번째로 검을 휘둘렀을 때, 양준은 이미 열몇 걸음 물러난 뒤였다.

풍우루 제자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고작 그따위 실력으로 으스대다니. 죽어라!”

몇 번의 공격으로 그는 이미 양준의 실력을 낱낱이 파악했다. 지금은 당연히 목숨을 노릴 때였다. 풍우루 제자가 몸속의 원기를 움직이더니 장검에서 희미하게 바람이 휘몰아치는 소리가 들렸다.

“뇌풍음(雷風吟)!”

그는 위풍당당하게 필살기를 사용했다. 그러자 장검에 돌연 전기를 띠는 빛이 나타났다. 그는 양준이 피할 수 없는 속도로 검을 양준의 가슴팍을 향해 찔렀다.

그의 예상대로 양준은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양준은 손바닥을 뒤집어 맹렬하게 장검을 내리쳤다.

풍우루 제자는 냉소를 지었다.

‘지금 내 검에는 뇌력(雷力)이 가득한데 한낱 개원 경지 4단계인 무인이 만진다면 전류로 인해 온몸이 마비될 거야. 그러면 난 그저 목숨이나 거두면 되겠군.’

이 생각에 그는 수를 거두지 않고 오히려 더 빨리 찔렀다.

양준이 나지막하게 소리를 내자 그의 손바닥은 더없이 빨개졌다. 마치 불길이 타오르고 있는 것처럼 뜨거운 열기가 풍우루 제자를 덮쳤다. 그 열기는 주변의 음산한 냉기를 몰아냈을 뿐만 아니라 불바다에 떨어진 듯한 느낌을 안겨주었다.

챙-

검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양준의 손바닥은 검면을 쳤고 검에 가득하던 전류는 순식간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또 장검도 방향을 잃고 양준의 어깨를 스치며 지나가 전혀 그를 다치게 하지 못했다.

풍우루 제자는 깜짝 놀랐다. 이번 접전으로 그는 자신의 원기가 양준을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겨우 개원 경지 4단계인데 왜 체내의 원기가 나보다도 더 짙은 거야?’

그리고 방금 전 일격에 들어있는 뜨거운 원기도 너무나 숙련되어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그의 뇌력을 없앨 수 없었을 것이다.

다급한 마음에 그는 검을 거두고 뒤로 물러났다. 숨을 잠깐 돌리고 다시 천천히 공격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양준이 그에게 기회를 줄 리가 있겠는가? 풍우루 제자가 검을 거둘 때, 그는 발걸음을 앞으로 하며 그의 몸을 향해 달려들었다. 양준은 두려움 어린 풍우루 제자의 시선을 받으며 한 손가락으로 그의 명치를 꾹 눌렀다.

자신이 대적해야 하는 적의 인원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아는 양준은 공격할 때도 매우 깔끔하고 단호했다. 심지어 양액을 쓰는 것을 서슴지 않으면서 상대를 일격에 죽이려고 했다.

풍우루 제자의 몸이 갑자기 멈춘 채, 움직이지 않았다. 산골짜기에서는 음기가 가득한 바람만이 기승을 부렸다. 그 소리는 우는 듯하기도 하고 넋두리하는 소리 같기도 했다.

옆에서 준비하고 있던 또 다른 풍우루의 제자는 이상한 점을 알아채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계속해서 그를 불렀다.

“웅 사형, 웅 사형.”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서 있던 풍우루 제자의 몸이 갑자기 그대로 꼿꼿하게 쓰러졌다. 양준은 일그러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의 웅 사형은 황천길에서 널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 사제는 입이 쩍 벌어지더니 괴성을 지르고 냅다 도망쳤다.

그의 실력은 방금 전 쓰러진 풍우루 제자보다 낮은 개원 경지 5단계였다. 양준이 눈도 깜짝하지 않고 개원 경지 6단계를 죽였는데, 그를 상대하는 것은 더 쉽지 않겠는가?

