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5장. 전승동천의 금제
사람들은 의견이 분분했고 더없이 소란스러웠다. 하지만 그들은 세 문파의 고수들에 의해 백 장 밖에서 제지당해 들어오지 못하고 혈전방 광산의 중심부를 크게 에워쌌다.
양준은 눈을 크게 뜨고 안을 들여다봤다. 능소각의 다섯 장로들이 한 무리의 사람들과 무언가 토론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언쟁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얼굴을 붉히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그중 건장한 사내가 특히 흥분하여 침을 마구 튀겼다. 그 옆에 선비 같은 중년의 사내는 좋은 말로 달래고 있었다.
옆에서 의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곰같이 생긴 사내가 바로 혈전방의 방주 호만이야. 선비 같은 사람이 풍우루의 루주 소약한이고.”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왜 세 문파의 고수들이 전부 모인 거지?”
“내가 일찍 와서 들은 바로는 이곳에서 전승동천을 발견했대.”
“전승동천이 뭐야?”
듣는 이는 보고 들은 것이 적은 듯했다.
양준도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는 얼른 귀를 쫑긋 세우고 자세하게 들었다. 주변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말을 꺼낸 제자는 미소를 짓더니 전승동천의 각종 좋은 점들을 흥미진진하게 설명했다.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피가 끓어오르며 감정이 격해졌다. 그들은 지금 당장이라도 전승동천으로 뛰어들어 고수가 전해주는 계승을 받고 싶었다.
‘역시 그랬군!’
양준은 순간 두 달 전 그곳에서 느꼈던 심상치 않은 기운이 생각났다. 당시 그는 지하에 양기를 띤 보물이 매장되어 있을 거라고 추측하여 호미아에게 알려줬었다.
그런데 지하에 매장되어 있는 것이 전승동천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당시 양준은 양성의 힘이 무언가에 의해 가려져 있다고 느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곳의 금제였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 전승동천을 발견하게 된 것은 양준과 크게 관계가 있었다. 그가 무심코 호미아에게 알려준 정보로 인해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양준은 세 문파의 고수들이 전승동천을 어떻게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어느 쪽도 절대 이익을 혼자 가질 수 없었다. 한쪽이 그렇게 하고 싶어 한다 해도 나머지 두 문파가 절대 그렇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
혈전방이 바로 혼자 이익을 차지하고 싶어 하는 쪽이었다.
그럼 나머지 가능성은 혈전방과 타협하여 세 문파가 공동으로 그곳의 비밀을 찾는 것이었다. 다만 혈전방은 분명 먼저 이득을 봐야 했다. 어찌됐든 최초의 발견한 것이 혈전방이니 우선으로 좋은 것을 차지해야 형평에 맞았다.
양준이 열심히 고민하고 있을 때, 세 문파의 고수들은 협의에 도달한 듯 각자 실력이 높은 제자들을 불러냈다. 그들은 제자들이 전승동천에 먼저 들어가 상황을 알아보게 했다.
능소각에서는 소안, 혈전방에서는 용준, 풍우루에서는 방자기가 나섰다.
세 사람은 거대한 구덩이 곁으로 가더니 일제히 뛰어내렸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이 시작됐다.
반나절이 지나자 소안이 제일 먼저 돌아왔다. 그녀는 거대한 구덩이 옆의 어딘가에서 불쑥 나타났다. 그녀는 세 문파 고수들에게 다가가 발견한 것들을 보고했다.
시간이 좀 더 지나자 용준과 방자기도 돌아왔다.
세 사람의 보고를 다 듣고 나서 세 문파의 고수들은 다시 급하게 상의했다. 그제야 그들은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세 방향으로 흩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 문파의 고수들이 문하 제자들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양준과 능소각 제자들은 다섯 장로에게 다가갔다. 세 문파는 각자 뭉쳐 서로 간섭하지 않았다.
“양 사형!”
양준이 잠자코 위석동이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소무영이 이운천 일행을 데리고 양준 곁으로 걸어왔다.
“너희들도 왔어?”
양준이 빙그레 웃었다.
소무영이 웃으며 대답했다.
“이렇게 큰일이 났는데 우리들도 구경하러 와야죠.”
이운천이 물었다.
“사형은 며칠 전에 어디 갔었어요? 한동안 안 보이던데.”
양준이 해명했다.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갔다 왔어. 대신 오두막을 청소해 줘서 고마워.”
이운천 일행은 놀라워했다.
“저희들은 바닥만 청소했지, 오두막을 청소하진 않았어요!”
“얘네들은 게을러서 매일 이불도 안 개는데, 어떻게 오두막을 청소했겠어요?”
소무영이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이 청소한 게 아니었어?”
양준은 깜짝 놀랐다.
‘그럼 내 오두막은 왜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던 거지?’
“조용! 다 조용하거라!”
위석동은 갑자기 정색을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곳에 모여 있던 이천 명에 가까운 능소각 제자들은 이내 조용해졌다. 그들은 모두 기대에 찬 눈빛으로 위석동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대장로가 말하려는 일이 분명 전승동천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위석동은 목을 가다듬더니 주위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이곳에서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고 있을 거다. 또 어떤 기회인지도 알고 있을 테고. 전승동천은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온 것이다. 내가 본 적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대한 왕조 전체에 천 년 동안 한 번도 생긴 적이 없었다. 우리들도 전승동천을 만들어낸 강자가 도대체 어떤 대단한 경지를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다만… 이것은 엄청난 보물일 것이다! 안에는 영묘한 단약들과 각종 비급, 그리고 천재지보도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전승동천을 만든 고수의 전승이 있다는 거다!”
