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9장. 양준의 계략
그들은 의논을 마친 뒤, 행동에 옮기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이합 경지의 제자가 갑자기 원랑을 바라보며 말했다.
“원 사형, 양준이 방금 전에 도망칠 때, 뭔가를 떨어뜨린 것 같은데 그게 뭔가요?”
원랑은 멍해졌다가 곧 웃으며 말했다.
“엽 사제, 관찰력이 좋군.”
말하면서 그는 손바닥을 펼쳐서 그 병을 보여주었다.
“아마도 단약 같아.”
“봐도 될까요?”
양준과 그 여자는 모두 몸에 가치가 엄청난 비보를 지니고 있었다. 방금 전, 약병을 떨어뜨릴 때도 양준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는데 그가 아쉬워하는 것이라면 분명 그 가치도 대단할 거라 생각했다.
이 때문에 그는 원랑이 그것을 혼자서 독차지하게 둘 수 없었다. 다들 전투에 참여했으니 당연히 모두 나눠 가져야 했다.
“당연하지!”
원랑도 그가 무슨 생각인지 알고 있었다. 그는 당연히 전리품을 독점하지 않고 약병 뚜껑을 열고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놀라움에 감탄하고 말았다.
“양성을 띠는 단약이야!”
원랑은 기뻐하며 말했다.
다른 두 혈전방 제자들도 흥분하며 말했다.
“정말인가요?”
“보면 알지.”
원랑은 말하면서 약병에서 단약을 꺼내 두 사제에게 튕겨 주었다.
“정말 양성을 띠는 단약이네요!”
기동 경지 제자는 무척 기뻐했다. 단약 몇 알을 손에 쥐니 주변의 차가운 음기가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원기를 소모하며 음기의 침입을 막을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이 단약은 산골짜기의 음기와는 완전 상극이었다.
‘어쩐지 양준이 아쉬워한다 했어.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양성을 띠는 단약이지. 그가 믿는 구석을 잃었으니 앞으로 점점 더 힘들어질 거야.’
원랑은 약병을 흔들며 말했다.
“사제들, 일단 단약을 나누긴 했지만, 이 단약에 묘한 이치가 숨어 있을 수 있으니 먹지는 말고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한기나 쫓으라고. 나는 먼저 갈게.”
그건 양준이 떨어뜨린 단약이었다. 만약 독이라도 들었으면 어찌하겠는가? 그들은 비록 죽은 혈전방 제자처럼 세심하지는 못해도 적의 것을 먹을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다.
말을 마친 원랑은 신법을 펼치며 홀연히 사라졌다.
곧이어 남은 두 사람도 단약을 품에 넣고 각자 양준이 사라진 방향으로 쫓아갔다.
*양준은 맹수처럼 몰래 한 나무 위에 숨어서 숨을 죽인 채, 사방의 기척을 경계 어린 눈빛으로 둘러보았다.
그의 상태는 매우 좋지 못했다. 풍우루의 다섯 제자와 싸울 때 이미 다친 상태였는데, 방금 전 혈전방 네 사람에게 둘러싸여 공격당하면서 부상은 더욱 심해졌다.
특히 검에 뚫린 어깨의 상처는 근골까지 다친 것이 분명했다. 때문에 왼손을 들 기운조차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핏자국을 따라 쫓아올까 봐 양준은 양액으로 모든 상처를 다 지져서 피가 흐르는 것을 막은 상태였다.
불굴지오는 그의 실력을 항상 절정에 유지하게 했지만, 그는 고작 개원 경지 4단계밖에 안 되는 무인이었다. 연이은 전투로 체력과 정신력의 소모가 커서 불굴의 의지로 버티지 않았더라면 진작 쓰러졌을 것이다.
방금 전의 위험한 전투를 떠올린 양준은 저도 모르게 냉소하였다.
그가 죽인 혈전방 제자는 이합 경지의 고수다웠다. 실력의 6~7할 정도가 봉인되었다지만 그를 상대하기 위해 무려 양액을 열 방울이나 써서 몸속의 원기를 봉인하고 치명적인 일격을 날렸다.
‘그래도 가치가 있었어!’
양액 열 방울은 모으기 매우 힘들지만, 이합 경지 고수의 목숨과 바꾸었으니 낭비는 아니었다.
이런 위기 속에서 양준은 그 어느 때보다 머리를 빨리 굴려야 했다. 만약 자신이 지게 되면 자신의 목숨뿐만 아니라 하응상까지 위험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큰일이니 양준은 전력을 다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혈전방에는 용휘와 실력이 가장 강한 사람을 제외하고 아직 세 사람이 남아 있었다. 이 세 사람의 실력은 모두 양준이 죽인 이합 경지 고수보다 못했기 때문에, 일대일로 붙는 것이 두렵지는 않았지만 세 사람이 함께 손을 잡는다면 이기기 어려웠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양준은 혈전방 세 사람의 행적과 이동 방향을 파악해야만 상대를 죽일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떠나기 전에 일부러 단약 한 병을 떨어뜨린 것이었다. 그의 가장 주요한 목적은 티가 나지 않게 단약을 떨어뜨리는 것이었고, 그다음이 이합 경지의 고수를 죽이는 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두 개의 목표를 모두 순조롭게 성공했다.
