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102화 (102/853)

제 102장. 양준의 계획

양준은 여전히 냉소를 짓고 있었다. 언뜻 보면 섭영을 보고 있는 듯했으나, 그의 눈길은 남초접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이 여인이 어떻게 나오는지 알고 싶었다. 그녀의 태도에 따라 행동을 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남초접은 줄곧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양준의 표정은 더욱 차가워졌다.

어색한 침묵이 한참 계속되자 남초접이 어쩔 수 없이 말했다.

“이렇게 할까? 우리 다시 한번 해보자. 마지막으로 작은 석상을 얻을 수 있을지 시도해 보는 거야. 만약 도저히 안 된다면 우리 중의 한 사람은 지급 무공을 얻을 수 없겠지. 하지만 약속할게. 작은 석상을 얻지 못하는 누군가도 절대로 손해 보게 하지 않을게. 종문으로 돌아간 뒤 꼭 방법을 찾아 보상할 거야.”

그녀의 말은 모두를 상대로 하는 것 같지만, 사실 양준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자리에 있는 여럿 가운데서 양준의 실력이 가장 낮고, 도와줄 수 있는 힘이 가장 작았다. 남초접이 만약 미움을 사게 된다면 오직 양준의 미움을 사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이번이 아마도 마지막 기회일 거야. 꼭 최선을 다해야 해.”

남초접이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양준을 보더니 상냥하게 웃었다.

“양 사제, 또 너에게 부탁해야겠다.”

양준이 의미심장하게 그녀를 보더니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일으켜 석상 쪽으로 걸어갔다.

그의 태도가 차가워진 것을 느낀 남초접의 눈에 잠시 미안함이 스쳤지만, 금방 사라졌다.

양준은 요 며칠 동안 같은 일만 반복했기에 석상을 유인하는 것은 너무나 익숙했지만, 이번에 그는 다른 계획이 생겼다.

다시 석상들 앞으로 온 그는 한 걸음씩 다가가며 접근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석상들이 모두 움직이기를 기다리다가 마지막 석상까지 움직인 후에야 달아나기 시작했다. 양준은 달리면서 가장 뒤에 있는 석상 몇 개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뒤쪽에 있는 몇 개의 석상들이 한데 모이자 양준은 만족한 듯 빠른 속도로 달아났다.

늘 하던 대로 네 사람이 매복해 있는 곳을 지나쳤고, 몇십 개의 석상들이 맹렬한 기세로 뒤쫓아왔다.

남초접 일행은 시기를 잘 잡아 석상들을 막았다. 그러나 이번에 제일 뒤에 있던 여러 개의 석상들이 함께 막혔다. 족히 네 개나 되었다.

남초접은 안색이 변하더니 급히 소리쳤다.

“섭영, 두 개를 유인해서 데리고 가.”

“왜 저에요?”

섭영이 우물쭈물하며 반문했다.

두억상이 싸늘한 목소리로 비아냥거렸다.

“줄곧 석상을 유인하는 것이 가장 간단한 일이라고 하지 않았어? 양준은 몇십 개나 유인했는데 너는 두 개도 유인할 수 없다는 거야?”

“누가 못한다고 했어?”

섭영이 화를 내더니 그 자리에서 초식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는 두 개의 석상을 공격하더니 그것들의 시선을 끈 후 서둘러 멀리 달아났다.

아직 석상이 두 개 남아 있었지만, 그들은 세 사람이나 있었다. 조금만 시간을 끌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다.

네 사람이 고생스레 싸우고 있을 때, 양준도 줄곧 몇십 개의 석상을 이끌고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전과 달리 이번에 양준은 일부러 거리를 두어 그들을 따돌리지 않았다.

네 사람이 있는 곳과 족히 오십 리 정도 멀리 떨어진 후, 양준은 돌기둥 위로 올라가 고개를 돌려 뒤따라오는 석상들을 바라봤다.

계획이 절반 성공했다!

양준은 마음속으로 확신했다. 다만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 알 수 없었다.

일부러 남초접 일행이 네 개의 석상을 막게 한 건 그들을 죽이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그는 그 정도로 악독하지 않았다.

그들의 실력으로 네 개의 석상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다. 시간을 좀 많이 쓸 뿐이었다. 양준은 그들이 시간을 낭비해 자신의 다음 계획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이번에 그들이 작은 석상을 얻든, 얻지 못하든 상관없이 양준은 더는 남에게 희망을 걸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 남초접은 너무 계산적이어서 그녀가 공평하게 일을 처리하기를 바랄 수 없었다.

만약 이번에도 여전히 수확이 없다면, 양준은 그 네 개의 작은 석상 속에 자신의 몫이 없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좋은 물건을 가지려면 자신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요 며칠 양준은 줄곧 하나의 의문을 품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석상들이 유인되어 나온 후 왜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는 것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양준은 결국 석상들이 아마 그곳에서 어떤 물건을 지키고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 물건은 틀림없이 작은 석상들 속에 숨어 있는 무공보다 더 귀중할 것이다. 이건 겨우 추측에 불과했지만 모험해 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깊게 숨을 들이쉬자 양준의 체내 진양원기가 미친 듯이 돌기 시작했다. 발 아래에 두 덩이의 불꽃이 나타나더니 양준은 시위를 벗어난 화살처럼 신속히 원래의 길로 되돌아갔다.

