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103화 (103/853)

제 103장. 첫 번째 무공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보니 유인되었던 몇십 개의 석상들이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양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재빨리 속도를 최대로 높여 그곳을 벗어났다.

밖에서 크게 한 바퀴 돌고 나서야 양준은 네 사람이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가 나타나자마자 두억상이 기뻐하며 양준을 보고 말했다.

“드디어 작은 석상을 하나 더 얻었어. 이제 한 사람이 하나씩 가질 수 있게 됐어.”

“하하, 내가 운이 좋네.”

양준이 가볍게 웃으며 담담하게 남초접을 힐끔 봤다. 그녀도 미소를 지으며 양준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양준의 두 주먹의 피가 가득한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앞으로 몇 걸음 다가가 그의 손을 잡고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쩌다 이렇게 다쳤어?”

남초접의 태도는 매우 친절했다. 심지어 미간 사이에도 걱정이 가득했다.

양준은 황급히 손을 빼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석상 몇 개가 너무 가까이 쫓아와 할 수 없이 싸웠어요.”

남초접의 예쁜 얼굴에 놀라움이 비쳤다. 이내 그녀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무사하면 됐어.”

“먼저 석상을 나누자. 모두들 수련해 전력을 높여야지.”

좌안이 옆에서 말했다.

“좋아.”

남초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며칠 동안 수집한 다섯 개의 작은 석상들을 사람들 앞에 모두 꺼내 놓았다.

작은 석상들 안의 홍실의 수는 거의 비슷했다. 설령 많다고 해도 몇 개 차이 나지 않았다. 겉으로만 봐서는 경맥을 많이 쓰는 무공이 등급이 높아 보였지만, 이 또한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등급이 낮지 않지만 몇 가닥의 경맥만 움직이면 되는 것도 있었다.

하여, 그들도 이 작은 석상 안에 숨겨져 있는 무공들이 도대체 어느 것이 좋고 어느 것이 나쁜지 가늠할 수 없었다. 이럴 때에는 오직 운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비록 수확이 예상하던 것과 매우 큰 차이가 있었지만, 며칠을 고생하여 얻은 만큼 그들의 눈빛은 여전히 뜨거웠다. 작은 석상 안에 숨겨져 있는 것은 무려 지급 무공이었다.

“누가 먼저 고를래?”

섭영은 어서 고르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는 먼저 선택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좋지 않은 것을 선택할까 두려워 주저하며 나서지 못했다.

“양 사제가 먼저 해. 요 며칠 줄곧 힘겹게 석상들을 유인하느라 고생했고, 방금 부상까지 당했으니 응당 네가 맨 먼저 선택해야지!”

남초접이 웃으며 양준을 보았다.

모든 사람이 하나씩 나눌 수 있게 되자 그녀는 통이 커졌다. 그리고 먼저 선택한다고 해서 가장 좋은 것을 가질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녀의 말은 별거 아니었지만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있었다.

양준이 어찌 그녀의 생각을 모를까. 그는 사양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저가 그렇게 말하니 거절하지 않겠어요.”

그는 말을 마치고 손이 가는 대로 작은 석상 하나를 집었다.

이어서 다른 사람들도 석상을 각자 하나씩 선택했다.

“물건을 다 나눴으니 각자 자리를 찾아 무공을 수련하고, 하루가 지난 후 다시 여기 모이자.”

남초접이 말했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각자 자리를 찾아 떠났다.

“양준, 붕대를 감아줄게.”

두억상은 양준의 손이 피투성이가 된 것을 보자 마음이 아팠다.

“그럼 부탁해.”

양준도 사양하지 않았다.

떠나려던 남초접은 이 말을 듣자 걸음을 잠깐 멈칫하고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 그러나 잠시 움찔하더니 멈추지 않고 걸어갔다.

둘만 남은 뒤에야 두억상은 양준의 상처를 싸매주면서 말했다.

“좀 있다 무공이 어떤 것인지 보고 별로면 나하고 바꾸자. 난 이미 지급 무공을 하나 수련해서 그다지 필요하지는 않아.”

“그럴 필요 없어.”

양준이 미소를 지었다.

“지급 무공은 나쁜 게 없을 거야.”

“마음대로 해.”

두억상도 강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재빨리 상처를 싸매더니 일어서면서 말했다.

“나는 그럼 수련하러 갈게. 내일 보자.”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양준이 조용히 말했다.

“기회가 있으면 혼자서 떠나는 게 좋을 거야.”

두억상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나도 알아.”

이 작은 무리는 믿음직하지 못했다. 비록 잠시 연합해 같이 움직일 수는 있지만, 그것도 모두들 이곳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남초접은 무리를 통솔할 자격이 없었다. 그녀는 공정하지 못하고 속으로 자신의 득실만 따졌다. 이런 사람의 마음속에는 오직 자신밖에 없었다. 때문에, 위험에 부딪히면 남의 안위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를 따르면 언젠가는 일이 생길 것이다.

주위에 사람이 없자 양준도 자리를 떠났다. 이내 조용한 곳을 찾아 품속에 넣어 두었던 작은 석상 두 개를 모두 꺼냈다.

