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99화 (99/853)

제 99장. 작은 석상 속에 숨겨진 무공

석상의 공격은 거셌다. 그 주먹에 한 대라도 맞는다면 타격이 클 듯했다.

두억상은 불길함을 느끼고 온몸의 원기를 운행시켰다. 평소 얌전하던 소녀가 순간 기운이 사나워졌다.

이것은 기동 경지의 표식이었다. 이 경지에 이르면 체내의 원기가 매우 불안정했다. 평소에는 알아챌 수 없지만 일단 싸우기 시작하면 원기가 날뛰었다. 더욱이 화를 낼 때면 흥분한 원기는 사람의 마음을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 만약 조절하지 못하면 힘에 의해 자아를 잃어버릴 수도 있었다.

비록 두억상의 원기가 폭동을 일으켰으나 그녀의 두 눈은 도리어 냉정해졌다. 자신의 능력을 훌륭하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비스듬히 몸을 돌려 작은 손바닥을 왼쪽의 석상을 향해 내질렀다. 동시에 다급히 뒤로 물러서며 다른 석상의 공격을 피하려 했다.

그러나 두 번째 석상의 공격이 너무 빨라 당장이라도 그녀의 가는 어깨 위에 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녀가 당황하고 있을 때 새빨간 양염석이 별똥별처럼 날아와 강한 힘으로 두 번째 석상의 주먹을 내리쳤다.

팍- 팍-

비록 두 번째 석상의 공격을 막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간신히 석상의 공격 방향을 바꿔 두억상의 옷을 스치며 빈 곳을 때리게 했다. 그녀는 중상을 입을 위험을 모면하게 되었다.

“가자!”

뒤에서 양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어 두억상은 자신의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누군가 그녀의 옷깃을 잡고 뒤로 끄는 것 같았다.

그때 뒤에서 손바닥이 하나 튀어나오더니 그녀와 함께 첫 번째 석상의 공격을 막았다.

콰앙-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양준과 두억상은 소리를 듣고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다급히 달아났다.

뒤에서 나는 쿵쿵쿵 소리가 마치 천군만마가 달려오는 것처럼 웅장했다. 도망가던 다섯 명은 급한 와중에 고개를 돌려 뒤를 보고 가슴이 서늘해졌다. 백여 개나 되는 석상들이 일제히 쫓아오고 있었는데 속도가 바람 같았다. 무거운 석상들이 땅을 디딜 때마다 대지가 가볍게 흔들렸다.

“고개 돌리지 마. 빨리 돌기둥 주변을 돌며 뛰어!”

남초접이 소리쳤다.

다들 말뜻을 알아차리고 빠른 속도로 돌기둥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얼마 안 돼 대부분의 석상들을 따돌릴 수 있었다. 조금 더 지나자 석상들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처음 두억상을 공격하던 두 개의 석상만이 여전히 거머리처럼 끈질기게 양준과 두억상의 뒤를 쫓아왔다. 그들은 조금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양준 이 자식, 그놈들을 거느리고 이쪽으로 달려오지 마!”

앞에서 달려가던 섭영이 소리쳤다.

양준은 얼굴이 어두워졌으나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남초접은 가볍게 돌기둥 위로 올라가더니 뒤돌아봤다. 뒤에 쫓아오는 석상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는 양준과 두억상의 뒤를 따라오는 석상을 주시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그녀는 결심을 내리고 아래에 있는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달아나지 마. 석상은 두 개뿐이야. 우리 저놈들을 부숴 버리자.”

한곳에서 빙글빙글 돌던 사람들은 남초접의 말을 듣고 모두 깜짝 놀랐다.

“방금 양준과 두억상이 석상의 공격을 막을 수 있었어. 석상의 실력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거야.”

남초접의 말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좌안, 네가 하나를 막아. 우리 네 명이 다른 하나를 공격할게.”

좌안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는 다른 말을 하지 않고 급히 몸을 돌렸다. 기합 소리와 함께 커다란 주먹에 원기가 넘치더니 둘 중의 한 석상을 공격했다.

한창 양준과 두억상을 쫓던 석상은 미처 공격을 막지 못하고 좌안의 주먹에 맞았다. 이내 돌 부스러기가 날리더니 석상이 휘청거렸다.

과연 실력이 높지 않았다. 좌안의 기색은 금방 냉정해졌다. 혼자의 힘으로 석상 하나 정도는 막을 수 있을 듯했다.

양준과 두억상은 다른 한 석상을 유인하며 더 멀리 달려갔다. 그리고 서로 마주 보더니 급히 걸음을 멈추고 석상을 향해 돌진했다.

두억상이 무슨 무공을 쓰는지 두 손을 뒤집자 손바닥이 번쩍번쩍 빛났다. 그녀의 공격에 석상은 휘청거렸고, 돌 파편들이 날아다녔다.

석상은 아픔을 몰랐다. 양준과 두억상에게는 낭패였지만, 그들은 여전히 사납게 반격했다.

두억상이 서둘러 비켜서자 양준이 기회를 빌려 공격했다. 장풍을 날려 다시 한번 석상에 가벼운 상처를 입혔다.

그때, 남초접과 섭영도 달려들었다. 남초접은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싸움에 가세했다. 그러나 섭영은 눈을 사납게 부릅뜨고 양준을 노려봤다. 마치 양준이 방금 전에 석상을 유인해 자신을 추격하게 했다고 나무라는 것 같았다.

