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94화 (94/853)

제 94장. 전승동천

“수혼(獸魂)?”

몽무애는 눈이 튀어나와 그 거대한 그림자 두 개를 주시했다.

실력이 뛰어난 요수는 육신이 사라져도 영혼은 천지 간에 존재했다. 또 적절한 시기에 부활하여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용봉(龙凤)은 바로 요수 중의 왕으로 당연히 혼령이 소멸하지 않을 수 있었다.

몽무애는 견문이 넓어 두 방대한 그림자를 처음 봤을 때 용봉의 수혼인 줄 알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두 그림자에서 혼령의 흔적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커다란 두 그림자는 뜻밖에도 순수하게 천지의 힘이 모여 만들어진 형상이었다.

“여기에 기괴한 것이 있어요.”

몽무애는 바로 경계심을 가지고 고개를 숙여 아래쪽을 쳐다봤다. 아래는 바닥이 수십 장 정도 움푹 패어 있었고, 더 깊은 곳에는 현묘한 금제의 파동이 느껴졌다. 다만 그 금제는 이미 파괴되어 있었다.

알고 보니 몽무애가 혈전방의 많은 고수들과 벌인 싸움의 여파로 금제가 풀린 것이다.

그것은 정말 우연히 일어난 일이었다. 몽무애는 생각에 잠긴 듯 혈전방 사람들을 힐끔 쳐다봤다. 그는 그들도 멍하니 제자리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모든 사람의 눈에는 충격과 어리둥절함이 가득했다.

‘저자들도 이곳의 비밀을 몰랐나?’

몽무애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들도 이제까지 금제를 풀지 못해 어떤 것이 봉인되어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 상황을 보니 계속해서 금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여, 지금이 마지막 관문이었던 듯했다. 그렇지 않으면 전투의 여파로 봉인이 완전히 풀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몽무애가 한창 고민하고 있을 때, 하늘에 두 개의 거대한 그림자가 뒤엉켜 나타났다.

무려 백 장에 달하는 몸은 타는 듯한 붉은색과 차가운 하늘색이 어우러져 있었다. 천지에는 영롱한 빛이 가득했고, 견줄 수 없는 뜨거운 힘과 차가운 힘이 밀려나왔다.

“물러나라.”

호만은 노하여 호통쳤다. 그는 혈전방 사람들을 데리고 급히 뒤로 물러났다.

몽무애도 살짝 물러났다. 그도 이런 힘에게 공격당하자 견디기 힘들었다.

용이 울부짖는 듯 귀가 진동할 정도로 큰소리가 났고, 봉황이 우는 듯 높고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용과 봉황이 하늘에서 빙빙 돌며, 상서로운 조짐을 나타냈다.

반나절이 지나자 용과 봉황은 일제히 뛰쳐나온 곳으로 다시 되돌아갔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듯한 진동이 느껴졌다. 조금 전보다 더 거센 원기 파동이 전해지며 혈전방 광산 주변은 대낮처럼 밝은 빛으로 뒤덮였다.

잠시 뒤, 빛이 점점 사라지고 원기 파동도 점차 잔잔해졌다. 마치 천지가 순식간에 고요해지는 것 같았다.

몽무애는 공중에 서서 아래를 훑어보고는, 순간 눈이 툭 튀어나오며 소리쳤다.

“전승동천(傳承洞天)!?”

말을 하고 있는 사이, 몽무애는 참지 못하고 땅으로 내려왔다. 무슨 상황인지 자세히 보려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전승동천이었다.

아래쪽 광산은 이미 폐허가 되어 거대한 구덩이만 남아 있었고, 안쪽은 빛의 장막이 가리고 있어 상황을 알 수 없었다.

장막 위에는 미묘한 글자와 도안들이 쉴 새 없이 떠돌아다녔다. 그것은 마치 물고기가 헤엄치듯이 장막 위를 떠다니고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이런 곳에서 어떻게 전승동천이 생겨날 수 있지?’