지금 양준이 달리는 속도는 방금 전보다 두 배나 더 빨랐다.

이것도 양준이 스스로 터득해 낸 진양원기의 사용 방법이었다. 무공이라고는 할 수 없고, 그저 하나의 기교일 뿐이었다.

장점은 자신의 속도를 최대로 높일 수 있다는 것이었고, 단점은 원기의 소모가 너무 크다는 것이었다. 경맥 내의 진양원기가 끊임없이 발 아래로 들어와 마치 둑이 무너져 내린 강처럼 원기가 빠르게 빠져나갔다.

잠깐 사이에 경맥 내의 원기가 모두 소진되었다. 그리고 단전 내의 양액이 한 방울 터지자 말랐던 경맥이 다시 보충되었다.

연이어 양액을 네 방울 소모하고서야 양준은 드디어 석상들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곳은 평지였으나 구체적으로 지형이 어떤지 양준도 자세히 살펴보지 못했다. 매번 그는 석상을 유인해 움직이게 하고는 도망치기 바빴기에 그럴 시간이 없었다.

지금 이곳은 석상들이 없어 황량했다. 양준은 주위를 둘러보고 서둘러 보물을 찾기 시작했다. 만약 그의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곳에는 분명히 숨겨진 무언가가 있을 터였다.

열심히 찾아보던 양준은 뭔가 발견했다.

평지 한가운데에 커다란 구덩이가 하나 있었고, 구덩이 안에는 남다른 석상 하나가 서 있었다.

‘바로 저거다!’

양준은 조금의 의심도 없이 뛰어내려갔다. 그리고 조용히 그것을 향해 다가갔다.

여러 번 경험한 양준은 석상들이 한 자 정도 가까이 가면 움직인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양준은 이미 언제든 달아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이곳은 싸움을 할 만한 곳이 아니었다. 조금 있으면 아마 몇십 개의 석상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고, 그것들에게 포위된다면 살아남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석상과 한 자 정도 거리를 두고 가까이 갔으나, 석상은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달아날 준비를 하고 있던 양준은 그 자리에 서서 당황했다.

‘어떻게 된 거지?’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석상은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었다. 양준은 담이 더 커졌다. 석상이 어째서 움직이지 않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이 공격하기 가장 좋은 기회였다.

진양원기가 미친 듯이 돌기 시작했다. 양준은 망설임 없이 한 번, 두 번… 맹렬하게 석상을 내리쳤다. 가장 빠른 속도로 그것을 부숴 버리려고 했다.

계속된 주먹질로 사방에는 돌 부스러기가 마구 날렸다. 양준이 끊임없이 주먹을 날리자 기이한 석상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른 석상처럼 양준을 공격하지 않았고, 줄곧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그러나 양준은 자신이 매번 공격할 때마다 석상이 자신이 내보낸 진양원기를 일부분 흡수한다는 것을 예리하게 눈치챘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석상에서 한 층의 붉은빛이 일었고, 체내에서 양준과 같은 양성의 원기 파동이 일어났다.

철커덕-

석상의 큰 손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양준은 깜짝 놀랐으나 곧 석상의 비밀을 알아차렸다.

석상은 그가 공격하면서 내보낸 원기를 흡수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다시 그것을 동력으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흡수한 원기가 적어 큰 동작을 할 수 없을 뿐이었다.

이 점을 알고 난 후 양준은 손을 멈추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더욱 강하게 내려치기 시작했다.

‘어디 네가 먼저 움직이는지, 내가 너를 먼저 부숴 버리는지 해보자.’

양준은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미친 듯이 주먹을 날렸다.

얼마 안 가 양준의 주먹이 피로 물들었다. 이 석상은 다른 것들보다 훨씬 단단했다.

철커덕-

석상은 흡수한 원기가 많아질수록 동작의 폭도 더욱 커졌다. 커다란 한쪽 손을 높이 쳐들고 고개를 숙여 양준을 내려다봤다. 마치 당장이라도 내리칠 것 같았다.

그러나 석상의 가슴도 양준의 공격에 의해 갈라져 틈이 가득했다.

휙, 하는 소리와 함께 석상의 손바닥이 빠른 속도로 내려왔다. 양준은 미리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바로 피할 수 있었다.

땅이 가볍게 흔들리더니 바닥에 손자국이 생겼다. 흙이 날리고 양준의 옷과 머리카락이 끊임없이 흩날렸다.

콰르릉-

그때 양준의 두 주먹에도 한 덩이의 불꽃이 타올랐다. 마치 손에 불타오르는 화염을 잡고 있는 것 같았다. 주먹의 속도나 힘 모두 대폭적으로 증가되었다.

다시 힘을 실어 주먹으로 내리치자 석상의 가슴 쪽에 드디어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양준은 한눈에 안에 있는 맑고 투명한 작은 석상을 발견했다. 그는 급히 손을 내밀어 그것을 꺼내 품속에 넣은 다음, 석상의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되기 전에 구덩이에서 뛰쳐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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