“도망칠 수나 있겠어?”

양준은 냉소를 지으며 죽은 풍우루 제자의 장검을 손에 든 채, 쫓아갔다.

산골짜기의 음기가 양준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모든 사람이 하늘과 땅을 덮는 음기 때문에 실력이 크게 떨어졌다. 오직 양준만이 진양결을 수련한 탓에 몸속의 원기가 음기의 상극이라 지장을 받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진양원기를 좀 소모해 음기를 쫓아야 할 뿐이었다.

풍우루의 제자는 양준보다 높은 개원 경지 5단계였지만, 이 산골짜기에서 발휘할 수 있는 실력은 양준보다 낮았다.

얼마 쫓지 않아 양준은 두 사람의 간격을 십 장 정도로 좁혔다. 이 거리는 충분히 가까운 거리였다.

양준은 달리면서 손에 든 장검을 멀리 던졌다. 등 뒤에서 바람이 휘몰아치는 소리를 들은 풍우루의 제자는 민첩하게 피하는 동작을 하여 아슬아슬하게 날아오는 장검을 피했다.

하지만 이 바람에 열 장 정도 차이 나던 거리가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

더는 도망칠 수 없었다. 풍우루 제자는 단호하게 돌아서서 무기를 꺼내고 양준과 싸우려고 했다. 하지만 눈앞까지 다가온 붉은빛에 그는 본능적으로 무기를 들고 앞을 막았다.

챙강!

소리와 함께 그에 손에 있던 강철로 제조한 무기가 붉은빛에 맞고, 한순간에 반으로 잘리고 말았다. 이내, 그는 목이 뜨뜻해지더니 뭔가에 베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양준이 그대로 멈춰 섰다. 그의 손끝에는 얇은 혈색 칼날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칼날에서 피 한 방울이 또르르 떨어졌다.

풍우루 제자는 목이 꿀렁거리더니 물끄러미 양준을 바라보며 그를 손가락질했지만 아무 말도 내뱉지 못했다. 숨을 몇 번 내쉰 뒤, 그의 머리가 갑자기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지며, 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이번 전투는 너무 쉬워 양준은 불굴지오를 쓰지도 않았다. 양준은 이전에 사람들을 대적할 때, 이 신비한 무예를 사용해야만 적을 이길 수 있었는데 이번에 보니 무예를 사용하지 않고도 단계를 뛰어넘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양준은 자신을 다시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양준이 빠른 속도로 현장을 떠나려고 할 때, 좌우 양쪽에서 옷깃이 휘날리는 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왼쪽에서는 두 사람이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었고 오른쪽에는 한 사람이었다. 아마도 방금 전, 그 사제의 괴성이 그들을 불러온 것 같았다. 거리는 양준과 각각 백 장 정도 떨어져 있었다.

양준은 원래 피하려고 했으나, 잠시 생각해 보고는 빠른 속도로 왼쪽을 향해 접근했다.

만약 그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오고 있는 사람은 아마도 풍우루의 나머지 세 사람일 것이다. 그들은 양준과 하응상을 찾기 위해 흩어진 것이라서 서로의 거리도 그다지 멀지 않았다.

지금 남은 세 명이 다 왔으니 당연히 양준이 바라던 바였다. 풍우루의 제자들은 혈전방 제자들보다 실력이 훨씬 약했다. 자신의 실력을 검증하기에는 딱 좋았다.

이 세 사람 중에서 오직 노랑만 기동 경지 1단계의 무인이었다. 그를 상대하려면 좀 번거로울 것이다.

그래서 양준은 먼저 다른 개원 경지의 풍우루 제자 두 명을 해결하고, 다시 그와 싸울 생각이었다.

개원 경지 4단계인 자신이 기동 경지인 적수를 상대할 수 있는지 시험해 보아야 했다. 양준은 가슴속으로부터 전의가 활활 불타올랐다.

