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93화 (93/853)

제 93장. 광산이 무너지다

“고수들의 대결은 역시 다르군. 오늘을 놓치면 언제 또 볼지 모르니 우리도 가봅시다.”

풍우루의 한 제자가 상기된 표정으로 사형, 사제에게 설명했다.

“그냥 가지 말자. 만약 엮이기라도 하면 무사하지 못할 거야.”

“멀리서 구경만 하자. 모두 고수들인데 설마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하겠어?”

몇 마디 말을 하는 사이에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뛰어갔다.

양준의 안색이 변했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었지만 몽 주인이 이렇게 크게 일을 벌일 줄은 몰랐다. 이 전투는 주변의 세 문파는 물론, 다른 사람들도 끌어들일 게 분명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양준도 인파를 따라 질주했다.

그는 이 싸움의 최종 결과가 어떠한지 궁금했다. 몽 주인이 이겼는지, 패했는지 알고 싶었다.

*흑풍시장에서 소동이 벌어지는 동안에도 혈전방의 광산에서는 정신없는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다.

몽무애는 용준을 들고 여기까지 날아온 이후, 바로 용재천을 찾아갔다. 용재천이 어찌 된 일인지 상황 파악을 하기도 전에 몽무애의 공격이 날아와 어안이 벙벙했다.

용재천은 너무 억울했다. 그는 몽무애를 알지 못했다. 상대방이 누구 하나 죽자는 태세로 달려드니 그도 화가 났다. 용재천은 나이도 있고 혈전방의 부방주라는 지위도 있었다. 그러니 언제 이런 억울함을 당해 보았겠는가? 그도 속에서부터 화가 치밀어 올라 전력을 다해 몽무애와 싸웠다.

몇 번의 접전 후, 용재천은 몽무애에게 맞아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몽무애가 그대로 목숨을 취하려던 찰나, 호만 쪽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끼어들었다.

호만은 용재천이 억압당하는 모습을 보자 속으로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그는 혈전방의 삼조 원로였다. 몽무애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용재천에게 굴욕을 주는데 혈전방 사람들이 어떻게 가만히 있겠는가?

호만이 나서지 않아도 다른 혈전방 고수가 나서서 구할 것이다. 그러니 호만은 어쩔 수 없이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어느덧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원래 일 대 일 겨루기였던 싸움이 순식간에 집단 싸움으로 변질되었다. 몽무애 혼자 천 명의 사람들을 대적했다. 그는 혈전방의 10대 신유 경지의 고수들을 상대하면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몽무애는 전투 중에 모욕을 주는 일에 능했다. 그가 내뱉는 말들은 악독하기 그지없었다. 실력으로 용재천을 압도적으로 누를 뿐만 아니라, 언어로 상대방을 모욕했다.

용재천의 얼굴은 화를 참느라고 보라색이 되었다. 욕설로 맞받아치고 싶었지만, 그는 체면을 내려놓기 힘들었다. 그래서 그저 공격만 할 뿐이었다. 용재천은 싸우며 얼마나 많은 피를 토했는지 매우 처량해 보였다. 예전의 기세등등하던 혈전방 부방주의 위엄을 찾기 힘들었다.

또 한 번의 겨루기에서 몽무애는 공중으로 물러났고, 혈전방의 고수들은 땅에 섰다. 쌍방은 잠깐 휴전의 시간을 가졌다.

“감히 묻습니다. 어디에서 오신 귀한 분이십니까? 제가 어떤 자리에서 미움을 샀길래 이렇듯 저를 괴롭히는 겁니까?”

용재천은 너무 억울했다. 자신이 상대방에게 미움을 산 근거가 있다면 복수하러 와도 당연했다. 하지만 그는 몽무애를 본 적이 없었다. 상대방도 오자마자 공격을 날리고 욕설을 퍼부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용재천은 아직 어안이 벙벙하고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반드시 원인을 물어야 했다. 무인이 싸우다 죽을 수는 있어도 이대로 모욕만 당할 수는 없었다. 이건 오해였다. 오늘 이 전장에서 죽는다고 해도 도리를 밝혀야 했다.

“흥.”

몽무애는 오만하게 공중에서 콧방귀를 뀌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너는 나를 건드린 적도 없고, 내 미움을 산 적도 없다.”

용재천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손가락으로 몽무애를 가리키며 한참이나 말을 잇지 못하더니 겨우 입을 열었다.

“당신…….”

한 단어만 내뱉었을 뿐인데 용재천은 피를 토했다. 목구멍에서 켁켁 소리가 나고 시선은 모진 빛을 뿜었다.

‘건드린 적도 없고 미움을 산 적도 없다면서 왜 여기까지 쫓아와 나를 욕하고 때리는 거지?’

이미 몸의 절반은 흙 속에 들어간 나이인데 이런 억울함을 당했다.

“억울하냐? 나를 죽이고 싶지만 실력이 안 되지?”

몽무애는 차갑게 웃었다. 그는 용재천의 체면을 전혀 봐주지 않았다.

용재천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내뱉었다.

“네 가족들 모두를 죽여버릴 것이다!”

