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4장. 노랑과 격전을 벌이다
“너…….”
‘나한테 두 번 찔리고도 이렇게 웃다니. 혹시 미친 사람 아닌가?’
겁을 먹은 풍우루 제자는 돌아서서 도망치려고 했다. 생사를 건 싸움에서 상대의 기세에 눌렸는데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하지만 양준이 더 빨랐다. 양준은 발을 들어 그의 사타구니를 걷어찼다.
뭔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풍우루 제자는 바로 허리를 구부리고 땅에 꿇어앉았다. 그의 안색은 몹시 창백해졌다.
양준은 손을 들어 팔뚝에 꽂힌 장검을 뽑아 들고는 그대로 내리쳐 그를 단번에 죽였다.
‘두 사람을 더 죽였군!’
솩!
이때, 오른쪽에서 뛰어오던 사람이 드디어 나타났다. 바로 노랑이었다!
풍우루의 다섯 제자는 모두 세 무리로 나누어 양준과 하응상의 종적을 수색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설마 자신들이 양준에 의해 하나하나 격파당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노랑은 처참하게 죽은 두 사제를 보더니 순간 찢어질 듯한 눈을 하고 양준을 흉악하게 노려보며 물었다.
“네가 죽인 것이냐?”
양준은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광기 어린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
“보아하니, 모든 사람이 널 낮잡아 보았던 모양이군. 너에게 이런 재주가 있을 줄이야.”
노랑의 얼굴은 더없이 어두워졌다. 그는 마음속의 울분을 억지로 가라앉히고 깊게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물어볼 말이 있다.”
“물어볼 것 없어. 노도와 성소봉은 내가 죽인 거야. 네 생각이 맞았어.”
“역시 너였구나!”
노랑은 몸을 세차게 떨었다. 그는 자신의 동생이 그저 놀러 나간 것이기를 바랐다. 비록 그럴 가능성이 몹시 낮았지만 그래도 희망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희망은 양준에 의해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양준이 너무도 당당하게 자신이 그들을 죽였다고 실토한 것이다.
“그들이 날 죽이려고 했어. 그러면 나도 당연히 그들을 죽여줘야지!”
양준은 좀 짜증이 났다.
“쓸데없는 말은 그만두고 싸움이나 시작하지!”
“그래…….”
노랑은 살기를 내뿜으며 한이 서린 얼굴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네가 깔끔하게 인정하니 나도 별말은 하지 않겠다. 오늘 네 목숨으로 죽은 그들의 영혼을 기릴 것이다!”
노랑은 말하면서 신법을 펼치며 덮쳐왔다. 그가 몸을 움직이더니 눈 깜짝할 새에 양준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손을 독수리 발 모양을 한 채 앞으로 뻗어 양준의 목을 잡아 뜯으려고 했다.
양준의 안색이 크게 흔들렸다. 기동 경지의 무인은 개원 경지가 발휘할 수 있는 실력과 많이 달랐다. 이 일격의 위력만 해도 완전히 다른 수준이었다.
양준은 다급히 뒤로 머리를 젖히며 손바닥으로 목을 막아 급소를 보호했다.
노랑은 냉소하더니 허공에서 다섯 손가락의 방향을 바꾸어 아래를 향해 잡았다.
촤락-
양준은 뒤로 몇 걸음이나 물러났다. 고개를 숙이고 보니 그의 가슴팍 부분의 옷이 이미 뜯겨 있었고, 안에는 다섯 갈래의 할퀸 흔적이 있었다. 게다가 괴이한 기경(氣勁)이 몸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양준은 재빨리 진양결을 운행해 눈 깜짝할 사이에 이 기경을 없애버렸다.
“한낱 개원 경지 4단계가 감히 나한테 덤비다니! 네놈을 쉽게 죽이지 않을 것이다.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노랑은 일격이 먹히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겉만 그럴싸한 술수나 쓰고, 싸울 때 여인들처럼 할퀴기나 하고 말이야. 창피하지도 않아?”
양준은 너덜너덜해진 웃옷을 찢으며, 노랑을 비꼬았다.
노랑은 얼굴이 벌게졌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 그가 수련한 공법의 수단이 이런 것을 어찌하겠는가? 보기에 좀 민망한 것은 사실이었다.
“입만 살아 가지고, 이따가 살려달라고 빌지나 말아라!”
노랑은 입씨름을 하고 싶지 않아 두 손을 독수리 발 모양으로 하고 한 번 더 공격했다.
“내 주먹맛도 좀 보는 게 어때?”
양준은 웃음을 터뜨리며 노랑의 두 손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자기 분수도 모르고!”
노랑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기동 경지 1단계인 그의 손에 맞으면 단단한 돌이라도 구멍이 뚫리는 정도인데, 겨우 개원 경지 4단계인 무인의 주먹은 오죽하겠는가?
눈 깜짝할 사이, 두 사람이 다시 맞붙었다. 양준의 주먹은 거세게 노랑의 손바닥을 쳤지만 그의 다섯 손가락에 꽉 잡혀버리고 말았다.
두 사람의 체내 원기도 동시에 뿜어져 나와 주먹과 손바닥 사이에서 부딪히고 있었다.
“응?”
