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113화 (113/853)

제 113장. 두 자매의 기연

양준은 누군가 자신을 기습하는 줄 알고 황급히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그 빛은 영성이 있는 것처럼 양준의 공격을 피해 그의 팔을 빙 돌아 날아왔다.

양준은 다급히 뒤로 물러서며 다른 손으로 그 빛을 거머쥐었다.

단번에 실체를 잡은 그는 표정이 이상해졌다. 놀란 나머지 눈을 똑바로 뜨고 보니 그의 손에 잡혀 있는 것은 사람 형상을 한 인삼이었다. 인삼은 생김새가 이상했다. 한쪽은 새빨갛고, 다른 한쪽은 새하얬는데 홍백이 절반씩 차지하고 있었다. 양준은 인삼 속에 두 가지의 완전히 다른 기운이 내재돼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빨간 쪽은 뜨겁고 흰 쪽은 차가웠다. 서로 상극인 두 속성이 인삼 안에서 완벽하게 융합되어 하나의 기이한 천지 영물을 이루고 있었다.

양준의 손에 잡히자 영물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양준의 손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음양요삼(陰陽妖參)!”

지마가 놀라 고함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뭔지 알아?”

양준이 물었다.

“보물일세. 현급 상품의 보물이란 말이네!”

지마는 대단한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양준이 다시 묻기도 전에 동굴의 다른 한쪽에서 갑자기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왔어!”

양준은 표정이 엄숙해지더니 서둘러 음양요삼을 품에 넣었다. 이상하게도 품에 넣자 음양요삼은 더는 발악하지 않고, 오히려 얌전해졌다.

다가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 양준이 경계심을 높이고 있을 때, 그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그 물건이 진짜 이쪽으로 달아났어?”

다른 한 사람이 대답했다.

“응. 이 안으로 들어간 거 맞아. 이 동굴은 진짜 은폐되어 있군. 만약 그 물건을 쫓아 들어오지 않았다면 이곳을 찾지 못했을 거야.”

두 사람의 목소리는 별로 차이 나지 않았다. 마치 봄바람이 얼굴을 스치듯 부드럽고 편안한 목소리였다.

양준은 이마를 찌푸렸다. 그는 이 두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그러나 여기서 그녀들을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곳에 이상한 꽃과 풀들이 엄청 많아.”

“그러니까. 이건 진짜 의외의 수확이야. 우선 이것들을 캐지 말고 안으로 들어가 보자.”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지만, 양준은 피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첫째로, 그는 그 두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었고, 둘째로, 이곳에는 숨을 만한 곳이 없었다.

얼마 안 돼 두 사람은 양준과 십여 장 떨어진 곳까지 다가왔다. 그들 중 한 사람이 먼저 누군가 앞을 막고 있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더니, 나지막하게 물었다.

“거기 누구야?”

양준이 헛기침을 하고는 웃으며 말했다.

“또 만났네.”

그의 목소리를 듣고 한 사람은 대꾸가 없었고, 다른 한 사람은 뒤에서 나와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기쁨에 찬 목소리로 불렀다.

“양준?”

양준은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더니 또 다른 여인에게 말했다.

“교아 낭자, 오랜만이군.”

두 사람은 혈전방의 자매 호교아와 호미아였다.

양준이 자신들을 알아보자 호교아는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또 너였어?”

지난 번에 만났을 때 양준은 그녀의 엉덩이가 짝짝이라고 말했었다. 호교아는 그 말을 아직까지도 가슴에 묻어 두고 있었다.

화난 언니에 비해 호미아는 기뻐했다.

“네가 왜 여기 있어?”

“얼떨결에 여기까지 오게 됐어.”

양준은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

두 자매는 어느새 그의 앞까지 걸어왔다.

호교아는 싸늘한 눈길로 양준을 보며 가슴을 쭉 펴고 배에 힘을 준 채, 자신의 탱탱한 엉덩이를 높게 쳐들었다.

양준의 몸 속에서 지마의 소리가 들려왔다.

