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119화 (119/853)

제 119장. 해홍진의 계략

방자기의 성정에 대해 세 종문의 제자들은 모두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남존여비 사상이 뿌리 깊은 남자였다. 오직 남자만이 큰일을 할 수 있다고 여기고, 여자는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 소안만이 유일한 예외였다.

소문에 따르면, 그는 일찍이 풍우루의 방주이자 그의 사부인 소약한에게 앞으로 더는 여제자를 모집하지 말자고 끊임없이 진언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의 말을 무시하던 소약한도 나중에는 귀찮아 견딜 수 없게 되자, 결국 제자와 함께 오매진의 춘풍세우루를 한 번 다녀왔다. 그때부터 방자기는 더는 그 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나, 뿌리 깊이 내린 그의 남존여비 사상은 줄곧 바뀌지 않았다.

물론 그가 여자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의 관념에 남자와 여자는 서로 영역이 달랐고,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더 훌룽했다.

‘난 남자라서 자부심을 가진다. 난 남자가 자랑스럽다.’

이치대로 볼 때, 방자기가 이런 생각을 가졌다면 여자에게 좋은 낯빛을 보여줄 리 만무했다. 그러나 하필이면 그는 기품 있고 소탈했다. 게다가 어린 나이에 장래성이 있고 실력도 강했다. 또한 풍채가 늠름하다 보니 그의 주변에는 언제나 여인이 있었고, 늘 많은 소녀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한마디로 방자기는 모순 덩어리였다.

방자기는 호교아의 말에 짙은 눈썹을 찡그렸다. 그는 요수 머리에 난 상처의 틈새를 맹공격하는 한편, 호교아에게 일갈했다.

“계집애가 지금 나를 바보 취급하는 거야?”

호교아는 두 손으로 강한 공격을 날리며 요수의 상처를 파고들었고, 조금도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정말 그렇게 여자가 싫으면, 그냥 네 사제들과 밤마다 뒹굴지 그러냐?”

방자기는 그 말에 그만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그는 속이 울렁거려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토할 뻔했다.

‘사제들과…….’

그 장면을 떠올리자, 방자기는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캄캄해지며 곧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의 얼굴색이 크게 변한 것을 보자 호교아는 까르르 웃었다. 웃음소리에는 의기양양함과 고소함이 섞여 있었다.

“뻔뻔한 여자 같으니, 별말을 다 하는구나.”

방자기는 호교아를 상대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너와 결혼하는 사람은 정말 재수 옴 붙은 거야!”

“네가 무슨 상관이야.”

호교아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져 그를 흘겨보았다.

방자기가 말했다.

“됐어, 너랑 더 이상 말다툼 안 해. 누가 먼저 요수에게 치명타를 입히는지 보자.”

“흥, 누가 두려워할까 봐?”

호교아가 냉소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미처 초식을 펼치기 전에, 갑자기 하얀 그림자 하나가 튀어나왔다. 얼어붙을 것 같은 한기를 띠고서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아래쪽을 가리키자, 요수의 찢어진 상처에서 순간, 하얀 얼음 꽃 한 송이가 피어났다.

얼음 꽃은 요수의 선혈을 빨아들여 눈 깜짝할 사이에 핏빛 꽃으로 변하더니 요염한 아름다움을 뿜었다. 잘그랑 소리와 함께 얼음 꽃이 부서지면서 수많은 얼음 송곳이 되어 요수의 두개골을 찔렀다.

“흐엉…….”

거북 요수는 머리를 큰 구덩이에서 빼내더니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거대한 몸은 휘청거리며 제대로 서지도 못했다. 새빨간 두 눈은 더는 생기가 없었고, 곧 죽을 것만 같았다.

방자기와 호교아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소안이 방금 회복한 힘을 다해 마지막 공격을 날렸던 것이다.

공격을 날리자마자 소안은 고개를 돌리고 자리를 떴다. 또다시 힘이 다 떨어진 모양이었다.

방자기와 호교아는 소안이 뿜어내는 한기를 뚜렷이 느낄 수 있었다. 이전에 담담하던 한기와는 전혀 달랐다.

