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90화 (90/853)

제 90장. 용재천은 어디 있소?

양준의 생각이 맞았다. 능소각으로 돌아온 하응상은 양준을 만나기 부끄러울 뿐이었다.

그날 밤을 생각하면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비록 면사포를 쓰고 있었다고는 해도, 그녀는 양준 앞에 나타날 면목이 없었다.

게다가 능소각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다시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 좋게 말하면 진급한 경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였지만, 사실은 양준과 얽히고설킨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서였다.

그게 아니었다면, 그녀의 성격상 양준의 몸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는지 진작 와서 물어봤을 것이다.

*양준은 이틀 정도 수련했지만, 이틀 간의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곤룡골에서 양기를 흡수해서 양액을 만드는 건 속도가 너무 느렸다. 영과를 직접 복용하거나 양염석을 흡수하는 것보다 훨씬 속도가 더뎠다.

양준은 현재 단전에 있는 양액의 수가 적어 빨리 보충해야 했다. 아니면 그날 밤과 같은 싸움이 닥칠 경우, 밑천이 없어 싸우지도 못하는 난처한 처지가 될 것이다.

고민하던 양준은 흑풍시장에 다시 한번 가보기로 결정했다. 첫째는 양액을 만들 수 있는 물건을 사고, 둘째는 자신이 필요한 삼엽잔혼화와 절지고목초를 사려는 것이었다. 향로는 사용하지 않은 지 오래였다.

양준은 은자도 적지 않게 가지고 있었다. 더 이상 예전의 가난뱅이가 아니었다.

은자들은 모두 혈전방 제자들의 몸에서 찾아낸 것이었다. 그때는 날이 너무 어두워서 자세히 세어보지 못했는데, 돌아와서 확인해 보니 수확이 적지 않았다.

단지 몇 사람의 것만 챙겨왔는데도 이만 냥에 가까운 은자를 얻었다.

이렇게 많은 은자면 양염석을 마흔 개는 살 수 있었다. 그날 밤의 손실을 메우고도 절반이 남는 양이었다.

*양준이 흑풍시장으로 출발한 지 몇 시진이 지난 뒤, 몽무애가 살기등등하게 능소각을 나섰다.

그의 목표는 혈전방이었다.

혈전방도 이 근처에서 3대 세력 중 하나라고 하지만 몽무애가 그런 걸 두려워할 리 없었다. 자신의 제자가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이 복수는 반드시 해야 했다.

용휘는 죽었으니 괜찮았다. 하지만 그에게 아직 할아버지가 있지 않는가? 윗물이 맑지 않으면 아랫물이 흐려지는 법이다. 윗사람이 감싸주지 않으면 어찌 용휘가 그렇게 날뛰었겠는가?

그래서 몽무애는 용재천을 더욱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혈전방은 능소각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몽무애는 30분도 안 돼, 혈전방 본진에 도착했다.

*같은 시각, 혈전방 장로들이 한창 중요한 사안을 열렬하게 토론하고 있었다.

방주 호만은 단정하게 앉아 장로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이 사람은 이름 그대로, 곰같이 굵직한 몸과 호랑이같이 널찍한 어깨를 가지고 있었다.

호만의 아래쪽에 당주, 타주 등 여러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이들은 혈전방의 최근 한 달 동안 벌어진 크고 작은 사건, 수입, 지출 등을 호만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호만은 듣다가 지겨워서 손사래를 쳤다.

“그딴 사소한 일들 말고, 광산의 금제를 파하는 일은 어떻게 되었느냐?”

27~8살쯤 되어 보이는 청년이 일어서서 공손히 말했다.

“방주께 아룁니다. 할아버지 쪽은 이미 윤곽이 잡혔습니다. 다만 혈전방 고수들의 수가 너무 적습니다. 그 금제는 세월이 오래 지났지만 쉽게 깨질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저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그곳의 금제를 빨리 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방주께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이 청년은 용재천의 큰 손자이자 용휘의 친형인 용준이었다. 그는 이미 진원 경지 2단계로, 자질은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용씨 가문이 혈전방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작지 않았기 때문에, 용준은 아직 진원 경지 2단계지만 중요직을 차지하고 있었고, 혈전방의 당주이기도 했다.

“그래, 너는 여유가 있으면 광산에 가서 할아버지께 안부 전하고 수고했다고 말씀드리거라!”

“네.”

그중 한 혈전방 당주가 갑자기 의혹을 제기했다.

“그 금제 속에 어떤 묘리가 숨겨져 있기에 땅밑 수십 장 안에 파묻혀 있을까요?”

“우리 미아 아가씨가 관찰력이 뛰어난 덕분이지. 아가씨가 광산 아래에 다른 이상이 있는 것 같다고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 속에 뭐가 있는지도 몰랐을걸.”

“맞소. 미아 아가씨는 나이는 어리지만 관찰력이 예사롭지 않소. 그걸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모르겠군.”

사람들이 호미아를 칭찬하는 말에는 아부가 섞여 있었지만, 호만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딸인 호미아가 언젠가 시집을 가야 한다는 생각에 또 한 번 탄식을 했다.

이것은 호만의 유일한 마음의 짐이었다. 아들이 없으니 가업을 이을 사람이 없었다.

사람들은 호미아의 뛰어난 안목을 칭찬하며 호교아도 추켜세웠다.

사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광산은 이미 몇 년 전에 발견되었고, 혈전방에서는 광산에서 채굴해 낸 양염석과 음원석을 이용해서 많은 돈을 벌고 있었다. 요 몇 년 동안 혈전방이 빨리 발전한 원인은 모두 광산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 광산 아래 수십 장 밑에 신비롭고 오묘한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몰랐다.