석상의 공격은 매우 강했다. 몸이 돌로 만들어졌으니 주먹으로 한 번 내리치면 적어도 힘이 천 근은 되었다.

그러나 석상은 오래 싸우지 못했다. 그리고 반응도 매우 느렸다. 덩치에 비해 속도가 있었지만 이곳에 있는 그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았다.

협공을 받자 석상의 몸에 많은 틈새가 생기기 시작했고, 네 사람은 더욱 치열하게 석상을 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석상은 무참하게 돌 부스러기가 되었다.

네 사람은 한 사람도 상처를 입지 않았다. 그저 원기가 많이 소모됐을 뿐이었다.

남초접은 서둘러 앞으로 달려가 돌 부스러기 속에서 무엇인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이마를 찌푸리더니 중얼거렸다.

“이상하네…….”

그녀가 생각하건대, 생명이 없는 석상들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분명 안에 비밀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자 그녀는 조금 실망했다.

“좌안이 있는 곳으로 가자.”

남초접은 지체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거느리고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갔다.

다른 한쪽에서 좌안이 한창 석상과 빙빙 돌고 있었다. 처음에 좌안은 석상과 강경하게 몇 번 맞서 싸웠지만, 곧 자신이 힘으로는 놈의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초접은 자신더러 막으라고만 했지, 쓰러뜨리라고는 하지 않았다.

한참 공방전을 벌이다 좌안이 불안해지려 할 때, 남초접 일행이 나타났다.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일제히 석상을 공격했다.

경험이 있기에 다시 석상을 상대하는 것은 훨씬 수월했다. 게다가 좌안의 힘도 보태지자 금방 석상은 부스러기가 되었다.

다섯 사람은 모두 숨을 헐떡거렸다. 이번 싸움은 비록 생명의 위협은 없었지만, 원기를 많이 소모시켰다.

“양준, 너 무슨 짓이야!”

섭영이 성난 눈으로 양준을 노려보았다.

“동문이라고 너를 어쩌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

“뭐라고?”

양준은 무덤덤하게 그를 힐끔 보았다.

“너 방금 왜 석상들을 거느리고 내 뒤를 쫓았어?”

“내가?”

양준의 냉정한 표정에 짜증이 섞여 있었다.

‘달아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언제 남을 신경 쓸 겨를이 있어?’

“싸우지 마.”

남초접이 선배 티를 내며 두 사람을 째려보더니 다시 돌 부스러기를 헤집으며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

“만약 다음에 또 이런 비열한 수단을 쓰면 가만있지 않겠어!”

섭영은 마지막까지 양준을 노려보며 일갈했다.

“와…….”

한쪽에서 남초접이 기뻐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는 손을 내밀어 돌 부스러기를 파헤치더니 속에서 아기 주먹만 한 작은 석상을 꺼냈다.

그녀의 환호성이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 그들은 서둘러 고개를 돌려 그녀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에 놓인 작은 석상은 별로 크지 않았다. 그러나 무슨 재료로 만들었는지 아주 맑고 투명해 마치 옥돌과도 같이 아름다웠다.

작은 석상 안에는 사람의 혈관과 같은 홍실이 얼기설기 엉켜 있었다. 대충 세어 보니 홍실은 서른여 개나 되었다.

“이건…….”

좌안이 신기한 듯 눈도 깜빡이지 않고 작은 석상을 뚫어져라 보았다. 양준과 두억상도 다가왔다. 다섯 사람은 빙 둘러선 채, 작은 석상을 관찰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눈에는 의심이 가득했다.

“이 작은 석상은 옥돌인가요?”

섭영이 흥분하여 물었다.

“그런 것 같지는 않아.”

남초접이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작은 석상을 손에 쥔 후 아무런 기운을 느끼지 못했다. 대신 석상 속에 있는 홍실이 현묘한 기운을 품고 순환하고 있었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해?”

남초접이 고개를 들고 다른 사람들을 쳐다봤다.

“이것으로 저 석상들을 제어할 수 있지 않을까?”

좌안이 한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여러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남초접이 바로 부정했다.

“그럴 리 없어. 방금 두 석상 가운데 하나는 작은 석상이 없었어. 그리고 설령 정말로 네가 말한 대로라면 방금 그 석상은 이미 부서졌는데 어떻게 제어할 수 있겠어?”

이때 양준의 낯빛이 변하더니 입을 열었다.

“이 홍실들… 뭔가와 비슷하지 않나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참견하지 마! 고작 개원 경지 주제에 어디서 함부로 끼어들어!”

섭영은 양준이 너무 싫었다. 그는 조금도 양준의 체면을 봐주지 않고 반박했다.

양준은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 그는 대체로 성격이 좋은 편이었지만, 이렇게 여러 번 무시당하고도 가만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남초접이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분위기를 느끼고 서둘러 수습했다.

“모두 동문인데 싸우지 마. 양준, 이것이 뭐 같아?”

양준은 눈을 깜빡이더니 말했다.

“홍실이 마치 우리 몸의 경맥 같지 않아요?”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나는 벌써 알았거든.”

섭영이 비아냥거렸다.

남초접이 눈을 반짝이며 양준을 보고 말했다.

“네 말은…….”

“홍실의 운행 방식은 아마 어떤 무공의 수련 방법일 거에요!”

양준이 확신에 차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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