몽무애는 입을 열자마자 또 욕설을 퍼부었다.

“너도 억울한데 반항할 힘이 없는 느낌을 알겠지? 네가 지금 받은 대우가 애지중지하는 나의 제자가 그날 밤 겪었던 일이다!”

“당신 제자라니?”

용재천은 겨우 입을 열었다.

몽무애의 두 눈에 다시 살기가 떠오르며 말했다.

“너희 용씨 가문의 자손이 감히 내 제자를 건드렸다!”

“무슨 일인지 제대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용재천이 다시 한번 물었다. 그는 몽무애의 모습을 보고 그가 정말로 원한이 있어서 찾아온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제대로 말해 달라고? 허허.”

몽무애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럴 필요 없다. 지옥에 가면 직접 손자 용휘에게 물어보거라. 이 며칠 동안 그가 대체 어떤 짓을 벌였는지 말이다.”

“용휘는 어찌 됐다는 말입니까?”

용재천의 안색이 급격히 변했다.

“네 생각에는 어떻게 되었을 것 같으냐?”

몽무애가 차갑게 웃었다.

“할아버지, 저도 거의 한 달 동안 용휘를 보지 못했어요. 지난번에 문 당주와 함께 볼일 보러 나간다고 한 후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았어요.”

용준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용재천은 순간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용준과 몽무애의 말을 들어보니 용휘는 죽었을 가능성이 컸다.

몽무애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는 용휘의 버릇을 잘 알고 있었다. 이 고수가 제자를 위해 복수를 한다고 하니 그 제자는 아름다운 여인임이 틀림없었다.

용재천은 바로 사건의 내막을 알아챘다. 그는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가슴이 아픈 건 작은 손자가 그렇게 죽었다는 것이고, 화가 나는 건 이놈이 주제 파악을 못하고 이 정도로 실력이 높은 고수의 제자를 감히 건드렸다는 것이었다.

“오늘 온 것은 네 목숨을 앗아가기 위해서다. 네가 건드려서는 안 될 사람들이 있다는 걸 가르쳐 주겠다.”

할 말을 다 한 몽무애는 심호흡을 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었다.

몽무애가 손을 높이 들자 온 천지의 색이 바뀌는 것 같았다.

혈전방 사람들은 놀라서 모두 용재천의 곁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긴장한 얼굴로 몽무애의 행동을 주시했다.

그 손은 빠른 속도로 내리 꽂히더니 정확히 용재천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죽어라.”

거대한 손바닥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그 손바닥에는 천지의 위엄이 있었고 거부할 수 없는 힘이 실려 있었다. 그 소리는 하늘을 진동하고 땅을 뒤흔들었다.

혈전방의 모든 고수는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공격을 펼치며 동시에 달려들었다. 원기가 부딪히며 모래와 돌이 날아다녔다.

몽무애의 손바닥 한 방이면 열 명을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두려워할 것이 없었다. 그 순간, 몽 주인은 그 누구보다도 듬직해 보였다.

콰앙-

거대한 손바닥이 혈전방 사람들의 머리 위를 덮쳤다. 사람들은 그 공격을 함께 막아냈다.

하지만 완전히 막아내지 못하고, 그저 거대한 손바닥이 떨어지는 속도를 지연시키고 위력을 감소시킬 뿐이었다.

혈전방 신유 경지의 고수 열 명은 거의 동시에 몸이 낮아지더니 어느새 바닥에 꿇어앉은 채 끊임없이 원기를 밀어내고 있었다.

쩌억-

지면에 미세한 틈이 생겼다.

이곳은 혈전방의 광산이었다. 광산 아래에도 여러 통로가 있었다. 하지만 원기끼리 한바탕 충돌하자 광산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화르륵-

사방 백 장 정도 되는 거리의 바닥이 아래로 꺼졌다. 혈전방 고수들은 순식간에 사방팔방으로 도망쳤다.

거대한 손바닥이 마침내 엄청난 위력으로 대지에 손도장을 찍었다.

용재천은 죽지 않았다. 그는 혈전방 고수들의 도움으로 살아남았으나 피를 토하고 얼굴이 창백했다. 오늘의 싸움은 그에게 커다란 충격을 가져왔다. 또 늙어서 쇠약해진 그는 몽무애의 한 방으로 목숨을 잃지는 않았지만, 실력이 훨씬 떨어졌다.

다른 혈전방 고수들도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들은 몽무애의 실력이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게 어떻게 신유 경지야? 어떻게 이렇게 강해?’

차가운 눈을 내리깔고 몽무애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가 다시 일격을 가하려고 하는 순간, 아래에서 가슴 떨리는 원기 파동이 울렸다.

몽무애처럼 강한 사람도 이 원기의 파동을 느낄 때 안색이 변했다. 그는 화들짝 놀라서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곧이어, 붉은빛이 땅속에서 솟구쳐 나와 하늘거렸다. 그것은 무려 몸의 길이가 백 장이나 되는 화룡이었다. 그리고 화룡 뒤에서 파란 그림자가 두 날개를 펼치며 날아올랐다. 똑같이 길이가 백 장이나 되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얼음 봉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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