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8장. 세 종문이 함께 협력하다
양준도 공격의 반작용력에 의해 다시 하늘로 날아갔다. 그리고 공중에서 몇 바퀴 돌고 나서야 겨우 휘청거리며 착지할 수 있었다.
양준의 오른쪽 주먹은 피범벅이 되어 있었고, 팔에는 선혈이 낭자했으며 온몸이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 그러나 그는 끄떡없이 착지한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그보다 더없이 거대한 거북 요수를 바라보는 가냘픈 몸에서는 거칠고 난폭한 피비린내가 뿜어져 나왔다.
장내 전체가 전율에 휩싸인 채, 모든 이의 눈동자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양준이 거북 요수를 이렇게 한 방에 때려 눕힐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거대한 거북 요수는 소안조차 대적할 수 없는 상대였다. 그러나 지금 천지를 진동케 한 주먹 한 방이 그들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실제로 해냈다.
양준이 내지른 주먹은 아름다운 밤하늘의 무수한 별빛과 그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끝없는 살기만 떠오를 뿐, 그 외에 것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거대한 요수 앞에 서 있는 가냘픈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소안은 순간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녀는 오늘 본 그의 뒷모습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았다. 그 뒷모습의 주인은 그녀가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냈다.
호미아는 볼이 빨갛게 달아올라 눈에 이채를 띠고서 양준을 바라보았다. 여동생의 이런 감정에 이끌려 호교아도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호교아는 마음속으로 갈등했다. 지금 그녀가 느끼는 감정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여동생의 감정을 느끼고 반응하는 것에 불과했다. 이 점이 그녀를 두렵게 했다.
남초접도 마찬가지로 마음이 설렜다. 그러나 곧 씁쓸함이 차올랐다. 그녀의 고운 얼굴에는 침울한 기색만 남아 있었다.
양준의 뒷모습은 많은 여자들의 마음속에 각인되었다. 그 뒷모습은 안전감과 신뢰감을 주었다. 이는 모든 여인이 동경하는 뒷모습이었다.
“대단해.”
방자기는 심적으로 전율을 느꼈다. 동시에 약간의 좌절감도 맛보았다.
“세상에 이런 무공이 있다니! 더욱이 이를 펼치는 사람도 있고. 오늘은 참, 식견을 많이 넓혔군.”
해홍진은 넋을 잃은 듯 중얼거렸다.
“왜, 왜……. 왜 저 무공은 내 것이 아니지? 왜 나는 저런 기연을 얻지 못한 거지? 만약 내가 얻었다면, 지금 모든 여인의 주목을 받으며 마음을 얻은 사람은 바로 나였을 텐데! 저 자식은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야!”
이때, 양준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들려왔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건가요? 요수가 아직 안 죽었습니다. 도와주지 않으려면 모두 도망갈 준비를 하세요.”
이 말을 듣고서야, 사람들은 충격에서 빠져나와 정신을 차렸다.
소안이 급히 소리쳤다.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은 가서 도와!”
그녀가 명을 내리자 아직 기력이 남아 있는 능소각의 제자들은 거의 모두 달려들었다.
“언니!”
호미아가 고개를 돌려 호교아를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교아, 이 진흙탕 싸움에는 끼어들지 말자. 요수에게는 아직 반격할 힘이 있어. 가만히 지켜보다가 능소각 제자들이…….”
“입 닥쳐! 겁쟁이!”
호미아가 표독스럽게 용준을 쏘아보았다.
용준은 깜짝 놀랐다.
호교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여동생을 한 번 보고 나서 다시 양준을 보았다. 그녀의 눈에 부드러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 곧이어 그녀가 외쳤다.
“혈전방도 나가서 도와.”
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앞장서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갔다.
풍우루 쪽,
두억상이 마찬가지로 긴장한 표정을 한 채, 방자기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양준은 내 목숨을 구해 주었어.”
방자기는 코를 문지르며 말했다.
“내가 만약 그냥 앉아서 불구경이나 하자고 하면…….”
“그럼 난 사형을 비웃고 평생 경멸할 거야.”
두억상은 조금도 주눅이 들지 않고, 대사형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어휴… 네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내가 어쩌겠어?”
방자기는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듯이 말하며,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오늘 이렇게 담대한 영웅을 보았는데 이 방자기가 어찌 남보다 뒤처질 수 있겠어! 풍우루 제자들은 명을 따르라. 나를 따라 싸우자. 저들에게 우리 풍우루 남자들이야말로 진짜 남자라는 것을 보여주자!”
풍우루의 남제자들이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방 사형, 그럼 우리는? 우리 여제자들은?”
두억상이 집요하게 물었다.
“한쪽에 비켜서 얌전히 보기나 해. 여자들은 남편 대접하고 자식 교육만 하면 되지, 뭘 그렇게 참견하려고 해?”
말을 마치자, 방자기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이끌고 요수에게 돌진했다.
“흥!”
두억상은 코를 찡그렸다.