몽무애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눈앞에 벌어진 상황은 진짜였다.

전승동천은 실력이 높은 고수가 죽기 전, 후대를 위해 남겨 놓은 신기하고 현묘한 공간이었다.

그 공간에는 고수가 평생 배운 것들이 숨겨져 있었다.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그야말로 큰 행운이었다. 그리고 전승동천에는 고수가 생전에 가지고 있던 물건들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예를 들면 단약이나 보물 같은 것들 말이다.

‘전승동천을 제련해 놓을 수 있는 강자는 얼마나 강할까?’

이는 신의 경지를 넘어 사물의 현묘한 이치를 깨달은 사람이나 가능한 것이었다.

신유 경지의 무인은 그 강자 앞에서 개미나 다름없었다.

전승동천은 나라와 대적할 수 있는 보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누군가 그 속에서 고수의 전승을 얻을 수 있다면 살아 있는 이상, 고수의 수준까지 연마할 수 있었다.

전승동천의 주인은 생전에도 절대 작은 역할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몽무애는 흥분했다. 이곳에 전승동천이 생긴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몽무애가 흥분하자 혈전방 무리들은 더욱 흥분했다.

땅속에 수십 장이나 파묻혀 있던 금제가 뜻밖에 풀렸으니 대단한 희소식이었다. 게다가 호만 무리도 이것이 전설 속의 전승동천임을 바로 알아봤다. 그 안에는 보물이 풍부했고 현묘한 무공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사람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곧이어 호만 무리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조금 전 그렇게 큰 기척을 냈으니 주변의 다른 두 문파도 눈치챘을 것이다. 혈전방에서 혼자 차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곳은 혈전방의 광산이었고, 금제도 혈전방에서 발견하여 푼 것이었다. 하지만 입구가 너무 커서 다른 사람이 들어가려고 하면 그들이 막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못 들어가게 막을 경우, 두 문파의 노여움을 사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그렇게 된다면 풍우루와 능소각에서는 분명 연합하여 혈전방을 제거하고, 이곳의 보물들을 차지하려 들 것이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호만은 손을 내저었다.

“우리가 먼저 들어가야 한다.”

호만은 다른 두 문파의 고수들이 전승동천 안의 보물을 빼앗으려 할까 봐 두려웠다. 그는 직접 사람들을 이끌고 먼저 목적을 달성하려고 했다. 그러면 나중에 그들이 온다 해도 보잘것없는 이익만 내어줄 수 있었다.

호만의 명령에 따라 혈전방의 신유 경지 고수 열 명은 모두 열광적으로 전승동천의 입구를 향해 돌진했다. 그들은 돌진하면서 몽무애가 공격하여 막을까 봐 경계하며 바라봤다.

몽무애는 냉소를 지을 뿐, 가만히 제자리에서 보고 있었다.

신유 경지의 고수들은 거대한 구덩이 앞에 멈춰 선 채, 현묘하고 심오한 장막을 내려다봤다. 그들은 모두 주저없이 그곳으로 뛰어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몽무애의 얼굴에는 조롱의 빛이 어렸다.

호만 무리들이 흥분을 머금고 전승동천으로 돌진할 즈음, 그들의 앞을 막고 있던 장막이 그들을 다시 밖으로 날려보냈다.

열 명은 마치 고무공에 튕긴 듯이 멀리 날아갔다. 그들은 공중에서 몇 바퀴 돌더니 서로를 쳐다봤다.

“어떻게 된 거야?”

호만은 중얼거리더니 믿지 못하고 다시 아래로 돌진했다. 그러나 그가 장막에 접촉하자 방금 전과 같이 다시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호만은 그제야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몽무애를 힐끔 쳐다봤다. 그는 몽무애가 차분하고 느긋하게 서 있는 것을 보고 뭔가 깨달았다.