두 달 전 어느 날, 호만의 막내딸 호미아가 갑자기 돌아와 이 사실을 알렸을 때 그는 그 얘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호미아가 매달리며 반드시 사람을 보내 알아보라고 하자, 그는 마지못해 그 방향으로 파헤쳐 보라고 시켰다.

호미아는 이 일을 용씨 가문 사람들에게 알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호만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저 막내딸의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방법으로 자신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줄 알았다. 게다가 광산은 용재천이 맡아서 하는 일이라서 속일 수도 없었다.

열댓 명의 혈전방 제자들이 열흘 동안 열심히 파헤쳐 보니 그 위치가 과연 심상치 않았다. 그곳에는 뜻밖에도 금제가 가득했다. 제자들은 그것을 발견하자마자 보고했다.

호만은 소식을 듣고 급히 내려가 보았지만 그 금제들을 알아볼 수도, 추측할 수도 없었다.

혈전방에서 용재천은 나이가 가장 많고 식견이 제일 넓었다. 게다가 그도 이 일을 알게 되었으니 호만은 그에게 책임지고 이 금제들을 풀라고 했다. 이 금제로 가둔 내부에 도대체 뭐가 숨어 있는지 보고 싶었다.

금제가 감추고 있는 내부에는 반드시 커다란 비밀이 있을 것이다. 혈전방이 그 비밀을 얻게 된다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다.

다만, 호만은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었다.

당시 호미아는 여러 번 엄숙하게 비밀을 지킬 것을 신신당부했는데, 자신이 이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은 탓에 장로들이 전부 이 사실을 알게 됐다.

그날, 광산에서 돌아온 호만은 얼른 호미아를 찾아가 광산의 비밀을 어떻게 알았는지 물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는 호미아와 이 일 때문에 한바탕 싸웠다. 그리고 싸우는 도중에 호미아가 고수의 가르침을 받았는데, 그 사람이 호미아에게 광산 아래에 오묘한 비밀이 있다고 알려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고수가 호미아에게 비밀을 알려주며 용씨 가문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으나, 호만의 부주의로 딸이 고수의 부탁을 저버리게 된 것이다.

“딸아, 어떤 고수였느냐?”

호만은 그 고수에 대해 갑자기 존경하는 마음이 들었다. 한눈에 수십 장 아래에 있는 비밀을 알아보다니. 필시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어떤 고수였냐고요?”

호미아의 뇌리에 양준의 모습이 떠오르자 그녀의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그녀는 아버지를 흘겨보며 말했다.

“안 알려줘요!”

그녀의 모습에 호만은 깜짝 놀랐다.

‘설마 딸아이가 그 고수에게 마음을 품었나?’

요리조리 돌려서 물어본 호만은 더 깜짝 놀랐다.

그 고수가 아직 나이가 어린 젊은이라는 것이다. 그런 인물이 신분이 낮을 수가 있겠는가?

“딸아, 너 설마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냐?”

호만은 딸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딸은 언젠가 시집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누구에게 시집을 보내야 할지가 더 중요한 문제였다. 만약 8대 가문에 시집을 간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없었다. 혈전방도 높은 가지에 올라 봉황이 될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안목이 탁월한 젊은이도 괜찮은 선택인 것 같았다.

“좋아하면 뭐해요?”

호미아가 시무룩해져서는 탄식했다.

“좋아하면 다가가야지. 우리 딸이 이렇게 예쁜데 설마 그자가 안 좋아하겠느냐?”

호만은 열심히 부추겼다.

“맞다, 설마 그 자가 이미 첩실이 있는 게냐? 괜찮아. 사내가 처첩을 여럿 두는 거야 다 있는 일이지.”

호미아가 홱 돌아서며 아버지를 노려봤다.

“아버지 때문에 제가 지금 그 사람의 부탁을 저버린 거잖아요. 무슨 낯으로 그 사람을 다시 만나요? 흥!”

호만은 그 말에 어색하게 웃었다.

‘네가 그때 한 말이 진짜인 줄 어떻게 알았겠느냐? 만약 알았다면, 그 비밀을 공유하지도 않았을 거다.’

호만은 양준을 완벽하게 오해했다. 만약 그가 상상하는 출신이 비범한 고수가 능소각의 예비 제자일 뿐이란 것을 알게 된다면 그는 호미아를 떼어 놓으려고 안간힘을 썼을 것이다.

다시 생각을 거둬들이며 호만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까?’

작은 딸은 며칠 동안 쭉 폐관 수련을 했다. 예전처럼 밖으로 나가는 걸 좋아하지도 않았다.

‘실력은 많이 늘었다만 나가서 그 젊은이를 만나지 않으면 어떻게 시집을 가겠어?’

아래에서는 당주와 타주들이 계속 입에 발린 소리만 늘어놓았다.

호만은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다가 순간 행동을 멈추었다. 그는 이내 고개를 들고 문밖을 바라보더니 표정이 어두워졌다.

곧이어, 자리에 있던 당주와 타주들도 입을 다물고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알 수 없는 힘이 하늘에서 내려오며 엄청난 압력이 느껴져 사람들이 흠칫했다.

고수가 혈전방에 왔다!

의사대청(议事大堂)의 모든 이는 그 사람의 기운을 감지했다.

그리고 곧 노쇠한 목소리가 들렸다.

“용재천은 어디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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