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6장. 드디어 진입하다
이운천은 울상을 지으며 다가왔다. 그는 부러운 표정으로 소무영과 양준을 바라봤다.
“소 공자, 양 사형, 저는 들어갈 수 없어요.”
이운천의 실력은 육체 경지 9단계라 아직 개원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소무영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평소에 열심히 수련하라고 했잖아. 양 사형 좀 봐. 매일 부지런히 연습하더니 훨씬 앞섰잖아. 벌써 개원… 몇 단계더라?”
마지막 말은 양준에게 묻는 것이었다.
“7단계야.”
양준은 코를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소무영과 이운천은 입이 떡 벌어진 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들은 괴물을 보듯 양준을 바라보다가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 그들의 얼굴에는 큰 충격을 받은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어서 빨리 수련하러 가야겠다.”
소무영은 의기소침해졌다.
“양 사형도 빨리 수련하세요. 저는 방해하지 않을 게요.”
이운천도 말귀를 알아듣고 자리를 떠났다.
양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근처에서 비교적 조용한 곳을 찾아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는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으며 때를 기다렸다.
양준도 속으로 기뻐했다. 다행히 그가 오늘 큰돈을 들여 양염석을 많이 구매했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더라면 전승동천에 들어갈 기력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 단전에는 양액이 오십 방울이나 있어 충분했다. 하지만 전승동천에서 어떤 위험한 일이 닥칠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이때, 양준은 누군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가 얼른 눈을 떠보니 몇십 장 밖에 있는 소안이 황급히 시선을 돌리는 게 보였다. 그녀가 소무영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소무영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소안의 눈빛이 번뜩였지만 양준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혈전방 쪽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그쪽에서 선발된 오십여 명은 미리 전승동천으로 들어가려 준비하고 있었다.
이는 세 문파의 장로들이 논의한 결과였다. 능소각과 풍우루는 전승동천에서 이익을 함께 나눠 가지고 싶어 했다. 혈전방 측은 그들의 진입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쉽게 두 문파에게 이득을 안겨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논의한 결과, 두 문파가 각각 혈전방에게 백만 냥의 은을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혈전방에서 오십 명을 먼저 전승동천으로 들여보내게 해야 했다. 그리고 반나절이 지나야 능소각과 풍우루의 제자들이 들어갈 수 있었다.
능소각과 풍우루도 그 조건에 동의했다.
양준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오십 명 모두 혈전방의 정예 제자임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 전승동천에 들어가는 데 그들에게는 반나절의 우선권이 있었다. 만약 안에 좋은 물건이 있다면 의심할 여지도 없이 그들이 먼저 발견하게 될 것이다.
호미아와 호교아도 그 속에 있었다. 그녀들은 여러 사람들의 추앙을 받으며 중간에 둘러싸여 있었다.
두 자매는 쌍둥이처럼 똑같게 생긴 데다 둘 다 빼어난 미인이었다. 그녀들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강한 살상력을 가지고 있었다. 많은 남자 제자들이 그녀들을 바라보며 그중 한 사람이라도 가지고 싶어 침을 흘렸다.
혈전방 제자 오십 명은 큰 구덩이 앞에 이르렀다. 그들은 혈전방 고수의 보호를 받으며 하나둘씩 뛰어내리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자취를 감췄다.
혈전방 제자들이 전승동천에 계속 들어가고 있을 때, 갑자기 능소각 쪽으로 아름다운 그림자가 날아왔다.
호만과 혈전방 고수들이 크게 성내며 호통쳤다.
“누구냐!”
그들은 누군가 혼란한 틈을 타서 혈전방 사람들과 함께 전승동천으로 먼저 들어가 한몫 챙기려는 것으로 오해했다.
“누구한테 소리를 치는 것이냐?”
몽무애는 혈전방의 고수들을 매섭게 쏘아보았다. 그가 손짓하며 말했다.
“제자야, 이리 오너라.”
호만과 사람들은 그제야 그 사람이 고수의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호만은 그 제자를 눈여겨보고 슬프게 탄식했다. 그 제자는 역시나 자신이 짐작한 대로 여인이었다! 얼굴이 면사포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지만, 맑고 순수한 눈과 매혹적인 몸매로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를 짐작할 수 있었다.
호만을 더 놀라게 한 것은 그 여인이 나이가 어린 데도 불구하고 진원 경지의 실력을 가졌다는 점이었다.
“용 장로, 용휘가 큰 사고를 쳤군!”
호만은 용재천을 탐탁지 않게 쳐다보며 불만스러워했다.
용재천은 뼈에 사무치는 원한의 눈빛으로 두 사람을 뚫어지게 쏘아봤지만 무력함을 느꼈다. 이미 몽무애의 실력을 경험한 바가 있어 복수에 가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반나절 전에 겪은 굴욕을 떠올리자 순간 화가 치밀어 왈칵, 피를 토했다.
찾아온 사람은 당연히 하응상이었다. 그녀는 능소각에서 폐관 수련을 하다가 몽무애의 편지를 받고 급히 달려왔다. 그녀는 아직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아래에서 몇천 명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순간 얼굴이 창백해져서 얼른 사부에게 다가갔다.
“아래쪽에 좋은 기회가 있으니 가 보거라!”
몽무애는 아래쪽 전승동천을 가리키며 담담하게 말했다.
“네!”
하응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아래쪽 장막을 힐끔 쳐다봤다. 그녀는 누군가를 찾으려는 듯 고개를 돌려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날이 이미 저문 데다가 세 문파 제자들이 모여 있어 그녀는 찾고자 하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
몽무애가 다시 재촉하자 하응상은 입술을 깨물고 전승동천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녀는 혈전방 제자들보다도 먼저 들어갔다.
