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107화 (107/853)

제 107장. 궁지에 몰린 양준

양준은 다섯 사람에게서 압박감을 느끼고, 불굴의 의지와 가슴 속의 오기가 들끓기 시작했다.

양준이 냉정하게 말했다.

“네들 마음은 고맙지만, 내 물건을 뺏으려거든 자신의 실력으로 가져가 봐.”

양준의 말을 듣고, 그를 둘러싸고 있던 사람 중 한 명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

“좋은 말로 할 때 들어! 네가 동문이라고 해서 우리가 너를 어쩌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 해 사형의 노여움을 샀으니, 설령 여기서 너를 죽인다 해도 너를 위해 나서 줄 사람은 없을 거다.”

다섯 사람 중에 특히 섭영은 양준에게 원한이 깊었다. 이 말을 듣자 그는 저도 모르게 양준에 대한 살의가 꿈틀거렸다.

“더 이상 저놈과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 일단 혼내주고 나서도 무공의 수련 방법은 알아낼 수 있어.”

지난번 작은 석상을 나눌 때 섭영은 자신한테 쓸모가 없는 무공을 얻었다. 때문에, 양준의 무공이 더욱 욕심났다. 비록 양준이 얻은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것보다 좋다는 건 확실했다.

말이 끝나자마자 섭영이 첫 번째로 달려들었다. 순간 그의 손바닥에 바람이 일더니 기운을 모아 양준을 향해 날렸다.

그는 양준을 죽이려고 작정한 듯이 자신이 쓸 수 있는 가장 강한 무공을 썼다.

다른 네 사람은 섭영이 먼저 움직이자 일단 옆에서 지켜봤다. 양준의 실력이 너무 낮으니 섭영 혼자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중 한 사람은 심지어 섭영의 초식에 대해 평가까지 했다.

“섭 사제는 청풍장(清风掌)을 완벽하게 다루는군. 이 초식에 많은 공력을 들인 것 같아.”

다른 세 사람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에 동의한다는 뜻이었다.

청풍장은 공헌치 500점으로 바꿀 수 있는 능소각의 지급 하품 무공으로, 바람이 스치며 흔적도 없이 상대를 죽일 수 있는 무공이었다. 섭영은 이 무공을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수련했다.

이런 무공으로 개원 경지의 무인을 상대한다는 것은 단번에 끝내려는 심산이었다. 나머지 네 사람 모두, 이미 양준이 섭영에게 패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양준은 섭영의 공격을 한 주먹으로 막아냈다.

주먹과 손바닥이 맞부딪히자 무형의 힘이 양준의 체내에 들어와 경맥을 따라 흘렀다. 양준은 순간 원기의 흐름이 느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청풍장의 힘에 의해 팔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섭영이 미친 듯이 웃었다.

“양준, 내가 네 한쪽 팔의 기운을 끊어 버렸어. 살짝 맛보기로 혼내 준 거야.”

양준의 얼굴이 갑자기 흉악한 기운을 띠며 체내의 원기가 무섭게 끓어올라 청풍장의 침입을 막았다.

“너 아직도 반항하는 거야?”

섭영은 이를 악물었다. 자신이 단번에 양준을 이기지 못한 것 때문에 체면이 깍였다고 생각한 그는 다시 양준을 공격하며 비웃었다.

“어디 이번에도 막아 보시지.”

섭영은 계속해서 냉소를 지으며 공격을 퍼부었다. 부드러운 힘이 순간 광풍으로 변하더니 양준에게 휘몰아쳐 갔다. 양준의 다른 한 팔도 못쓰게 만들려고 작정한 듯했다.

양준은 더는 섭영의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곧이어 양준의 체내 서른여섯 갈래의 경맥이 흔들리더니 하루 동안 열심히 수련한 성과가 나타났다.

염양폭!

요란한 소리가 울리더니 양준의 주먹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주변 몇 장 범위를 대낮처럼 눈부시게 밝혀 사람들이 눈을 뜰 수가 없을 정도였다.

“뭐야?”

섭영은 깜짝 놀랐다. 그가 날린 청풍장에는 엄청난 살상력이 숨겨져 있었는데, 양준의 평범한 주먹에 이렇게 큰 힘이 숨겨져 있을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두 사람의 힘은 놀랄 만큼 비등했다. 바람과 주먹의 힘이 폭발해 막상막하였다.

둔탁한 소리가 두 번 울리고 섭영의 몸이 뒤로 물러났다. 그의 몸은 십여 장 뒤로 가서야 나무에 막혔다. 그는 참지 못하고 바닥에 피를 토했다.

양준도 마찬가지로 타격을 받았다. 그의 실력은 섭영보다 6~7단계나 낮았으나, 단지 무공의 힘으로 겨우 한 번 맞선 것이었다. 섭영이 부상을 입었는데 양준이라고 어찌 무사하겠는가?

그러나 양준은 한 번의 공격으로 섭영을 물러나게 한 후, 체내에 따뜻한 기운이 퍼지며 원기가 다시 꿈틀거렸다.

양준은 번개 같은 속도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네 사람을 향해 주먹을 네 번 날렸다. 순간, 네 덩어리의 불꽃이 동시에 폭발하며 엄청난 기운이 몰아쳤다.

