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117화 (117/853)

제 117장. 성흔의 위력

‘저 자는 몸이 강철로 된 건가? 저 정도 충격에도 죽지 않다니…….’

혈전방 쪽에 있던 용준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호교아와 호미아도 길게 숨을 내쉬었다. 호미아는 얼굴에 안도의 미소를 띠었다. 그녀의 눈가에는 어렴풋이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그녀는 중얼거리다가 결국 입을 틀어막고 흐느꼈다.

호교아는 멍해 있다가 손을 뻗어 눈가를 훔쳤다. 그녀의 눈가에도 눈물 한 방울이 흐르고 있었다.

‘왜 이러지?’

호교아는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 물론 지금은 그녀도 양준이 싫지 않았다. 또한 방금 전, 놀라운 장면 때문에 마음을 졸이고 긴장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 그녀와 같은 심정이며, 누구도 목석같이 덤덤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고 눈물 흘릴 정도는 아니잖아?’

하물며 그녀는 지금 양준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호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호교아는 동생을 바라보면서 그녀가 느끼는 마음속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느낌은 마치 자신이 직접 겪은 것 같은 동질감과 같았다.

‘그렇게 된 거군!’

호교아의 눈에는 안도감과 함께 망연함이 스쳐 지나갔다.

*풍우루 쪽에 있던 방자기는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두 사매, 저 자가 아직 죽지 않았어.”

두억상의 얼굴은 흥분으로 발그레해졌다. 그녀는 가슴을 치면서 말했다.

“방금 전에 너무 놀랐어. 양준이 죽었으면 정말 안타까울 뻔했어.”

능소각 쪽에서 해홍진은 얼굴빛이 잿빛이 된 채 눈은 이미 빛을 잃고 있었다.

그는 방금 전 자신이 기회를 잡지 못한 것에 대해 땅을 치며 한탄하고 싶었다. 더욱이 양준에 대한 질투와 증오의 불길이 타올랐다. 그는 마치 패전한 장군처럼 이미 사고 능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남초접은 눈에 이채를 띠며 양준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거북 요수와의 싸움에서 부상을 입어, 깨끗했던 옷도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 거북 요수가 들어 올린 앞다리 아래에 서 있는, 담담한 표정의 남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가슴은 세차게 오르내렸다.

방금 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서슴없이 나서서 소안을 구해 준 양준의 모습은 아마 그 광경을 지켜본 모든 여인의 마음속에 잊지 못할 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남초접도 물론 예외가 아니었다.

만약 자신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남자라면, 실력이 좀 떨어져도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여인의 소망은 때로는 매우 높지만, 때로는 매우 낮기도 했다. 무심결에 내뱉은 말 한마디, 그리고 행동 하나로도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마음속에 영원히 각인될 수도 있었다.

‘만약 지금 요수 밑에 서 있는 여자가 나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러나 전에 양준을 대했던 자신의 태도를 떠올리자, 남초접의 눈에는 침울함이 스쳐 지나가고 쓴웃음이 번졌다.

*“더 싸울 힘이 있나요?”

양준이 소안을 바라보며 물었다.

“없어.”

소안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빨리 벗어나야 해. 이 요수는 생명력이 아주 강해. 내가 요수를 봉인할 수 있는 건 잠깐뿐이야. 지금 가지 않으면 늦을 거야.”

“어디로 가요?”

양준이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

“요수는 전에 해홍진을 계속 쫓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마 당신을 쫓을 거예요. 당신이 이곳을 떠나지 않는 이상, 절대 도망칠 수 없어요.”

“그러면 내가 떠날 거야. 나 때문에 능소각 제자들을 모두 고생시킬 수는 없어.”

“당신 잘못도 아닌데, 왜 꼭 당신이 다 감당하려고 하는 거죠?”

양준은 양미간을 찌푸리며 약간 사나워진 말투로 말했다.

“사저는 너무 힘들게 사네요.”

소안은 의아한 눈빛으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지금 나를 꾸짖는 거야? 감히 나를 꾸짖어?’

설령 종문 내 웃어른이라도 그녀를 꾸짖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소안은 조금도 화나지 않았다. 또한 반박할 생각도 없었다.

“능소각 제자들의 현재 상태를 보세요.”

양준은 뒤돌아보았다. 능소각의 많은 제자들은 숨을 헐떡이고 있었고, 더 많은 제자들은 땅에 가부좌를 하고 앉아 서둘러 회복하고 있었다.

“당신이 가더라도 요수가 저 사람들을 공격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 당신이 없으면 그들은 더 빨리 죽을 거예요.”

“그럼 어떻게 하려고?”

소안이 되물었다.

“죽여야죠!”

양준이 씩 웃었다.

“죽인다고?”

소안은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양준의 담력이 이리 클 줄은 미처 몰랐다.

이런 등급의 요수 앞에서는 목숨을 건지기만 해도 다행이었다. 어떻게 죽일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두 사람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눈앞에 있는 요수의 몸을 뒤덮었던 얼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순간, 소안의 얼굴빛이 변했다.

“왜 이렇게 빠르지?”

“늦었어요.”

양준은 결단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손을 흔들며 소안에게 말했다.

“뒤로 물러서세요! 어쨌든 시도해 봐야죠. 못 죽이면 그때 도망쳐도 늦지 않아요.”