석상을 바라보던 양준은 깜짝 놀랐다.

그중 하나의 석상은 남초접에게서 받은 것이었다. 특별한 점은 없고 다른 사람들 것과 비슷했다. 그러나 석상들이 원래 서 있던 곳에서 얻은 작은 석상은 남달랐다.

이 작은 석상 안에 든 실은 홍실이 아니라 금실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실의 수도 훨씬 더 많았다.

‘이건 무슨 등급의 무공이지?’

남초접의 분석에 따르면 얻은 다섯 개의 작은 석상들 속에 숨겨져 있는 무공은 아무리 낮아도 지급 중품은 되었다. 지급 상품일 가능성도 있었다.

양준이 얻은 작은 석상은 등급이 아주 높은 게 분명했다.

‘설마… 천급 무공인가?’

이 생각이 떠오르자 양준은 호흡이 가빠졌다. 이번에 모험하기로 한 결정은 매우 가치가 있었다.

이 두 개의 무공을 얻은 것만으로도 이번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은 고작 시작에 불과했다.

‘어느 것을 먼저 배우면 좋을까?’

양준은 손에 있는 두 개의 작은 석상을 보며 망설였다.

그가 얻은 작은 석상 속에 숨겨져 있는 무공의 등급이 더 높은 건 의심할 나위 없었다. 때문에, 배우고 나면 그에게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이 무공은 하루 사이에 배우지 못할 것 같았다.

한참 동안 곰곰이 생각한 뒤, 양준은 금색 실의 작은 석상을 다시 품에 넣고, 남초접에게서 얻은 석상을 손에 쥐었다.

지금 이런 상황에 자신의 전력을 빨리 증가할 수 있는 무공이야말로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나눠 가진 무공은 분명 등급이 더 떨어졌으나, 이쪽이 수련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배우기도 더 쉬웠다.

양준은 원기를 돌려 손바닥에 쥐고 있는 작은 석상에 주입하며 그 안의 홍실의 분포와 운행 궤적을 느꼈다. 동시에 자신의 체내에 있는 경맥과 비교해 봤다. 한 시진도 안 되는 사이에 양준은 원기의 운행 방식을 깨칠 수 있었다.

양준이 천천히 눈을 떠 고개를 숙여 보니, 손 안에 있던 작은 석상 안의 홍실은 이미 사라지고 석상마저 산산조각 나 있었다.

석상은 이미 사명을 다한 것이었다. 양준이 가볍게 문지르자 석상은 가루가 되었다. 석상은 오직 한 사람에게만 그 안에 담긴 무공의 현묘함을 깨치게 한 후, 저절로 파손되었다. 아마 안에 주입해 넣은 원기와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

양준은 몸을 일으켰다. 자신이 석상에게서 얻은 무공을 생각하니 체내 원기가 경맥 안에서 회전했다.

무공을 처음 사용하려니 서툴 수밖에 없었다. 양준은 한 번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용기를 잃지 않고 다시 석상 안의 홍실이 운행한 방식에 따라 원기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정신을 집중해 몸의 변화를 느꼈다.

체내 원기가 퍼지며 특정한 경맥을 지나가자 양준은 천천히 한 가닥의 힘이 주먹으로 모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힘은 처음에는 매우 약했으나 원기의 움직임에 따라 속도가 빨라지더니 공격하고 싶은 충동을 유발했다.

양준은 애써 참으며 초식을 쓰지 않았다. 체내 원기가 아직 필요한 경맥을 모두 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조금 지나자 체내의 서른여섯 갈래의 경맥이 원기에 의해 한데 연결되었다. 이내 큰 소리가 울리더니 서른여섯 갈래의 경맥 속 원기가 사납게 주먹으로 몰려왔다. 그 힘은 마치 양준의 속박에서 벗어나 저절로 뛰쳐나갈 것만 같았다. 굳게 쥔 양준의 주먹마저 가볍게 떨리기 시작했다.

양준은 더 이상 억제하지 않고 강하게 주먹을 휘둘렀다. 주먹에 모여 있던 모든 힘과 원기가 함께 방출되며, 주먹이 향한 곳에 있던 천지의 기운이 순식간에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어 공간이 폭발한 것처럼 불꽃이 일어났다.

양준의 눈이 반짝였다.

‘이것이 무공의 살상력인가? 대단한데!?’

엄밀히 말하면 이건 양준이 배운 첫 번째 공격 무공이었다. 지금까지 그의 모든 공격은 오직 단전 내의 양액과 자신의 반응에 근거한 것이었다. 그런 것들만으로는 잠재력을 완전히 발휘할 수 없었다. 하지만 무공이 있으면 달랐다. 무공이야말로 무인이 싸우는 근본이고, 무공만이 원기의 효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조금 전에는 한 번 시험해 본 것에 불과했다. 비록 사용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 무공의 진정한 효력은 아닐 것이다. 전투에서 무공은 한순간에 발휘하는 것인데, 좀 전에 양준이 한 것처럼 전투 중에 원기를 천천히 모아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조금 더 시간과 경험의 축적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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