노랑은 놀라운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양준의 몸속에서 흘러나오는 원기가 무척이나 포악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마저도 오랫동안 막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럴 수가.’
자신과 양준의 실력 차이는 꽤나 컸다. 양준은 아무리 애를 써도 자신을 위협할 수 없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당연한 사실 앞에서도 노랑은 조심스럽게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버티다가는 자신의 다섯 손가락이 다칠 것 같았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노랑은 갑자기 손을 빼더니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이 짧은 시간 안에 그는 재빨리 자기 몸속에 침입한 양준의 뜨거운 원기를 해소했다.
음산한 얼굴로 양준을 바라본 노랑은 더더욱 놀랐다. 방금 전의 접전으로 그는 양준의 주먹에 아무런 해도 가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양준의 주먹에는 다섯 손가락의 흔적이 남아 있었지만 그가 예상했던 것과 달랐다. 그의 예상으로는 방금 전의 공격으로 필히 그의 주먹이 부서졌어야 했다.
‘이 녀석… 뭔가 있어. 그래서 내 사제들이 다 이놈 손에 죽은 거야. 보아하니 이놈이 그저 운으로 이긴 것은 아니었군.’
노랑의 안색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양준은 주먹을 휘두르다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다시 시선을 들었을 때, 그의 눈에 어린 광기는 더욱 짙어져 있었다.
양준은 계속 참으면서 그 기운을 내뿜지 않고 온몸의 피가 끓어넘치게 했다. 그는 상처에서 전해지는 통증과 적에게서 느껴지는 압력을 그대로 감수하면서 자신의 불굴의 의지가 끓어오르게 했다.
오직 불굴의 의지와 승리를 바라는 결심이 강해져야 자신만의 신비한 무예가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
드디어 오늘, 이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양준은 더 이상 억누를 필요가 없었다.
뼛속에서 뜨거운 열기가 전해지더니 확 퍼지면서 양준은 자신이 변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무의식중에 불굴지오를 불러냈었던 때에는, 그 이유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적을 이겼지만,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뼛속으로부터 강한 기운이 자라나더니 경맥으로 흘러들어가 자신의 피와 살로 스며드는 느낌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지금 그의 실력은 미친 듯이 높아지고 있었다.
“다시!”
양준은 먹이를 사냥하는 늑대처럼 눈을 부릅뜨고 노랑을 뚫어지게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손을 뻗어 공격했다.
여전히 방금 전과 같은, 화려할 것 없는 장권이었다.
“죽으려고!”
노도는 냉소를 지었다. 비록 그는 양준의 원기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품었지만 양준이 자신을 다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손만 제때에 거둔다면 그 원기가 아무리 이상해도 자신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언젠가 양준의 주먹을 으스러뜨릴 것이다!’
그래서 양준의 이런 무모한 공법은 오히려 노랑의 입맛에 맞았다.
냉소를 지으며 노랑의 손은 다시 한번 양준을 공격했다.
두 번째 접전에서 노랑은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양준의 이번 공격에 담긴 위력이 방금 전보다 훨씬 강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뿜어져 나오는 원기도 더욱 맹렬해졌다.
개원 경지 5단계가 전력으로 폭발하는 모양새 같았다.
‘하지만 그런들 뭐?’
개원 경지 4단계나 개원 경지 5단계나 그에게는 다 똑같이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했다.
이번 접전을 통해 양준의 주먹에 난 상처는 더욱 심해졌고 피가 뚝뚝 떨어졌다. 몸도 계속해서 뒤로 물러나는 것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노랑은 포기하지 않고 그 기세를 몰아 밀어붙였다. 그의 조풍(爪風)은 거센 소리를 내며 어둠 속에서 여러 줄기의 흔적을 냈다. 그는 필사적으로 양준을 향해 맹공격을 펼쳤다.
양준은 신음 소리를 내며 꿋꿋하게 반격했다. 노랑의 공격이 다가오면 그는 주먹을 날렸다. 왼쪽으로 한 번, 오른쪽으로 한 번, 비록 손의 상처가 얕지 않았지만 노랑의 공격을 모두 막아냈다. 노랑은 그의 목숨을 단번에 빼앗아 갈 수 없었다.
그들의 접전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양준의 몸은 뒤로 몇 걸음이나 물러났고, 손의 상처도 점점 더 심해졌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전혀 당황스러운 기색이 없이 오히려 꿋꿋하기만 했다. 불굴의 의지가 마음속에서 점차 자라나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에 폭발하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이럴 수가.”
노랑은 깜짝 놀랐다. 보기에는 자신이 절대적인 우세를 차지한 것 같았다. 그의 경지가 양준보다 훨씬 높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노랑은 지금 말하기 어려운 고충이 있었다. 그의 열 손가락이 이미 양준의 뜨거운 원기에 데었던 것이다. 손가락은 모두 물집으로 둘러싸여 불에 타는 것처럼 화끈거렸다. 손가락은 감각이 예민해서 심장을 찌르는 통증이 손가락 끝에서부터 전해졌다. 그는 숨을 계속해서 들이쉬었다.
그냥 이 정도뿐이라면 놀랄 것까지는 없었을 것이다. 그가 정말로 놀란 것은 양준의 실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