이전의 한기는 그저 완벽한 차가움이었다. 그것은 지극히 순수한 한기로 다른 어떤 속성도 섞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느껴지는 한기는 마치 뭔가 더해진 것 같았다. 이전보다 더 견디기 어려웠다.

“누가 소안을 건드렸어?”

방자기가 의아해하며 입을 열었다.

“내가 어떻게 알아?”

호교아는 왠지 짜증이 났다. 혈전방 출신인 그녀에게 있어서 다른 두 종문의 제자들은 모두 탐탁지 않은 상대였다.

눈앞의 방자기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는 철저한 남성 우월주의자의 대변인이었다.

능소각 쪽에서 소안은 단연 뛰어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는 감정이 없는 얼음 인형처럼 영원히 높은 벽을 쌓아 두어 접근하기 어려웠다. 해홍진은 말할 필요가 없이, 그냥 나쁜 놈이었다. 그는 오로지 명성과 이익 그리고 권력만 좇는 인간이었다.

‘그래도 우리 혈전방이 그나마 낫군. 적어도 난 정상이니까. 미아가 성장하면, 우리 자매가 아버지를 도와 혈전방을 발전시킬 수 있을 거야.’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다고. 그런데 왜 이제 막 회복한 원기로 공격을 날리는 거지?”

방자기는 이해할 수가 없어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호교아가 그 틈을 타서 거북 요수에게 다시 공격을 날리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격노했다.

“이 여자가 참. 그런 방법으로는 이긴다고 해도 당당할 수가 없어.”

호교아는 연신 냉소했다.

“나를 여자라고 뭐라고 했잖아. 당당하지 않게 이기면 어쩔 건데? 그리고 남자가 한 수 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랑 겨루겠다는 것 자체가 문제 있는 거 아니야?”

방자기는 반박할 여지가 없자, 거듭 탄식했다.

“역시 소인배와 여자는 상대하기 어렵군.”

거북 요수의 운명은 세 종문의 제자들이 일제히 나서는 순간, 이미 반은 결정된 것이었다. 소안이 다시 한번 나서자, 얼마 남지 않은 생기마저 철저하게 짓밟혔다.

이 순간 요수는 세 종문의 제자들의 공격에 맞설 여력이 없었다. 죽음은 단지 시간 문제일 뿐이었다.

이 모든 것의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양준의 주먹에 있었다. 바로 그 한 방이 세 종문의 제자들의 투지를 불러일으켰고, 그들에게 요수와 싸울 용기를 가져다주었다.

한편, 호미아는 정성스럽게 양준의 상처를 싸매 주고 있었다. 양준은 오른팔의 혈관이 터져 나가 줄곧 팔이 떨리고 있었다.

그는 성흔이 그토록 강한 위력을 뿜어낼 줄 미처 몰랐다. 그 힘은 그가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주먹 한 방을 날린 뒤, 그의 몸은 곧장 마비되어 꼼짝할 수도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왜 바위처럼 그곳에 버티고 서 있었겠는가? 지금에 이르러서야 마비가 풀리는 동시에 온몸에 통증이 밀려왔다.

양준은 몇백 명 제자들의 전투를 지켜보면서, 험상궂은 해홍진의 얼굴을 미처 보지 못했다.

양준의 주먹이 위력을 발휘한 뒤, 해홍진은 정신 줄을 놓은 듯 하늘에 멍하니 서 있었다. 좀 전에야 그는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양준이 전승동천 안에서 기연을 얻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양준의 실력으로 그런 한 방을 터뜨릴 수가 없었다.

그것은 6급 절정인 요수에게도 타격을 줄 수 있는 엄청난 무공이었다.

‘저 자식이 계속 크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돼. 계속 크게 냅두면 소안을 얻을 수 없을뿐더러 나까지 위험에 처하게 될 거야.’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해홍진의 눈에는 독기가 스쳐 지나갔다. 그는 곧 아래쪽에 있던 한 사람에게 눈짓했다.

바로, 섭영이었다.