양준이 떨어뜨린 단약은 벽혈현양단(碧血玄陽丹)이었다. 그가 며칠 전에 찾은 벽혈현양화 열몇 송이를 하응상이 제련한 것이었다.
단전 안의 양액이 꽤나 충분한 데다 그때 길을 재촉하던 중이라 양준은 미처 그것들을 복용하지 못했다. 덕분에 지금 그 약들은 쓰임새가 있게 되었다.
때로 단약은 반드시 먹어야만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양준은 그들에게 단약을 품에 넣고만 있어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줄 생각이었다.
양준은 자신의 계획이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곳은 구음이 모이는 곳이라 음기가 하늘을 찔렀다. 갑자기 양성을 띠는 단약이 생기니 그 제자들이 어찌할지는 생각하지 않아도 뻔했다.
그들이 벽혈현양단을 몸에 지니고 있는 한, 양준은 양원인으로 그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주도권은 그에게 있는 것이었다!
한참 숨어 있자 양원인에서 반응이 나타났다. 양준은 깜짝 놀라며 다급히 숨을 참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가라앉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아래쪽에서 휙, 지나갔다. 양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왜 혼자지?’
또 잠깐 기다리자 부근의 멀지 않은 곳에서 또 한 사람이 다급히 지나갔다.
잠시 뒤, 세 번째 사람이 양준이 숨어 있는 나무 아래로 다가왔다. 양준이 몰래 내려다보니 그 사람은 바로 실력이 가장 떨어지는 혈전방 제자였다.
그 사람은 사방을 둘러보더니 곧 사라졌다.
‘이상하다. 왜 세 사람이 따로 움직이지?’
양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이 세 사람은 현재 양준에게 대단한 살상력을 지닌 비보가 있다고 착각하고, 누가 운이 좋게 그를 먼저 찾아서 비보를 차지할지 내기하는 중이었다. 그렇지만 이를 양준이 알 리가 없었다.
이 세 사람이 그렇게 오해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보통 개원 경지의 무인은 몸에 저장된 원기가 많지 않아 몇 차례 결투를 치르고 나면 원기가 다 사라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양준은 달랐다. 그의 경맥에 있는 원기는 다른 개원 경지의 무인보다 훨씬 많았다.
하지만 단전 안의 양액에 비했을 때, 그것은 많은 것도 아니었다. 출발하기 전, 양준의 단전 안에는 양액이 사십 방울 넘게 저장되어 있었다. 경맥 안의 원기를 다 써도 양액 한 방울로 완전히 보충할 수 있으니 무서울 게 없었다.
단전 안에 저장된 양액이 충분하고 체력과 정신력이 따라준다면 양준은 지칠 줄 모르는 전투 기계와도 같았다.
만약 이합 경지의 고수가 살아 있었더라면, 그의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상 절대 제자들이 떨어져서 움직이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떨어진다면 양준에게 하나씩 격파할 기회를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양준이 방금 전, 중상을 무릅쓰고 그를 없애버려, 원랑이 지휘하게 되면서 첫 단추를 잘 꿰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따로 움직이게 되었다.
그들은 양준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의 예상보다 훨씬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가 어찌 굴러 들어온 기회를 놓칠 수 있겠는가?
다른 두 사람이 근처에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양준은 나무 꼭대기에서 뛰어내려 실력이 가장 약한 혈전방 제자를 쫓아갔다.
그 제자는 원래 기동 경지 9단계의 실력을 가지고 있어 꽤 괜찮은 무인이었다. 하지만 지금 실력이 봉인되어 4할도 안 되는 실력밖에 발휘하지 못했다. 그는 지금 밀림에서 신경을 곤두세운 채, 양준의 흔적을 쫓고 있었다. 양준의 핏자국을 쫓아 달려왔지만 핏자국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이 산골짜기는 나무가 무성하여 한 사람을 찾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그 어떤 의심되는 점도 놓치지 않고 수시로 고개를 들어 나무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주변이 너무 어두워 수색하는 데 어려움이 더 컸다.
이대로 두 사형이 먼저 찾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들이 먼저 양준을 찾는다면 그 지급 비보는 자신의 손에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지급 비보! 그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뜨거워졌다. 만약 자신이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혈전방에서의 지위도 높아질 것이고, 이 비보로 이합 경지의 무인을 이기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촤르륵-
열심히 양준을 찾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기동 경지 제자는 흠칫 몸을 떨며 돌아서서는 호통쳤다.
“누구냐!”
동시에 사방을 훑어보며 장검을 꽉 움켜쥔 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귓가에서 수시로 ’촤라락’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다시 보니 음기를 실은 바람이 불면서 주변의 나무를 흔든 까닭이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더니!’
그는 몰래 자조했다. 이 산골짜기에는 혈전방 사람들을 제외하고 양준과 그 여자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 두 사람은 지금 자신을 보호할 힘조차 없을 텐데 어찌 이곳에 와서 죽음을 자초하겠는가?
가볍게 웃은 그는 뒤돌아선 뒤,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그가 마음을 놓자마자 정수리에서 뜨거운 느낌이 전해지며 피부가 바짝 조여졌다. 죽음의 기운이 순식간에 그를 덮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