“그런 식으로 말할 줄 알았어. 나도 당신들보다 못하지 않거든!”
그녀는 말하면서 함께 달려갔다.
*며칠이 지나자 남아 있는 세 종문의 제자들은 이제 칠팔백여 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나머지는 모두 전승동천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 순간, 칠팔백여 명 중에서 팔 할은 모두 거북 요수를 향해 돌격하고 있었고, 나머지 이 할은 부상을 입어 싸울 수 없거나, 실력이 너무 낮아 전력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이었다.
세 종문의 제자들, 세 갈래 힘, 세 개의 방향, 그리고 그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 주먹에 맞아 바닥에 엎어져 있는 거북 요수였다.
양준의 주먹은 요수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 비록 놈의 목숨을 빼앗지는 못했지만, 요수도 타격을 입고 꼼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능소각에서 제일 첫 번째로 돌격해 갔다. 모두 본인이 가장 능한 무공을 펼치면서 거북 요수를 맹공격했다. 요수의 몸에서는 여기저기 불꽃이 튀었다.
그 뒤를 이어 혈전방이 왔고, 곧이어 풍우루도 달려왔다.
그들 중 실력이 진원 경지에 달한 사람은 겨우 몇 사람뿐이었다. 그중 소안은 더 이상 싸울 힘이 없었고, 해홍진은 여전히 공중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진원 경지는 방자기, 용준, 호교아 세 사람만 남았다.
그들 모두 진원 경지 1~2단계 정도였다. 이 정도 실력으로는 방어에 능한 거북 요수에게 효과적인 타격을 줄 수 없었다.
그들은 계속 공격을 펼쳐 원기가 소모되었지만, 거북 요수에게는 아무 효력도 없었다.
그렇다 해도, 세 종문의 제자들은 누구 하나 포기하거나 물러서지 않고, 끊임없이 공격을 펼쳤다.
이때, 양준은 제자리에 서서 웃고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비축해 둔 성흔을 결코 낭비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들의 투지를 불러일으킨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소안은 거의 기적이라고 할 만한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세 종문의 제자들은 줄곧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전승동천에 진입한 뒤부터 암투가 더욱 뚜렷해졌다. 그녀는 싸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때문에 줄곧 홀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번에 해홍진이 큰일을 저지르는 바람에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앞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원래 그녀는 이번에 능소각에서 재난을 피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반전을 이루게 되었다.
이 반전은 바로 눈앞의 남자가 가져온 것이었다.
누구도 세 종문의 제자들을 이처럼 하나로 뭉쳐 협력하게 한 적이 없었다. 지금 모든 이는 다툼이 없고 서로 속고 속이는 행태가 없었다. 오직 거북 요수를 죽일 생각 하나뿐이었다.
이 자체가 기적이었다.
소안은 아직도 떨면서 피를 뚝뚝 흘리는 양준의 오른팔을 바라보자 가슴이 저렸다. 그녀는 다가가서 상처를 치료해 주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소안의 마음에 파문이 일고 있을 때, 혈전방 호미아가 급히 양준의 곁에 다가서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의 상태를 살폈다. 곧이어 그녀는 품 속에서 치료약을 꺼내고, 다시 자신의 치마를 찢어 그의 상처를 싸매 주었다.
소안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깜빡였다. 그리고 곧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거북 요수가 세 종문의 제자들의 공격에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원래 어지럽던 머리가 점차 맑아지고, 무거운 팔다리도 점차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모두 가슴이 철렁했다. 이내 공격이 더욱 거세졌다.
“요수의 머리를 치세요. 머리에 상처가 있어요.”
문득 한 여자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풍우루의 두억상이었다.
그녀의 말을 듣고 방자기와 호교아는 서둘러 거북 요수의 머리 쪽으로 향했다. 그들은 거북 요수의 정수리에서 금이 간 듯한 상처를 찾을 수 있었다. 상처에서는 아직도 검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요수의 머리는 줄곧 깊은 구덩이 속에 파묻혀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지 않으면 상처를 발견할 수가 없었다.
“제길!”
방자기는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 방금 전 그는 반나절이나 때려도 거북 요수에게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했다. 그런데 머리에는 길이가 한 자나 되는 상처가 있었다.
‘이는 양준의 주먹이 남긴 흔적이야. 주먹의 위력이 얼마나 강했길래 이런 상처가 생긴 거지?’
방자기는 충격을 받았다. 그래도 정신을 놓지 않고 호교아와 함께 앞다퉈 그 상처에 공격을 날렸다.
두 사람의 초식이 부딪치면서 거북 요수가 몸에 경련을 일으켰다. 이윽고 놈의 동작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여자는 꺼져!”
방자기는 호교아가 거치적거리는 것 같아 참지 못하고 호통을 쳤다.
“남자밖에 모르는 이 멍충아, 난 너 하고 말싸움하고 싶은 마음 없거든!”
호교아가 그를 흘겨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