제자들은 떠들썩해졌다. 그들은 시선이 불타오르며 호흡도 가빠지기 시작했다.
위석동이 계속해서 말했다.
“이와 동시에 수많은 숨겨진 금제와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 말은 마치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많은 사람들의 고조된 기분을 순식간에 가라앉혔다.
“좋은 건 공짜로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위석동은 코웃음을 쳤다.
“그 안에 들어가려면 우선 목숨을 잃을 각오부터 해야 한다. 너희들에게 묻겠다. 그래도 들어갈 것이냐?”
장내는 조용해졌다. 위석동은 제자들을 훑어보다가 양준에게로 향했을 때 동공이 움찔하더니 이내 다시 다른 제자들을 훑어봤다.
잠시 후 누군가 말했다.
“대장로님, 이런 기회를 놓치면 아깝지 않겠습니까? 위험하다고 해도 제가 한 번 죽음을 무릅쓰고 부딪쳐 보겠습니다!”
“맞아요! 평생에 한 번 나타날까 말까 한 일인데 어찌 놓치겠어요?”
“우리는 들어가겠습니다!”
능소각의 제자들은 전승동천의 유혹에 금제와 위험은 생각하지 않았다.
“좋다!”
위석동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능소각의 제자는 원래 위험에 직면해도 두려워하지 않고 혈기가 솟구치지. 이런 각오를 들으니 위로가 되는군. 그럼 전승동천에 들어갈 제자들을 뽑겠다. 서른이 넘은 사람들은 앞으로 나오거라!”
한 무리의 능소각 제자들이 걸어 나오자, 그 수는 모여 있는 전체의 4할이나 되었다.
위석동은 아쉬운 듯 제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들은 전승동천에 들어갈 수 없다. 서른 살 이상의 제자와 신유 경지 이상의 무인은 전승동천에 들어갈 수 없다.”
“어떻게 그럴 수가!”
제자들은 갑자기 울적해졌다.
“시끄럽게 굴지 말거라. 전승동천은 고수가 남긴 것이다. 금제도 그가 정한 것이니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장로 소무현은 호통을 쳤다. 비록 그는 대장로와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이 일은 능소각의 이익, 더욱이 미래까지 관련돼 있는 만큼, 당연히 지금 초를 칠 리 없었다.
위석동이 또 소리쳤다.
“개원 경지 이하의 제자들은 앞으로.”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걸어 나갔다.
“너희들은 들어갈 자격이 있다. 하지만… 들어가지 말거라!”
위석동은 그 제자들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안에는 위기가 가득할 것이다. 너희들은 실력이 너무 낮아 들어가면 죽으러 가는 것과 같다.”
그들은 자신의 능력을 정확히 알고 있어, 이 말을 듣자 더 이상 불평할 수 없었다.
두 가지 조건의 사람들을 골라내도 삼사백 명 정도가 남았다.
위석동은 나머지 제자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너희들 중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지금이라도 빠져도 된다. 문파는 전승동천에 들어가도록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은 스스로 결정하고, 남의 탓을 해서는 안 된다!”
아무도 빠지는 사람이 없었다. 전승동천의 유혹 앞에서 누가 마음이 움직이지 않겠는가?
위석동은 한참을 기다린 뒤에야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이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면 주의사항을 한 가지 더 알려주겠다.”
그들은 먼저 소안과 다른 두 제자를 들여보내 안에 상황을 알아봤다. 비록 그들이 많은 것을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알아낸 사실들은 세 문파의 제자들이 들어가서 헤매지 않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전승동천의 입구는 하나지만 들어가면 사람마다 떨어지는 위치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안에는 천지의 기운이 충분하여 수련하기에 좋았고, 전승동천에는 특별한 출구가 있었다. 만약 이상한 점을 발견하면 제자들은 그 출구를 통해 전승동천에서 나올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위석동이 말했다.
“그곳은 혈전방에서 먼저 발견했기에 그들이 먼저 오십여 명을 들여보낼 것이다. 반나절이 지나야 능소각과 풍우루의 제자들이 들어갈 수 있다. 너희들에게 말하고 싶은 건 안에 있는 금제의 함정을 조심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다른 두 문파의 제자들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보물을 찾아도 누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 말을 듣자 사람들은 머릿속에 사람을 죽이며 보물을 빼앗는 광경이 떠올랐다.
“안에서 능소각의 제자를 마주치면 서로 도우며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 알아들었느냐?”
“네!”
제자들이 대답했다.
“일단 흩어져 각자 준비하도록 하거라. 혈전방 쪽에서 먼저 움직이게 되면 너희들을 다시 부르겠다.”
위석동은 말을 마치고 가볍게 손을 저었다.
삼사백 명 정도의 제자들이 서둘러 흩어져서 적당한 곳을 찾아 가부좌를 하고 체력을 회복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