“이 세상에 이렇게 똑같이 생긴 두 여자가 있다니, 게다가 이들은 쌍둥이도 아니잖는가. 주인, 이 여인들과 화낙홍을 수련하면 틀림없이 작은 노력으로 큰 성과를 이룰 것이네. 며칠이면 수련할 수 있다네.”

“입 다물어!”

양준이 의념으로 말했다.

지마는 바로 목소리를 거뒀다.

“양준, 뭔가 이쪽으로 오는 걸 보지 못했어?”

호미아가 물었다.

방금 그녀들의 대화를 듣고 양준은 그녀들이 음양요삼을 쫓아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숨기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봤어.”

“어디 있어?”

호교아가 서둘러 물었다.

양준이 자신의 가슴 쪽을 가리켰다.

두 자매가 함께 눈을 깜빡이고는, 호교아가 다시 물었다.

“네가 그걸 거둬들였어?”

“응. 웬일인지 가슴에 넣으니 그 물건이 조용해졌어.”

호교아는 깊게 한숨을 들이쉬었다. 그녀는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

여동생과 함께 둘이서 그 영물을 쫓아 산을 몇 개나 넘었다. 그 물건이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이제 겨우 잡을 수 있겠구나 싶어 쫓아왔는데 양준이 먼저 낚아챈 것이었다.

‘왜 이 자식을 만나면 되는 일이 없지?’

호교아는 이를 꽉 깨물었다. 그녀의 실력으로 강제로 빼앗을 수도 있었지만, 호교아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동생이 양준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억지로 뺏으려고 해도 동생이 말릴 게 뻔했다.

“네가 거둬들였으면 됐어.”

역시나 호미아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오히려 큰 짐을 던 것 같았다.

‘이 자식이 뭐가 좋지?’

호교아는 양준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불현듯 놀란 말투로 물었다.

“너 개원 경지 7단계야?”

호교아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지난 번에 만났을 때 양준은 겨우 육체 경지였다.

‘얼마나 지났다고 개원 경지 7단계가 됐지?’

여기서 기연이 있었던 게 아니라면, 수련 속도가 너무 빨랐다.

그 당시, 호미아의 실력은 그와 비슷했다. 그런데 호미아는 지금 겨우 개원 경지 2단계에 불과했다.

“너에 비하면 개원 경지 7단계는 아무것도 아니지.”

양준은 두 여인의 태도에 깜짝 놀랐다. 영물은 만나고 싶다고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양준은 그녀들이 자신에게 영물을 달라고 하지 않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흥.”

호교아는 양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밖에 기이한 꽃과 풀들이 많이 있어. 괜찮다면 좀 뜯어가.”

양준도 그녀들에게 빚을 지고 싶지 않았다. 음양요삼은 영물이니 밖에 있는 약초들보다 가치가 훨씬 더 높을 것이다. 그녀들이 먼저 발견한 음양요삼을 자신이 거뒀으니 밖에 있는 약초들이라도 양보해야 할 것 같았다.

“나도 알고 있어!”

호교아가 눈을 부릅떴다.

“언니!”

호미아는 언니가 양준을 대하는 태도를 눈치채고 얼른 그녀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

“알았다, 알았어.”

호교아는 고개를 기웃하고 양준 뒤쪽의 동굴을 보더니 말했다.

“그것들을 채집하는 건 급하지 않아. 우리는 며칠을 내내 달려서 적당한 곳을 찾아 좀 회복해야 해. 네가 좀 지켜 줘.”

“편한 대로 해.”

양준은 말하면서 자리를 내줬다.

호교아와 호미아는 손을 잡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호미아는 양준에게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달콤한 미소에 미안함도 살짝 섞여 있었다.

동굴 안에 들어간 두 자매는 주위를 훑어봤다. 그녀들은 지마의 해골이 왠지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곧 둘의 시선이 왼쪽에 있는 암벽을 주시했다.

아름다운 두 쌍의 눈동자가 엄숙해지더니 눈도 깜빡이지 않고 암벽만 뚫어지게 바라봤다.