혈전방 무리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조용히 지켜만 볼 뿐 아무도 소리 내어 막지 못했다.
능소각의 장로들은 이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봤다. 그들은 공헌당의 주인이 이렇게까지 막무가내인 줄 전혀 몰랐다. 몽무애는 혈전방 전체를 상대하면서도 여전히 차분하고 느긋했다. 그는 세 문파의 약속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말 한마디로 자신의 제자를 전승동천으로 먼저 들여보냈다. 호만 쪽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도 모르는 척하고 있었다.
‘무슨 상황이지?’
소약한도 어리둥절하여 미간을 찌푸리며 큰소리로 말했다.
“호 방주,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약속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까? 능소각의 사람이 왜 혈전방의 제자들과 같이 들어가는 거죠?”
호만은 바늘을 찾아 소약한의 입을 꿰매고 싶었다. 그는 몽무애가 제멋대로 구는 것이 스스로도 창피하여 못 본 체하고 싶었다. 쓸데없는 일은 삼가는 편이 더 나았다. 어차피 다른 사람이 한 명 더 들어갔을 뿐 큰 지장이 없었다. 몽무애의 체면을 봐주는 것으로 혈전방과 몽무애의 갈등을 푼 셈이었다.
‘그런데 소약한 이놈이 눈치 없이 굳이 따지고 드네. 망할 놈!’
몽무애는 차가운 미소를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는 수없이 호만이 헛기침을 하며 해명했다.
“이곳의 금제가 풀린 데는 이 분의 작용이 컸습니다. 그래서 그의 제자도 먼저 들어갈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소약한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럼 왜 전에 세 문파가 의논할 때, 호 방주는 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습니까?”
호만은 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어떻게 꺼낼 수 있겠어? 나도 이 미친 늙은이가 이렇게 나올 줄 몰랐다고. 나도 억울하단 말이다.’
“호 방주는 지금 우리 풍우루에 사람이 없다고 무시하는 겁니까? 능소각의 제자가 먼저 들어갈 수 있는데 우리 풍우루 제자는 왜 안 됩니까?”
소약한은 한마디 한마디 그를 압박했다.
“젠장!”
호만은 심란하여 욕설을 퍼부으며 주위를 뒤돌아봤다. 마침 혈전방의 마지막 제자가 장막에 들어가려 하는 것을 보고 연거푸 고함쳤다.
“저기 누구야, 너는 들어가지 말고 이 선배님의 제자에게 자리를 양보하거라!”
공교롭게도 마지막에 들어가려던 사람은 용재천의 큰 손자 용준이었다.
용준은 원래 들뜬 기분으로 전승동천에 들어가려고 준비 중이었다. 그는 고수의 가르침을 받아 높은 지위에 오르고 싶었다. 하지만 호만의 말을 들은 그는 제자리에 굳어 멍해진 채, 고개를 돌리고 용재천을 바라보았다. 용재천은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천천히 눈을 감으며 힘없이 말했다.
“방주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준이는 반나절 기다려 보거라.”
“네.”
용준은 이를 악물고 언짢은 듯 대답했다.
“소 루주, 이러면 할 말이 없겠죠?”
호만은 노기등등했다.
“이 선배님의 제자가 우리 혈전방 제자의 자리를 하나 차지했다고 칩시다.”
소약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지만 더 이상 분쟁을 일으키지도 않았다. 그는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
위석동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더니 놀란 얼굴로 말했다.
“호만이 몽 주인을 무서워하는 것 같군.”
소현무가 가볍게 웃었다.
“우리 모두 몽 주인의 능력을 우습게 봤어요.”
저쪽에서는 호만이 몽무애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선배님, 이젠 마음에 드시죠?”
몽무애는 킬킬 웃으며 말했다.
“마음에 들지 안 들지는 내 제자가 안에서 나오면 그때 다시 얘기하지. 내가 에둘러 말하지 않을게. 만약에 내 제자가 안에서 무슨 안 좋은 일을 당하면 이 늙은이가 태도를 바꾸어 모른 체한다고 언짢게 생각지 마라!”
호만은 안색이 변했다. 그는 화가 솟구쳤지만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럴 리가요.”
‘젠장, 제자들에게 들어가서 저 노인의 제자를 만나면 다치지 않게 잘 모셔야 한다고 당부까지 해야 하잖아.’
호만은 지체하지 않고 바로 지시했다. 혈전방 제자들은 순순히 수긍했다.
몽무애의 무지막지한 처사에 능소각 제자들도 깜짝 놀랐다. 그들은 평소 여색을 즐기던 공헌당의 주인이 이렇게 난폭한 사람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혈전방의 방주 호만조차도 몽무애의 앞에서는 토끼처럼 얌전했다.
‘대장로 위석동도 이런 재주는 없겠지?’
현장의 분위기는 한바탕 떠들썩했다가 다시 평온해졌다.
“얼마나 많은 제자들이 안에서 죽을까……?”
이 장로 소현무는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
“대신 안에서 좋은 것을 얻어오는 사람은 훗날 세 문파의 큰 재목이 되겠지!”
위석동은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그러길 바라야죠.”
고요한 밤이 시작되었고 바람에 서리가 나무에 내려앉았다. 시간은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별안간 세 문파의 장로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호통소리에 전승동천으로 들어가려고 준비 중이던 제자들이 일제히 깨어났다.
시간이 되었다.
혈전방의 정예 제자들이 안으로 들어간 지 반나절이 지났다. 남은 사람들이 들어갈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