‘분명 뭔가를 발견했기 때문에 나서서 막지 않았던 것이구나.’

“선배님, 아래에 전승동천이 있나요?”

몽무애는 콧방귀를 뀌더니 눈을 흘기며 호만을 상대하지 않았다. 몽무애는 전승동천의 등장으로 더 이상 용재천을 괴롭힐 흥이 나지 않았다. 어차피 용재천의 목숨이 절반이나 날아갔고, 몽무애도 많은 손해를 입었다. 더 싸우다가는 양쪽이 함께 망하는 꼴이 될 것이다.

호만이 난처하여 눈살을 찌푸리고 있을 때, 멀리서 옷소매가 펄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혈전방의 고수들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빨리 왔네요.”

잠시 후 능소각의 다섯 장로가 위석동의 인솔 하에 광산에 나타났다. 조금 더 지나자 풍우루의 신유 경지 고수들도 루주 소약한을 따라 그곳에 나타났다.

쌍방이 모두 도착하자 사람들은 깜짝 놀라 아래에 있는 전승동천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탐욕과 기쁨으로 가득했다.

호만이 노기등등하여 말했다.

“여기는 혈전방 광산이 있는 곳입니다. 허락도 없이 들어오는 것은 경우가 아니지 않습니까?”

점잖은 선비처럼 보이는 소약한이 그 말을 듣고 웃었다.

“호 방주, 섭섭하게 말씀하시네요. 혈전방과 풍우루는 수백 년 동안 인접해 있으니 오랜 이웃이라고 할 수 있죠. 지금 이곳에 큰일이 생겼으니 풍우루에서도 당연히 더 알아봐야죠. 혈전방에서 도움이 필요하면 저는 거절하지 않을 거예요! 능소각에서 오신 분들도 같은 생각일 거라고 믿어요. 위 장로, 당신은 어떻게 보시나요?”

그 말은 능소각과 연합하여 혈전방을 압박하겠다는 뜻이었다. 호만이 어떻게 알아듣지 못하겠는가?

호만은 어두운 얼굴로 코웃음을 쳤다.

위석동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 루주의 말이 맞아요. 호 방주, 저곳은 아마 그 전설의 전승동천인 듯하군요. 안에 보물이 가득하겠지만, 그와 더불어 여러 가지 위험도 숨어 있을 거에요. 혈전방은 힘이 약해 혼자 뛰어드는 건 좀 무리일 것 같네요. 차라리 우리 세 문파가 연합하여 찾는 건 어떻겠습니까?”

호만이 격노했다.

“누구 마음대로? 여기는 우리 혈전방의 광산입니다. 금제도 혈전방의 고수들이 푼 것이고요. 당신들은 한 것도 없는데 어찌 들어갈 자격이 있다고 끼어드는 것이오?”

몽무애는 위에서 냉랭하게 말했다.

“금제는 내가 푼 것이지.”

호만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몽무애를 힐끔 쳐다봤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

소약한이 웃으며 말했다.

“호 방주, 잘 상의해 봅시다.”

한 무리의 고수들이 말싸움을 하고 있을 때, 세 문파의 제자들이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그들 모두 좀 전에 하늘 위에서 용과 봉황이 뒤섞이는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양준도 그 인파 속에 섞여 있었다. 그도 흥분한 상태였지만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용과 봉황이 나타나는 기세가 너무나 대단했다. 만약 그것이 정말 보물이라도 나올 징조라면 피비린내가 진동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양준은 일단 심상치 않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바로 꼬리를 내빼자고 다짐했다. 그의 지금 실력으로는 격렬한 전투에 참여할 자격이 없었다.

그러나 인파를 따라 혈전방 광산으로 달려갈 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위기는 없었다.

그곳에 있는 세 문파의 제자들은 이미 수천 명에 육박했다. 그들은 떼를 지어 움직이며 마치 거대한 시장처럼 매우 시끌벅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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