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101화 (101/853)

제 101장. 네 개밖에 없어

한 무리의 석상들이 지나가려고 할 때, 매복해 있던 네 사람이 순식간에 돌격해 나왔다. 남초접과 섭영이 한 조, 좌안과 두억상이 한 조가 되어 마지막 두 개의 석상을 막았다. 그리고 싸우면서 그들이 미리 봐두었던 장소로 유인했다.

이 단계까지 왔으면 이미 성공했다고 할 수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어느 쪽이 협력하든 석상 하나는 이길 수 있었다. 유일하게 확신할 수 없는 것은 유인을 책임진 양준이 온전히 석상들을 모두 따돌릴 수 있는가였다.

그들은 양준이 맡은 일이 가장 쉽다는 것을 몰랐다. 양준은 그저 돌기둥을 빙빙 돌아, 왔다 갔다 하기만 하면 쉽게 석상들을 따돌릴 수 있었다. 한 번에 많이 따돌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여러 번 반복하니 뒤에서 따르던 석상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한참 후, 양준의 뒤에는 석상 세 개만 남아 있었다.

양준은 눈을 굴리다가 더는 따돌리지 않고 오히려 걸음을 늦추어 남은 석상들을 일행들이 있는 장소로 유인해 갔다.

이렇게 긴 시간이 지났으니 그쪽의 싸움은 이미 끝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양준의 짐작대로 남초접 일행의 싸움은 이미 끝나 있었고, 네 사람은 각자 가부좌를 하고 앉아 양준을 기다리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땅에서 진동이 전해지자, 네 사람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섭영의 표정이 급격히 일그러지더니 이내 욕설을 퍼부었다.

“이 쓸모없는 놈이 결국은 석상들을 여기까지 끌고 온 거야! 우리 도망쳐야 하는 거 아냐?”

그는 양준이 도저히 석상들을 따돌릴 방법이 없어서 그것들을 이곳으로 유인해 오는 거라고 생각했다.

남초접은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저었다.

“양준이 그렇게 분별없는 사람은 아닐 거야. 그리고 소리를 들어 보니 그를 쫓는 석상의 수가 많지 않은 것 같아. 많아야 두세 개 정도인 것 같은데.”

“세 개야!”

좌안의 눈이 반뜩거렸다.

“나는 청력이 일반 사람보다 좋거든!”

“양준이 일부러 끌고 온 거야.”

남초접이 미소를 지었다.

“다들 넘겨받을 준비해.”

말하는 사이 저쪽에 양준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는 멀리서 그들에게 손짓을 하고는, 바람처럼 그들 앞을 지나갔다.

잠시 후 그의 뒤를 바싹 따르던 세 개의 석상들이 나타났다.

방금 전과 같이 남초접과 섭영이 한 조, 좌안과 두억상이 한 조가 되어 각각 한 개의 석상을 막았다.

그들이 싸움을 끝낸 후 양준이 마지막 한 개의 석상을 거느리고 다시 돌아왔다. 모두 합심하여 순식간에 나머지 한 개의 석상을 부숴 버렸다.

“잘했어.”

남초접이 양준을 향해 미소 지었다. 그녀는 원래 한 번에 많아 봐야 석상 두 개 정도를 부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양준이 조절을 잘해 세 개의 석상을 더 끌고 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 정도면 충분히 그들이 해결할 수 있는 범위였다.

“우선 작은 석상이 있는지 먼저 살펴보자.”

그들은 다급히 석상을 부순 잔해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부순 석상은 이미 네 사람이 뒤져봤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해 실망하고 있던 차였다.

이번에는 그래도 운이 좋았다. 양준이 거느리고 온 세 개의 석상에서 두억상이 작은 석상 한 개를 찾아냈다.

이 작은 석상은 아까 찾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석상 안의 홍실의 개수도 비슷했다. 그러나 홍실의 분포가 매우 달랐다. 아마 다른 종류의 무공 같았다.

두억상이 작은 석상을 남초접에게 건네주었다.

“괜찮네.”

남초접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보아하니 이 물건은 어느 석상에나 다 있는 게 아닌 것 같아. 처음에 두 개의 석상을 부쉈는데 하나를 얻었고, 이번에는 다섯 개의 석상을 부수고 겨우 하나를 얻었어. 규칙이 없어서 운에 맡길 수밖에 없겠어.”

섭영이 말했다.

“저기에 거의 백 개나 되는 석상이 있어요. 만약 우리가 모두 부숴 버린다면 제 생각에 적어도 석상 스무 개는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스무 개의 작은 석상이라, 그건 곧 무공 스무 개를 의미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한 사람당 네 개씩 나눠 가질 수 있었다.

모든 이의 눈빛이 한층 더 뜨거워졌다.

“먼저 체력을 회복하자. 체력을 회복한 후에 다시 시작하자!”

남초접의 가냘픈 얼굴에 조금 흥분한 기색이 돌았다.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각자 돌기둥을 하나씩 차지하고 뛰어올라갔다. 그들은 몸에 지니고 있던 단약을 꺼내 가부좌를 하고 체력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은 이미 모두 기동 경지였기에 당연히 몸에 자주 쓰는 단약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과 비교했을 때 양준은 매우 초라했다.

하지만 양준은 단약이 필요 없었다. 방금 전의 싸움에서 네 사람은 체력 소모가 적지 않았지만, 그는 조금의 체력도 소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섭영은 계속 남초접에게 잘 보이려 애썼다. 체력을 회복할 때마저도 그녀와 같이 앉으려고 했다. 이번에 남초접은 그가 하는 대로 두지 않고, 차가운 얼굴로 몇 마디 훈계하고는 그를 따돌렸다.