양준의 예상은 정확했다. 왼쪽에서 오는 두 사람은 풍우루의 제자가 맞았다. 또한 이 둘의 실력은 방금 전의 자신이 죽인 두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강하다고 해도 별로 위협될 수준은 아니었다.

그들은 사제의 소리를 듣고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아직 일이 난 곳으로 오지도 못했는데 맞은편에서 한 사람이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누구냐!”

풍우루의 두 제자는 발걸음을 멈추고 경계 어린 눈빛으로 오고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양준은 대답하지 않고 속도를 빨리해 그들을 와락 덮쳤다. 양준의 살기와 적의를 느낀 두 사람은 반응도 못 하고 기겁하며 소리를 질렀다.

“양준이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들은 무기를 손에 들고, 각자 좌우로 양준을 향해 맹렬한 공격을 펼쳤다.

양준은 두 사람의 공격을 마주하자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몸을 번개같이 날렸다. 손끝의 혈색 칼날은 이미 벗어나서 그중 한 사람에게 날아갔다.

그 사람은 무기를 들고 막았다. 하지만 양액이 변한 칼날을 어떻게 한낱 범급 무기가 막을 수 있겠는가? 방금 전의 접촉으로 이 풍우루 제자의 무기는 바로 두 동강 나버렸다. 다행히 이 사람의 반응도 느리지 않아 다급한 와중에 몸을 날려 아슬아슬하게 치명적인 일격을 피할 수 있었다. 칼날은 그의 허리를 스치며 지나갔다.

촤락-

그는 비명을 질렀다. 허리는 달군 쇠에 찍힌 것처럼 공기 중에 살이 타는 냄새가 풍겼다.

“사형!”

다른 제자의 안색이 크게 변하며 공격하려던 수를 접고 뒤로 물러섰다.

전투를 할 때, 수를 물린다는 것은 자신을 적수의 공격에 드러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양준이 가만둘 리가 있겠는가?

양준은 바로 상대방의 날카로운 무기를 치우고 그의 가슴팍에 일격을 날렸다. 짙고 뜨거운 진양원기가 그의 심장과 혈맥으로 들어갔다. 공격을 당한 제자는 눈동자가 튀어나오더니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그리고 그도 땅에 쓰러진 채, 부들거리며 경련을 일으키다가 잠시 후 잠잠해졌다.

그는 순식간에 양준에게 살해되었다. 방금 전의 양준에게 당한 풍우루 제자보다도 더 빨리 죽었다.

양준은 일격으로 한 명을 해치운 뒤 아직 손도 거두지 못했는데, 살아 있는 풍우루 제자가 검을 들고 공격해 왔다.

미처 피하지 못한 양준은 본능적으로 온몸의 근육을 바짝 수축했다.

솩-

검광이 번뜩이자 복부에 생채기가 났다. 상처로부터 고통이 점차 퍼지며 피가 새어 나왔다. 하지만 양준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는 얼굴에 광기 어린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돌려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은 사제가 죽는 것을 눈앞에서 직접 보자, 화가 치밀어 다른 것들을 신경 쓰지 못했다. 마음속으로 오직 양준을 죽여 사제를 위해 복수할 생각밖에 없었다. 그는 방금 전의 공격이 먹히자 곧이어 또 검으로 찔렀다. 이번에는 양준의 목을 노렸다.

양준은 팔을 들어 막았다. 검 끝이 팔뚝에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박혀 뼈에 닿았다. 아무리 힘을 줘도 더 깊게 찌를 수 없었다.

“하하!”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양준은 그를 향해 크게 웃어 보였다.

어둠 속에서 새하얗고 가지런한 이가 드러났다. 마치 사람을 잡아먹는 맹수의 이빨 같았다.

양준은 이 순간, 온몸이 사악한 기운으로 가득 찼다. 광기 어리고 흥분으로 얼룩진 그 미소는 보는 순간, 소름이 오싹 끼치는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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