양준은 그녀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들의 눈길을 따라 그 암벽을 바라봤지만 자신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앉았다.

“뭘 보는 거지?”

한참을 관찰하던 양준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 암벽에는 글자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데, 두 사람은 왜 저렇게 열심히 보는 거지?’

두 사람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모든 정신이 그 암벽에 쏠린 듯했다.

양준은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몰라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는 여기서 며칠 동안 있었지만, 그 암벽에는 진짜 아무것도 없었다.

한참 뒤, 두 자매는 가부좌를 틀고 앉더니 동시에 눈을 감고 명상하기 시작했다.

양준은 문득 두 사람이 하나로 융합되어 한 사람이 된 것 같아 보였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여전히 두 사람이었다.

이 뜻밖의 발견에 양준은 저도 모르게 흠칫 떨었다.

“여기에 아마 저 여인들의 기연이 있는 것 같네.”

지마의 소리가 들려왔다.

“저 암벽에 뭔가 있다고?”

“틀림없네. 그저 주인과 나는 보지 못한 것뿐일세. 기연은 얻은 자만이 볼 수 있다네.”

“그렇다면 저건 네가 남긴 전승이 아니야?”

“그렇다네.”

양준은 조금 찜찜했지만, 호교아, 호미아 두 자매가 뭔가 발견했으니 그도 쉽게 떠날 수 없었다. 어찌됐든 서로 친분이 있기에 그는 출입구에 조용히 서서 기다리기로 했다.

양준이 사흘이나 지키고 나서야 호교아와 호미아 쪽에서 기척이 들렸다.

텅 빈 바위에서 금빛 두 갈래가 튀어나오더니 그녀들의 정수리를 파고들고는 사라졌다. 이와 동시에 두 사람의 체내 원기가 진동하며 공명이 생기더니 동굴 전체에서 웅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양준은 무거운 표정으로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빛이 두 사람의 몸에서 빛나고 있었고, 체내 원기가 하나로 어우러진 것 같아 보였다. 원기는 먼저 왼쪽 호교아의 몸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오른쪽 호미아의 몸으로 흘러 들어갔다.

점차 두 사람의 원기 파동도 똑같아졌다. 이내 원기가 천천히 가라앉더니 결국 안정되었다.

두 자매는 긴 한숨을 내쉬며 동시에 눈을 떠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눈망울에는 감출 수 없는 흥분과 기쁨이 서려 있었다.

“둘 다 축하해.”

양준은 두 사람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그는 이곳에서 며칠간 지키며 자매가 기연을 만나 이곳의 전승을 얻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들의 전승은 지마의 것이 아니었다.

지마는 그때 전투에서 수많은 고수들이 이곳에서 죽었다고 했다. 그래서 전승동천 안에 전승은 한 가지만이 아닐 거라고 했다. 호교아, 호미아는 그 중의 한 가지를 얻게 되는 행운을 거머쥔 것이다.

양준의 축하 인사에 자매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고마워!”

말을 마친 자매는 다시 마주 보고 동시에 입을 오므리며 방그레 웃었다.

양준은 잠깐 멍해졌다. 그녀들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누가 호미아고 누가 호교아인지 분간이 안 되었다. 자매는 한 사람이 된 것처럼 전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이제 내가 누군지 알겠어?”

왼쪽의 미인이 웃는 얼굴로 양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눈에는 의기양양함과 간교함이 어려 있었다.

“교아 낭자요.”

양준이 가볍게 웃었다.

미인은 작은 코를 찡그리더니, 불만스러워하며 말했다.

“그냥 찍은 거지?”

“미아는 저한테 그런 걸 묻지 않거든요.”.

호교아는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미아를 이리 잘 알고 있는 줄 몰랐네.”

오른쪽에 있던 호미아는 그 말에 얼굴을 붉히며 양준을 힐끗 보았다. 양준의 얼굴빛이 평소와 다름없는 것을 보자, 그제야 난처함을 모면할 수 있었다.

“아무튼 이번엔 고마웠어.”

호미아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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