양준은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남초접 같은 여인은 자신감과 실력, 그리고 야심도 있었다. 섭영 같은 남자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남초접을 가지려면 그녀보다 더욱 자신감 넘치고, 당연히 실력도 더 강해야 했다. 그래야만이 그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

남초접은 비교적 현실적이었다. 그녀가 줄곧 상냥한 척했지만 양준은 그녀의 눈에 숨겨져 있는 교만함과 독선적인 면을 알아챘다. 섭영은 그녀에게 있어 아무것도 아니었다.

네 사람이 모두 체력을 회복하고 있으니 양준도 당연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는 방금 전 보자기를 버렸던 곳에 가서 양염석이 가득 담긴 보자기를 다시 가져왔다. 그리고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을 찾아 양염석의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반나절이 지나자 보자기 안의 양염석도 절반이나 줄어들었다. 양준은 다른 네 사람도 이미 거의 회복되었을 거라 짐작하고 다시 공터로 향했다.

과연 네 사람은 이미 회복을 마치고 서서 양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섭영은 기다리다 지쳐 입으로 줄곧 궁시렁거리고 있었다.

양준이 오자 남초접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의 몸을 꽉 조이고 있는 웃옷이 마치 터질 것 같았다. 그녀는 아름다운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준비됐어?”

“이미 준비됐어요.”

섭영은 매우 흥분되는 듯했다.

“그럼 다시 한번 해보자.”

말을 마치고 그녀는 고개를 돌려 양준을 보았다.

“다른 사람더러 석상들을 유인하게 할까? 이건 위험한 일이야.”

“그럴 필요 없어요. 저는 한 번 해봤으니 오히려 요령이 생겼어요.”

양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는 석상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온몸에 피도 살도 없는 상대하고 싸우면 자신의 손발만 아플 것이 뻔했다.

“그럼 좋아! 이번에도 너를 믿을게.”

남초접이 가볍게 웃었다.

매번 그녀가 자신을 향해 웃을 때마다 양준은 늘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기 전에 그녀가 자신에게 웃음을 선물로 주는 것 같았다. 섭영이라면 아마 큰 격려를 받았겠지만, 양준은 아무 느낌도 없었다.

양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신속히 석상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곧이어 양준이 다시 석상들을 줄줄이 유인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남초접 일행의 운이 좋지 않았다. 마지막에 석상을 막을 때 조심하지 않아 석상을 하나 더 막아야 했고, 이에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양준도 마지막에 석상 두 개를 더 유인해 온 뒤, 한참을 싸워 모두 부스러기로 만들어 버렸다.

이번엔 과정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론 운이 좋았다. 한꺼번에 두 개의 작은 석상을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작은 석상의 수가 이미 네 개나 되었다. 그들도 다섯 명뿐이라 이제 하나만 더 모으면 한 사람이 하나씩 나눠 가질 수 있었다.

양준은 한껏 기대했다. 그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바로 무공이었다. 당연히 작은 석상을 하나 얻어, 먼저 자신의 전투력을 높이고 싶었다.

그 후로 며칠 동안 다섯 사람은 줄곧 석상을 유인하여 부수는 일을 끊임없이 이어갔다. 매번 싸우고 나서 반나절 쉬고 다시 싸우기를 반복했다.

운이 따라 주지 않는건지, 어떻게 된 건지, 그날 작은 석상 네 개를 얻은 후, 그들은 석상을 총 삼십여 개나 부쉈지만 아무런 수확도 없었다.

이건 예상했던 결과와 매우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모두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석상을 유인해 나올 때마다 양준은 석상들이 점점 더 대응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석상들의 실력이 강해진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갈라놓기가 힘들어졌다.

한 번은 남초접 일행이 뒤에서 막을 때, 한 번에 십여 개의 석상들이 달려드는 탓에 그들도 달아날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들은 한 시진이나 달려 석상을 겨우 따돌렸다.

석상들을 유인해 오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졌지만, 다섯 번째 작은 석상은 도무지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또 한 번의 힘든 싸움이 지나고, 여전히 수확이 없었다. 다섯 사람은 반나절 휴식한 후 한데 모여 상의했다.

“아니면 이대로 그만둡시다. 계속하다간 크게 다칠 것 같아.”

섭영이 말을 꺼내자, 좌안이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지금 무공이 네 개 밖에 없는데 우린 다섯 명이야. 어떻게 나눌 건데?”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요 며칠 모두들 지급의 무공을 얻기 위해 큰 힘을 냈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먼저 나서서 내놓을 사람은 없었다.

섭영이 또 양준을 괴롭힐 궁리를 하고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전에 남 사저도 말했잖아. 얻은 물건은 각자가 힘을 낸 만큼 나눌 수 있다고. 양 사제의 실력이 가장 낮고, 가장 적게 힘을 냈으니 이 무공은 포기하는 게 어때?”

양준은 허허 쓴웃음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섭영이 이어 말했다.

“물론 양 사제도 힘을 냈어. 아무것도 얻지 못하면 말이 안 되지. 우리 모두 그에게 은자로 보상하는 건 어때?”

좌안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 제의가 그의 마음을 움직인 듯했다.

두억상이 단호하게 말했다.

“안 돼. 지급 무공 한 개가 어디 은자로 보상할 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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