쩍-

얼음이 깨지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얼음에 갇혀 있던 거북 요수는 이미 새빨간 눈알을 굴리며 천천히 아래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놈의 눈에 양준과 소안은 개미처럼 보잘것없었다.

“멀리 물러나세요!”

양준은 소안이 움직이지 않자 저도 모르게 뒤돌아 소리를 질렀다.

소안은 몸을 흠칫 떨고는 어쩔 수 없이 걸음을 옮겨 급히 뒤로 물러섰다.

능소각의 상처 입은 제자들도 함께 물러섰다.

양준은 두 발을 어긋나게 디디고 거북 요수의 앞을 가로막았다. 약간 말라 보이는 그의 몸이 사람들의 눈에는 마치 머리에 하늘을 이고, 발로 땅을 지탱하는 거인 같았다.

양준의 오른손이 느릿느릿 움직였다. 그의 모습은 모든 이를 놀라게 했다. 분명 그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지금 사람들의 눈에는 마치 그의 오른손에 만 근 정도 되는 망치가 쥐여져 있고, 그 망치를 온 힘을 다해 휘두르는 것같이 보였다.

뿌드득-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와 동시에 점점의 별빛들이 반짝이며 사람을 섬뜩하게 하는 사나운 기세가 양준이 있는 곳에서 폭발했다. 순간, 광풍이 휘몰아치고 옷자락이 펄럭이며 머리카락도 춤을 추었다.

이때, 양준이 온 힘을 다해 포효하며 또박또박 외쳤다.

“모두들…….”

드디어 그가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주먹을 불끈 쥐었다.

주먹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양준이 서 있는 위치는 마치 아름다운 밤하늘을 방불케 했다. 별빛이 흐르는 가운데, 그의 오른 주먹도 조금씩 뒤로 움직이고 있었다.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위압감은 한층 더 강해졌다. 마치 힘을 축적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마음이 있는 사람은…….”

양준은 눈을 부릅뜨고 주먹에서 분출되는 힘을 애써 억제하면서, 여전히 또박또박 크게 외쳤다.

“저건 무슨 무공이지.”

방자기는 얼굴빛이 크게 달라졌다. 거리가 수백 장이나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원 경지인 그의 실력으로 주먹에 잠재된 거대한 살상력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아직 주먹은 힘을 축적하고만 있을 뿐, 내지르지 않은 상태였다.

‘힘만 축적한 것도 이만한 위력을 가지는데, 정말 내지르면 얼마나 무지막지할까?’

“정말 예쁘네…….”

호미아와 호교아는 거의 이구동성으로 이 말을 내뱉었다. 맑은 밤하늘의 별들은 난폭함 속에서도 사람을 매료시켰다.

쩍-

양준이 발을 딛고 있던 땅이 난폭한 힘을 견디지 못하고 갈라졌다. 몸이 아래로 내려앉자 그는 곧이어 다리를 굽혔다.

얼음막이 깨지며 급속하게 봉인이 풀리던 거북 요수의 핏빛 눈에서 더는 원한과 살기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남은 것은 점점 짙어지는 두려움뿐이었다.

요수는 도망가고 싶었다. 놈은 양준의 주먹에서 살 떨리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놈은 이미 수많은 세월 동안 봉인되어 있어 한창 무기력할 때였다. 이제 가까스로 봉인에서 깨어나, 미처 자유의 즐거움을 맛보기도 전에 부상을 입고 싶지 않았다. 더는 끝없는 잠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거대한 얼음이 그의 동작을 속박했다.

“저에게 도움을…….”

양준이 세 번째로 입을 열었다. 그는 한 번에 다 외칠 수 없었다. 오른 주먹의 힘을 억제하는 데에 그의 모든 정력을 허비했던 것이다. 오직 이렇게 말을 끊어서 외침으로써 사람들에게 자신의 뜻을 알릴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말을 외치는 동시에, 양준은 두 발로 지면을 박차고 빠르게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의 움직임에 따라 별들이 반짝이면서 하늘에 끝없이 펼쳐지는데 그 기세가 대단했다.

“줄 수 있나요……!”

양준은 열 장 정도의 높이에서 멈춘 뒤, 곧이어 몸을 돌려 거북 요수의 머리가 있는 쪽으로 빠르게 하강했다.

때마침 거북 요수를 봉인하고 있던 얼음도 와장창 깨졌다.

“커엉!”

속박에서 벗어난 거북 요수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귀청을 찟을 듯이 포효했다.

다음 순간, 양준은 별빛이 반짝이는 주먹을 재빨리 내질렀다. 이는 사람들에게 비할 데 없는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주먹이 거북 요수의 정수리 쪽으로 떨어졌다.

그 소리는 마치 하늘에서 들려오는 천둥소리 같았고, 또한 대지 깊은 곳에서 격렬하게 진동하는 것만 같았다. 보잘것없는 작은 주먹이 요수의 머리를 내리치는 순간, 모든 사람이 두근거림을 느꼈다.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거대한 빛무리가 주먹이 닿은 요수의 머리에서 폭발하며, 빠르게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이내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졌다. 거대한 거북 요수가 주먹 한 방에 휘청거리더니 뒷다리는 공중으로 치솟고 앞다리가 아래로 꺾였다. 그리고 머리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똥별처럼 땅에 쾅, 하고 처박혔다. 땅에는 깊은 구덩이가 파였고, 먼지바람이 사방에서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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