방심하고 있던 네 사람은 생각지도 못한 위력에 깜짝 놀랐지만, 섭영보다 실력이 높았던 그들에게 양준의 공격은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이 양준의 공격을 막았을 때, 양준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들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멀리서 양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섭영, 다음에 다시 만날 땐 꼭 네 목숨을 거둘 거야.”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지자 양준이 어느 방향으로 달아났는지 판단할 수 없었다.

“섭 사제!”

다들 급히 섭영 쪽을 바라보았다. 섭영은 얼굴색이 좋지 않았고, 눈에는 짙은 씁쓸함과 동시에 조금의 두려움도 서려 있었다.

“괜찮은 거야?”

“괜찮아.”

섭영이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양준이 부상을 당했어. 빨리 쫓아가. 절대로 그가 도망치게 해서는 안 돼.”

“더 쫓는다고?”

다른 제자들이 주저하는 기색을 보였다. 사실 그들은 양준과 아무런 갈등도 없었다. 여기에 온 것은 단지 섭영을 돕고, 해홍진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지금 양준도 달아났는데 더 쫓아서 뭘 한단 말인가? 높은 산과 깊은 골짜기 속에 무슨 위험이 숨어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그를 쫓다가 강한 요수라도 만난다면 죽을 게 뻔했다.

섭영은 네 사람의 태도가 변한 것을 보고 급히 말했다.

“사형들도 그가 쓰는 무공의 위력을 보았지. 그게 바로 며칠 전에 얻은 거야. 그 무공이 탐나지 않아?”

그의 말에 사람들이 모두 움찔했다.

곧이어 한 사람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양준을 쫓을게. 하지만 미리 말해두는데 우린 오직 그 무공을 위해서 쫓는 거야. 너와 양준 사이의 원한에 우리를 끌어들이지 마. 그를 죽이든지 말든지, 그건 네가 알아서 해”

“그건 당연하지.”

그러고 나서 섭영은 갑자기 기색이 흉악해지더니 허공을 향해 욕을 퍼부었다.

“감히 나를 위협하다니, 내 목숨을 빼앗겠다고? 나한테 잡히기만 해, 누가 누구 목숨을 거두는지 두고 보자고.”

그러고는 앞장서 양준을 뒤쫓아갔다. 다른 네 사람도 서로 마주 보고는 섭영의 뒤를 따라갔다.

‘양준이 얼마 달아나지 못했을 거 같은데. 이번에 섭영에게 잡히면 분명 살아남긴 힘들 거야.’

*이때, 양준은 남초접과 두억상이 목욕하던 작은 호숫가에서 참지 못하고 피를 토해냈다.

양준을 쫓던 이들은 모두 기동 경지였다. 실력이 가장 낮은 섭영도 이미 기동 경지 4단계인데, 가장 높은 이는 아마 기동 경지 7, 8단계는 될 것이다.

그날 밤 산골짜기에서 만났던 적들하고는 아예 비교할 수가 없었다. 말하자면 그들 모두, 실력이 봉인된 문비진과 비슷한 정도였다. 만약 염양폭과 같은 무공이 없었다면 양준도 그들의 포위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양준이 주먹을 날려 다섯 사람과 싸우고 있을 때도, 체내에 보이지 않는 기운이 흘러 들어와, 그의 경맥에 흐르면서 원기의 흐름을 원활하지 못하게 했다. 만약 빨리 안전한 곳을 찾아 그 기운들을 없애지 않으면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었다.

이때, 자신을 쫓는 사람들의 기척이 점점 가까워지자, 양준은 허리를 굽혀 자신이 토한 피를 땅에 묻고, 호수로 뛰어들었다.

현재 양준의 상태로는 어떤 위험에 부딪혀도 상대할 힘이 전혀 없었다. 때문에, 그는 원래 왔던 길을 따라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오직 자신이 걸어왔던 길만이 가장 안전했다.

그리고 이 호수도 몸을 숨기기에 가장 좋은 곳이었다. 섭영 무리들이 만약 호수까지 들어와 찾지 않는다면 고마운 일이었다. 하지만 만약 호수까지 들어와 찾는다 해도 그는 반격할 수 있었다.

양준은 숨을 참으며 호수 속 깊은 곳으로 몸을 숨겼다.

호수는 매우 컸다. 양준이 족히 십여 장을 내려왔는데도 호수의 밑바닥에 닿지 못했다. 도리어 내려갈수록 호수 물이 더욱 차가워져 뼛속까지 시렸다.

양준은 더 밑으로 내려갈 엄두를 못 내고 귀를 기울여 위의 동정을 살폈다.

과연 얼마 뒤 섭영 무리들이 여기까지 쫓아왔다. 비록 양준이 달려오면서 자신의 종적을 숨겼지만, 이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직감이 있었고, 또 며칠 동안 양준과 함께 움직였던 섭영이 무리를 거느리고 있었다.

호숫가에서 몇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이어 누군가 호수로 뛰어들었다.

양준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그들이 이렇게 과감할 줄 몰랐다. 혹은 자신에 대한 섭영의 원한을 너무 가볍게 본 것일 수도 있었다.

그는 할 수 없이 계속 아래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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