섭영은 남초접과 마찬가지로 방금 전 싸움에서 부상을 입었다. 마침 그는 현재 양준이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앉아 회복하고 있었다.

섭영도 지금 마음이 착잡하기만 했다. 그는 양준과 여러 날 동안 함께 지냈다. 그리고 지내는 동안 줄곧 양준에게 욕설을 하고 여러모로 괴롭혔다. 나중에는 심지어 사람들을 이끌고 양준을 죽이려고도 했다.

당시 양준의 은신처를 찾지 못해 그 일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그러나 양준의 존재는 여전히 그에게 있어서 목에 걸린 가시였다.

그는 아직도 십여 일 전에 양준이 도망가면서 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십여 일 동안 양준이 뜻밖에도 진짜 강해진 것이다. 섭영은 하마터면 놀라서 오줌을 지릴 뻔했다. 그 주먹이 만약 자신의 몸에 떨어졌다면 아마 자신은 가루가 되었을 것이다.

‘어쩌지? 어떡하지?’

지금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요수의 몸에 집중되어 있었다.

‘요수가 죽은 다음, 어떻게 양준의 분노를 감당해야 되지?’

섭영이 초조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 마침 하늘에 있던 해홍진이 그에게 눈짓했다.

그는 해홍진의 뜻을 정확히 알아차리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러나 곧이어 그의 눈빛은 음침하고 차가워졌다. 그랬다. 그가 살려면 양준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양준은 반드시 그를 찾아 복수할 것이다. 게다가 해홍진도 그가 손쓰기를 요구했다. 설령 그가 양준을 죽인다 하더라도 해홍진이 한사코 두둔하고 나서면 틀림없이 무사할 수 있을 것이다.

양준의 주먹 한 방이 가져다준 위압감에 섭영은 도저히 냉정하게 사고할 수가 없었고, 모든 희망을 해홍진에게 걸게 되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한 걸음, 한 걸음 양준에게 다가갔다.

양준은 이러한 위기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섭영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지금 양준의 곁에는 혈전방의 호미아밖에 없었다. 그가 빠르게 공격하면 분명, 양준을 죽일 수 있었다.

섭영은 양준을 죽인 다음의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이 시각, 거의 모든 이들의 눈길이 거북 요수를 향해 있었다. 아무도 섭영의 움직임에 신경 쓰지 않았지만, 단 한 사람은 예외였다.

바로 남초접이었다.

양준이 허공을 가르며 소안을 구해 내고, 다시 한 주먹에 거북 요수를 크게 타격 입히자 남초접의 마음은 씁쓸함과 번민으로 얼룩졌다.

그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십여 일 전까지만 해도 그녀의 뒤를 따르며 무조건 복종하던 사제가 지금 이렇게 위풍을 떨칠 줄이야. 진작 알았더라면…….

이는 마치 가지고 있던 옥을 돌로 치부한 느낌이었다. 이러한 득실의 현저한 차이 때문에 그녀는 후회막급이었다.

남은 제자들이 모두 세 종문의 제자들과 요수의 싸움을 보고 있는 동안, 그녀는 줄곧 양준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 뒷모습은 눈이 부시고 마음이 설레게 했다. 해홍진 같은 부류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

이번 화는 해홍진이 불러온 것이었다. 그러나 결국 양준이 나서서 위험을 막아 냈다. 이렇게 비교하면 금방 차이를 알 수 있었다.

섭영의 움직임은 곧 남초접의 주의를 끌었다. 처음에 그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섭영이 다 회복되어 전투에 참가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잠시 동안 지켜보니 그게 아니었다. 섭영의 목표는 저쪽에 서 있는 양준이었다. 게다가 걷는 가운데, 섭영의 몸에서는 보일락 말락 하게 원기의 흐름이 전해졌다.

남초접은 영리한 여자였다. 그녀는 곧 섭영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아차렸다. 그녀가 양준에게 위험을 알리기 위해 입을 떼려는 순간, 양준이 불현듯 고개를 돌려 놀리는 듯한 눈빛으로 섭영을 바라보았다.

그는 하얀 이를 드러내고, 사악하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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